2020.11.Vol.536 세상을 지키는 따뜻한 사람들 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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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의 옅은 미소, 그렇게 닫힌 마음을 열게 된다

  권미선(라디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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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의 옅은 미소, 그렇게 닫힌 마음을 열게 된다
묵직한 철문이 열리고 한 여자가 걸어 나옵니다. 여자의 이름은 애나. 남편을 죽인 죄로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죠. 모범수로 착실하게 생활해 온 애나는 어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잠깐의 여행을 허락받았습니다. 7년 만의 외출 그리고 사흘간의 자유. 하지만 사랑하던 사 람에게 상처를 입고 마음의 문을 닫고 사는 애나에게 바깥세상은 별 관심도 흥미도 없는 곳입니다. 그저 그녀가 있던 자리로 조용히 돌아가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만나게 된 남자 훈.
오늘만 사는 것처럼 보이는 훈과의 만남은 애나를 조금씩 달라지게 합니다. 훈에게는 애나의 과거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금 그가 보고 있는 그녀의 모습, 이 순간의 그녀만이 중요할 뿐입니다. 가을 소풍처럼 짧았던 만남이 끝나고 헤어지던 날 훈은 말합니다. “우리, 이곳에서 다시 만날까요? 당신이 교도소에서 나오는 날, 여기서 만나요.” 시간이 흐르고 2년 뒤, 이제 막 교도소에서 출소한 애나는 약속했던 그 카페에서 훈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작은 소리에도 긴장해서 고개를 돌려 보지만 훈은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그를 기다리며 애나는 가만히 표정을 가다듬고 인사말을 중얼거려 봅니다. “안녕? 오랜만이에요.”
카페에 조용히 울려 퍼지는 애나의 독백. 그녀의 혼잣말 위로 영화 <만추>의 엔딩 스크롤이 흐르기 시작합니다.
애나는 그 뒤로 얼마나 더 훈을 기다렸을까요? 아마 꽤 오랜 시간 혼자 그곳에 있었을겁니다. 발걸음 소리가 들릴 때마다 고개를 길게 내밀고 몇 번이나 인사말을 연습하면서 말이죠.
관객이 모두 영화관을 나와 집으로 돌아간 후에도 불 꺼진 깜깜한 스크린 너머에서 기다리고 또 기다렸을 겁니다. 오지 않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간.
설렘은 걱정이 되고, 걱정은 실망이 되고, 실망은 상처가 되죠. 오래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압니다. 그 기다림 동안 상대방을 향해 환하게 열렸던 마음의 문이 서서히 닫히고, 다시 열리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걸. 할 수만 있다면 애나에게 가서 말해 주고 싶었습니다. 그 남자는 아마 약속을 지키지 못할 거라고.
하지만 오지 않는 게 아니라 오지 못하는 거라고. 꼭 오고 싶었지만 올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고. 상처 많은 그녀가 더 크게 상처받을까 봐, 이제 겨우 열게 된 마음의 문을 영영 닫아버릴까 봐 그 말을 꼭 해 주고 싶었습니다.
“당신은 왜 나를 열어 놓고 혼자 가는가”라고 노래한 김혜순 시인의 <열쇠> 속 시구처럼 혼자 남은 그녀를 보면서 차라리 짧은 만남 같은 건 없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만나지 않았다면 이별도 없을 텐데. 마음을 주지 않았다면 상처도 없을 텐데.
그러나 애나가 받을 상처만 생각하다가 놓친 게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내내 무표정하던 그녀의 얼굴이 훈을 기다리면서 설레어 했다는 걸. “오랜만이에요.” 혼자 중얼거리면서 잔잔한 봄 햇살 같은 미소를 지었다는 걸.
그 미소는 애나에게 하나의 시작이었습니다. 그건 꽉 닫혀 있던 마음을 누군가에게 열었다는 것이고 벽을 쌓고 살던 마음에 누군가 들어올 수 있도록 살짝 자리를 내어 주었다는 것이니까요. 우선은 그걸로 된 거 아닐까요. 끝내 훈이 나타나지 않아도 애나는 혼자서도 다시 시작할수 있을 겁니다. 사람들과 세상 속으로 한 걸음씩, 조금씩.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사랑하지 않겠다고, 헤어지는 게 두려워서 만나지 않겠다고, 실패할까 봐 겁이 나서 시작하지 않겠다고 닫아 버린 마음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겪게 되는 이별과 상처와 실패는 자꾸 마음에 선을 긋게 만듭니다. 한 발 물러서게 만듭니다. 시작할 수 없게 만듭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것으로도 충분하다면 괜찮습니다. 하지만 다시 오지 않을 이 시간, 정말 그것으로 충분한 걸까요?
베트남의 수행자 틱낫한 스님은 말합니다. “한 곡의 노래가 순간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한 송이 꽃이 꿈을 일깨울 수 있다.
한 그루 나무가 숲의 시작일 수 있고 한 마리 새가 봄을 알릴 수 있다. 한 자루의 촛불이 어둠을 몰아낼 수 있고 한 번의 웃음이 우울함을 날려 보낼 수 있다. 한 걸음이 모든 여행의 시작이고 한 단어가 모든 기도의 시작이다.” 한 개의 별, 한 줄기의 햇살, 한 번의 웃음, 하나의 걸음. 세상 모든 것은 아주 작은 하나에서 시작합니다. 그 작은 하나가 시작의 전부입니다. 모든 것은 그렇게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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