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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칼럼

번아웃 직전 마음의 경고
‘토스트아웃’

글 · 송유진 문화칼럼니스트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 중에는 피로감이나 무기력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꽤 많다. 이는 누구나 흔하게 느끼는 증상이라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번아웃 이전 단계인 ‘토스트아웃’ 증상일 수 있으므로 현재 자신의 신체적·심리적 상태가 어떤지 제대로 살펴봐야 한다.

겉은 멀쩡해도 속은 지쳐 있는 상태

요즘 직장인들 사이에서 ‘토스트아웃(toast-out)’이라는 신조어가 유행처럼 사용되고 있다. “나 토스트아웃 왔어!”라고 말하는 방식이다. 토스트아웃은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유지하고 있고 겉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심각한 피로와 무기력에 빠진 상태를 의미한다. 이는 토스트를 오랜 시간 구워 새까맣게 타기 직전 속까지 노릇하게 구워진 모습을 비유한 것으로, 약간의 피로감을 느끼지만, 완전히 타지는 않은 조금 지친 상태를 말한다.
토스트아웃은 ‘번아웃(burn-out)’에서 파생된 말이기 때문에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번아웃에 대해 알아야 한다. 번아웃 증후군, 일명 번아웃은 일에 지나치게 몰두하다가 극도의 피로감을 느끼며 무기력증, 자기혐오 등에 빠지는 증상을 의미한다. 번아웃은 모든 에너지가 소진된 상태이므로 무엇을 하더라도 흥미와 의욕을 잃고 심한 경우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번아웃을 질병은 아니지만 직업 관련 증상의 한 종류로 인정하고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로 지목하기도 했다.
이처럼 번아웃은 이미 한계를 넘어선 상태이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과 긴 회복 시간이 필요하지만, 토스트아웃은 아직 극단적인 상태에 이르기 전 단계이므로 얼마간의 휴식과 에너지원 충족만으로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SNS에서 유행하는 다양한 변형 밈

최근 2030 직장인들 사이에서 토스트아웃이 이슈가 되면서 SNS를 중심으로 다양한 토스트아웃 변형 밈이 유행하고 있다. ’버터토스트아웃‘은 졸음이 몰려와 낮잠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태로 버터가 녹아내리듯 몸과 정신이 녹아내릴 것 같은 피로감을 표현하는 증상, ‘양상추토스트아웃’은 체력이 떨어져 흐물흐물해진 상태로 마치 시들어버린 양상추처럼 에너지가 고갈되어 더 이상 활기를 찾기 힘든 경우를 말한다.
그 밖에도 짠내 나는 하루를 보내 디톡스가 필요한 상태로 마치 소금에 절여진 햄처럼 피로와 스트레스가 겹쳐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를 의미하는 ‘햄토스트아웃’, 밤샘 업무나 학업에 몰두한 후 결국 모든 것이 텅 빈 것처럼 느껴지는 상태로 뇌에 과부하가 걸려 이튿날이면 다 잊어버리는 증상을 의미하는 ‘공갈빵아웃’ 등이 있다.

젊은 세대의 ‘갓생’에서 비롯한 토스트아웃

2022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만 19~34세 청년이 속한 약 1만 5천 가구를 대상으로 한 ‘청년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번아웃을 겪었다고 응답한 청년은 33.9%에 달했다. 이처럼 현대 사회에서 성과주의에 지친 젊은이들은 쉽게 번아웃과 토스트아웃 상태가 된다. 그런데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에서도 멈추지 않고 무언가를 더 해야 한다는 강박감으로 인해 운동, 독서, 여행, 공부, 요리 등에 몰두하며 자신의 토스트아웃 상태를 극복하려고 한다.
젊은 세대의 시대적 트렌드인 ‘갓생(God生)’, 즉 신 같은 존재처럼 계획적이고 생산적으로 사는 삶에 너무나 익숙해진 나머지 충분히 휴식을 취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다른 생산적인 활동을 함으로써 토스트아웃을 해결해 내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스스로 판단했을 때, 무기력하고 피로감이 높은 상태라고 생각되면 일단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말한다. 새로운 활동으로 극복하려다가 거기서도 성과가 나지 않을 경우 오히려 더 큰 스트레스가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토스트아웃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

토스트아웃 상태의 사람들은 실제로는 의욕이 없더라도 주어진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며 현실을 살아가는 특징을 보인다. 하지만 겉으로는 티가 나지 않더라도 내면에서는 에너지가 많이 소진된 상태이므로 번아웃 상태가 되기 전에 토스트아웃의 원인을 파악해 이를 해결해야 한다. 전문가들 또한 토스트아웃 상태를 무시하면 결국 번아웃으로 전환되고, 그 후엔 더 심각한 증상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토스트아웃을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토스트아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최소한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자신이 매일 하는 일에 의미와 재미를 부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정서적으로 힘든 일을 겪었다면 쌓아두지 않고 바로 털어놓고 해소하는 자신만의 스트레스 관리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 밖에도 친구나 가족과의 소통을 통한 정서적 안정, 충분한 수면과 규칙적인 운동 같은 건강한 생활 습관,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취미 활동 등이 토스트아웃 극복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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