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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의 공간

의료 처우에 진심과 기술을 더하다
대구교도소 의료과

글 · 강진우 사진 · 홍승진

수십 명이 수천 명의 건강을 돌봐야 하다 보니, 교도소 의료과의 업무는 많은 노고와 헌신을 필요로 한다. 이토록 어려운 일을 해내고 있음에도 대구교도소 의료과 직원들은 매 순간 진심을 다해 아픈 수용자를 돌보고 있으며, 의료 처우의 효과성 증대를 위한 첨단 기술 도입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강한 사명감으로 사수하는 수용자 건강

2023년 11월 현 위치로 신축 이전한 대구교도소는 한층 커진 규모에 따라 수용자가 함께 늘어났으며, 이제는 명실공히 대형 교정기관으로 거듭났다. 충분히 자랑스러운 변화지만, 한편으로는 수용자 처우에 대한 부담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물론 그 안에는 의료 처우도 포함돼 있다.
노형균 과장을 포함한 22명의 직원이 소속된 의료과는 2,700명을 넘어선 대구교도소 수용자의 건강을 두루 돌보고 있다. 소수의 직원이 수많은 수용자를 진료하기에 하루하루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대구교도소 의료 처우와 진료 골든타임을 사수하고야 말겠다는 사명감으로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 노형균 과장의 이야기다.
“대구교도소는 노인 수용자가 많고, 다른 지방 대비 충실한 의료 인프라를 갖춘 대구에 있다 보니 만성질환 수용자 수도 타 교정기관에 비해 많습니다. 수용자 투약률도 매우 높은 편인데요. 이에 따라 의료과는 수용자 투약 관리에 많은 신경을 기울이고 있으며, 특히 향정신성의약품 오남용 방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의료 사각지대를 없애는 부지런한 발품

신장 기능에 이상이 있어 몸속 노폐물을 바깥으로 배출시키기 어려운 상황을 맞이한 사람들은 반드시 혈액 투석을 시행해야 한다. 보통 일주일에 2~3회 혈액 투석을 진행하는데, 교정기관 내에 혈액투석실이 없다면 외부 기관에 방문해 혈액 투석을 받아야 한다. 이는 몸이 안 좋은 수용자와 해당 수용자를 계호해야 하는 직원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며, 따라서 교정본부는 전국 일부의 교정기관에 혈액투석실을 마련했다. 대구교도소도 그 중 하나이다. 그런가 하면 지난 8월 부임한 노형균 과장은 보통 공중보건의가 담당하는 순회진료를 직접 주기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그가 굳이 발품을 파는 이유는 분명하다. 진료 경험이 많은 의료과장이 직접 수용자들을 찾아다녀야 대구교도소 수용자 전체의 건강도가 향상되기 때문이다.
“저뿐만 아니라 우리 과의 모든 직원이 적극적으로 수용자들에게 다가섭니다. 부임한 지 세 달이 채 되지 않은 저는 그 헌신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탤 따름이죠. 이 자리를 빌려 뜨거운 소명 의식을 바탕으로 수용자들을 돌보는 직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적극적 업무 수행으로 소중한 생명을 살리다

대구교도소 의료과 직원들의 진심 어린 노고는 훈훈한 미담을 연이어 만들어 내고 있다. 작년 한 수용자의 아버지가 간경화 말기로 간 이식 수술을 받아야 했는데, 수용자가 간을 기증하겠다고 나섰다. 여러 가지로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은 사안이었지만, 의료과 직원들은 아버지를 향한 수용자의 효심을 외면하지 않았다. 수용자와 함께 수술이 이뤄질 서울과 대구를 여러 차례 오가며 각종 검사를 받도록 했으며, 나아가 간 이식 수술까지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몇 달 전 심정지 상태의 수용자를 살린 일도 있었습니다. 한 수용자가 심장이 멈춘 상태로 발견됐는데, 우리 과 직원들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자동심장충격기를 적기에 활용함으로써 골든타임을 사수했습니다. 덕분에 응급실로 이송된 해당 수용자는 극적으로 되살아났습니다. 지난 8월에는 직원 5명이 이 공로를 인정받아 하트 세이버로 선정됐는데요. 충분히 당황스러울 법한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며 환자를 살리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한 직원들 덕분에 우리 과를 향한 수용자들의 믿음이 더욱 강해졌다고 봅니다.”

남다른 전문성으로 만들어 갈 ‘첨단 의료 현장’

현재 대구교도소 의료과는 예정돼 있는 전 수용자 대상 외부 기관 건강검진, 독감 및 코로나19 예방접종 등의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꼼꼼하게 제반 여건을 마련하고 있다. 더불어 코로나19 등 주요 호흡기 질환이 발생했을 시 병이 교도소 전체로 번지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음압수용동을 구축하려 한다.
“제가 부임하던 시점에 코로나19가 유행하고 있었는데요. 이를 효과적으로 막을 방법을 고민하던 중 우리 소가 음압기 2대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를 활용하면 많은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음압수용동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수용자 건강 증진을 위해 꼭 필요한 시설인 만큼, 속도감 있게 추진해서 더 건강한 대구교도소를 만들겠습니다.”
노형균 과장은 이비인후과 전문의인 동시에 대학교 전자공학부에서 인공지능을 가르쳤던 의료 인공지능의 권위자이기도 하다. 그는 이런 전문성을 적극 활용해 당뇨망막병증을 막는 인공지능 판독기, 당뇨병 수용자들을 위한 연속혈당측정기, 거실 내 TV를 활용한 정신질환 수용자용 음성 상담 챗봇 등 다양한 구상을 여건이 되는 대로 실현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그를 필두로 한 대구교도소 의료과가 앞으로 만들어 갈 ‘첨단 의료 현장’이 사뭇 기대된다.


interview 의료과 노형균 과장

“의료 처우는 또 하나의 교정교화입니다.” 많은 사람이 수용자 교정교화와 의료 처우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사실 의료 처우는 교정교화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몸이 아픈 수용자는 교정교화하기가 더욱 어려울 뿐만 아니라, 수용자가 제대로 된 의료 처우를 받고 있다고 느낀다면 그 자체로 교정교화의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앞으로 의료 처우를 통해 교정교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아픈 수용자와 마주합시다. 어떤 어려운 상황이 닥치더라도 쓰러지지 않고 신속 정확하게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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