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개국 수용자가 모인 ‘교정 지구촌’
천안교도소
소년교도소로 출발한 덕분에 사방으로 탁 트인 전망을 자랑하는 천안교도소에서는 많은 외국인들이 수용 생활에 임하는 이국적인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외국인 전담 교정시설로서 수용자의 절반이 외국인이며, 국적 또한 57개국으로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작지만 다채로운 ‘교정 지구촌’에 엄정한 법 집행과 교정교화를 더하기 위해, 천안교도소 직원들은 오늘도 동분서주하고 있다.
1939년 인천소년형무소로 개청한 뒤 줄곧 소년 수용자 전담 교정시설의 역할을 담당해 온 천안교도소는 2009년 소년 수용자 처우 및 교정교화 업무를 김천소년교도소에 넘겼다. 대신 이듬해 2월 외국인 전담 교정시설로 지정되면서 본격적으로 다국적 수용자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현재는 수용자 중 절반이 외국인일 정도로 외국인 수용자 비중이 늘어났으며, 국적도 57개국으로 대폭 확대됐다.
천안교도소는 외국인 수용자를 국제적 규범에 걸맞게 처우하기 위해 외국인 전담 교정시설 지정 직후 국제협력과를 신설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천안교도소에만 있는 이 부서는 각국 대사 접견, 외국인 고충 상담, 신입 수용자 조사, 각종 통·번역 등을 담당한다. 또한 인문 강좌 프로그램 ‘굿모닝 코리아’를 운영함으로써 외국인 수용자들의 한국 사회 적응을 돕는다.
외국인 전담 교정시설인 만큼 수준급 외국어 실력을 갖춘 직원도 상당수다. 중국어, 러시아어, 태국어, 스페인어, 베트남어 등 다양한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직원들을 채용해 그들의 언어와 풍습 등에 발맞춘 처우를 수행하고 있는 것. 아울러 우리나라의 음식이 생소한 외국인 수용자들을 위해 식단을 한식, 양식, 이슬람식으로 구분해 배식함으로써 법 집행과 교정교화에 원활함을 더하고 있다. 국내외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배관 공정 직업훈련을 시행해 외국인 수용자들의 건전한 사회 복귀를 이끌고 있다는 것도 천안교도소 외국인 수용자 처우의 핵심 포인트다.
천안교도소 한편에는 최신식 설비를 갖춘 식품 작업장이 존재한다. 빨간 포인트 외벽이 인상적인 이곳에서는 하루 800kg 내외의 어묵을 생산하며, 이를 교도소에 납품한다. 일일 작업을 끝마친 작업장은 민간 제조공장 못지않은 청결함을 뽐냈는데, 작업장 관리 직원은 “전국에서 이보다 더 위생적인 어묵 제조시설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며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천안교도소는 전국에서 5개 기관에만 있는 심리치료과도 갖추고 있다. 정신질환 및 성폭력사범 재범 방지 교육 및 치료를 담당하는 이곳에서는 타 기관의 심리치료과에서 볼 수 없는 특별한 시설이 마련돼 있다. 바로 실외 교육장이다. 야외 심리치료 및 교육의 필요성에 의해 최근 마련된 실외 교육장은 출입구 쪽을 제외한 세 방향의 벽을 여닫을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수용자들은 이곳에서 다양한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수행하며 자연과 함께 날카로운 언행을 부드럽게 가다듬는다.
천안교도소에는 법원의 보호감호 명령을 받은 피보호감호자들이 지내는 감호생활관도 존재하는데, 이 또한 전국 유일의 시설이다. 교도소 내에서 생활하지만 형기가 끝났기에, 피보호감호자들은 수용자와 차별화된 자율성을 보장받는다. 생활관 안에 마련된 작업장에서 근무하며 사회 복귀 시 필요한 기술과 밑천을 착실하게 마련하고 있는 이들은 희망의 끈을 강하게 부여잡으며 최선을 다하는 하루하루를 살아 나가고 있다.
수용 구분이 다양한 데다가 타 기관에서 보기 드문 시설과 처우를 두루 수행하다 보니, 천안교도소 직원들은 하나같이 바쁜 일상을 보낸다. 이런 와중에도 직원들의 단합력 증진과 휴식 여건 보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보안청사 내에 마련된 직원 카페 ‘타드슈’가 대표적 사례다. 이곳에서는 직원들에게 원두커피와 각종 간식류를 무료로 제공하는데, 덕분에 많은 직원들이 부서를 넘어서는 다각적 소통과 교류를 나누고 있다. 이러한 활동이 고스란히 천안교도소의 강력한 팀워크로 이어지고 있음은 물론이다.
천안교도소는 교도소 담장을 넘어선 교류와 공감대 형성에도 큰 힘을 쏟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교정 캐릭터 인형탈을 활용해 천안서북경찰서 및 시민들과 함께 음주운전 예방 캠페인을 전개했으며, 6월에는 마약 퇴치의 날에 맞춰 충남마약퇴치운동본부와 함께 마약 예방 캠페인을 펼쳤다. 지역 내 사회복지시설에 꾸준히 후원금을 전달하고 봉사활동을 진행 중이며, 부서별로 ‘1과 1가정’ 결연을 맺어 지역사회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 상반기 중앙통제실 현대화 사업, 1개 수용동 증축공사, 심리치료과 실외 교육장 설치 등을 통해 직원들의 업무 환경과 수용자들의 수용 환경을 한결 쾌적하게 만든 천안교도소는 올해 4분기에도 분주하게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옥상 방수를 위한 수용동 지붕공사, 수용동 에너지 효율 증대를 위한 외단열 공사, 전 수용동 스프링클러 설치 공사가 예정돼 있다. 천안교도소는 이외에도 추가적인 개선 소요를 꾸준히 파악, 수집해 교도소의 지속적 발전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각오를 분명히 했다. 천안교도소의 혁신적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