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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칼럼

4차 산업혁명 시대
‘첨단기술’과 ‘교정현장’의 만남

글 · 박경연 문화칼럼니스트

최근 영국에서는 증강 현실 기술이 교도관 근속률 향상을 위한 혁신적인 해결책으로 등장했다. 지난 2012년 로봇교도관 도입을 시도, 위험한 근무지나 반복적인 순찰 업무 등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 바 있다. 그러나 기계적 결함과 오작동 문제로 보류되고, 국내 교정현장은 여전히 인력부족 문제에 시달린다.
교정공무원 처우 개선 등 교정 환경의 개선이 기대되는 요즘, 첨단기술의 발전 또한 교정현장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인다.

영국, AR 기술로 교도관 근속률 향상

오랜 시간을 역사를 가진 인류는 다양한 소재를 이용하고 활용함으로써 생활의 편의성을 높여왔다. 원시시대 ‘불’은 삶의 형태를 ‘이동’에서 ‘정착’으로 바꿔 주었고, ‘증기기관’의 등장이 불러 온 1차 산업혁명은 농업 중심의 사회를 대량생산과 고속운송 기반의 산업중심 사회로 전환시켰다. 또 2차 산업혁명의 ‘전기’가 스위치 하나로 생산성을 끌어올린 후에는, 3차 산업혁명의 ‘컴퓨터’와 ‘인터넷’이 온갖 정보의 흐름을 가속화함으로써 인간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미래첨단기술이라 불리는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빅데이터 등을 이야기하는 4차 혁명시대를 살고 있다.
한편 지난 2020년 코로나19 바이러스 발발로 인한 최근의 팬데믹 사태는 우리 시대 비즈니스 모델과 산업 구조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실제로 ‘사회적 거리두기’는 ‘비대면 사회’로의 적응과 ‘디지털 전환’으로의 극복으로 이어졌는데, 이러한 현상은 비단 특정 산업군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교정기관, 교정산업에서도 예외 없다. 지난해 6월 한 온라인 매체는 ‘영국, AR(증강현실) 활용 교도관 근속률 높인다...실제 상황에 대한 가상경험 제공’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내보냈다. 해당 내용은 “앞으로 교도관 교육에 VR 기술을 활용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는 2022년에 교도관 7명 중 1명 이상(15%)이 퇴직한 데다, 교도관 10명 중 3명(29%)의 근무 기간은 3년이 채 안 됐다는 현실에 대한 조치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영국은 교도소 내 인력 부족을 교도관과 수감자들의 건강 및 안전 문제와 연결시켜 교도소의 업무, 교육 및 훈련이 붕괴되는 최악의 상황을 내다본 것이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영국은 증강 현실 기술이 교도소 내에서 실제 교대 근무를 경험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는 몰입도 높은 교육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교소의 레이아웃이 시스템에 매핑돼 있어 곧 일상적인 업무가 될 프로세스를 이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로봇교도관을 기다리며...

우리나라는 지난 2011년 로봇교도관 도입을 추진한 바 있다. 그 배경은 일선교정현장에서의 애로사항을 해소해보겠다는 취지였으나 가장 큰 문제점은 역시 교정현장에서 겪게 되는 ‘인력부족’에 있었다.
교도현장의 인력부족현상은 보안계열업무를 수행하는 근무현장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부족한 근무 인력을 메꾸기 위해 잦은 야근은 물론 다음 근무를 위한 재충전의 시간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게다가 관리해야 할 사동의 광범위한 규모로 인해 담당 교도관의 업무는 가중되고, 그로 인한 피로는 급격히 누적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러한 제반문제점들이 결국 교정현장의 근무 상 허점으로, 사고발생의 원인으로 공식화되기 마련인 것이다1).
여러 애로사항을 극복하고자 국내 교정현장에서는 그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것으로 보인다. 일명 ‘교정의 과학화’라는 우산 아래 무인감시시스템(CCTV와 센서망), 야간 로봇 순찰, 원격통합관제 등으로 교도관들의 고충을 일면 해결해 온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근무 현장의 교도관들은 여전히 진땀을 뺐던 것으로 전해진다. 게다가 수형자 행동 패턴을 분석, 자살·폭력·자해 등 이상 징후를 포착해 줄 것이라는 기대로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던 로봇교도관은 야간 순찰 시 소음 및 오작동 문제를 이유로 창고 신세인 것으로 알려졌다.2)
지난 2022년 ‘교정공무원 처우 개선을 위한 예산 확보’에 이어 지난해 10월 말 ‘교정공무원 처우 개선’이 기정사실화되는 등 교정 환경은 다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첨단기술의 발전이 사회 각 분야에 미치는 영향과 그 속도를 고려할 때, 교정 분야도 이러한 흐름에 걸맞게 변화해 가리라는 기대를 품어볼 수도 있다. 체계적인 시스템과 더 나은 기술 도입을 통해 교정현장에서도 인력부족 및 업무 효율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조만간 교도관들의 근무 환경 개선 소식을 기대해 본다. 1) 최진규, 「교정보조서비스로봇 소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형사정책연구, 2012.
2) 박보희, 세계 첫 ‘로봇 교도관’…왜 잠자고 있을까, 머니투데이, 2016.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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