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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 이야기

교정과 사람들

수용자 간 범죄 정보 공유, 반복되는 재범, 끝내 끊지 못한 중독. 교정시설 안에서 벌어지는 마약사범 문제는 단순히 ‘수용’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마약사범이 해마다 급증하는 가운데 부산교도소는 조금 다른 길을 택했다. 맞춤형 치료와 상담, 출소 이후까지 이어지는 회복의 흐름을 따라 부산교도소에서는 지금 ‘회복 중심의 교정’ 실험이 한창이다.

  • 글 서선미
  • 사진 홍승진

맞춤형 심리치료 및 중독재활로
‘회복 중심 교정’의 새길을 열다 부산교도소 심리치료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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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에서 ‘회복’으로의 도전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2024년까지 마약사범은 85% 이상 급증했다. 수용공간은 더 좁아졌고, 수용자 간 범죄 수법 공유 등 2차 문제도 끊이지 않는다. 이에 부산교도소는 일찌기 수용동 내에 상담실 2곳과 전담 교육실을 신설, 치료 중심의 수용 환경을 구축했다.
현재 마약사범을 위한 전문 수용동을 운영하는 곳은 전국에서 부산교도소가 유일하다. 전문 수용동에서는 전국 54개 교도소에서 선발돼 온 50여 명의 수용자들에게 전담 교육과 심리치료를 진행한다. 따라서 이곳은 단순한 처벌 공간이 아니며, 오히려 중독으로부터의 회복과 재범 방지를 위한 ‘맞춤형 교정’이 시작되는 상징적 장소라 할 수 있다. 출소 후에도 그 회복의 흐름이 이어지도록 마약퇴치운동본부, 국립부곡병원, 사회적협동조합 리본하우스 등과의 협업도 강화한다.1) 이러한 변화의 최전선에 바로 부산교도소 보안과 소속의 심리치료팀이 있다.
부산교도소 심리치료팀은 단순히 정서적 안정만을 도모하는 조직이 아니다. 이들은 수용자의 심리적 치유와 정신 건강 증진을 통해 재범 가능성을 낮추고, 궁극적으로는 사회에 건강하게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최근에는 마약·성폭력·알코올 등 중독이나 특정 문제를 가진 수용자들이 증가하는 가운데, 이들을 단순히 격리하고 처벌하는 방식만으로는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교정시설 내에서 심리치료의 중요성 점점 더 커지고 있으며, 이에 부산교도소는 심리치료팀을 두고 체계적인 심리상담과 교육 프로그램으로 그 회복의 과정을 함께하고 있다. 맞춤형 치료와 상담, 출소 이후까지 이어지는 회복의 단계를 설정함으로써 단순한 처벌을 넘어서는 ‘회복 중심의 교정 실현’에 집중하는 것이다.

1) https://tv.naver.com/v/76416179

변화를 이끄는 치유의 힘

부산교도소 심리치료팀은 팀장 포함 9명으로 구성되며, 그중 6명이 정신건강임상심리사, 임상심리사, 사회복지사, 생애위기상담사 등 전문 자격을 갖춘 상담 전문가들이라고 한다. 이들은 수용자의 삶에 깊이 다가가 상처를 보듬고, 다시 사회로 나아갈 힘을 찾도록 돕기에 여념이 없다.
상담 역시 단발성 대화에 그치지 않고, 수용 기간 내내 지속적이고 일관된 개입이 가능하도록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로써 정서적 안정은 물론, 왜곡된 생각과 행동의 변화를 유도하면서 출소 후에 더 필요한 ‘내적인 힘’과 ‘사회 적응 능력’을 길러주려는 것이다. 때문에 심리치료팀은 단순한 ‘치료자’를 넘어, 수용자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변화의 동기를 얻도록 돕는다. 결과적으로 제한된 공간 속에서도 인간의 가능성을 믿고 ‘회복 촉진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하는 이들의 노력은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든든한 기반이 된다. 따라서 재범 방지와 성공적 사회복귀라는 목표 아래 다양한 심리치료 과정을 운영하는 부산교도소 심리치료팀은 수용자의 내면 변화를 정밀하게 지원하는, 오늘날 교정행정의 든든한 심장부라고 할 수 있다. 주로 성폭력사범을 위한 심리치료, 마약·알코올 사범의 중독재활치료, 규율 위반자를 위한 교정교육, 우울증에 특화된 치료, 그리고 인지 재구조화를 위한 메타인지 프로그램 등을 진행한다.

마약사범 회복의 장(場), 중독재활수용동

전국 교정기관 중 유일하게 ‘중독재활수용동’을 운영하는 부산교도소는 마약류 전담 교정시설로서 독보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마약사범이 집중 수용된 이곳에서 심리치료팀은 입소부터 출소까지 끊김없는 재활교육과 심리상담을 제공, 부정적 정보 교류와 재범 가능성에 대한 원천적 차단을 위해 노력한다. 동기강화 상담, 자조모임 훈련, NA 12단계 교육, 개인 심리상담, 치유농업 등 다각도의 회복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이 모든 프로그램의 핵심은 단순히 중독의 뿌리를 들여다보며 수용자 스스로 삶의 변화를 선택하도록 돕기 위함이라고 한다. 특히 치유농업과 같은 프로그램은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마음을 안정시키는 동시에 공동체 생활의 긍정적 경험을 쌓는 데 효과적이다.
그런가 하면 ‘회복이음과정’도 눈에 띈다. 이는 재활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프로그램으로, 수료 후에도 지역사회에서 자조모임 참여와 단약 유지를 돕는 사후관리 체계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마약퇴치운동본부, 치료재활공동체, 지역 의료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출소 이후에도 회복과 사회복귀를 지원하는 이러한 체계는 교정행정의 모범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이처럼 부산교도소의 중독재활수용동은 단순한 처벌 공간을 넘어, 회복과 성장이 공존하는 교정의 미래를 실현하는 상징과도 같다. 제한된 담장 안에서 다시 삶의 주인으로 서려는 이들에게, 이곳은 단절이 아닌 회복의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폐쇄 공간에서 피어나는 회복의 마음

교도소라는 폐쇄적이고 규율 중심의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심리상담은 일반 상담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일반 상담이 내담자의 자발적 동기와 고통 완화를 기반으로 한다면, 교정 상담은 요청 동기, 목적, 접근 방식 모두에서 차이를 보인다.
우선 ‘이차적 이득’ 개념으로 교정 상담의 특수성을 설명할 수 있다. 일반 상담은 정서적 어려움 해소를 목표로 하지만, 교정 상담에서는 처우 개선, 상담실 이동, 타 수용자와의 분리 등 현실적 이득을 노린 요청이 많다. 따라서 상담자에게는 내담자의 진정성과 심리적 어려움에 대한 세심히 평가 능력이 요구된다.
또한 예방적 목적도 두드러진 특징이다. 교정 상담은 수용자가 고통을 호소하지 않아도 자살 등 사고 예방을 위해 의무적·선제적으로 진행된다. 이때 상담자는 주도권을 갖고 심리적 위험을 조기에 발견하고 개입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 교정 상담은 치유를 넘어 교육과 교정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대부분의 수용자는 반복된 비행과 어려운 성장 배경으로 인해 감정조절이나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는다. 때문에 교정 기관 내 상담자는 수용자들에게 감정 관리, 건강한 관계 형성, 문제 해결 전략 등을 교육하며 일상 속에서의 안정된 변화를 도울 수 있어야 한다. 교정 상담은 단순한 치유를 넘어 재사회화와 수용 질서 안정까지 아우르는 구조적이고 목적 지향적인 접근이다. 이러한 연유로 부산교도소 심리치료팀은 전문 상담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수용자의 회복과 교정의 긍정적 변화를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mini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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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성 보안과장 부산교도소의 심리치료팀은 이곳의 프로그램이 출소 이후까지 이어지는 선순환의 시작점이 되기를 바랍니다. 심리치료의 효용이 교도소라는 한정된 공간에서만 끝나서는 안 되기 때문이에요.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강화해 나가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죠. 상담 인력풀은 물론 외부 치료기관, 자조모임 등 다양한 회복 자원을 체계화해 수용자에게 안내하고, 출소 후에도 도움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심리치료팀은 내부 프로그램이 단순 상담을 넘어 삶을 변화시키고, 더 나아가 건강한 사회복귀로 귀결될 수 있도록 늘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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