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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 이야기

교정기관

부산교도소의 공식 개청은 1947년이다. 교정공무원들 사이에서 ‘근무가 힘든 기관’으로 기억되는 이곳. 부산교도소는 그만큼 한국 교정행정의 굴곡과 맞닿아 ‘곡절이 많은’ 현장이기도 하다.

  • 글 서선미
  • 사진 홍승진

곡절의 시간 위에 싹튼 변화의 씨앗
‘새로운 시작’을 향한 힘찬 발돋움 부산교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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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농장에서 부산교도소로, 78년의 서사

부산교도소의 곡절은 일제강점기 전시 동원 체제 아래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침략전쟁이 한창이던 1940년대, 일본은 부산교도소 재소자들을 전쟁 수행의 인력 자원으로 활용했다. 당시 국가총동원령에 따라 400여 명의 재소자들은 ‘보국대’라는 이름으로 김해비행장(현 김해국제공항) 정비와 군수 물자 생산 등 각종 노역에 동원됐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이들이 머물며 생활할 공간이 필요했는데, 이것이 자연스레 부산교도소의 부지를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1947년에는 미군정 산하 신한공사와 약 3만 6,000평 규모의 토지 임대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부산형무소 김해농장’이 공식 출범했으며, 1963년 대통령령 제1476호 「교도소 직제」에 따라 김해교도소 신설이 확정되면서 독립 교정시설로의 전환 계획이 본격 추진됐다. 초기 예정지는 경남 김해시 어방동이었으나, 1966년 대통령령 제2698호에 따라 대저면으로 변경됐다고 한다. 그리고 5년 뒤인 1971년 3월 25일, 현재의 자리에 ‘김해교도소’가 개청하며 드디어 독립 교정시설로서의 새로운 역사를 열었다는 것이 『부산교도소 50년사』의 내용이다.1) 이후 1978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김해군 대저읍이 부산으로 편입되었고, 1987년 김해교도소라는 이름은 마침내 부산교도소로 개칭되기 이른다.
현재 부산교도소는 약 4만 평 부지에 12개의 수용동, 18개의 작업장, 8개의 운영지원 시설, 2개의 직업훈련장, 4개의 교육실, 대강당, 의무교도대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곡절을 겪는 동안 이름이 바뀌고 시대도 변했지만, 이 공간에 축적된 시간과 경험은 교정행정의 현장 속에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1) https://www.yna.co.kr/view/AKR2021070206730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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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사랑캠프 등 교정의 새로운 기준 제시

교정의 목적은 단순한 수용을 넘어선다. 부산교도소는 일찍부터 재범 방지와 성공적인 사회복귀를 위해 다양한 교화·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지금은 전국 교정 기관으로 확장된 ‘가족사랑캠프’다. 이는 부산교도소에서 시범실시된 후 전국 교정 기관으로 확산된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현재 사회복귀과 주관으로 23개 단체와 협력하는 부산교도소에서는 약 300명의 수용자들이 신부, 목사, 교정위원 등과 유대 관계를 맺고 종교 상담과 교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1991년에는 이발기능사와 양복기능사 과정을 중심으로 직업훈련을 시작했고, 최근에는 마약·성폭력·알코올 등 특정 사범을 위한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강화했다. 여기에 허그일자리지원, 취업 및 창업지원 프로그램 등을 더해 출소 후 자립 가능성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
교도작업 또한 변화를 거듭해 가고 있다. 2015년 신설한 ‘희망CNC작업장’은 단순 노역을 넘어 고급 기술 습득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 이듬해에는 교정기관 최초로 ISO9001(국제 품질경영시스템) 인증을 취득했고, 현재는 군수품 부품인 볼트, 너트, 샤프트 등을 생산하며 CNC(Computerized Numerical Control) 전문 인력 양성에도 힘쓴다.
수용자 처우도 전문화했다. 집중인성교육 심화과정 전담 교정시설로 지정·운영돼 온 부산교도소는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마약범죄 대응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전국 교정기관 중 최초로 마약사범을 위한 중독재활수용동을 설치했으며, 이를 위해 별도의 상담실 2곳과 전담 교육실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중독재활과 회복을 위한 전문적인 지원을 지속해 가는 중이다.

지역과 함께 엮어낸 회복의 고리

부산교도소의 교정행정은 지역사회와의 연대 속에서 더욱 체계화돼 왔다. 부산교도소는 일찍이 수용자의 재활과 사회복귀를 위한 지원이 출소 이후에도 이어지도록 중독재활 전문기관인 리본하우스와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마약퇴치운동본부·국립부곡병원 등과 구축한 협력체계 또한 탄탄하다. 회복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이러한 시스템은 개인의 변화를 넘어 지역사회와의 재접속까지 아우르는, 교정의 역할 확장을 위한 핵심 기반이 된다.
부산교도소의 ‘함께하는 교정’은 지역사회 봉사를 통해서도 실현된다. 지난 2005년부터 중리이구마을과 자매결연을 맺고 명절마다 독거노인에게 쌀과 생필품을 지원하고 있으며, 분기별로 어려운 이웃 4가정을 정기 방문해 생활 상담 및 지원을 이어간다. 또 2012년에는 관내 낙동중학교와 장학사업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부산교도소 직원들은 매년 자발적 성금을 모아, 학업 성적이 우수하지만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교정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지역 안전망 구축에도 적극적이다. 2024년 2월에는 도주사고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을 위해 부산개인택시운송조합과 업무협약을 맺음으로써 실시간 정보 공유 체계를 마련했다. 물론 마약사범의 재활을 위해 리본하우스와의 협력을 한층 더 강화함으로써 지역 내 중독재활 자원과의 연계망을 보다 촘촘히 구축하기도 했다.
부산교도소의 이러한 노력은 교정행정이 단순한 수용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과, 지역사회와 협력을 통한 ‘사회 안전망의 확장’임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전문성과 열정으로 미래를 세우다

부산교도소 교정행정의 최전선에는 360여 명의 직원들이 있다. 부산교도소에서는 총무과, 보안과, 분류심사과, 직업훈련과, 사회복귀과, 복지과, 의료과 등 7개 과가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기관 운영을 책임진다.
고강도의 업무가 일상인 만큼 부산교도소는 직원들의 사기 진작과 조직 유대감 형성에 힘쓴다. 약 300명의 직원들이 축구·야구·골프 등 17개 동호회를 통해 여가를 즐기며 스트레스 관리도 하고 있는데, 특별히 지난해에는 법무부 장관기 야구대회와 탁구대회에서 잇따라 준우승하는 쾌거를 이뤘다.
복지와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서도 꾸준히 노력한다. 1인실 침실 리모델링, 안마의자가 비치된 휴게실, 야외 테라스, 보안과 전용 휴게공간(Tee&Talk)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마련함으로써 쾌적한 근무 여건 조성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부산교도소가 풀어가야 할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한다. 5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시설 곳곳이 노후됨에 따라, 법무부와 부산광역시는 2023년 11월 ‘부산교정시설 입지선정위원회’를 통해 강서구 대저동 일대에 구치소·교도소·보호관찰소 등 법무시설의 통합 이전을 권고했다. 다만 부산교도소 직원들은 오늘도 한결같은 책임감으로 현재의 공간을 지켜내고 있으며, 지역 주민들 역시 별다른 반대 없이 이 논의를 지켜보고 있다고 한다. 이는 부산교도소가 오랜 시간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신뢰를 쌓아온 덕분이다.
결국 재범 방지와 사회복귀를 위한 지원, 그리고 교정공무원으로서의 전문성과 헌신, 이 모든 노력으로 부산교도소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교정’을 구현하고 있었다. 부산교도소는 이렇듯 울타리 안팎 모두의 안전과 회복을 위해 오늘도 묵묵히 그 길을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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