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과 사람들
‘교정’의 진정한 의미가 사람의 삶을 다시 세우는 일이라면, 교정 기관의 ‘임무완료’는 출소 이후에도 흔들림 없이 자신의 삶을 지켜내는 ‘일상’ 가운데 있을 것이다. 이에 군산교도소 직업훈련과는 기술 교육을 통해 그 복귀의 길을 ‘정착’으로 확장하고자 한다. 특히 전국 교정시설의 장애인 수용자를 대상으로 장애인 재활훈련과정을 운영하는데, 이 과정에서 군산교도소의 장애인 수용자들은 기술이 아닌,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 나간다.
군산교도소는 지난 2003년, 국내 최초로 장애인 수용자만을 위한 전문 직업훈련시설인 ‘재활직업훈련관’을 설치했다. 직업훈련과가 총괄하는 이곳은 단순히 기술만 가르치는 공간이 아닌,
장애를 가진 이들이 교도소 내에서도 존엄한 삶을 유지하며 사회복귀를 준비할 수 있도록 설계된 시설이다. 휠체어 접근이 가능한 거실과 엘리베이터, 전용 욕실 등 편의시설을 갖춘 생활공간은
물론, 제과제빵·한식조리·보석가공·귀금속공예 등 4개 직종의 실습장이 들어서 있다.
재활직업훈련관에서는 전국에서 선발된 경증 장애인 수형자들이 6개월에서 1년간 훈련을 받으며, 단순 기능 습득을 넘어 스스로의 적성과 진로를 탐색해 간다. 보석가공·제빵·한식조리 분야에서는
기능사 자격증 취득자가 매년 꾸준히 배출되고 있는데, 지난 2022년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서는 금메달 수상자가 나오기도 했다. 이로써 교정시설 내 직업훈련이 단지 ‘시간 보내기’가
아닌, 현실적인 사회복귀 수단이 될 수 있음을 톡톡히 보여줬다.
장애인 수용자들은 이 공간에서 기술만 배우는 것이 아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 “가치 있다”는 자존감,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함께 익힌다. 군산교도소 직업훈련과는 이처럼
출소 후 삶을 이어갈 수 있는 ‘도구’와 ‘의지’를 동시에 길러주는 재활 플랫폼으로 기능하면서 교정의 공공성과 인간 존엄 실현이라는 두 축을 조화롭게 구현해 내고 있다.
물론 군산교도소는 장애인 수용자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따라서 군산교도소 직업훈련과에서는 일반 수용자들을 위한 프로그램 역시 체계적으로 운영되며, 이에 직원들은 모든 수형자의 ‘출소
이후’를 함께 고민한다.
현재 운영 중인 훈련과정은 자동차 정비, 건축 목공 등 실생활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기술 중심의 실습 교육이다. 기술 습득으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출소 이후 자립할 수 있는 생계
기반 마련이라는 현실적 필요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교육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교정은 변화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신념 또한 각 훈련 과정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특히 중장비 자격증 취득을 희망하는 수용자들을 위해 군산교도소는 지난 2023년부터 지역 내
중장비학원과 손을 잡고 훈련 기반을 마련해 왔다. 이는 교도소 안에서 쌓은 기초 훈련이 지역 전문 교육기관의 실무 중심 교육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지원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이다. 수용자
입장에서는 교정시설 내 교육을 통해 쌓은 역량을 실제 노동시장에 효과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현실적 진로 설계가 가능해진다.
이뿐만이 아니다. 군산교도소 직업훈련과는 그간 출소를 앞둔 수용자들이 사회와의 접점을 원활하게 회복할 수 있도록 지역 기업인들과 협력 체계를 구축해 왔다. 반기마다 열리는 ‘취업지원
협의회’에서는 각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이 직접 참여해 수용자 개개인의 적성과 이력을 확인한 후 맞춤형 취업 정보와 조언을 제공한다. 이 같은 실천은 단순히 형 집행 종료만으로 교정의 책임이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결국 군산교도소의 직업훈련은 단순한 직무 교육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을 다시 설계하는 과정에 가깝다.
이렇듯 군산교도소의 직업훈련과는 교도소를 나선 이후에도 흔들림 없이 자신의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교정’의 진정한 의미를 삶의 전환점으로 구현하고 있다. 교정은 ‘끝’이 아니라, 그
이후를 위한 든든한 ‘시작’이라는 믿음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군산교도소 직업훈련과에서는 과장을 포함한 총 14명의 직원이 수용자들의 내일을 준비한다. 이들의 회계, 서무, 작업장 운영, 취업 연계, 훈련 지도 등 각기 다른 역할은 모두
수용자들이 건강한 사회인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실질적인 기반을 마련하는 데 집중돼 있다.
각 직종별 실습과 이론 교육을 담당하는 직업훈련 교사들은 때로 복수의 직종을 아우르며, 교육의 깊이와 폭을 함께 책임진다. 기능사 자격증 취득은 물론, 전국기능경기대회 출전까지 이끄는
이들의 지도는 단순한 기술 전수가 아니라, 자존감 회복과 정서적 돌봄의 역할을 함께 수행하는 ‘따듯한 동행’이다.
운영 전반을 뒷받침하는 회계·서무 담당자들은 예산 편성, 문서 관리, 물품 조달 등 행정의 실무를 세심하게 챙기며 프로그램의 안정적 운영을 이끈다. 민간업체와 협력하는 위탁작업장
담당자들은 수형자의 외부 작업 참여에 따른 출퇴근 관리, 보안 절차까지 철저하게 수행하며, ‘기술’과 ‘안전’이라는 교정 직업훈련의 두 축을 견고히 지탱한다. 외부 인력과의 협업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교정시설의 특수성과 훈련 목적을 이해시키며 현실적인 교육 여건을 만들어가는 일 역시 이들의 몫이다.
아울러, 수용자 개개인이 자신의 진로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도 내실 있게 운영 중이다. 이력서 작성과 모의 면접, 자기소개서 클리닉은 물론, 실제 취업까지 연결되는
‘허그일자리 지원 프로그램’이 매월 진행되고 있다. 법무보호복지공단과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기업 정보와 인적 네트워크를 제공하며, 단기 취업이 아닌 ‘지속 가능한 사회 정착’이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말하자면 군산교도소 직업훈련과는 단순한 행정 조직이 아니다. 이곳의 구성원들은 교육자이자 조력자이며, 때로는 수용자의 인생 방향키를 함께 쥐는 ‘인생 코디네이터’이기도 하다. 기술을
전하는 손끝, 실습장을 정비하는 발걸음, 출소 이후를 그려보는 대화 하나하나에 이들의 사명감은 조용히, 그러나 깊이 새겨져 있다.
김창환 과장 군산교도소에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장애인 수용자를 위한 재활직업훈련관을 운영하고 있어요. 기능경기대회에서 우수한 성과를 내고 다양한 직종의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자립의 기반을 다져가는 모습을 볼 때면 직업훈련과 과장으로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봉제공장도 수용자와 직원이 협업해 매년 뛰어난 경영 성과를 내는 핵심 작업장 중 하나죠. 구성원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힘을 모은 덕분에 매년 우수한 평가를 받게 되는 것 같아요. 업무의 강도는 높지만, 그래서 더욱 ‘출근하고 싶은’ 분위기를 만드는 일이 제게 주어진 가장 큰 숙제인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