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기관
군산은 일제강점기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지역이다. 근대화에 앞장섰지만, 일제의 필요에 의한 것이었기에 기억은 영광보다 상처에 가깝다. 그럼에도 군산은 그 아픈 흔적을 지우지 않고 ‘곱씹고 소화하며 잇는’ 방식으로 오늘을 살아낸다.
군산교도소 역시 동일한 마음으로, 고요하되 단단한 걸음으로 교정의 뜻을 지켜가고 있다.
“여럿인 가운데 될수록 하나인 것을 찾아보자는 마음, 변하는 가운데 될수록 변하지 않는 것을 찾아보자는 마음, 정신이 어지러운 가운데 무슨 차례를 찾아보자는 마음, 하나를 찾아보자는 마음, 그것이 뜻이라는 것이다. … 그것이 역사를 앎이요, 역사를 봄이다.”1)
이 ‘뜻’을 좇는 마음이야말로, 군산교도소라는 공간을 관통해 흐르는 정신이 아닐까. 정문 안으로 세워진 개청 100주년 기념비를 마주하니, 세월의 흔적은 물론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다짐까지도 고요히 다가오는 듯했다.
군산교도소는 1910년 7월 1일, 광주감옥 군산분감으로 개청하며 형 집행 사무를 시작했다. 1920년대부터 꾸준히 확장된 시설은 1930년대 중반 본격적인 행형 기능을 갖추게 됐고, 1946년 3월 28일에는 군산형무소로 승격되어 15년간 운영됐다. 이후 현재 ‘군산교도소’라는 명칭은 1988년 11월 27일 부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 공간이 품은 시간의 무게는 우리로 하여금 그 가운데 지켜져 온 가치들을 다시금 들여다보게 한다.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군산교도소는 단지 법 집행의 현장으로만 머물러 있지 않았다. 시대와 제도가 바뀌는 흐름 속에서도 ‘변화를 향한 믿음, 함께 만들어가는 국민안전’이라는 교정지표를 붙잡고, 끊임없이 그 방향을 되물으며 실천해 왔다.
특별히 군산교도소는 일제강점기, 전라북도 의병들이 항거하다 고초를 겪었던 역사적 현장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그 격동의 시간 속에서 수많은 이들이 지켜낸 뜻과 희생은 오늘날에도 깊은 울림을 전한다. 그리고 이는 군산교도소의 정체성과 직원들의 사명감을 바탕으로 깊이 뿌리내려, 현재의 교정 철학과 실천으로 발현되고 있다.
1) 함석헌, 『뜻으로 본 한국 역사』, 한길사, p.45~46.
월명산 중턱의 나무 울타리 감옥 시절부터 현재 옥구읍 옥정리에 이르기까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점진적으로 변모해 온 군산교도소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공공성의 공간이기도 하다. 본연의 역할인 형 집행뿐 아니라, ‘담장 안팎’을 잇는 이웃으로서의 존재감 역시 단단하고 뚜렷하다. 옥정골 보라미봉사단 활동, 무의탁 노인 지원, 인근 초등학교 장학금 전달, 불우수용자 돕기 콘서트 등 다양한 실천은 교정시설이 단지 ‘수용’의 공간을 넘어 ‘동행’의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군산교도소의 이러한 철학은 교정행정의 방향뿐 아니라 수용 환경의 구성과 운영 방식에도 오롯이 반영돼 있다. 일부 수용거실에는 전자영상상비를 설치해 보다 안정적인 환경을 조성했고, 대체복무팀 운영을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종교적 자유를 보장하는 국가 정책에 적극 참여하며 인권과 제도의 균형을 모색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특히 2013년 11월 신설된 심리치료과를 통해서는 성폭력 사범 수용자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 심리치료를 제공한다. 심리치료과는 전국적으로 소수 시설에만 설치되어 있는 전문부서로 심리검사실·교육실·상담실 등을 갖추고 있으며, 임상심리사 3명을 포함한 총 8명의 전담 교도관이 수용자의 재범 유발 원인을 면밀하게 분석한다.
재범 위험이 높은 상황에서도 성범죄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처 능력과 자제력을 기를 수 있는 맞춤형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이는 안정적인 수용 생활 이상의, 출소 이후까지 내다본 예방적 조치이자 교정의 실질적 성과를 위한 기반이기도 하다. 즉 수용자 개인의 내면 회복과 재범 방지를 함께 지향함으로써, 보다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사회복귀의 길을 모색하는 교정의 뜻이라 할 수 있다.
군산교도소는 또한 수용자의 경제적 자립과 사회복귀를 위한 직업훈련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특히 주목할 점은 2003년 신축된 ‘장애인 재활직업훈련관’을 통해 전국 유일의 장애인 수용자 대상 직업훈련과정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제빵·한식조리, 귀금속 및 보석가공 기능사 등 총 4개 분야에서 이뤄지는 해당 프로그램은 단순한 기능 습득을 넘어 장애인 수용자의 자립 역량을 키우고자 하는 교정의 깊은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곧 장애라는 이중의 장벽을 지닌 수용자에게 ‘가능성’이라는 이름의 출구를 제공하는 또 다른 교정의 실천인 것이다.
군산교도소에서는 정진우 소장을 중심으로 278명의 전 직원이 하나 된 마음으로 교정 본연의 책무를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이들은 교정공무원으로서의 자부심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수용자들의 교정·교화와 원활한 사회복귀는 물론, 교정시설 내 사고 예방과 질서 유지에 이르기까지 매 순간 최선을 다한다.
직원들 간의 끈끈한 유대감도 눈에 띈다. 실제로 서로를 형·동생으로 부르며 기쁜 일엔 함께 웃고 힘든 일은 함께 견디는 조직문화는 단순한 동료 관계를 넘어선 신뢰를 바탕으로 한 공동체 의식과 사람 중심의 가치를 대변한다. 이러한 분위기는 근무 중에도 자연스럽게 이어져, 협업의 효율은 물론 현장의 긴장과 스트레스를 함께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교도소’라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 이처럼 따뜻하고 인간적인 팀워크가 자리 잡았다는 점은 매우 특별하다. 군산교도소는 여기에 더해, 심리치유실과 1인 1실 비상대기 숙소를 마련하는 등 직원 복지 향상을 위한 제도적 노력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이는 직원 개개인이 교정공무원으로서의 사명감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기반이자, 교정행정의 지속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토대이기도 하다.
군산교도소는 담장을 넘어 지역사회와 조화롭게 어우러지기 위한 노력에도 꾸준히 힘을 쏟고 있다. 특히 교정위원과 직원들이 지역 복지시설을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환경정화 활동이나 지역 행사 지원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은 ‘공공기관’ 그 이상의 역할로 나타난다. 즉 단순한 외연 확장을 넘어서, 교정이 공동체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기능할 수 있을지를 모색하는 지속적 실천인 것이다.
이러한 행보는 교정과 사회의 접점을 넓히는 다양한 실천으로 확대되기 마련이다. 이를테면 가석방 예정 수용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보라미봉사단 활동은 사회와의 연결고리를 확보함으로써 미리 회복의 시간을 가져볼 것을 제안한다. 이는 교화의 의미를 사회적 신뢰의 회복으로 전환해 보는 실험인 한편, 지역주민에게는 수용자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이처럼 군산교도소는 교정의 본질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이를 둘러싼 환경과의 상생을 모색하며 ‘사람과 사회를 이어주는 다리’로서의 역할을 착실히 수행하고 있다. 100년이라는 시간 위에 쌓아 올린 군산교도소의 이 같은 가치 지향은, 교정이 나아가야 할 미래의 중요한 좌표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