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창
얼마 전 조선일보(2025. 3. 11.)에는 ‘교도소 수용률 한국 125%, 미국 86%, 일본 47%’ 라는 기사가 게재되었다. 그 기사에서는 세계 224개국의 교정통계를 수집한
데이터베이스 ‘월드 프리즌 브리프(이하 WPB)’를 근거로 들어, 최근 5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8국에 대한 정보를 제시하였다. 교정시설 수용률이 가장 높은 나라는
이스라엘로 2023년 말 기준, 136.2%이고, 프랑스, 슬로베니아, 콜롬비아에 이어, 우리나라는 5위인 125.3%(2024년 말 기준)라고 보도했다. 반면 일본의 경우 2023년 말
기준 47.3%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았다.
2006년 말 일본 교정기관의 수용률이 102.4%(수용인원 81,255명)까지 치솟았던 것을 감안하면, 이를 괄목할 만한 성과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데이터 기반의 예측과 의사결정을 필요로 하는 교정정보빅데이터팀의 업무 담당자로서 급격한 수용률 감소의 배경을 면밀히 들여다본다면 우리의 교정정책에도 참고할 만한 점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통계를 제시한 기관은 신뢰할 만한 곳일까? WPB(prisonstudies.org)는 전 세계 교정기관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데이터베이스로, 런던대학교 버크벡 칼리지 산하의 범죄 및 사법 정책 연구소(Institute for Crime & Justice Policy Research, ICPR)가 운영한다. 여기의 운영진은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의 공식자료를 매월 갱신하여 게시하고 있다. 이 중 Highest to Lowest-occupancy Level(수용밀도 순위)에서 제시한 209개국을 수용률 상위부터 내려가 보면 일본이 205위이고, 우리나라는 96위로 중위권임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다른 공신력 있는 출처인 일본정부통계 e-stat 교정통계에서도 2023년 기준 일평균 수용인원 40,853명으로, 수용정원 85,029명의 48% 수준임을 나타내고 있어, 위 통계의 정확성을 뒷받침한다.
그렇다면 일본은 어떻게 낮은 수용률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일까? 그 해답은 일본의 형사사법 절차와 정책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일본의 범죄혐의에 대한 송치단계에서는 미죄처분(微罪處分) 즉,
경미한 절도, 재물손괴, 폭행, 도로교통법, 풍속범죄 등에 대해서는 검찰 송치 없이 자체 종결하고 있는데 여기에 속하는 범죄가 매년 5만 건에 이른다.1)
또한, 일본은 검찰 기소단계에서도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일본의 형사재판 무죄율은 2023년 기준 0.17%(일본 사법통계연보)로 매우 낮은데 이는 검찰이 유죄가능성이 높은 사건에
대해서만 엄격히 기소하는 보수적 사법관행이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재판인원이 감소하면서 수용인원도 감소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 밖에도 폭력이나 협박과 같이 명백하게 형사법상의 문제가 개입하지 않는 한 개인간의 채무관계나 부동산 거래에 대해서는 민사사건에 형사기관이 개입하지 않는다는 ‘민사의 형사불개입 원칙’도
교정시설의 수용률을 낮추는 효과로 작용한다.2)
일본의 범죄건수는 2023년 기준 총 703,335건으로, 이를 인구 10만 명당으로 환산하면 약 560건 수준이다(일본 법무성 범죄백서). 한편,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경우
1,520,200건으로 인구 10만 명당 3,121건에 이른다(통계청 e-나라지표). 이 기준에 따르면 인구대비 범죄발생률이 일본보다 약 6배가량 높다는 것을 보여주며, 이렇게 현격한
차이가 수용률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1) 일본 법무성 범죄백서(2024년판)의 2023년 미죄처분인원은 48,299명(전체 검거 대비 약 28%)
2) 「민사의 형사화 현상의 진단과 대응방안」 (한국 형사·법무정책연구원, 강석구 등 6명, 2023)
우리나라 노역장 유치자의 입소는 교도소와 구치소 등 교정시설의 과밀화와 교정업무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3) 2023년 말 기준으로 노역 종료자는 12,930명에
달하며, 이는 전 출소 인원의 26.6%이다.
이에 반해, 같은 해 일본에서 노역장에 유치 집행된 인원은 861명(일본 검찰 통계연보)이고, 노역 종료자는 386명으로 우리와 큰 차이를 보인다.
이처럼 일본의 노역집행인원이 현저하게 적은 이유는 벌금집행제도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일본은 벌금이 확정되면, 곧바로 벌금 납부를 독촉하고, 불응 시 강제집행을 신속하게 진행한다.
또한, 기한 내에 벌금을 미납하면 검찰이 채무자 재산을 압류하는 등 민사집행법상의 절차를 적극적으로 시행한다. 실무적으로는 벌금을 낼 수 없는 경우에 검찰청의 징수 담당자를 통해 이를
분납하거나 유예할 수도 있다. 이처럼, 탄력적인 벌금집행으로 인해 실제 노역집행으로까지 가는 경우가 현저하게 줄어든다.4)
또한,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송치와 기소건수가 적기 때문에 벌금에 이르는 사례도 그만큼 감소하는 데다, 사회·경제적 취약대상자는 벌금형에서 제외되기도 한다.
이 밖에 2018년 형법 개정을 통해 도입된 ‘형의 일부집행유예’를 통해서 일정 요건을 갖춘 초범의 경우에는 일부 형기만 교정기관에 수용하고, 남은 기간은 보호관찰 등을 조건으로 집행유예
하고 있다. 2023년도에만 743명이 이 제도를 통해 석방되었다.
3) 「교정시설 과밀수용방지를 위한 정책적·법적 대책」 (신용해, 경인문화사, 2025)
4) https://www.kensatsu.go.jp(일본 검찰청 홈페이지 참조)
일본은 과밀수용 해소를 위한 대표적인 출구전략인 가석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2010년 49.1%이던 가석방자 비율은 코로나 시기인 2021년에 60%를 돌파한 후, 2023년에는
63.5%까지 기록하였다(일본 법무성 범죄백서, 가석방 출소자/형기종료자+가석방 출소자로 재합산한 수치임). 같은 기간 우리나라가 36%인 것과 대비된다.
이렇게 높은 가석방자 비율을 설명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첫 번째, 정부의 재범방지 대책에 가석방을 명시적인 수단으로 편입한 데에 있다. 일본은 2016년에 재범방지법을 제정하고 재범방지
추진계획을 수립한 후 ‘가석방자는 재복역률이 낮다’는 통계적인 사실에 근거하여 재범방지 대책안에 가석방 확대를 명시하였으며, 결과적으로 가석방이 출소자의 재범위험을 낮추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인식되면서 지속적인 확대를 견인했다.5)
두 번째, 낮은 사회적 저항감을 들 수 있다. 일본에서는 가석방이 교정행정의 한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이해되어 왔으며, 가석방 심사 전체가 비공개 사항이기 때문에 ‘공적 수용성(Public
Acceptability)’에 있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고, 가석방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표면화되지 않으면서 가석방제도의 확대를 촉진시켰다.6)
세 번째로는 지역사회의 인프라 확충을 들 수 있다. 민간 갱생보호시설(halfway house) 등 가석방자의 사회복귀를 돕는 지역사회 인프라를 보충하면서, 민간 및 지역사회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데 최근 통계를 보면 가석방자의 약 30%가량이 민간 갱생시설에 입소할 정도로 지원체계가 활발하게 유지되고 있다(법무성 법무백서).
2019년에 일본에서 출소한 가석방자의 3년 내 재복역률을 보면 18.4%(형기 종료자 34.2%)에 달한다. 동 기간 우리나라가 6.8%(형기 종료자 29.2%)임을 감안할 때 3배
가량 높은 수치임에도 오히려 ‘가석방자의 재범률이 일반 수형자보다 절반가량 낮다’는 홍보를 통해 가석방 확대를 이끌어 내고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5) 「Offender Rehabilitation Reform in Japan: Effective cooperation between professional and volunteer probation officers」 (Satoshi Minura, 2018)
6) 「A place for public concerns in parole decision making in Japan」 (Saori Toda, 2024)
우리와 같이 수용과밀의 문제를 겪었던 핀란드의 사례 또한 참고할 만하다. 핀란드는 1950년대 초반까지 수용인원이 인구 10만 명당 200명에 이를 만큼 높은 수용률을 기록하였는데 이는 당시 다른 북유럽 국가들에 비해 4배나 높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특별예방주의에서 신고전적 일반예방주의로 전환하면서, 현재 다른 북유럽국가들과 비교해서도 낮은 수용비율을 유지하고 있다.7) (2023년 현재 수용인원은 2,912명으로 수용률은 97.1%, WPB 참고)
1970년 이후 형사정책의 변화와 함께 수용자 수는 꾸준하게 줄어들었다. 이는 일관된 입법 전략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비범죄화, 벌금형 확대, 조건부 형 집행유예, 가석방의 확대가 핵심적인 요인으로 평가될 수 있다.8)
이 중 감독조건부 임시자유석방(Probationary liberty under supervision)은 주목할 만하다. 이 제도는 가석방 이전에 최대 6개월까지를 사회 내에서 보낼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정식 가석방 전에라도 사회복귀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으며, 2005년에 형집행법(Imprisonment Act) 제정에 따라 시행되었다. 여기에는 지정된 장소 거주, 매주 정해진 활동 참여, 알코올 및 기타 중독성 물질의 사용 금지 등의 제약이 따르게 된다. 2023년에는 757명이 신규대상으로 허가되었으며, 연평균 206명의 대상자가 이러한 감독을 받고 이 중 19%는 석방취소 되었다.9)
7) 「국제협력을 위한 세미나-영국 캠브릿지대학과 핀란드 주최」(김학봉, 부처지정연구과제 보고서, 2019)
8) 「Incarceration and Crime Trends: Assessing the Impact of Crime on the Use of Imprisonment」(Tapio Lappi-Seppälä, Criminal Law Forum, 2025
9) 「Prison and Probation Service of Finland Statistical Yearbook」(핀란드 교정-보호관찰본부, 2024)
교정시설 과밀문제는 단순히 ‘좁은 공간’이라는 물리적인 환경에 한정되지 않는다. 교정공무원의 안전, 수형자의 재사회화, 인권, 그리고 나아가서는 형사사법 체계 전체의 신뢰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인 과제이다. 일본과 핀란드의 사례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과밀수용을 교정의 틀 안에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전 형사사법체계를 하나의 흐름에 따라 통합적으로 운영하고, 국민과 언론의 이해와 지지를 확보하는 한편, 출소자에 대한 복지정책을 균형 있게 만들어 갈 때에만 가능하다.
저명한 범죄학자이자 법학자인 헬싱키대학교 Tapio Lappi-Seppälä 명예교수는 “수용률은 국가의 범죄율과는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으며, 오히려 복지제도의 수준, 사회적 신뢰, 정치문화 등의 요인이 보다 중요하다”10)고 강조한다. 단순히 구금만으로는 범죄율을 낮추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으며, 형사사법 각 단계에서 책임을 공유하고, 지역사회가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기반을 조성할 때에만 수용과밀의 해결은 물론 공공안전 또한 보장될 수 있을 것이다.
10) 「Trust, Welfare, and Political Culture: Explaining Differences in National Penal Policies」(Tapio Lappi-seppala, 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