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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 이야기

교정기관

강원북부교도소는 외설악의 울산바위와 동해의 초록빛 바다가 일품인 속초시 장사동에 자리하고 있다. 건설 계획부터 완공까지 약 12년 동안 난항을 겪기도 했지만, 지난 2020년 11월 개청되며 예쁜 집들이 옹기종기했던 장사마을의 풍경을 ‘광활하게’ 바꾸었다. 막힌 데 없이 사방이 트였음에도 휑하거나 삭막한 느낌은 없다. 오히려 편안한 느낌의 풍경화에서처럼, 강원북부교도소는 이곳 자연 속에 스며들며 지역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 글 서선미
  • 사진 홍승진

오해의 시간 딛고 이해의 길로:
지역 풍경의 마지막 퍼즐 조각 강원북부교도소

사법 접근성과 자립 지원, 두 가지 숙제를 풀다

강원북부교도소는 대한민국의 54번째 교정시설이다. 그간 교정시설이 없었던 속초·양양·고성 등 강원 북부지역은 구속 피고인에 대한 사법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에 2003년 신설 계획이 수립됐으며, 2007년 속초시 장사동 산33번지가 최종 부지로 선정됐다. 이후 2014년 수용인원에 맞춘 규모의 설계를 완료했지만, ‘교도소’라는 시설에 대한 거부감으로 인해 착공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했다고 한다. 결국 2016년 7월 공사가 시작됐고, 2020년 4월 비로소 준공에 이르렀다.
보안청사 주 건물에 들어서면, 한쪽 벽면을 채운 대형 패널이 방문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은은한 파도 무늬의 배경 위로 “참 고맙습니다, 나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교도관입니다. 우리는 세상을 밝히는 따뜻한 사람들입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이 장치는 마치 머릿돌 같은 의미를 지닌 듯했다.
두 손에서 솟아오르는 태양, 민들레 씨앗, 나비들이 어우러진 일러스트까지 ‘희망’과 ‘생명’의 메시지를 전한다. 강원북부교도소의 방향성과 교정人의 정체성을 동시에 함축함으로써 방문객에게 은은한 감동과 울림을 선사했다. 강원북부교도소 직원들도 이 앞을 지날 때마다 교정人으로서의 긍지와 이곳에서의 초심을 다지게 되지는 않을까?
‘SINCE 2020’이라는 원년구(句) 역시, 비교적 짧은 역사 가운데 강원북부교도소가 뿌리를 내리고 정체성을 세우고자 기울여 온 노력의 깊이를 짐작할 수 있게 했다. 강원북부교도소는 이렇듯 낯선 시설이 아닌, 이 지역의 자연과 삶에 스며든 하나의 풍경이자 조용한 이웃이 되어가는 중이다.

교정의 일상에 깃든 쉼과 연결의 공간 ‘영랑회관’

강원북부교도소는 ‘변화를 향한 믿음, 함께 만들어가는 국민 안전’이라는 교정행정의 비전을 바탕으로, ‘인권이 존중받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교정 기관’을 표방한다. 이에 강원북부교도소가 가장 먼저 신경을 쓴 부분은 직원들의 ‘쾌적한 근무 환경’이다.
신설 기관의 특성 중 하나는 타지역에서 전입되어 온 직원이 많다는 것이다. 강원북부교도소도 개청 초기가 그랬다. 비상 상황에 대비해 교도소 인근에 머물러야 했지만 숙소가 마땅치 않았고, 관사에 거주하는 직원들도 휴식과 여가를 위한 별도의 공간이 없어 아쉬워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차에 2022년 11월, 드디어 직원 복지공간인 ‘영랑회관’이 조성됐다. 총 두 개 동의 비상대기숙소 건물과 이웃해 있는 영랑회관은 세탁기와 건조기를 갖춘 공용 ‘세탁실’, ‘탕비실’, 테이블과 당구대가 마련된 ‘다목적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영랑회관을 품은 강원북부교도소의 변화는 특별히 외지에서 온 직원들에게 반가운 일이었다. 고가의 세탁기나 건조기를 개인이 따로 마련하기에는 부담이 크기도 했지만, 세탁을 마치는 동안 동료들과 담소를 나누는 등 친목을 다지는 즐거움도 생겼기 때문이다. 단순한 편의 공간을 넘어, 직원들 간 화목한 소통의 장소인 영랑회관은 이처럼 강원북부교도소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상징으로 자리 잡아가며 조용하게, 그러나 꾸준히 이곳만의 따뜻한 색깔을 더해가고 있다.

일과 삶의 균형, 사람과 자연을 잇다

보다 안정적이고 만족스러운 근무 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하고자 강원북부교도소가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복지 혜택은 다소 이색적이다. 일례로 2022년 교도소 인근 유휴부지에 조성된 ‘주말농장’은 직접 농작물을 재배해 볼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심리적 안정과 소속감을 느끼게 해준다. 게다가 수확한 농산물을 동료 및 가족과 함께 나누는 자연 속의 경험이 직장 내 유대감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기도 하다.
또, 저렴한 비용으로 차량 정비 및 점검을 해결할 수 있다. 타지역에서 근무하느라 주말이면 장거리 운전을 피할 길 없는 직원들을 위해 강원도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속초시지부)과의 업무협약을 체결해 뒀던 터다. 그외, 속초의료원과의 협약을 통해 종합건강검진 할인, 입원 시 본인부담금 감면, 예방접종 할인 등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복지 지원을 통해 직원들이 보다 건강하고 만족스럽게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강원북부교도소의 제1강령과도 같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10년 후’, ‘20년 후’, 그보다 먼 미래의 강원북부교도소를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다.

복지에서 상생으로, 열린 교정행정의 길

직원은 곧 기관의 얼굴이다. 한 기관의 ‘알찬 복지’는 직원들의 생활 반경 속에서 지역사회와의 유기적인 관계로 자연스럽게 확장되기 마련이다.
강원북부교도소 역시 밖으로는 교정시설의 문을 활짝 열고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정행정을 실천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10월 28일에는 제79주년 교정의 날을 맞아 속초시장과 영랑동·장천마을 주민 등 20여 명을 초청해 참관 행사를 진행했다. 평소 쉽게 접하기 어려운 교정시설을 직접 둘러보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던 당시 행사는 지역주민에게는 교정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기회를, 강원북부교도소에는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강화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진로체험프로그램도 활발히 운영 중이다. 참가 학생들은 강원북부교도소를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거나, 직접 교정공무원의 업무를 체험하며 교정직에 대한 이해를 넓혀 간다. 때로는 교도소 측이 직접 지역 중학교나 문화원을 방문해 교정직을 소개하고, 보호장비 등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모두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 교정직이라는 직업을 자연스럽게 알리면서도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취지다. 이러한 취지 아래, 강원북부교도소는 지역사회와 함께 걸으며 교정에 대한 열린 시선과 공감대를 넓히는 데 앞장서고 있다.

“수용자의 변화 가능성을 믿는다는 것”

교정의 본질은 결국 ‘사람을 다시 세우는 일’이다. 강원북부교도소는 직원과 지역사회는 물론, 교정시설의 또 다른 주체인 수용자들에게도 그 가치가 확장되어 가도록 힘쓴다.
지난해 1월 2층 규모의 신축작업동을 마련한 강원북부교도소는 현재 수용자들에게 안정적인 근로 기회와 실질적인 직업훈련 제공에 주력한다. 작업장 부족으로 인해 미취업 수형자의 비율이 높았던 설립 초기의 문제를 해소하고자 신축한 작업동이 이제 수용자 직업훈련을 위한 핵심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또한 미취업 수형자를 위한 인문학 교육도 운영 중이다. 단순히 거실에 머무는 시간을 줄일 목적이 아닌, 인문학적 교양을 쌓고 심성을 가다듬을 수 있도록 돕는다. 더 나아가, 수용 생활 중 학위 취득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교육과정을 제공함으로써 배움의 보람은 물론 출소 후 취업의 기회 확대에도 기여하고 있다.
한마디로, 수용자 개개인의 변화 가능성을 믿는 것, 또 그만큼 그들 곁을 지키는 직원들의 업무환경을 꾸준히 개선해 나가는 것. 바로 이러한 철학이 담긴 실천이 강원북부교도소가 추구하는 교정의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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