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 이모저모
해마다 봄철이면 산불에 대한 경각성의 카피가 귀를 사로잡는다. 그럼에도 크고 작은 산불은 매년 발생했고, 우리는 그것을 수많은 뉴스 중 하나로 접해 왔다. 그러나 지난 3월 22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우리에게 뉴스 아닌 ‘눈앞의’ 실재(實在)였다. 불가항력이었지만 뭐라도 해야 했고, 해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수용자 안전’ 등의 절대 과제를 안고 사투를 벌인 해당 지역 교정기관의 교도관들도 있었다.
이번 경북 의성 발 산불은 일주일만인 지난 3월 28일, 완전히 진화됐다. 산림청은 이날 의성군 의성읍에 차려진 산불현장통합지휘본부에서 브리핑을 열고 “오후 5시 기준으로 의성, 안동, 청송, 영양 지역의 모든 주불이 진화됐다”고 밝혔다. 이번 산불로 인한 피해 면적은 4만 5,157㏊로 집계됐다. 이는 서울시 면적의 약 74.6%에 달하는 규모다.
3월 22일 경북 의성군 단밀면의 한 야산에서 시작된 이번 산불은 건조한 날씨에 강풍을 타고 순식간에 안동·청송·영양 등 인근 지역으로 확산됐다. 이에 산림청은 당일 오후 4시쯤 대응 단계를 3단계로 격상하고, 항공기 50여 대와 진화 차량 100여 대를 동원한 대규모 진화 작업에 돌입했다. 그러나 바람의 방향과 세기, 지면의 건조함 등으로 불길을 잡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소방 당국은 공중 지원을 비롯한 전방위 자원 투입을 요청했으며, 이에 군부대와 경찰이 투입돼 도로를 차단하고 주민의 대피를 도왔다.
경북 북부지역 교정시설의 교도관들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교도소 인근까지 불길이 빠르게 접근해 오자 이들은 ‘수용자 안전’과 ‘시설 보호’라는 이중의 책임을 짊어지고 긴박하게 움직였다. 뜨거운 연기와 재가 몰아치는 상황에서도 평소 숙지한 매뉴얼에 따라 수용자들을 신속히 안전지대로 이동시키는가 하면, 주요 시설이 화염에 노출되지 않도록 방화선을 확보하고 소방당국과 긴밀히 협조하기도 했다.
교정시설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수용자의 안전’과 ‘교정 질서의 유지’를 위해 존재하는 복합적 공간이다. 그런 만큼 그 역할이 마비되거나 붕괴되면 지역사회의 안전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성묘객의 실화(失火)로 번진 이번 산불은 삽시간에 안동교도소, 경북북부제1~3교도소, 경북직업훈련교도소까지 덮치며 교정시설의 정상 운영을 위태롭게 했다. 이에 교정본부는 각 시설 수용자의 이송을 결정하고 절차에 돌입하는 등 신속히 대응해 나갔다. 대응은 단순한 이송에 그치지 않았다. 해당 지역 교도소의 교도관들 또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즉각 조직적인 위기관리 체계를 가동한 것이다.
산불 확산으로 위협이 현실화되자, 경북 북부지역의 각 교정기관은 수용자 보호 및 시설 안전 확보에 뛰어들었다. 수용동과 외곽 감시시설의 위험도를 실시간으로 파악했으며, 불길의 확산 방향에 따라 대피 동선을 조정하고 필수 인력을 재배치하는 등 정밀하게 대응해 갔다.
산불 발화 지점과 가장 가까웠던 안동교도소가 가장 먼저 비상 대응에 착수했다. 교정간부를 중심으로 수용자의 신속한 보호 조치와 방염 장비 확보가 이뤄졌으며, 교도관들은 외곽의 불길이 완전히 통제되기 전까지 순찰을 다니며 밤샘 경계를 강화했다.
가장 긴박한 상황은 경북북부제2교도소에서 벌어졌다. 거센 강풍을 타고 번진 화염은 저녁 무렵 교도소 인근 산지까지 덮쳤고, 급기야 4.5m 높이의 시멘트 담장에까지 불이 옮겨붙기도 했다. 열기와 연기가 출입제한 구역의 철조망 안쪽까지 번지며 보안구역 전체가 위협받는 다급한 상황이었기에, 현장에 있던 교도관들은 소화전과 휴대용 소화기만 꼭 쥔 채 맨몸으로 진화에 나서야 했다.
한편, 사방에서 몰아치는 강풍을 타고 흩날리는 불씨는 나무와 잔디에 옮겨붙으며 제3교도소의 유류창고로 접근했다. 창고에는 난방용 등유 6,000L가 보관돼 있었는데, 이곳은 교도소 외벽에서 불과 열 걸음, 여자 수용동에서는 도보로 3분 거리였다. 자칫 불이 유류에 옮겨붙을 경우, 수용시설 전체가 연쇄 폭발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
이에 근처에 있던 20여 명의 교도관들이 일제히 소화기와 소화전 호스를 손에 들었다. 닿는 곳마다 물과 분말을 뿌렸으며, 번지는 불씨는 발로 껐다. 역풍을 맞으며 물과 분말로 범벅이 되어 가는 중 이들에게 의지가 된 것은 물에 적신 수건 한 장뿐이었다고 한다. 그 가운데 “오른쪽이 위험하니 조심해라”, “저쪽에 불이 번진다”, “교도소는 꼭 지켜야 한다”는 말만이 서로를 향한 다독임과 스스로에 대한 다짐처럼 되풀이됐다는 것이 당시 현장에 있던 교도관들의 생생한 증언이다.
불길 앞에서 서로를 지킨 경북지역 교도관들의 헌신은, 재난 앞에서 교정공무원이 어떻게 존재하게 되는지를 뚜렷하게 보여줬다.
좀처럼 잡히지 않았던 이번 화재는 장장 일주일 동안 이어지며 경북 북부 산악지대 곳곳의 산림을 집어삼켰다. 강한 바람을 타고 날아드는, 이른바 비화(飛火) 현상으로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 교정시설까지 위협하며 사회 전반에 불안을 안기기도 했다.
한편 교정본부의 신속한 대응과 지역 교도관들의 치열한 사투는 단순한 위기 대응 이상의, 교정공무원으로서의 책임감과 공동체를 지키는 사회적 역할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 줬다. 이번 대응은 교정시설 내 질서 유지와 수용자 보호라는 본연의 임무를 넘어서, 교정공무원이 지역사회 전체의 안전망 속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지를 분명히 보여준 사례로 남았다.
교정기관은 평소 화재 발생 시 수용자의 안전 확보와 신속한 대피, 초기 진화 절차를 체계적으로 숙달하기 위해 정기적인 모의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산불처럼 예측이 어려운 외부 재난에 대비한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해 둠으로써, 긴급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왔다. 그리고 이렇듯 철저히 준비된 대응체계는 이번 화재에서 유감없이 발휘, ‘수용자의 안전’과 ‘교정시설의 보호’라는 두 가지 핵심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이로써 교정공무원은 단지 교정시설의 질서만 지키는 존재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또 하나의 방파제로서 기능하고 있음을 증명해 냈다.
이번 대규모 산불 진화 과정에서 돋보인 교정기관의 대응력과 교정공무원들의 헌신은 ‘수용자의 안전’과 ‘시설 보호’, ‘국가 재난 대응’에 큰 기여를 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방진 마스크와 젖은 수건, 고글 등을 착용한 채 근무복 차림으로 불길 앞에 섰던 교도관들의 모습은 교정시설 내 소방장비 부족 문제를 수면 위로 떠오르게 했다.
교정시설은 일반적인 건축물과 달리 높은 보안 수준과 복잡한 구조를 지닌 공간이다. 이는 화재 발생 시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보다 전문적인 소방장비와 충분한 인력이 필수적임을 뜻한다. 결국, 이번 화재를 둘러싼 일련의 경험은 교정시설 내 화재 대응체계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장비 보완이 시급하다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숙제를 남겼다. 이에 따라 ▲정기적인 소방장비 점검 및 최신 장비 도입 ▲지역 소방서와의 협력 강화를 통한 인력 보강 등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교정본부는 이번 재난 대응 사례를 면밀히 분석, 이를 토대로 전반적인 재난 대응체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