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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동행

우리는 한마음

30년 넘게 수용자를 교정교화하며 봉사했으니, 퇴직하면 여유롭게 인생을 즐기라는 주변의 권유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짜 봉사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선언한 그는 현역 못지않은 왕성한 활동량을 선보이며 지역사회와 교정의 발전을 위해 헌신해 왔다. 대한민국재향교정동우회 진주지회(이하 진주지회) 한윤갑 회원의 ‘48년 봉사 여정’이다.

  • 글 강진우
  • 사진 손호남

48년간 면면히 이어 온
아름다운 봉사 정신 한윤갑 대한민국재향교정동우회 진주지회 회원

한윤갑 대한민국재향교정동우회 진주지회 회원

친구 따라 들어선 교정교화의 길

학창 시절 한윤갑 회원이 다니던 학교 근처에는 수용자들이 작업에 임하던 농장이 있었다. 때때로 등하굣길에 그들이 일하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볼 수 있었는데, 죄를 저지른 사람들이라는 생각에 정의감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면서도 일종의 측은지심 또한 마음 한구석에서 고개를 들었다.
시간이 흘러 강원도 양구군에 있는 전방 부대에서 군 생활을 모범적으로 마치고 단기하사로 전역한 한 회원은 고향으로 돌아와 미래를 구상하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교정공무원으로 입직한 고향 친구들이 ‘너와 잘 맞는 일인 것 같다’며 함께하기를 권했다. 불현듯 어릴 적 목격했던 수용자들의 모습이 떠올랐고, 이들을 교정교화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을 먹었으니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곧바로 임용시험 준비에 들어간 그는 1978년 10월 5일, 신입 교정공무원으로서 진주교도소에 들어섰다. 진주교도소와의 33년 인연이 첫발을 내디딘 순간이었다.
“고향에 있는 교도소인 데다가 입직 직후부터 정년퇴직 때까지 이곳에서만 근무했기에, 진주교도소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재직 시절부터 진주교도소의 발전에 힘을 보탤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해 왔는데요. 1992년에는 나무 농장을 하는 친구에게 황금측백나무 100여 그루를 협찬받은 뒤 차로 직접 싣고 와서 여사 정원, 민원실 앞, 청사 주변 등에 심음으로써 한결 쾌적한 교도소 환경을 조성하기도 했습니다.”
교정공무원이 되기로 결심한 주요 이유인 수용자 교정교화에도 정성을 다했다. 벌금을 내지 못해 노역장에 유치된 수용자가 누구보다 모범적으로 수용 생활에 임하며 죄를 깊이 뉘우치는 모습을 보고는 하루빨리 새 삶을 꾸릴 수 있도록 동료와 돈을 모아 벌금을 대신 납부해 준 일, 불교에서 강조하는 자비심을 바탕으로 진심을 다해 수용자들을 품으며 교정교화한 결과 여러 출소자가 감사 편지를 보내온 일 등 한 회원의 지난 교정공무원 생활에는 의미 깊은 교정교화 추억이 켜켜이 쌓여 있다.

진주지회에 불어넣은 사랑과 활력

한 회원은 교정공무원으로서 일한 모든 순간이 값졌다면서도, 교화과(현 사회복귀과)에서 근무했던 8년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회고했다. 이곳에서 근무하면서 수용자 교화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교정위원 담당으로서 이들이 수용자들을 위해 여러 방면으로 봉사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지원하며 감명을 받았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때의 경험은 정년퇴직한 그를 다채로운 봉사활동으로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010년 6월 30일 퇴임과 함께 진주지회 정회원으로 가입했고, 곧바로 사무국장 보조로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진주지회가 활성화되어 진주교도소와 교정 발전에 일조하기를 바라는 마음의 소산이었죠. 이듬해 3월에는 사무국장으로 선임되어 6년 간 일했고, 2019년 3월 회장으로 추대되어 올 3월까지 또 한 번의 6년을 거쳤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저처럼 10년 넘게 지회 활동에 매진한 회원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웃음)”진주지회장 취임 후 한 회원은 많은 활동을 펼쳤다. 직장 생활 내내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 준 진주교도소를 위해 ‘옛 직장 사랑하기 운동’을 전개했으며, 그 일환으로 식목일마다 진주교도소 일원에 나무를 심고, 교도소 내외부 나무 전지 작업을 하고, 나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거름도 주는 식목일 행사를 해마다 진행했다. 추석 즈음에는 진주교도소 진입로 주변 풀베기와 정화 활동에 나섰으며, 연말에는 진주교도소 각 과당 1명씩 우수 교정공무원을 선정해 식사 자리를 마련하고 소정의 격려 상품도 전달했다.
새해마다 80세 이상 회원들에게 일일이 찾아가 문안 인사를 드렸는가 하면, 매년 6월 호국의 달을 맞아 국립산청호국원 참배에 나섰다. 2023년 10월에는 전국 지회 중 최초로 6·25 전쟁 순직 교정공무원 충혼탑을 단체로 찾아가 분향 및 참배하기도 했다. 진주교도소와 교정에 대한 그의 뜨거운 사랑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더 좋은 세상’을 위한 열정과 실천

한평생 진주에서 살아온 만큼, 한 회원은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에도 적극 나섰다. 2011년 1월 재향군인회 진주시회 판문동회장으로 선출되어 지역 방위와 다양한 봉사활동에 힘쓰다가 취임 14년 만인 2025년 1월에 이임식을 가졌다. 2011년 3월 경남도민신문 지역기자단에 합류해 그가 거주하는 판문동 일대의 미담 사례, 주요 행사 등을 대외에 알리는 역할을 맡고 있으며, 2013년 진주문화원 판문동위원장을 맡아 지역 봉사, 지역문화 활성화, 지역 문화재 발굴 및 관리, 환경정화 활동 등에 앞장서고 있다.
“교정공무원으로서 오랫동안 수용자 교정교화에 매진했는데, 또 무슨 봉사활동을 그렇게 열심히 하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요. 물론 교정공무원의 업무는 봉사 정신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지만, 나라로부터 봉급을 받는 이상 진정한 의미의 봉사라고는 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일부분을 사회에 환원하고 오로지 지역사회와 주민을 위해 헌신하는 활동이야말로 진짜 봉사라고 생각하며, 이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기쁨과 보람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제가 퇴임 직후 본격적으로 시작한 하우스 산딸기 농장 일로 바쁜 가운데에도 틈틈이 여러 봉사활동에 나서는 이유죠.”
교정공무원 생활 33년에 퇴직 후 봉사 생활 15년을 더해 총 48년간 이타적인 삶을 살아온 한 회원은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꾸준히 지역사회와 진주교도소, 교정의 상생 발전을 위해 봉사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금까지 마음껏 봉사할 수 있도록 든든하게 내조해 준 아내를 생각하면 눈물 날 정도로 고맙다며,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도 늘려 나가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어느덧 74세에 접어들었지만, 강건한 눈빛과 함께하는 삶을 향한 열정만큼은 청춘 부럽지 않은 한윤갑 회원. 그가 만들어갈 ‘더 좋은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벌써부터 기대가 샘솟는다.

교정공무원으로서 오랫동안 수용자 교정교화에 매진했는데, 또 무슨 봉사활동을 그렇게 열심히 하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요. 물론 교정공무원의 업무는 봉사 정신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지만, 나라로부터 봉급을 받는 이상 진정한 의미의 봉사라고는 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일부분을 사회에 환원하고 오로지 지역사회와 주민을 위해 헌신하는 활동이야말로 진짜 봉사라고 생각하며, 이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기쁨과 보람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제가 퇴임 직후 본격적으로 시작한 하우스 산딸기 농장 일로 바쁜 가운데에도 틈틈이 여러 봉사활동에 나서는 이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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