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기관
영욕의 근현대사를 머금고 있는 춘천교도소는 ‘경성감옥 춘천분감’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견고한 콘크리트 담장과 높은 감시탑이 교정시설 특유의 긴장감을 전하기도 했지만, 그 역사적 배경에 자못 엄숙해진다. 그러나 담장 밖으로 이어진 산책로와 가로수만은 이곳이 얼마나 지역과 조화로워지기 위해 애쓰는지를 대변하고 있었다. 또한 그 담장 안으로, 의료수용동의 신축·이전된 모습은 교정시설의 변화를 향한 움직임을 충분히 보여주는 듯했다.
1908년 일본 통감부의 ‘감옥 분감 설치령’에 따라 ‘경성감옥 춘천분감’으로 설치된 춘천교도소는 이듬해 3월 1일 업무를 개시했다. 이후 1923년 서대문형무소 춘천지소로 개칭됐다가, 1946년 3월 춘천형무소로 승격한 뒤, 1962년 2월이 돼서야 지금의 이름을 얻었다. 그리고 1981년 7월 현재 위치인 춘천시 동내면 거두리로 이전, 오늘날에 이르게 된다.
춘천은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형 지역이다. 이는 도심으로 옹기종기 모여있게 되는 현상이 두드러져, 설령 외곽에 위치한 외부와는 단절된 ‘특수 시설’일지라도 도시가 확장되면 도심으로의 편입이 그만큼 용이해진다는 뜻이다.
춘천교도소 역시 그렇게 춘천이라는 도시 중심에 서게 됐다. 담장 너머로 고층 아파트 등 건물들이 즐비하고, 몇 년 후면 강원도청을 비롯한 주요 행정기관이 인근에 들어설 예정이라고 한다.
이에 춘천교도소가 지역사회와의 거리를 좁히기에 보다 분주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단절과 격리의 공간에서 점차 도시의 일부로 자리 잡아가는 과정 가운데, 보안 유지와 ‘주민들의 정주 환경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학교와 관공서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인프라 덕에 도시의 분위기는 비교적 차분하고 안정적이라는 것이 박한구 총무과장의 설명이다. 축구나 유도 등 운동을 매개로 지역 주민들과 어울리다 보면 사람들의 분위기도 전반적으로 그렇다고. 이것이 바로, 춘천교도소가 주변으로 건물들이 우후죽순처럼 올라오는 중에도 그 입지를 낙관할 수 있는 근거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부터 사용된 춘천교도소는 1909년 2월 통감부에 의해 서대문형무소의 전신인 경성감옥 산하의 춘천분감으로 개청했다. 정식 명칭은 ‘서대문형무소 춘천지소’. 양구군에서 의병을 일으킨 의병장 최도환이 이곳에서 옥사했으며(1911년), 이후에는 강원도 지역의 3·1 운동 참가자들이 수감되기도 했다. 또한 한국전쟁이 벌어진 다음 날(1950년 6월 26일)에는 박격포탄 공격을 받아 당시 70명의 직원들은 1,000여 명의 수용자를 도보로 수원까지 이송해야 했으며, 미군정 시기에는 ‘폭동 음모사건’ 및 ‘직원 월북사건’에 시달리며 좌·우익 대립의 장이 됐다. 심지어 6·25 전쟁 중 발생한 수용자 폭동으로 인해 총기 탈취와 교전 사태가 벌어지기까지 했다. 그 영욕의 세월을 지나 지금의 자리로 옮겨 온 것은 1981년의 일이다.
현재 춘천교도소는 45년 된 노후한 시설로, 수용환경은 독거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고 한다. 그러나 온돌 난방시설을 교정시설 중 가장 먼저 도입했으며(2012년), 양변기 설치(2014년), 창호 공사(2018년) 등 수용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특별히 지난해에는 의료수용동을 신축·이전하고 ‘의료수용거실’을 마련하는 등 의료 처우를 개선해 환자 수용자들이 보다 위생적이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했다. 비록 노후한 시설이지만 춘천교도소는 이렇듯 수용자들의 인권 보호와 수용 질서 확립을 위한 자구책을 성실히 마련해 온 것이다.
다양한 직업훈련과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수형자의 원활한 사회복귀를 돕는 춘천교도소는 현재 자동차 정비, 정보통신 운용, 청소공과 등에 대한 이론 및 실습 교육을 제공하며 자격증 취득을 돕고 있다. 물론 출소 예정자를 위한 허그일자리지원 프로그램, 취·창업 교육, 외부 전문가의 면접 지도 프로그램을 통해 실질적인 취업 기회를 확대해 나가기도 한다.
사회복귀를 돕기 위한 노력도 예외 없다. 춘천교도소는 교정(校庭) 뒤편에 자리한 ‘소망의 집’에 이어, 최근에는 구외 지역인 ‘홍천의 희망센터*’에 모범수형자를 위한 징검다리를 놓았다. ‘소망의 집’이 구내 건물에서 생활하면서 구내 개방작업장 또는 외부 업체로의 출퇴근을 경험하는 것이라면, ‘홍천희망센터’는 춘천교도소 구외인 홍천 공장 내 기숙사형 건물에서 생활하면서 작업에 참여하는 형식이다. 소망의 집이 자율성과 책임성에 바탕을 둔 사회적응을 통한 중간처우 프로그램이면, 희망센터의 경우 지역사회 내 중간처우를 통한 사회복귀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그 앉은 자리가 도시의 중심이 되어 가는 가운데 지역사회와의 유대를 고민하는 춘천교도소. 법과 원칙을 준수하며, 수용자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동시에 그들의 사회 안착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사람들. 이들이 있기에, 그리고 모든 교정人들이 이들과 같기에 대한민국의 모든 교정기관은 단순한 시설을 넘어 사회로 향하는 ‘가교’로서 기능할 수 있다.
* 희망센터: 기업이 제공한 기숙사형 생활관에서 모범수형자가 거주하며, 사업장(공장)으로 자율 출·퇴근 작업과 다양한 사회적응훈련을 실시하는 수형자 중간처우 제도. 홍천희망센터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법무부와 협력해 조성한 첫 번째 희망센터 모델로, 중소기업과 수형자가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인력 공급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춘천교도소는 단순한 교정시설을 넘어 지역사회와 공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교도소의 역할은 단순한 수용 기능에서 벗어나 수용자들의 재사회화를 돕고 지역사회와의 유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춘천교도소는 인근 지역 주민과의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고려하면서도, 교정시설 내부에서도 보다 인간적인 처우와 복지를 강화해 가는 중이다.
춘천교도소의 대표적인 지역사회 연계 프로그램은 교정협의회 및 자원봉사 단체와 협업이다. 지역 사회복지 기관과 협력하여 수용자들에게 다양한 직업훈련을 제공하는 한편, 출소 후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는 사회적 지원책 마련에도 힘쓴다. 또한,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체육 행사 등을 통해 주민과의 거리감을 줄이려는 시도 또한 빼 놓을 수 없다.
이러한 움직임은 춘천이 단순한 교정 행정의 공간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와 함께 발전하는 교정 모델로 자리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최근 신축·이전된 의료수용동은 춘천교도소의 변화된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기존의 노후한 시설로 인해 의료적 처우가 미흡했던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새롭게 마련된 이 공간은 수용자들의 건강권을 보다 적극적으로 보장하고자 한다.
새로운 의료수용동은 최신 의료 장비를 도입했으며, 치료 환경 역시 한층 개선했다. 감염 예방을 위한 시설을 확충하고 응급 상황에 대한 대응 체계를 정비했으며, 정신과 치료를 포함한 전문 의료 서비스를 강화했음은 물론이다.
춘천교도소는 단순한 처벌의 공간이 아니라, 변화와 재사회화를 위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단절과 격리의 상징이었던 이곳이 이제는 사회와 공존하며 새로운 역할을 모색하는 공간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춘천교도소는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더욱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교정시설로 거듭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