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창
10여 년이 흘렀지만 그동안 필자의 뇌리에 맴도는 말이 이 글 제목에서 언급한 ‘걱정하지말아요 그대’라는 대목이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수용자에게 음악을 적용한 프로그램 효과성 분석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그 연구 결과를 학술지 또는 학술대회에서 발표하는 데에 주력하였다.
그런데 서두에서 필자의 연구 경력을 소개하고자 하는 이유가 있다. 한번은 필자가 학술대회에서 수형자에게 ‘걱정말아요 그대’라는 노래를 수형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음악이라는 점을 강조하여 발표하였던 것 같다. 연구 발표를 마친 후 청중석에서 질문을 받았는데 한 질문자는 죗값으로 처벌받고 있는 범죄자에게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한다면 과연 그 범죄자는 자신의 죄를 과연 뉘우치겠냐는 지적이었다.
이 질문에 학술대회장의 한정된 시간 내에 연구의 목적과 필요성에 관해 이해를 도모하기엔 제한적이었던 기억이 있다.
교정시설에서 직접 수형자들과 라포 관계를 형성하는 데에는 음악이 얼마나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하는지 필자는 음악프로그램 효과성 검증 연구 결과로 나타내었다. 필자는 연구 과제를 디자인하면서 수십 개의 다양한 음악 제목과 음악파일 소위 플레이 리스트를 준비하는데 이 중 하나가 ‘걱정말아요 그대’라는 노래이다.
수형자를 만나는 것을 시작으로 연구 수행이 이루어지는데 이 노래를 들려주면서 그들의 희로애락을 짐작할 수 있었으며 만감이 교차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경험은 필자에게 매우 소중한 학문적 자원이며 그들에게 인간적인 면을 기대해 보는 귀한 시간이기도 하였다.
프로그램 기간 동안 가장 좋아하는 곡 순위를 조사하는데 그중 1위로 ‘걱정말아요 그대’가 꼽혔다. 이유는 제목에서 나오는 의미와 가사 내용이 자신들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한다는 것이라는 건데 필자는 수형자들을 만나러 가는 차 안에서 도착할 때까지 아마 수십 번쯤 들었을 것이다. 이 노래를 반복해서 들으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공유하고자 하였다.
1위로 ‘걱정말아요 그대’가 꼽혔다. 이유는 제목에서
나오는 의미와 가사 내용이 자신들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게 한다는 것
2024. 11. 26. 이데일리 기사에 따르면, 국방 홍보원 국방일보는 11월 4일부터 18일까지 병사 304명을 대상으로 ‘내 군생활의 위로가 된 최고의 발라드 명곡’과 ‘그 노래에 위로를 받았던 경험담’에 대한 병영차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치열한 순위 경쟁 끝에 선정된 ‘군인들의 발라드’ 1위는 이적의 ‘걱정말아요 그대’였다. 전체 응답자의 8.6%에 해당하는 병사들이 이 노래를 군생활 중 가장 큰 위로를 받은 발라드 명곡 1위로 꼽았다.
가사 일부를 소개하면 “그대여 아무 걱정 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 합시다. 그대 아픈 기억들 모두 그대여. 그대 가슴에 깊이 묻어 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라는 내용이다.
“그대여 아무 걱정 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
합시다. 그대 아픈 기억들 모두 그대여. 그대 가슴에
깊이 묻어 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혹자는 국방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병사들이 군 생활에서 가장 위로 받는 음악과 범죄자가 수형생활에서 위로받는 음악의 의미가 같을 수 있냐고 비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자. 그렇다면 우리 교정인들은 제한된 공간과 한정된 시간 속에서 필자의 개인 견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교정 지상 최대의 화두인 교정 교화를 통한 재범방지를 어떻게 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이 사회에 범죄가 존재하는 이상 항상 어깨에 짊어지고 내려놓지 못할 무거운 과제일 것이다.
필자가 이 글을 쓰기로 작정한 데에는 한 청중의 질문을 십여 년 동안 머리와 가슴에만 담고 그를 설득할 기회를 갖지 못한 아쉬움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지면을 통해 그 당시를 회상하며 그들이 범죄인임에도 불구하고 수형생활을 하는 그들에게 여전히 ‘걱정말아요 그대’라는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고 말하고 싶다.
좋은 노래는 사랑이라는 아름다운 향기를 전하기 때문인 것이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이 노래를 공유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했던 수많은 수형자들이 떠오른다. 근데, 필자는 현재 출소자 재범방지 관련 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출소자에게도 ‘걱정말아요 그대’를 들려줄 것인지 묻는다면 대답은 당연히 ‘네’ 이다.
아름다운 음악은 희망이고 영혼을 정화시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어쩌면 교정철학의 한 부분일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