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기관
2009년, 대한민국 교정행정사에 하나의 이정표가 새겨졌다. 전국 교정 기관 가운데 최초의 전문 직업훈련교도소인 화성직업훈련교도소가 문을 연 것. 교도소의 ‘직업훈련 전담’은 2004년 말 청송보호감호소가 ‘경북직업훈련교도소’로 명칭을 바꾸며 이미 시작됐지만, ‘직업훈련 중심 교정시설’로서의 체계와 철학을 본격적으로 갖춘 첫 사례는 화성직업훈련교도소라는 것이 중론이다.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믿음은 언제나 한 사람의 의지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믿음의 방향은 누군가의 안내와 가르침과 동행이 있을 때 선명해진다. 지난
2009년 8월 13일 개청한 화성직업훈련교도소는 바로 그 역할을 수행하는 교정 기관이다.
2008년 6월 준공 이후 1년간의 준비를 거쳐 출범한 화성직업훈련교도소는 수용자의 사회복귀를 실질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국내 최초의 직업훈련 특화 교도소다. 재판을 기다리는
미결수용자, 형이 확정된 기결 수용자, 그리고 전국 각 교정시설에서 선발된 직업훈련수용자들을 함께 수용·관리하며, 각자의 상황에 맞는 교육과 훈련 및 교화를 진행한다. 이들이 다시 사회로
돌아갔을 때, 기술로 자립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것. 바로 이것이 화성직업훈련교도소가 품고 있는 가장 분명한 목표다.
화성직업훈련교도소는 수도권에 자리 잡은 지리적 이점과 함께, 현대적인 건축설계와 최신 시설을 갖춘 교정 기관으로 개청 초기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고 한다. 개방감 있는 설계, 효율적인
공간 배치, 첨단 보안 시스템은 물론, 직업훈련에 특화된 다양한 실습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배움의 현장으로서의 교도소’라고 불리기에 모자람이 없었다는 것.
물론 16년이 지난 만큼 세월의 흔적이 보이기도 한다. 그래도 꼭 그만큼 교육과 직업훈련에 대한 철학은 한층 확고해졌고, 운영 방침과 전략 역시 고도화됐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가르침과
배움 사이 존재하는 무수한 요소들 또한 더 정교하고 단단해졌으리라 짐작된다.
한 기관의 설립 취지와 운영 방향은 해를 거듭하며 더욱 분명해지거니와, 그 흐름은 수용자와 교사 모두를 성장시키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훈련 수용자들의 배움에 대한 열망은 더 깊어지고,
기술을 전수하는 교사들의 실력과 진심 어린 열정 역시 한층 더 정밀해지지 않았을까.
수용자에게 기술을 가르친다는 것은 단순한 직업 교육을 넘어, 삶의 가능성을 되살리는 일과 같다. 이에 교정본부는 일찍이 수용자의 사회복귀와 재범 방지를 위한 핵심 전략으로
‘직업능력개발훈련’을 추진해 왔다. 그 결과 교정 기관의 직업훈련은 출소를 앞둔 수용자에게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줄 뿐만 아니라, 건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교정행정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교정본부는 1969년부터 전국 교정 기관 내에 공공직업훈련소를 설치, 용접·전기·미용·제과제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체계적인 기술 교육을 실시했다. 현재는 건설, 정보통신, 컴퓨터응용가공
등 14개 직종 분야에서 245개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실효성과 전문성을 모두 갖춘 직업훈련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1)
하지만 산업 환경은 빠르게 변화했고, 수용자의 적성과 수요도 그에 따라 한층 더 다양해진 게 사실이다. 교정본부는 이러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보다 전문화된 직업훈련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그 해답으로 2009년 수도권에 최첨단 훈련시설과 설비를 갖춘 ‘화성직업훈련교도소’를 개청했다. 이는 직업훈련 특화형 교정 기관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의미 있는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화성직업훈련교도소는 단순한 교도소가 아닌, ‘훈련 중심 교정시설’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한다. 이에 기능인 양성을 위한 체계적 커리큘럼과 함께 국가기술자격 취득, 기능경기대회 참가,
산업체와의 취업 연계 프로그램 등 입체적인 재활 시스템을 통해 수용자의 삶에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즉 화성직업훈련교도소의 설립은 단순한 시설 확장이 아닌, 기술과 사람을 연결하고, 재범률을 낮추며, 교정의 목적을 보다 능동적이고 실천적인 방식으로 구현한 ‘확장된 교정 철학의 실현’이라
할 수 있다.
1) 법무부 교정본부 누리집(https://www.corrections.go.kr/corrections/1104/subview.do).
화성직업훈련교도소는 ‘직업훈련 특화형 교정 기관’이라는 정체성을 바탕으로 수용자의 사회복귀를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데 주력한다. 현재
총무과·보안과·출정과·분류심사과·직업훈련과·사회복귀과·복지과·의료과 등 8개 부서가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용접, 목공, 자동차 정비, 컴퓨터응용선반 등 다양한 분야의
실습 중심 교육과정이 마련돼 있어 수용자들은 이를 통해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기술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진다.
화성직업훈련교도소는 일반 교정시설과 비교해 직업훈련 참여 비율이 월등히 높다. 전체 수용자의 절반 이상이 직업훈련과정에 참여하고 있으며, 훈련 과정의 종류와 담당 교사 인원 또한 타
교도소를 크게 상회한다. 이는 단순히 형 집행을 위한 공간이 아닌, ‘기술 훈련장’이자 ‘사회복귀 준비 기관’으로 기능하도록 설계된 구조적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직업훈련과정은 단순히 기술을 익히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수용자 개개인의 성향과 역량에 맞춘 맞춤형 교육은 반복 실습을 통해 성취감을 쌓게 하며, 이를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고 자기 삶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를 다시 품을 수 있도록 돕는다. 훈련과정을 통해 서서히 자리 잡는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는 자각,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뿌듯한 감정은 자연스럽게
사회복귀에 대한 동기와 의지로 이어진다. 이처럼 화성직업훈련교도소의 훈련 시스템은 단지 노동 기술을 익히는 것을 넘어, 삶의 방향을 다시 세우는 심리적 회복의 과정이기도 하다.
화성직업훈련교도소는 법무부가 추진하는 ‘배려하는 적극행정, 배가되는 국민행복’ 실천에도 앞장선다. 직업훈련을 통한 자립 지원뿐만 아니라, 수용생활 전반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이 기관 운영의 또 다른 축인 셈이다.
‘회복 가능한 존재’라는 믿음에서 비롯된 이러한 방향성은 교육과 교화, 심리치유와 상담, 복지 프로그램 등 다양한 실천 속에서 꾸준히 구현되고 있다. 이는 “형벌은 단죄가 아닌 변화의
출발점이어야 한다”는 신념 아래, 수용자 개개인의 사연과 가능성을 품고 이를 현실 속에서 실천해 나가는 교정의 자세이기도 하다.
화성직업훈련교도소가 지향하는 직업훈련은 교도소 내부에 머무르지 않는다. 따라서 수용자가 교정시설 안에서도 사회와 연결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의 협력 및 취업 연계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강화한다. 민간 자격증 과정과 외부 전문 강사 초빙, 기업과의 연계 훈련 등으로 ‘교도소 안에서 사회의 문턱을 경험하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으며, 수용자의 변화가 개인을 넘어 공동체의
안전과 복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믿음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화성직업훈련교도소의 이 바래지 않을 믿음은 수용자의 내일을 바꾸고, 궁극적으로는 사회를 더 안전하고 따뜻하게 만드는
밑거름으로서의 가치를 명확하게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