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 리포트
본 연구는 교정시설에 수감된 성폭력사범들의 인문융합치료 기반 교정프로그램 참여 경험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이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연구방법은 질적 연구방법을 활용하여, 교정시설에 수감 된 성폭력사범 4명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참여자의 수기 기록물, 그림, 활동지, 연구자 노트 등을 자료로 수집하여 사례를 분석하였다. 연구결과, 참여자들은 내면 성찰과 반성을 통해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교정하려는 의지를 보였으며, 삶의 변화를 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가족 내 갈등과 상처를 극복하려는 노력과 함께 소통과 경청의 중요성을 깨달으며 관계 회복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였다. 경계 침해의 심각성을 깨닫고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며, 성범죄와 관련된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았다. 나아가 피해자에 대한 공감과 사회적 책임 의식을 강화하며 건강한 삶을 위한 결심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인문융합치료 기반 프로그램이 재범 방지와 사회적응력 향상에 의미가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본 연구는 성폭력사범 교정 및 재활 프로그램 개발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며, 재범 방지 및 사회적응력 향상을 위한 새로운 접근을 제안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주제어 : 교정시설, 성폭력, 교정프로그램, 인문융합치료, 질적연구
성폭력 범죄는 성(性)을 수단으로 개인의 존엄과 인격을 침해하는 심각한 폭력이다. 이러한 범죄는 직접적인 피해자인 개인과 그 가족에게 심각한 심리적, 사회적 피해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며, 재범 위험성이 높은 특성을 가진다. 성폭력사범들은 범죄를 부인하거나 합리화하는 경향을 보이는데(윤지인, 이홍숙, 2021), 이는 교정과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출소 후 재범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성폭력 범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 38,129건이었던 성폭력 범죄는 2022년 47,178건으로 증가하였으며(법무부, 2024), 특히 N 번방 사건 이후 디지털 성폭력 등 범죄 형태는 다양화되고 심각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2022년 성폭력 안전 실태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2.6%가 성폭력사범에 대한 엄격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어,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우려와 처벌 강화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여성가족부, 2022).
그러나 여전히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책임 전가의 인식이 남아 있어(권인숙, 2015), 이는 피해자들에게 심리적, 사회적 2차 피해를 유발할 가능성을 높이며, 성폭력 사건에 대한 사회적 불안감을 더욱 증가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08년 8세 여아 성폭행 사건(한겨레, 2009.10.25), 2016년 섬마을 학부모 강간 사건(연합뉴스, 2019.04.10), 그리고 N번방 사건(경향신문, 2021.10.14.) 등이 있다. 특히 디지털 성범죄는 디지털 공간으로 확대되며 심각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9년 1,437건이었던 디지털 성범죄는 2022년 10,563건으로 약 7.4배 급증하였다(경찰청, 2024). 수사기관은 성폭력 범죄 예방과 단속을 강화하고 있으나, 교정시설 내 수감자들이 출소 후 재범하는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교정 및 재범 방지 방안이 절실히 요구된다.
교정시설에서는 2012년부터 성폭력사범들의 재범 방지를 위해 심리치료를 확대해왔다(김근국, 유철민, 2016). 2016년부터 법무부는 기본, 집중, 심화의 세 단계로 구성된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프로그램은 주로 인지행동치료(Cognitive-Behavioral Therapy, CBT)를 기반으로 성폭력사범들의 왜곡된 사고를 교정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송원영, 2007; 신기숙, 2016). 그러나 대상자들의 낮은 참여 동기와 심리적 개방성 부족으로 인해 효과가 제한적이며, 기존의 연구는 주로 프로그램의 효과성 평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심리적 개입 과정에 대한 심층적 분석은 부족한 실정이다(김정내, 이종연, 2017; 윤지인, 이홍숙, 2021).
성폭력사범들은 사건에 대한 수치심과 타인의 비난을 두려워하며, 자신의 문제를 개방하거나 반성하는 것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윤정숙, 이수정, 2012). 이러한 특성은 언어적 접근만으로는 적극적 참여와 자발적 개방을 어렵게 만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비언어적 치료적 접근을 포함한 새로운 개입 방식이 필요하다. 미술, 연극, 문학, 음악 등의 인문학적 요소를 융합한 심리치료 프로그램은 성폭력사범들이 언어적, 비언어적 소통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타인과 공감하는데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김주희, 2018). 특히, 글쓰기와 미술과 같은 접근은 수용자들이 대화로 표현하기 어려운 내면의 경험을 탐색하고 이해하도록 돕는 동시에 심리적 치료 효과를 증진시킬 수 있다(강은숙, 최은영, 공마리아, 2008; 고명수, 2010).
교정시설에서는 2013년부터 미술, 종교, 문학, 영화, 음악 등 다양한 인문학적 요소를 활용한 교정인문학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지만, 주로 인성 교육에 중점을 두어 심리적 개입이나 치료 효과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문학(Humanities) 요소를 접목한 심리치료(Psychotherapy)는 여러 선행연구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다(권요셉, 2021; 김도경, 2024; 김진선, 2022; 김진선, 김영순, 2024; 오영섭, 2019). 이 접근법은 내담자가 자신의 서사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며, 내면 탐색과 정서 표출을 통해 긍정적인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었다. 특히, 인문융합치료는 공존 인문학의 개념을 바탕으로 개인과 사회의 고통을 치유하고(김영순 외, 2022), 범죄자가 재범 없이 사회로 복귀해 타인과 공존하도록 돕는 데 중점을 둔다. 이러한 접근은 성폭력사범들이 자신을 ‘공존적 존재로서의 나’로 인식하게 하여 재범 예방과 사회적 재적응을 촉진하는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본 연구는 교정시설에 수감된 성폭력사범들이 인문융합치료 기반 교정프로그램에 참여한 경험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재범 방지와 사회 적응력 향상을 위한 새로운 접근 방안을 모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연구문제를 설정하였다.
첫째, 성폭력사범의 인문융합치료 기반 교정프로그램 참여 경험은 어떠한가?
둘째, 성폭력사범의 인문융합치료 기반 교정프로그램 참여 경험의 의미는 무엇인가?
성폭력사범들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심리적 및 행동적 특성은 성범죄의 발생과 지속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특성에는 낮은 자존감, 인지적 왜곡, 공감능력 부족, 성적 강박과 일탈적 성적 기호, 그리고 정서조절의 결함 등이 포함된다.
첫째, 낮은 자존감은 성폭력사범들의 핵심적인 심리적 특성이다. 자존감(self-esteem)은 개인이 자신의 가치를 평가하는 지표이며, Rosenberg(1965)는 이를 긍정적 자존감과 부정적 자존감으로 나누었다. 긍정적 자존감은 자신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반면, 부정적 자존감은 자신의 가치를 낮게 보는 것을 의미한다. 성장 과정에서 폭력과 학대 경험을 겪은 이들은 낮은 자존감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으며(노충래, 2002), 이는 사회적 부적응과 우울감을 유발하여 범죄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추호정, 2000). 윤지인과 이홍숙(2021)은 낮은 자존감을 가진 청소년들이 폭력 성향을 보일 가능성이 더 높게 나타났다고 하였다. 이는 낮은 자존감이 단순히 개인의 심리적 특성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문제와 범죄 성향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교정프로그램은 낮은 자존감을 개선해 재범을 억제하고자 하는 목적을 두고 있다(Oser, 2006).
둘째, 성폭력사범들에게서 나타나는 또 다른 특성은 인지적 왜곡이다. ‘인지적 왜곡’은 성폭력 범죄 논의에서 오래전부터 다루어져 왔으며, 성폭력 범죄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Hanson, 1998). 성폭력사범들은 부인(denial), 축소(minimization), 합리화(rationalization) 등의 인지적 왜곡을 통해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려는 경향이 있다(윤지인, 이홍숙, 2021). 이들은 자신의 범죄 행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1차 인지 왜곡을 일으키고, 범죄 행위를 지속하며 자신을 지지하는 2차적 왜곡을 강화한 후, 최종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3차적 인지 왜곡을 거친다(Hanson, 1998). 이석재와 최상진(2001)은 성폭력사범들이 피해자의 저항을 동의의 표시로 왜곡하거나, 자신이 피해자의 유혹을 받았다는 식으로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성향을 보인다고 하였다.
셋째, 성폭력사범들은 공감능력이 결여된 경우가 많다(Fernandez 외, 1999). 공감능력은 타인의 감정과 정서를 이해하는 능력으로 친사회적이고 이타적인 행동의 기초가 된다. 그러나 성폭력사범들은 피해자가 고통을 호소하더라도 이를 무시하고 가해행위를 지속하는 경향이 있다(Fernandez 외, 1999). 성장 과정에서 방치, 학대, 폭력을 경험한 이들은 낮은 자존감과 함께 공감능력 형성에 어려움을 겪으며, 이는 성범죄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신기숙, 2011). 실제로 국내 연구에서도 성폭력 범죄로 보호 관찰 중인 가해자들이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피해자에 대한 공감수준이 유의미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송원영, 2007).
넷째, 성폭력사범들은 일탈적 성적 기호와 성적 강박을 보인다. 이들은 변태적이고 비정상적인 성적 환상을 가지고 있으며(서호영, 2019), 성적 강박 성향이 높아 일탈적 성생활을 지속하는 경우가 많다(Hanson & Morton Bourgon, 2019). Groth & Birnbaum(2013)는 교정시설에 수감 된 성폭력사범의 3분의 1은 성기능 장애를 겪고 있으며, 성범죄의 원인이 단순히 성적 충동이 아니라 상대를 지배하고자 하는 망상적 욕구에 비롯된다는 점이 나타났다. 이들은 상대방을 통제하고 전능감을 느끼려는 성향을 가지며, 가학적인 행동을 일삼아 이를 범죄로 연결하는 경우가 많다(Seto 외, 2008).
마지막으로, 성폭력사범들은 정서조절 능력이 결여되어 있고 충동성이 높다. 충동성은 신중함이 결여되어 즉흥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을 말하며, 이들은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성적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부적절한 성행동으로 이어지기 쉽다(장미연, 2006). 이들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정서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즉각적으로 성적 충동을 표출하며, 이는 성범죄 재범의 위험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Ward 외, 1995). 이와 같이 성폭력사범들은 낮은 자존감, 인지적 왜곡, 공감능력 부족, 성적 강박, 정서조절의 결함이라는 특성을 보이며, 이러한 특성은 가해자들의 범죄 행동을 강화하고 유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Hanson(1998)은 심리치료를 받은 성폭력사범 5,078명과 치료를 받지 않은 4,376명을 대상으로 출소 후 재범률을 조사한 결과, 치료를 받은 집단에서는 12.3%의 재범률을 보였고, 치료를 받지 않은 집단에서는 16.8%가 다시 성범죄를 저질렀다. 또한 Lösel와 Schmucker(2008)는 치료를 받은 성폭력사범들이 치료를 받지 않은 성폭력사범들보다 37% 낮은 재범률을 보여, 심리치료프로그램이 성범죄 재범률을 낮추는 데 유의미한 효과가 있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 보호관찰소에서 처음 성범죄 치료프로그램이 시행되었고, 2006년부터 교정시설에서도 성폭력사범을 대상으로 한 치료프로그램이 운영되기 시작했다(김정내, 이종연, 2017). 2024년 기준 교정시설 내 성폭력사범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성폭력사범 재범 위험성 평가도구인 STATIC-99R과 HAGOS-S의 결과와 법원의 이수 명령 시간에 따라 기본, 집중, 심화 과정으로 구분되어 진행된다. 이 과정들은 <표 1>과 같이 대상자 선정기준과 운영시간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표 1> 성폭력사범 심리치료 프로그램 대상군 및 구분과정
국내 교정시설에서 운영되는 성폭력사범 심리치료 프로그램은 주로 인지행동치료(CBT)를 기반으로 구성되어 있다(윤정숙, 이수정, 2012). 그러나 성폭력사범들은 자신의 범죄 사실을 개방하는 과정에서 수치심을 느끼고 강한 저항을 보이며, 이로 인해 인지행동치료의 효과가 충분히 발휘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인문학적 요소를 융합한 심리치료 프로그램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최신현과 김갑숙(2016)은 교도소 내 성폭력사범들이 집단 미술치료에 참여할 때 공감능력이 향상되고 강간 통념이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하였다. 강준기(2015)는 집단 미술치료를 참관한 교도관들이 성폭력사범들의 미술활동이 심리적 과제를 해소하고 치료 참여도를 높였다고 평가하였다. 또한 정여경 외(2022)는 비대면 글쓰기를 통한 성폭력사범 심리치료 연구에서 글쓰기를 통해 잘못된 강간 통념을 수정하고 심리적 불편감을 완화하며 프로그램 참여 반응성을 높이는 효과를 확인하였다. 윤일수(2015)는 소시오드라마를 활용한 연구에서 성폭력사범들이 피해자의 입장에서 고통을 이해하고 재범을 하지 않겠다는 확신을 갖게 되는 효과가 있었다고 하였다. 이와 같이 인문융합적 요소를 융합한 심리치료가 성폭력사범의 공감능력 향상, 왜곡된 성적 통념 수정, 심리적 안정에 효과적임을 보여주며, 이를 통한 성범죄 재범 방지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인문융합치료에서 ‘치료’는 본래의 모습으로 회복한다는 의미로(Beekes, 2010), 증상을 단순히 고치거나 처치할 문제가 아니라 존재의 숨겨진 부분을 드러내고 통합하는 과정으로 바라본다. 이는 기존의 ‘병=증상=약’이라는 단순한 질병 관점을 넘어, 내담자가 왜 삶의 조화와 균형을 잃었는지에 대해 질문하고, 그 원인을 찾아 회복 방법을 모색하는 데 중점을 둔다(김도경, 2024). 따라서 인문융합치료는 단순히 문제 해결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생애 전반, 사회적 환경, 그리고 내면의 역동적 과정을 포괄적으로 조망하며 더 깊은 이해와 통합을 지향한다.
인문융합치료에서 중요한 개념은 ‘공존’이다. 공존은 갈등, 협동, 교환 등 다양한 사회적 상호작용을 포괄한다(김영순 외, 2022). 이러한 공존의 개념은 내담자가 자기내러티브를 통해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문제를 이해하고 조화로운 삶을 회복하도록 돕는 데 중점을 둔다. 이를 위해 인문융합치료에는 문학, 시, 이야기, 연극, 음악 등 다양한 인문학적 매체를 활용하여 내담자가 자신의 서사를 풀어내고, 그 과정에서 자기내러티브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도록 돕는다(김진선, 김영순, 2024).
인문융합치료는 내러티브 상담이나 글쓰기 상담에서 활용되는 치료적 기제와 맥락을 공유하며(김도경, 2024), 개인의 경험을 구조화하고 이해하는 데 효과적인 접근이다. 그러나 인문융합치료는 단순히 기존의 기법을 차용하는 것을 넘어, 인문학적 요소를 융합하여 내담자의 경험을 사회적 맥락과 연결하고 공존과 조화(Bruner, 1986)라는 인문학적 가치를 중심으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도록 지원한다. 이를 통해 내담자가 자신의 경험을 재구성하며(Maclntyre, 1985),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자기 존재를 새롭게 정의하고 사회적 책임과 적응을 모색할 수 있도록 돕는다.
내러티브는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고 경험을 재구성하는 주요 도구로 작용한다(Bruner, 1986). 내러티브는 무질서하게 발생한 사건들을 연결하여 경험을 재조직하고, 이를 통해 고정된 의식을 해체하여 치유의 과정을 가능하게 한다(Clandinin & Connelly, 1990). 인문융합치료는 내담자가 자기내러티브를 통해 자신의 문제를 이해하고 성찰하며, 타인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도록 돕는다(김영순 외, 2022). 이는 개인적 변화를 넘어 타자와의 관계를 바탕으로 조화로운 삶과 사회적 책임을 실현할 수 있도록 이끄는 데 중점을 둔다.
인문융합치료는 성폭력사범들이 자신의 행동을 성찰하고 사회에 건강하게 재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교정의 중요한 목표와 연관된다. 교정 현장에서 상담자는 교육자, 상담자, 감독자로서 역할을 통합적으로 수행해야 하며, 인문융합치료에서는 특히 상담자가 청자, 조력자, 멘토로서 내담자의 내러티브를 공감적으로 이해하고 접근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김도경, 2024). 상담자는 내담자의 서사를 단순히 분석하거나 해석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치유적 대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상담자는 서사적 글쓰기 훈련을 통해 내담자의 경험을 재구성하고 치유적 대화를 촉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김영순, 오영섭, 2022). 인문융합치료는 단순한 문제 해결이 아닌, 내담자가 자신의 내적 자원을 발견하고 삶을 재구성하며 타인과의 관계에서 조화를 이루도록 돕는 치유적 과정에 중점을 둔다. 내담자와 상담자는 상호주체적 관계를 형성하며, 이러한 관계는 내담자의 심리적 회복과 사회적 적응을 촉진한다. 따라서 인문융합치료는 성폭력사범들이 자신의 행동을 성찰하고 타인과의 공존을 통해 사회에 재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본 연구는 교정시설에서 성폭력사범들이 인문융합치료 기반 교정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경험을 심층적으로 탐구하기 위해 질적 사례연구 방법을 활용하였다. 질적 사례연구는 특정 맥락과 체계 내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이해하고, 개인이나 집단의 구체적인 경험을 구체적이고 다각도로 분석하는 데 유용한 방법이다(Creswell, 2015).
본 연구는 교정시설이라는 제한된 공간과 인문융합치료 프로그램이라는 체계를 중심으로, 사례가 전개되는 과정을 관찰하고 참여자들의 경험과 내러티브의 변화에 주목하였다. 질적 사례연구는 구체적인 상황, 사건, 프로그램을 통해 문제를 파악하고 해석하며, 다양한 자료를 활용하여 현상을 다각적으로 분석하는 데 중점을 둔다(김영순 외, 2018).
본 연구에서는 관찰, 인터뷰, 문서, 시청각 자료 등 다양한 자료수집 방법을 통해 참여자들의 경험을 다층적으로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성폭력사범들이 프로그램 참여과정에서 겪는 내적 변화와 그 의미를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프로그램이 제공하는 교정적 환경과 개인적 성찰의 과정을 구체적으로 해석하였다. 따라서 질적 사례연구는 성폭력사범의 참여 경험과 변화과정을 이해하는 데 효과적인 접근법이며, 본 연구는 이를 통해 참여자들의 내러티브와 그 변화를 심층적으로 탐구하였다.
1) 연구참여자의 특성
본 연구는 교정시설에 수감 중인 20대에서 30대 남성 성폭력사범 4명을 연구참여자로 하여 수행되었다. 이들은 법원으로부터 연 80시간 이하의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받은 대상자로, 수감 이후 교정시설 내에서 교정프로그램에 참여한 경험이 없었으며, 이번에 처음으로 인문융합치료 기반의 교정프로그램에 참여하였다. 각 참여자의 기본적인 특성은 다음 <표 2>과 같다.
<표 2> 연구참여자 특성
연구참여자 A는 다문화가정에서 성장하며, 부모의 이혼과 재혼으로 인해 불안정한 가정환경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세 때 부모가 이혼한 이후 중국인 친어머니와 생활하였으며, 어머니는 A가 초등학생 시절 재혼하여 한국인 새아버자와의 관계를 유지하였다. A는 비행 청소년들과 어울리며 위법행위에 연루되는 경험을 했다. 이 과정에서 성(性)과 관련된 왜곡된 정보와 부적절한 경험을 접하였고, 이러한 환경이 범죄로 이어지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범행 당시, 왜곡된 성(性)적 인식으로 피행자를 대상으로 한 촬영물을 협박의 수단으로 활용하며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다.
연구참여자 B는 5세 무렵 부모가 이혼한 이후 어머니와 외할머니와 함께 생활하였다. 중학생 시절 힙합 음악에 관심을 가졌으나,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음악 활동을 포기하고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취업하였다. 이후 직장 내에서는 성실한 근무 태도로 상사로부터 신뢰를 받으며 생활해 왔으나, 대인관계에서 감정 표현의 어려움을 지속적으로 경험하였다. 범행 당시, 과도한 음주 상태로 인해 감정 조절 능력이 저하되었고 이로 인해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다. 연구참여자 C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 시절까지 아버지의 구타와 폭언을 경험하며 성장하였고, 어머니는 이러한 폭력을 방관하였다. 대학에 입학하면서 집을 떠나 독립하였지만, 어린 시절의 폭력 경험이 여전히 심리적 어려움으로 남아 있었다. C는 폭력적인 환경에서 성장하면서 타인과의 관계에서 갈등을 관리하는 방식이나 정서적 표현에 어려움을 겪었다. 범행 당시, 자신의 행동이 상대방에게 해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잘못된 판단을 하였으며, 이러한 왜곡된 인식으로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다. 연구참여자 D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집을 떠나고 아버지, 여동생, 조부모와 함께 생활해왔다. 아버지와 조모 간의 갈등 속에서 가족을 책임지는 역할을 해왔으며, 학창 시절에는 모범생으로, 대학 시절에는 과대표를 맡으며 주변의 신뢰를 받았다. D는 평소 가족 내 책임감과 사회적 역할에 대한 압박감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경험해왔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핸드폰을 이용해 촬영하는 행위를 저지르게 되었다. 이처럼 연구참여자들은 각기 다른 가정환경과 성장 경험 속에서 심리적 특성과 삶의 태도를 형성해 왔다.
2) 성폭력사범 인문융합치료 기반 교정프로그램
본 연구의 성폭력사범 인문융합치료 기반 교정프로그램은 교정시설에 수감 중인 성폭력사범의 심리치료를 위해 설계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성폭력사범의 심리·사회적 특성을 고려하여, 가해자가 자신의 문제행동을 성찰하고 내면의 분열된 자아를 통합하며, 궁극적으로는 사회 내에서의 건강한 재적응을 도모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한다. 이 프로그램은 Erikson의 심리사회적 발달이론인 자아통합(Erikson, & Erikson, 2019), Savickas(2011)의 진로스토리 인터뷰(Career Story Interview, CSI), 그리고 Rollnick, Miller, Butler(2008)의 동기 강화 상담 이론을 주요 이론적 기반으로 구성되었다. 또한, 법무부 교정본부의 성폭력사범 심리치료 프로그램 매뉴얼(법무부, 2015)과 인문융합치료 진로프로그램(김진선, 2022)을 바탕으로, 피해자의 감수성 함양, 성찰적 태도의 형성, 재범 방지 역량의 강화를 실행 목표로 설정하였다. 성폭력사범 심리프로그램의 구성 요소는 다음 <그림 1>과 같다.
<그림 1> 성폭력사범 인문융합치료 기반 교정프로그램 모형
본 프로그램은 총 5단계로 구성되며, 각 단계는 성폭력사범의 심리적 특성을 반영하여, 자기성찰과 성숙한 태도를 형성하도록 돕는다. 1단계(1~2회기)는 ‘동기강화’로, 가해자가 내면을 탐색하고 변화의 필요성을 자각하며, 행동변화에 대한 동기를 강화한다. 이는 동기강화 상담(Rollnick, Miller, Butler, 2008) 이론을 적용한 것으로 내면의 양가감정을 탐색하고 해결하도록 돕는다. god의 노래<길>1) 영상 감상과, 솔라리움 카드2)를 통해 자신의 생애 전반적 흐름을 탐색한다. 이를 통해 가해자는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미친 영향을 자각하고 변화의 동기를 내면화하게 된다. 2단계(3~8회기)는 ‘나에 대한 이해’로, 자아통합(Erikson & Erikson, 2019)을 중심개념으로 개인의 성격적 특성과 심리적 상태를 깊이 이해하도록 한다. MBTI검사와 인생그래프 작성 등의 심리도구를 활용하고, 동물 이미지로 자신을 표현하게 한다. 또한 가족 내 상호작용을 탐색하는 활동을 통해 자기이해를 확장한다. 특히 잘못된 성(性)인식이 범죄로 이어진 과정을 성찰하게 하여, 행동에 대한 책임감을 강화한다. 3단계(9~12회기)는 ‘상호소통’으로, 건강한 의사소통 기술과 공감능력을 학습하여 대인관계에서 갈등을 줄이고, 왜곡된 사고방식을 교정한다. 사회적 상호작용 이론(Goffman, 1959)과 의사소통 이론(Habermas, 1987)을 적용하여 관계기술을 강화한다. 가해자들은 짝을 지어 달팽이화를 그리고, 정서 보드게임을 하며 편안한 거리감을 체험하고, 서로의 경험과 감정을 나누는 연습을 통해 건강한 소통 방식을 배우고, 타인과의 적절한 거리감을 체험하며 관계기술을 습득한다.
1) 삶의 어려움과 불확실함 속에서도 용기를 잃지 말고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곡으로 희망과 위로를 전하는 내용이다.
2) 과거, 현재, 미래를 상징하는 이미지들로 구성되어, 개인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미래를 성찰하는 데 도움을 주는 도구이다.
<표 3> 성폭력사범 인문융합치료기반 교정프로그램
4단계(13~18회기)는 ‘책임 있는 성(性)’으로, 성(性)에 대한 책임감을 높이고 피해자 감수성을 함양한다. 성인지 감수성 교육 및 공감 학습 이론을 적용하여, 성적행동의 윤리성을 재구성한다. 성 관련 영상시청, 동화 읽기와 토론, 공감 카드 활동을 통해 피해자의 고통을 깊이 이해하고,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인식하도록 돕는다. 이 과정에서 가해자는 피해자의 행위와 의도를 맥락상 이해하고, 피해자에게 저항 입증 책임을 전가하는 관행이 부적절함을 깨닫는다. 5단계(19~24회기)는 ‘괜찮은 삶’으로, 가해자가 삶의 의미를 재구성하고, 균형 잡힌 삶을 계획하도록 돕는다. Savicas(2004)의 CSI3)를 활용해 내러티브를 재구성하며, 자아통합과 미래에 대한 긍정적 조망을 형성한다. 긍정적 피드백, 장점 카드 교환, 내러티브 글쓰기를 통해 삶의 서사를 재구성하고 성찰적 태도를 형성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위의 <표 3>과 같다.
3) 내담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삶의 주제와 진로의 의미를 스스로 발견하도록 돕는다.
본 프로그램은 2024년 1월부터 2월까지 교정시설에서 성폭력사범을 대상으로 심리치료 기본과정으로 진행되었다. 프로그램은 총 24회기(회기 당 2시간 30분)로 구성되었으며, 하루 2회기씩 12일간 총 60시간에 걸쳐 실시되었다. 교정시설의 특성상 녹음과 녹화가 제한되어 있어, 연구팀은 프로그램 진행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고, 모든 회기 내용을 수기로 기록하였다. 주요 자료로는 연구참여자의 한 문장 쓰기 기록물, 그림, 활동지와 함께 연구자 노트 등을 활용하였다. 다양한 자료를 종합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성폭력사범들의 인문융합치료 기반 교정프로그램 참여 경험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해석하고자 하였다.
수집된 자료는 Creswell(2015)의 질적연구 분석 단계에 따라 체계적으로 분석되었다. 1단계는 자료 정리로 연구팀은 기록물, 관찰기록, 연구참여자의 활동물 등을 분석에 용이하도록 체계적으로 정리하였다. 2단계는 일반적인 자료분석으로 수집한 자료를 여러 번 읽고, 연구문제와 관련된 의미 있는 진술이나 경험을 중심으로 핵심 내용을 메모하고, 이 과정에서 참여자의 구체적인 표현과 경험에 주의를 기울이며 의미 단위를 도출하였다. 3단계 코딩 및 주제 도출에서는 자료를 분류하고, 핵심 내용에 기반하여 코드를 부여하였고, 유사한 특성을 가진 코드를 묶어 주제를 구성하였다. 4단계 영역 범주화에서는 주제를 포괄하는 상위 범주를 설정하여, 구조화하고, 연구결과를 체계적인 틀로 정리하였다. 마지막 해석단계에서는 교정시설 내 성폭력사범의 재사회화 과정과 인문융합치료 프로그램 참여 경험을 중심으로 각 영역의 의미를 심층적으로 해석하고 기술하였다.
본 연구는 교정시설 내 특수한 환경과 비자발적 프로그램 참여 상황을 고려하여 윤리적 원칙을 준수하며 진행되었다. 연구팀은 교정시설 기관장의 승인을 받은 후, 연구참여자들에게 연구의 목적과 절차를 충분히 설명하고, 비밀 보장, 자발적 참여 여부, 참여 철회 가능성과 철회 시 불이익 없음 등을 명시한 동의서를 제공하고 서명을 받았다. 또한 참여자가 불편함을 느낄 경우 활동을 중단할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하여 심리적 안정을 보장하였으며, 모든 자료는 익명성을 철저히 보장하고 암호화하여 안전하게 처리하였다.
본 연구팀은 인문융합치료 박사학위를 보유하고 다수의 질적연구와 교정시설 내 심리치료 사례 경험을 가진 전문심리상담사 1인, 중독심리 전문가이자 인문융합치료 전공 박사과정생 1인, 상담심리 전공 박사과정생 1인으로 구성되었다. 연구의 신뢰도와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팀은 내부 상호 검토와 외부 전문가의 피드백을 통해 자료 해석의 객관성과 중립성을 유지하였다.
또한 상담심리 전공 교수의 수퍼비전을 통해 연구 과정에서 추가적으로 탐색해야 할 내용을 반영하고, 프로그램의 구조와 일관성을 보완하였다. 예를 들어, 1단계인 동기 강화단계에서 내담자가 자신의 문제행동에 대한 책임을 자각하고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도록 하는 활동이 구성되었으나, 이 과정에서 피해자의 관점을 반영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본 프로그램이 가해자의 행동 변화에 초점을 두는 가해자 프로그램이라는 특성상, 가해와 피해의 실체(범죄)가 충분히 다뤄지지 않고 가해자의 삶의 개선에만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에 대한 윤리적 고민이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피해자의 시선에서 사건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보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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