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기관
인천구치소는 인천지방법원과 검찰청 바로 뒤, 법조타운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다. 12층 규모의 현대식 건물 곳곳에서 교도관과 수용자들의 발걸음이 끊임없이 이어지며, 하루에도 수백 명의 미결수용자가 재판, 진료, 교육 프로그램 참여를 위해 이동한다. 이에 인천구치소는 아예 수용자의 안전한 이동과 신속한 재판 진행을 고려해 지하 복도를 인접 법원과 연결하고 있었다.
좁은 통로 안에 울리는 발자국, 낮게 오가는 교도관의 안내. 재판을 받기 위해 지하 복도를 걷는 수용자의 발걸음은 긴장과 불안으로 무겁다. 조용히 그 옆을 걷는 교도관 역시 편하지만은 않은 것은, 그 무거운 분위기가 좀처럼 적응되지 않아서다. 그래도 인천구치소의 직원들은 조용히 곁을 공감과 신뢰를 건넨다. 그래서 수용자들의 발걸음도 조금은 더 단단해질 수 있다. 수용자들은 어쩌면 그렇게, 불안과 긴장을 달래며 출정에 임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인천지역에 근대식 감옥이 생겨난 것은 일제가 우리나라를 집어삼키려고 극성을 부리던 무렵이다. 1908년 경성감옥 설치와 함께 감옥분감 설치령을 제정한 데 따른 것으로, 1909년 2월 16일 인천이사청 건물을 인계받아 경성감옥 인천분감이 전국 처음으로 설치됐다. 인천분감을 시작으로 부산·전주·의주·춘천·원산·청주·대구 등 전국 8개 도시에 감옥분감이 들어선 것.1)
인천감옥은 백범 김구 선생이 수감됐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1914년 일본 군인을 살해한 일명 ‘치하포 사건’으로 서대문감옥에서 옥고를 치르던 김구 선생은 인천감옥으로 이감되어 항만 축조공사 등에 강제노역을 당한 뒤 같은 해 7월 가석방됐다. 이에 앞서 1897년에도 해주감옥과 인천감리영에서 두 차례 옥고를 치르며 모진 고문을 겪었던 김구 선생의 인천과의 인연은, 이 지역 감옥사가 단순한 수용 시설을 넘어 역사적 사건과 맞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1936년 7월 10일, 부천군 문학면 학익리에 ‘인천소년형무소’가 설립되며 현대적 의미의 교정시설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개성과 김천 소년형무소의 수용 인원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새로 만들어진 이 기관은 1935년 착공되어 1938년 3월 준공됐고, 소년 7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본관 건물과 3,000평 규모의 운동장, 가축사육장, 채소밭을 갖췄다. 해방 후에는 미군정청의 미육군형무소로 사용되기도 했고, 1947년 인천소년형무소로 재지정되었다. 이후 6·25 전쟁과 여순항쟁, 제주 4·3 항쟁 관련자 수용 등 격동의 역사를 거치며 탈출과 재수감 사건이 반복되기도 했다. 1961년 ‘형무소’ 명칭이 ‘교도소’로 변경되면서 인천소년교도소가 됐고, 1990년 소년 수용 기능이 천안 소년교도소로 이전되며 기존 건물은 미결수용자를 위한 인천구치소로 전환됐다. 그러다가 1997년 구 건물을 철거, 동일 부지에 현대식 12층 건물을 신축하며 오늘날의 모습으로 자리 잡았다.
1) 천영기, (2021.07.12.), 개항장 소개 ‘중구청 담벼락’과 ‘인천감리서’ 터를 찾아, 인천투데이.
과밀수용률이 150% 이상에 이르는 인천구치소의 현실은 결코 만만치 않다. 게다가 인천은 공항과 항만을 통해 마약 밀수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관문 도시로, 최근 몇 년 새 마약사범이 급증하고 있다. 또한 서울고등법원 인천원외재판부 형사재판부 증설과 2028년 인천고등법원 개원 등 사법 체계의 확장으로 항소심 재판이 늘어날 전망이기도 하다. 이는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 미결수용자의 장기 체류를 유발하며, 과밀수용을 더욱 심화시키는 구조적 요인이되는 연유에서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단순한 내부 관리 문제가 아닌, 사회적·국가적 과제와 직결되기도 한다.
따라서 인천구치소가 지향하는 교정철학은 단순한 운영 목표를 넘어선다. 법무부 교정본부가 지향하는 ‘법과 질서의 확립’이라는 국가적 이념과 궤를 같이하지만, “수용자의 인권을 존중하며, 원칙적 법 집행을 통해 공정하고 투명한 교정행정을 구현”하는것에 방점이 있다.
미결수용자는 아직 유죄 판결을 받지 않은 존재로서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되며, 이들의 방어권과 기본권을 철저히 보장하면서도 시설 내 안전과 질서를 유지해야 하는 책임을 지닌다. 인권과 안전은 상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같은 목표 내 두 가지 가치와 같다. 인간다운 환경에서 인권이 보장될 때 수용자 간 갈등과 폭력은 줄고, 수용자들은 안전이 확보된 상태에서 교화와 교육 프로그램을 안정적으로 소화할 수 있어야 재사회화를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정·재활 프로그램 또한 단순한 수용자 관리의 도구를 넘어, 사회 전체의 재범 방지와 안전망 구축이라는 거시적 목표와 맞닿아 있다. 그런 만큼 인천구치소는 범죄 유형별 맞춤형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성폭력·마약·알코올 중독·아동학대 등 특정 범죄 수용자를 대상으로 근본적 원인을 치료한다. 또한 초·중·고 과정의 교육 프로그램과 검정고시 응시 기회를 제공해, 수용자들이 학업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고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아울러 전국 최초로 설치된 ‘외부협력 스마트진료센터’를 통해 초빙·원격 진료, 의료정보 공유, 긴급회의 등 다양한 협업 기능을 수행하며,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현장 의료 인력의 부담을 줄이고 있다.
과밀수용과 업무 부담 속에서 직원들의 직무 스트레스는 상당할 수밖에 없다. 인천구치소도 일부 수용동에서는 교도관 1명이 100여 명을 관리하는 일이 일상이다. 이에 인천구치소는 직원 건의함을 정례화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면밀히 분석해 정책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직원 간 수평적 소통을 촉진하고, 조직에 대한 소속감과 주인의식을 높이는 데 기여했으며, 문제를 공동으로 고민하고 해결하려는 분위기 형성에 도움이 되기도 했다. 직원들 역시 직업적 사명감을 강화하고, 자신이 수행하는 업무가 사회적 가치와 연결됨을 점점 더 실감하게 된다고.
지역사회와의 관계에서도 적극적이다. 교도관과 수용자가 함께 참여하는 ‘보라미 봉사단’과 ‘사랑의 손잡기’를 운영하며, 독거노인과 소외된 이웃을 정기적으로 방문한다. 또 체육시설을 개방해 시민과 유관기관 직원들이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 이는 교정시설이 단순한 법 집행 기관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며 공공적 가치를 실현하는 공동체임을 증명하는 대표적 사례다.
미래를 향한 인천구치소의 핵심 목표는 명확하다. 과밀수용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수용자의 건강과 안전을 보장하며, 재사회화와 성공적인 사회 복귀를 지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상 6층 규모의 수용동 증축과 시설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으며,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확대해 수용자가 사회에 적응하도록 돕는다. 법과 질서를 확립하면서도 따듯한 인간적 교정을 실현하고자 하는 인천구치소의 노력은, 시대적 과제와 지역사회의 기대 속에서 끊임없이 진화하는 교정기관의 모습을 분명하게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