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창

2024년 10월 20일, 「형사사법절차에서의 전자문서 이용 등에 관한 법률」(형사절차전자문서법)이 시행되었다. 이번 법 시행을 계기로 형사사법 절차에서 종이문서 중심의 업무 처리 방식에서 벗어나, 전산망 기반의 전자문서 처리 체계로의 전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교정을 비롯한 형사사법기관들은 법 시행에 맞춰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고도화 사업을 준비했고, 같은 달 차세대 KICS 교정시스템을 오픈하였다. 당시 법원의 형사전자소송시스템은 구축되지 않아 ‘완전 전자화’라고 부르기에는 다소 부족함이 있었으나, 올해 10월 10일 법원 시스템이 개통되면 드디어 본격적인 형사전자소송 시대가 열린다고 할 것이다.
형사절차전자문서법은 2021년 10월에 제정되어 약 3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시행되었다. 이 법은 형사사법 절차 전반의 전자화를 위해 필요한 기본 원칙과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형사소송절차와 관련하여 피의자, 피고인, 피해자 등 사건 관계인은 법원 등 형사사법기관에 소송서류를 전자적으로 제출할 수 있다. 또한, 형사사법기관 공무원은 문서를 전자적으로 작성·처리·유통해야 하며, 차세대 KICS에서 문서를 작성해 행정전자서명을 한 뒤 다른 기관으로 전송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원칙적으로는 모든 형사사법 문서를 전자적 형태로 작성하도록 의무화되어 있으나, 국가안보 관련 사건이나 대형 도면 등 전자문서로 작성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종이문서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전에는 교정시설에서 수용자가 입소할 때 영장과 판결문을 종이서류로 받아 직원이 직접 전산시스템에 입력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차세대 KICS를 통해 전자문서가 자동으로 수신된다. 법원이나 검찰청에서 전송한 전자문서가 시스템에 도착하면 담당 직원은 이를 접수한 뒤 곧바로 업무를 진행할 수 있으며, 전자문서에 담긴 주요 데이터가 자동으로 처리 과정에 반영된다.
이를 통해 교정공무원은 별도의 자료 요청이나 수작업 입력 없이도 실시간으로 필요한 정보를 확인하고 업무에 활용할 수 있다. 한 번 입력된 전자정보를 여러 기관이 함께 활용하기 때문에 자료 불일치나 오탈자 같은 오류가 줄어들고 업무 정확성도 높아진다.
한편 전자문서는 주고받는 모든 과정이 로그(log)로 남는다. 누가 언제 문서를 전송하고 열람했는지가 자동으로 기록되므로 절차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책임 소재도 명확해진다. 문서 송수신 시간 역시 시스템에 저장되기 때문에, 의사소통 착오를 줄이고 공정한 업무 처리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형사절차 디지털화에서 가장 주목할 변화 중 하나는 전자영장 제도의 도입이다. 전자영장이란 법관이 전자서명으로 발부한 영장을 전산시스템을 통해 전송하고, 집행자가 피집행자에게 전자 형태로 보여주거나 전송하는 방식을 말한다.
예를 들어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전자적으로 발부되면 차세대 KICS를 통해 검찰을 경유하여 집행지휘서와 함께 교정기관으로 전송된다. 교정공무원은 컴퓨터 화면에서 영장 내용을 바로 확인할 수 있고, 이를 수용자에게 보여주거나 전자영장을 출력해 종이 형태로 제시하고 집행할 수도 있다. 전자영장은 1회에 한해 출력할 수 있으며 출력물은 원본으로 인정된다. 또한 영장 사본과 권리고지확인서 역시 시스템에서 간편하게 출력할 수 있다. 앞으로 모바일 KICS가 구축되면, 전자영장을 모바일 기기에서 바로 제시할 수 있게 되어 영장 집행의 효율성과 편의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압수수색영장을 통해 금융기관이나 통신기관 피집행자에게 자료만을 제공받는 경우 인터넷망에 구축된 전용포털에 영장을 게시하거나 메일로 송부하는 시스템 구축 사업이 법무부 형사사법공통시스템운영단을 중심으로 기관별로 진행 중이다.
대다수의 교정공무원들이 실무에서 가장 크게 체감할 변화는 소송서류 송달 체계의 전환일 것이다. 형사절차전자문서법은 소송서류를 전산정보시스템을 통해 전자적으로 송달·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수용자의 경우 구금되어 있으므로 차세대 KICS 교정시스템으로 송달한다(2026년 9월 28일 시행). 현재 소송서류는 우편 송달 시스템을 기반으로 처리되고 있는데, 각 단계마다 담당자가 직접 확인하고 수작업을 거치는 방식이라 시간과 인력이 많이 소요되는 실정이다.
그러나 전자적 송달 체계로 전환되면, 소송서류의 접수부터 폐기까지 통합 관리가 가능해진다. 전자소송서류에 담긴 성명 등의 주요 데이터를 이용해 수신된 문서는 해당 수용자에게 편철되고, KICS를 활용해 수용자별·수용동별 서류 분류가 가능해진다. 또한 서류 처리 건수가 많은 기관에는 고속프린터가 우선적으로 도입되어 서류 출력에 걸리는 시간 부담도 줄어들 전망이다.
한편 서류의 송달에 관해 형사소송법은 민사소송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고, 민사소송법은 구속된 사람의 경우 구금시설의 장에게 송달하도록 규정한다. 이에 따라 차세대 KICS 교정시스템에 전자소송서류 도달 시 송달로 인정되기 때문에 교정기관에서는 전산시스템을 활용한 업무처리에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자적 송달 체계로의 전환은 법적 의무이자, 형사사법절차 완전 전자화의 일환이다. 이를 위해 본부 차세대 KICS팀에서는 차세대 KICS 교정시스템에 전자적 송달 및 통지기능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형사사법기관 간 전자문서 연계와 형사전자소송 시스템의 본격 개통은 교정현장에 중대한 혁신을 가져올 것이다. 종이서류 처리에 소요되던 시간과 인력을 절약해 수용자 교정·관리와 안전 확보 업무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다소 혼란이 있거나 추가 교육이 필요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스마트 교정행정으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며, 전자문서로 하나로 연결된 형사사법 체계는 교정공무원들이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며 투명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든든한 기반이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