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
인천구치소 보안과 교사
지역 청소년들에게 강의할 기회가 있었다. ‘점점 더 교묘해지는 범죄와 범죄인에 대해서 우리 사회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주제로 강단에 섰다.
“범죄인을 가장 가까이에서, 또 자세히 들여다보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경찰이나 판사요. 아니면 프로파일러가 제일 먼저 떠올라요.”
“요즘에 TV에 나오는 범죄 심리학자들이 범죄인과 가장 가까이에 서 있는 사람들 아닐까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과 가장 가까이 마주하는 사람은 누구일까>에 대한 질문에 학생들이 입을 모아 얘기했다. 최근 예능과 시사 프로그램에서 범죄와 관련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범죄 예방에 관한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교도관이라는 직업은 어때요?”
학생들의 대답이 끝나고 나서 잠시 적막이 생기자 나는 ‘교도관’이라는 직업을 언급했다.
“교도관은 범죄인의 심리를 다룬다기보다는 못 도망가게 지키는 사람들 아닌가요?”
“사실 교도관이라는 직업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중간 자리에 앉아있던 한 학생이 대답하자, 그 말을 들은 나머지 학생들이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교도관이 범죄인을 못 도망가게 지키기만 하는 것에 동의하는 끄덕임이 아니라,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학생들의 반응에 대한 긍정의 끄덕임이었다.
교정(矯正)은 ‘틀어지거나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다’라는 사전적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 사회에도 사람의 뒤틀린 마음과 그릇된 행동을 바로잡는 작업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매일 연쇄살인, 성폭력, 마약, 조직폭력, 인신매매 등과 같은 행위를 한 범죄인과 대화를 한다. 그때마다 얼굴의 윤곽, 눈의 깜빡임, 그들의 얼굴을 마주하며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또한 교도소 현장에서는 범죄인의 심리검사와 분석을 진행한다. 성장 과정에서 가정의 해체 또는 학대, 결핍은 없었는지, 그 경험들이 이상행동을 발현시키는 데 어떠한 작용을 했는지에 대한 물음 등 답을 찾기 위해서 인간 내면에 대해 접근한다. 이 작업은 프로파일링과 같이 인간 내면에 대한 접근이라는 것에서 그 궤를 같이하지만, 수사기관은 ‘잡아들이는 과정’에서 작용하는 심리분석인 반면, 교정시설의 ‘다시 내보내는 과정’에서 작용하는 심리적 해부는 그 맥락이 조금 다를 수 있다.
우리 사회는 범죄인을 잡아들이는 과정에서 어떤 수사적 기법을 사용하여 범인을 검거했는지에 대해 집중했다. 그 이후 언론에서는 연일 그 사건에 대해 조명했고, ‘드디어 정의가 실현됐다’라는 메시지를 내보였다. 하지만 내가 보고 겪은 현실은 조금 달랐다. ‘정의의 실현’이라는 막이 내린 곳에 통곡과 분노의 목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무거운 법원의 판결과 반짝이는 언론의 카메라 세례가 지나간 자리에, 여전히 피해자의 고통은 보상받을 길이 없었고 가해자도 자신의 생을 이어가고 있었다.
‘조두순이 우리 사회로 돌아왔다’, ‘김근식이 다시 돌아온다’라는 기사들을 접해볼 수 있다. 검거와 법원의 판결로 세상으로부터 지워진 줄 알았던 사람들이 다시 우리의 이웃으로 돌아온다는 말이다. 사람을 살해했다고 해서 법원은 무조건 무기징역이나 사형을 판결하진 않는다. 이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그들은 다시 사회로 돌아온다는 것이고, 더욱이 그들이 교도소에 있는 시간 동안 세상의 분노를 키운 채로 돌아온다면, 또 누군가는 끔찍한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범죄인에 대한 심리적 접근은 죄질, 재범 영향성, 심리검사 등을 통해 분석된 사람들의 인지와 행동을 수정하는 기법, 범죄 예방을 위한 동기 강화 상담, 감정조절 등이 동반된 심리적 부검이 수반된다.
현재 나는 심리학과 인문학을 전공하고 있다. 상담 심리학 석사학위를 받고 곧바로 박사과정을 이어가고 있다. 범죄인을 가장 자세히 들여다보기에 교도소만큼 적합한 공간은 없다. ‘이상심리와 인간에 대한 탐구’, 이 작업은 서류나 문서 위에서만 일어나서는 안 될 것이기에, 이론과 현장의 교집합에서 조금씩 발을 내디뎌 본다.
특히 마약 중독에 심각성을 인지하고 중독심리전문가 과정을 마쳤으며,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재활 강사로 활동하며 마약 중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또 날로 심각해져 가는 소년범죄 예방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방법에 관심을 두고 있다. 글쓰기, 독서, 미술 등을 동반한 접근방식은 소년범에게 유용하다. 심리치료에 있어서 ‘라포’ 형성은 중요한 기본요소에 포함되는데, 이러한 도구들은 내담자와 친밀감 또는 신뢰 관계를 쌓는 데 효과적이다. 2016년경 춘천지방법원에서는 소년범에게 100시간의 인문 치료 수강명령을 판결한 적이 있다. 미술, 글쓰기 등을 통해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는 것, 그 과정을 통해 분노 조절 방법 등을 배우는 것은 소년범에게 필요한 작업임이 분명하다. 나 역시 책 출간 작업을 통해 솔직한 내면에 대해 마주할 수 있었고 내 글을 읽은 사람들의 피드백을 통해 나 자신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경험을 했다.
인류는 많은 시간 동안 범죄에 대해 고민하고 논의해왔다. 하지만 검거와 판결 이후의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은 없다. 공동체에서 격리되고 다시 공동체로 돌아가는 그 길목에서 교도소의 터널을 지나가는 사람들. 다시 사회로 돌아갈 그 사람들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과연 사람은 변할 수 있을까?”
12월, 차가운 겨울 공기가 머물다 지나간 교도소의 시간 아래에서, 오늘도 쉽게 답을 내지 못할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