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진
광주지방교정청 분류센터 교위
최근 교정행정에 잔잔한 바람이 불고 있다. 그동안의 교정행정이 범죄자의 격리에 초점을 맞춘 보안 중심의 정책이었다면, 현재는 심리치료과를 신설하여 치료 중심의 예방정책으로 변화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범죄자를 바라보는 두 가지의 시선이 있다. 하나는 주체적으로 범죄행위를 한 죄지은 사람, 다른 하나는 어린 시절에 상처받은 무의식적 피해자이다. 그동안은 전자의 행위와 처벌에 더 관심을 가졌다면 이제는 상처 입은 감정을 치유하여 범죄성을 줄이려는 후자에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현재 법무부에서 강조하는 치료 정책도 바로 그것이다. 교도소는 범죄자를 사회위험으로부터 격리하고 나아가 그들의 범죄성을 줄여 건전한 사회인으로 복귀시킬 책무가 있다. 범죄자를 사회로부터 밀어내야 할 짐이 아니라, 범죄성을 치료하여 사회 구성원으로 함께할 고민을 담고 있다. 이에 앞으로 교정행정의 방향은 범죄자에게 단죄를 통해 속죄할 시간을 제공해 줌과 동시에 선량한 이웃으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치료 정책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필요할 때이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은 가해자를 두둔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건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다시 받아주는 용기 있는 국민의 관심을 말하는 것이다. 최근 법무부가 힘쓰고 있는 ‘심리치료과’ 확대도 결국에는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의지의 표명이다.
범죄자를 향한 포용 정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시작부터 많은 장벽에 부딪히게 된다. 첫 번째가 우리 사회의 법 감정이다. 국민은 범죄자에게 많은 사회적 비용을 투자하여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는다. 교도관(矯導官)의 명칭에 비유되듯 ‘바로잡아서 이끄는 사람’들조차도 그들의 범죄 행위를 포용하기 어렵고, 피해자나 국민의 감정까지 더하면 불편한 감정을 감출 수 없기 때문이다. 교도관이 그들을 미운 감정으로 대하면 그들 역시 불편한 감정을 되돌려주기에 마음의 문을 열기가 쉽지 않다. 시작부터가 어려운 정책인 셈이다. 다행히 최근 연구에서 ‘치료 정책이 재범 가능성을 낮춘다’라는 결과를 얻었고, 이를 통해 더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결과의 중심에 교도관들의 위대한 헌신과 노력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한 전체 수용자를 대상으로 치료과정을 운영하기보다 개선 가능한 대상자를 엄선하여 진행하는 맞춤형 치료과정이 옳은 방향이다. 내부적으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개선 가능성을 높이고, 변화가 어려운 대상자들은 외부적으로 집중 관리하여 국민에게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 준비 없이 출소한 범죄자들로부터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한다면 교정정책은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될 뿐이다.
다년간 상담 경험으로 느낀 점이지만, 대부분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충족되지 못한 욕구를 부정한 방법으로 채우려고 하여 범죄로 진전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모두가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 중 적지 않은 수가 불우한 환경의 영향으로 세상을 비뚤어지게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범죄행위를 비난하기에 앞서 그들에게 한 걸음 다가가 보면 멀지 않는 곳에 분노와 적개심을 살필 수 있다. 몸은 성장했으나 내면은 성인 아이의 특성을 보인다. 부모로부터 버려진 사람, 부모의 이혼으로 사랑에 굶주린 사람, 가정폭력 등으로 상처를 품고 사는 사람, 거절에 너무 익숙해진 사람 등 욕구가 제때 충족되지 않아 어린 시절 상처를 성인이 되어서도 품고 사는 경우가 많았다. 다시 말해, 상처가 곪아 여유를 부리기 어려운 그들이 자신의 몫을 요구하기란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상처받은 감정을 치유할 수 있도록 온정을 먼저 나누고, 그러한 경험을 사회에 환원할 기회를 제공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처벌은 일시적인 반성만을 이끌 뿐이다. 가해자를 옹호하는 말로 들릴 수 있으나 결국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부모의 사랑을 통해 행복함을 느껴본 사람만이 그 행복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사랑을 받아본 사람이 나눠주는 방법을 잘 안다. 비뚤어지고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새롭게 열 수 있는 시작은 바로 따뜻한 손길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솝우화에 ‘해와 바람이야기’가 있다. 결국 바람의 강압적인 힘은, 노인의 코트를 벗기지 못했으나 해의 따뜻함은 노인의 코트를 벗겨 냈다. 강한 힘보다 따뜻한 손길이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된다는 교훈을 우리는 새겨야 한다. 앞으로 교정의 역할은 가족과 사회로부터 느끼는 소외감에서 벗어나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따스함을 안겨 줄 수 있는 패러다임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그러한 관심 속에서 반성과 뉘우침을 이끌 수 있다면 교도소는 그들 인생의 환승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교정행정은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해 계속 정진하고 있다. 법무부는 수용자 상담과 치료에 집중하기 위해 2016년 9월 교정본부에 심리치료과를 신설하였고, 교도소마다 심리치료센터 및 심리치료팀을 두고 있다. 최근 2019년 10월에는 일선 교도소에 설치되어 있던 심리치료팀을 일부 심리치료과로 승격하였고, 계속해서 ‘과’승격을 시도하고 있다. 그동안 보안영역과 치료영역을 함께 담당했던 것을 점차 분리하여 교정교화의 한 축으로 심리치료에 집중하는 것이다. 과거의 교정 서비스가 보안영역의 수용관리에 방점이 있었다면 앞으로는 재범 예방과 건전한 사회 복귀를 위한 심리치료영역이 크게 부각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교정 서비스의 혁신적인 변화이며 선진 교정이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앞서 언급한 연구 결과를 통해 국민에게 홍보하고 국민의 관심과 협조를 얻어야만 정책이 안착할 수 있다. 작금의 교정행정의 방향은 국민의 요구를 수용하여 더는 피해당하는 사람이 없도록 혜택을 국민에게 돌리는 것이다. 또한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교정이 되기 위해서는 정체성 확립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경찰의 범죄 수사와 범인 체포, 소방의 화재진압처럼 교정의 심리치료 역시 교정행정의 새로운 정체성으로 확립되어야 할 것이다.
교도소에 심리치료라는 말에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병을 치료하는 사람이 어디 의사들 뿐이랴?”라고 반문하고 싶다. 심리치료는 내면의 고통과 혼란을 탐색하여 희망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다. 교도관이야말로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치료사이며, 개인을 넘어 사회까지 밝게 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사회를 비뚤어지게 바라보는 시선을 올바르게 이끄는 일을 교도관 아니면 누가 나서겠는가? 범죄자들을 음지 환경에서 양지바른 곳으로 인도해 줄 수 있는 사람, 삶의 조연에서 주인공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조력해줄 수 있는 사람, 궁극적으로 피해자 없는 사회를 위한 디딤돌 역할은 오롯이 교도관의 몫이다. 음지에서 남몰래 헌신하는 교도관, 우리 교정공무원들의 사명감으로 우리 사회는 밝게 빛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