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준섭 문화칼럼니스트
“어떻게 마음을 전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 누구나 수시로 하는 이 고민의 답은 명료하다. 말하면 된다. 그 마음이 ‘상대방에 대한 고마움’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우리는 왜 서로에게 고마움을 표현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마음속 감사의 마음을 밖으로 잘 끄집어낼 수 있을까.
유독 일이 잘 안 풀리고 사람들과 자주 부딪치는 시기가 있다. 우리는 이 기간을 ‘슬럼프’라 이름 짓고 부족한 자신을 탓한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개개인의 능력은 부차적인 원인일 뿐이다. 진짜 문제는 자신이 처한 현실에 대한 불만이다. 바꿔 말하면, 스스로의 삶과 처한 상황에 대한 감사함이 없기 때문에 일상이 제멋대로 뒤엉켜 버리는 것이다.
혹자는 묻는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 현실이 변하느냐고. 바뀐다. 전 세계 심리학자들은 감사하는 마음이 주관적 안녕감·낙관성·희망·활력·친사회적 활동·자아존중감·사회적 지지·행복 등 긍정적인 정서를 형성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리고 이러한 마음가짐에는 개개인의 인생을 바꿀 정도로 강력한 힘이 깃들어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뉴스 진행자 데보라 노빌은 저서 『감사의 힘』을 통해 힘주어 말한다. 삶을 살아가고 변화시키는 가장 큰 에너지는 바로 ‘감사’라고.
스코틀랜드 스털링대학교 연구진은 2012년, 감사하며 사는 사람들의 면역력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평균 1.4배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2015년 5월에는 성인남녀 186명의 건강·심리를 테스트한 결과, 감사하는 사람의 심장병 발병 확률이 3분의 1가량 낮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한편, 잉글랜드 워릭대학교 알렉스 우드 교수 연구팀은 감사하는 사람으로 분류된 실험자들 전원이 숙면을 취하며, 우울증 증세를 보인 경우도 감사하지 않는 사람들에 비해 절반 가까이 낮았다고 밝혔다. 감사하며 살아가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것이다.
감사하는 마음은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쓴 하버드대학교 심리학 교수 탈 벤 샤하르는 “감사를 주고받으면 두 사람 사이에 ‘감정의 양성순환’이 싹트는데, 이는 행복감을 증가·연장시킨다”며, 일상 속에서 적극적으로 감사를 표하길 권한다.
지금까지 감사하는 마음과 그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봤다. 이제는 실전에 나설 차례. 그렇다고 갑자기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자니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상대방에게 고마움을 100% 전할 수 있는 ‘감사의 대화술’ 다섯 가지.
❶ ‘대화의 끝자락’이 절호의 기회평소에는 아무 말 없다가 무턱대고 고맙다고 말하면 분위기만 어색해진다. 따라서 감사의 마음을 온전히 전하려면 타이밍이 중요하다. 최적기는 대화의 말미다. 마지막 인사를 나누면서 “감사합니다!” 한 마디만 덧붙여 보자. 십중팔구 상대방 입에서 똑같은 말이 흘러나올 것이다.
❷ 적절하게 칭찬하라세계 최고의 세일즈맨으로 손꼽히는 조 지라드는 책 『사람을 움직이는 대화의 기술』에서 영국 속담 하나를 소개했다. ‘바보라도 칭찬해 주면 훌륭한 사람으로 변한다.’ 감사의 마음을 직접 표현하기 힘들다면 대화 사이사이에 칭찬을 섞자. 감사를 전하면서도 나에 대한 상대방의 고마움을 솟아오르게 만드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❸ 긍정적인 표현을 사용하라이해인 수녀가 저서 『고운 마음 꽃이 되고 고운 말은 빛이 되고』를 통해 이야기한 것처럼 긍정적인 단어와 문장을 골라 사용해 보자. ‘때문에’ 대신에 ‘덕분에’를 입에 붙이고, ‘신경 끄세요’라고 말할 자리를 ‘마음 놓으세요’로 대신하는 것처럼 아주 작은 노력이면 충분하다. 여기에 더해 상대방이 좋아하는 특정 표현을 사용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❹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라사람은 말을 잘 들어주고 적절한 질문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고마움과 호감을 느낀다. 대화 주제를 상대에게 맞추고, 그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호응해 보자. 다양한 표정을 곁들이면 금상첨화. 단지 잘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
❺ 때로는 손 편지정성 들여 꾹꾹 눌러쓴 손 편지는 여전히 감동을 선사하기에 제격이다. 책 『땡큐 레터』를 쓴 신유경 작가는 15개월 만에 365통의 편지를 직접 써서 고마운 사람들에게 부쳤다. 이 과정에서 진정한 감사의 의미를 깨닫고 행복해졌다는 게 그녀의 전언. 지금 당장 감사 편지를 써 보는 건 어떨까. 나와 상대방 모두에게 뜻깊은 선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