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칼럼

돌멩이 같은 일상에서
보석 같은 인생으로

이준섭 문화칼럼니스트

세상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지만, 나의 일상은 단 몇 분 안에 완전히 변화시킬 수 있다. 다양한 일들 속에서 긍정적인 면에 주목하고 감사한 순간들을 골라내다 보면 돌멩이 같은 일상이 금세 보석 같은 인생으로 탈바꿈한다.

피그말리온 효과와 셀프 긍정

오래전 지중해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인 키프로스에 조각가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아름다운 여인상을 조각했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생동감 넘쳤는지 살아 있단 느낌을 줄 정도였다. 조각가는 오래 지나지 않아 여인상과 사랑에 빠졌으며,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신전을 찾아가 여인상과 같은 여자와 결혼하게 해 달라고 간절하게 빌었다. 그의 진심 어린 사랑과 정성에 감동한 아프로디테는 조각상을 진짜 여인으로 만들어 줬고 둘은 평생을 행복하게 살았다.
조각가의 이름은 피그말리온(Pygmalion). 고대 로마 시인 오비디우스의 서사시 『변신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심리학자들은 간절한 바람으로 무생물을 사랑으로 변화시킨 그의 이름을 따서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말을 만들어 냈다. 타인의 기대와 관심으로 일의 능률이 오르거나 결과가 좋아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용어의 정의에 ‘타인’이라는 말이 들어가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를 ‘나 자신’으로 바꿔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아니, 누구보다도 스스로가 자신을 믿고 긍정할 때 피그말리온 효과가 더욱 증폭됨을 우리는 종종 실감하며 살아간다.
여기 미술계의 두 거장이 있다. 네덜란드의 후기 인상주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와 입체파를 대표하는 화가 파블로 피카소다. 고흐는 천재적 재능에도 불구하고 “나는 비참하게 살다가 죽을 거야”, “나는 돈과 인연이 없는 사람이야”와 같은 부정적인 말을 입버릇처럼 되뇌었으며, 무명의 삶을 살다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피카소도 평소 스스로에게 말을 건네는 습관이 있었지만 그 내용은 고흐와 정반대였다. “나는 그림으로 세계적인 명성과 부를 얻을 거야!” 그는 다양한 화풍에 도전하고 수많은 습작을 남긴 끝에 입체주의라는 혁신적 사조를 개척했으며 스스로의 다짐을 실현했다. 만약 피카소가 평소 고흐와 같은 말을 되풀이하며 그림을 그렸다면, 과연 이 같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긍정으로 완성하는 기적 같은 일상

긍정적인 마음은 몸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킨다. 지난 1993년, 미국 켄터키대학의 데버라 D. 대너 심리학과 교수팀은 노트르담성당에서 수행 중인 수도승 180명의 일기를 분석했다. 하루를 긍정한 내용의 일기를 쓴 그룹과 일상의 고됨에 주목한 일기를 쓴 그룹으로 나눠 수명을 조사한 결과, 전자의 85세와 93세 생존율이 후자보다 각각 25%, 34% 높았다.
작년 5월에도 비슷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인제대 일산백병원 호흡기내과 구현경 교수가 미국 하버드대학 브리검 여성병원 연구팀과 함께 미국인 만성폐쇄성 폐질환(COPD) 환자 1,967명을 10년간 추적 관찰했다. 연구팀은 조사 대상 환자의 낙관주의 성향을 0~24점으로 환산하고 병증 악화 정도를 측정했는데, 점수가 1점 높아질 때마다 COPD 악화 정도가 5%씩 감소했다. 아울러 6분 동안 걸을 수 있는 거리를 측정하는 검사에서도 점수가 1점 증가할수록 평균 9.5m씩 더 걷는 것으로 나타났다. 긍정성이 정신 건강뿐만 아니라 신체적 건강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는 연구 결과다.
이처럼 몸과 마음, 성장과 성과에 큰 도움을 주는 긍정성은 일상 속 작은 실천만으로도 충분히 증진시킬 수 있다. 하루에 하나씩 기분 좋아지는 일을 찾아서 실천하기, 시간이 날 때마다 긍정적인 말을 자신에게 건네기, 행복한 사람 옆에 있기, 많이 웃기, 남을 위해 무언가를 하기, 감사한 것들에 대해 써 보기, 고마움과 격려를 아끼지 말고 표현하기 등 조금만 신경 쓰면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것들만으로도 충분히 긍정적인 삶을 가꿔 나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긍정이 선사하는 기적은 먼 곳에 있지 않다. 긍정적인 일상, 행복한 인생은 우리가 손 뻗으면 닿는 바로 그곳에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