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강진우 사진 홍승진
누군가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일은 크나큰 사명감이 필요하며 그만큼 고단하다.
수많은 수용자를 일당백으로 돌봐야 하는 의료과 직원들의 어깨는 더더욱 무겁다. 이런 상황에서 긍정의 힘은
포항교도소 의료과 직원들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다. 이들은 오늘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교도소를 건강하게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
포항교도소는 비교적 최근인 2006년에 개청해 제반 시설이 쾌적하고 수용동 규모가 크다. 포항심리치료센터가 갖춰져 있으며, 장애 수용자 전담 교도소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포항교도소에는 건강에 이상이 있는 수용자가 상대적으로 많이 들어온다. 그렇기에 우재택 의료과장과 2명의 공중보건의, 방사선사와 간호사 등 총 15명으로 구성된 포항교도소 의료과는 매 순간 촉각을 곤두세우며 수용자의 건강을 돌보고 있다.
“15명의 직원이 1천 명 넘는 수용자를 살펴야 하고 때때로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우리 소 직원들도 돌봐야 합니다. 당연히 업무 강도가 높을 수밖에 없고, 서로 돕지 않으면 일이 잘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의료과는 직원 간의 협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타인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져야 하다 보니 일에 대한 책임감도 대단하죠. 이렇듯 남다르게 고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그만큼 일을 처리했을 때 느끼는 보람과 자부심 또한 남다릅니다.”
누군가를 돌보려면 무엇보다도 자신의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하며, 건강한 심신을 가꾸고 유지하려면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필수다. 이를 고양시키기 위해 의료과 직원들은 업무 외 시간을 다양한 취미 생활로 가득 채운다. 헬스는 기본, 탁구, 등산, 수영, 낚시, 캠핑, 택견, 스킨스쿠버 등을 두루 즐기다 보면 몸과 마음이 저절로 건강해지고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는 마음도 샘솟는다는 게 의료과 직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타 소에 비해 수용자 중 환자의 비중이 높다 보니, 포항교도소 의료과 직원들은 이입 수용자 건강검진에 특별히 신경 쓴다. 몸에 이상이 있는 수용자를 신속·정확하게 추려서 조치를 취하기 위함이다. 얼마 전에는 그 꼼꼼함이 빛을 발했다. 지난 5월 포항교도소로 온 한 수용자의 건강검진을 진행하던 중 이상 징후를 파악해 신속하게 외부 병원으로 후송, 정밀검진을 진행한 결과 암 말기로 진단된 것. 덕분에 말기 암 환자가 수용될 뻔한 아찔한 순간을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의료과로 진료를 받으러 오지는 않았지만 수용동 어디에선가 홀로 끙끙 앓고 있을지도 모를 환자를 위해 이른바 ‘숨은 환자 찾기’ 활동도 주기적으로 진행한다. 한두 달에 한 번씩 보안과와 협의해 일정 기간 동안 건강 이상 징후를 보인 수용자를 추리고 그간의 의료 이력을 파악해 건강 이상이 의심되는 수용자를 불러 진료하는 것. 한 번 진행할 때마다 30여 명의 수용자가 추려지며, 이 중 상당수가 건강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게 홍오윤 의료계장의 설명이다.
“몸의 이상을 발견하고 진료를 받으러 오는 수용자는 빠르게 조치할 수 있지만, 아픈데도 여러 가지 이유로 진료를 받으러 오지 않는 수용자를 내버려 두면 병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습니다. 포항교도소와 수용자 모두에게 좋지 않은 상황이죠. 숨은 환자 찾기는 이런 불상사를 막기 위한 활동이며, 앞으로도 보안과와 함께 주기적으로 활동을 진행해 수용자들의 전반적인 건강도를 꾸준히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포항교도소 의료과 직원들은 긴급 상황 대처 능력도 출중하다. 2018년, 2021년, 2022년 등 총 3번에 걸쳐 정확한 응급조치로 심정지 환자를 살린 이들 중 선정하는 하트세이버에 선정됐다. 하트세이버 3회 이상 수상 이력이 있는 교정기관은 포항교도소가 유일하다. 얼마 전에는 직원 한 명이 직원 식당에서 쓰러졌다는 연락을 받고 긴급 출동, 빠르고 정확한 응급조치로 건강 회복에 큰 역할을 했다. 지속적인 응급조치 훈련과 반복 숙달을 통해 만들어 낸 귀중한 결실이다.
“모든 교정기관 의료과가 마찬가지였겠지만, 코로나19 때도 엄청나게 바빴습니다. 특히 우리 소는 대구지방교정청 코로나19 대표기관으로 선정돼 대구청 산하 19개 교정기관의 방역 물품 구입, 재고 관리, 불출 등을 도맡았는데요. 모든 직원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힘들었지만, 덕분에 대구청 교정기관들이 코로나19를 잘 극복할 수 있었으니 돌이켜 보면 무척 보람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워낙 분위기가 좋은 의료과이지만, 최근에는 더욱 화기애애해졌다. 정복간호특채로 새내기 교정공무원
2명이 충원됐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서먹서먹함도 없지 않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사그라들었다. 신입 직원들은 열심히 배우려는 자세로, 기존 직원들은 꼼꼼히 알려주는 태도로 빠르게 하나가 되어가고 있는 것. 새롭게 하나 된 의료과 직원들은 지금껏 뽐낸 긍정성을 바탕으로 더욱 건강한 포항교도소를 만들어 가겠다는 각오를 분명히 했다. 오늘도 아픈 수용자를 돌보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을 이들의 열정과 노력을 힘껏 응원한다.
“예기치 않은 연속적 돌발 상황 속에서도 꿋꿋하게 제 역할을 다해 준 우리 직원들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보이는 환자를 돌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눈에 띄지 않고 아픔을 참아 내는 환자를 찾아서 건강을 되찾아 주는 것도 의료과의 핵심 본분이라고 봅니다. 마음을 활짝 열고 시야를 넓힙시다. 이것이 바로 건강한 교도소 만들기의 출발점입니다.”
의료과 우재택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