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강진우 사진 홍승진
포항교도소는 교도소의 상징이었던 감시탑을 세우지 않은 최초의 교도소로, 교정의 방향성이 엄정한 법 집행에서 출소 후 삶을 염두에 둔 교화로까지 확장됐음을 실감케 하는 상징적인 교정기관이다. 포항교도소 교정공무원은 그 위에 교정교화라는 금자탑을 한 층씩 착실히 쌓아 나가고 있다.
KTX가 정차하는 포항역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자리한 포항교도소는 여느 교도소와 사뭇 다른 느낌을 선보인다. 청사 앞 공간은 일반 공원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훌륭한 모습을 자아내고, 좌우로 길게 뻗은 청사는 주변 경관과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현판만 없다면 교도소가 아니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포항교도소에는 교도소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구조물이 쉬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청사가 그 자체로 교도소 전방의 주벽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 앞면에 따로 벽을 세우지 않아도 되도록 설계됐다. 이뿐만 아니라 그간 교도소의 상징물 역할을 수행했던 감시탑도 존재하지 않는다. 보안 시스템의 첨단화에 따라 굳이 감시탑을 세우지 않고도 수용 질서를 확립할 수 있기에 처음부터 감시탑을 교도소 설계에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결정에 따라 포항교도소는 ‘국내 최초의 감시탑 없는 교도소’라는 수식어와 함께 2006년 11월 개청했다.
때로는 상징이 방향성을 대변한다. 감시탑이 사라졌다는 것은 교정이 엄정한 법 집행 그 이상의 비전을 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출소 후 건전한 사회 복귀를 위한 교정교화가 바로 그것이다. 전국 교정시설에서는 직업훈련과와 사회복귀과를 중심으로 직업 훈련 및 자기 계발 여건을 수용자들에게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실제로 재범률을 낮추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한다. 감시탑이 없는 포항교도소는 이러한 교정정책의 변화와 발전을 읽을 수 있는 교정기관으로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포항교도소는 진일보한 교정에 걸맞게 교정교화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다각도로 힘쓰고 있다. 포항교도소는 성폭력사범 및 장애 수용자 전담 교도소인데, 이에 따라 포항심리치료센터를 운영하며 심도 있는 심리 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특히 성폭력사범의 재범 방지를 위한 교육 및 치료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수용자들의 자발적인 변화를 유도하고 사회 적응력을 높이기 위한 자율처우 수용동도 전국 교정기관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총 수용자의 1/5가량이 자율처우 수용동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수용 계호에 대한 부담감을 줄이면서도 모범적인 수용 생활을 독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상당히 크다.
그런가 하면 포항교도소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이하 방통대) 분교를 품고 있는 전국 4개 교정기관 중 하나다. 매년 연말 전국 교정기관에서는 모범적으로 수용 생활에 임하면서 학업 의욕이 높은 수용자들의 지원을 받아 방통대 신입생을 선발하며, 2월 말 방통대 분교가 있는 교도소로 이감된 뒤
3월부터 학기에 돌입한다. 방통대 입학 수용자들은 출역 시간 동안 각자 수강신청한 강의를 들으며 출소 후 삶을 한결 내실 있게 준비해 나간다. 지난 2019년에는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포항교도소 수용자가 전국 수석을 차지하며 학과 최우수상을 수상, 마음을 고쳐먹으면 수용자도 선의의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도 했다.
올해 2월, 교정기관으로서는 다소 이색적인 업무협약이 포항교도소에서 체결됐다. 교정공무원, 민원인, 지역주민이 민원실 내 해오름 갤러리에서의 정기 전시회를 통해 일상 속에서 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업사이클링 예술 사회적 기업과 업무협약을 맺은 것이다.
이 사회적 기업은 갤러리 전시와 더불어 포항교도소의 외형적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에도 일조했는데, 개청 기념비 주변에 세워진 콘크리트 벽을 몬드리안의 <빨강, 파랑, 노랑의 구성>으로 재단장한 일이 대표적이다. 이 작품은 추상적 구성 요소와 색깔이 일정하게 배치돼 있는 것이 특징인데, 이를 통해 인간과 사회가 상호 동등하게 따뜻한 마음으로 소통하는 유토피아를 보여주려 했다는 것이 참여 작가들의 설명이다. 교정교화의 목적과도 맥이 닿아 있는 이 작품 덕분에 포항교도소 청사 앞 풍경이 더욱 산뜻해졌다.
포항교도소 교정공무원의 일상에도 즐거움과 편리함이 더해지고 있다. 올해 초 비상대기숙소에 ‘새물내 빨래터’라는 세탁실을 만들어 거주 교정공무원의 빨래 고민을 덜었다. 올해 3월 말에는 비상대기숙소 공터에 나무를 심고, 4월에는 포항교도소와 비상대기숙소를 잇는 벚꽃길을 활용해 작은 벚꽃축제를 개최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모든 구성원과 나눴다. 포항교도소는 앞으로도 교정공무원이 기쁜 마음으로 일할 수 있고, 지역사회와 교류하며 함께 나아가는 교정기관의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