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강진우 사진 신성욱
초가을의 선선한 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원주 행구수변공원에 음악이 울려 퍼졌다. 프로 연주자나 가수처럼 완벽하진 않지만, 그 안에 진심 어린 노력을 꾹꾹 눌러 담아 나들이객의 발길을 서서히 모으는, 그런 노래와 연주. 교정가족들과 관객들 앞에서 즐거움과 희망을 전한 제13회 대한민국 교도관 음악회는 이렇게 막을 올렸다.
노을이 아름답게 진 지난 9월 23일, 제13회 대한민국 교도관 음악회가 원주 행구수변공원 내 수변무대에서 개최됐다. 2019년 제12회 음악회 이후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4년여간 휴식기를 가져서인지, 공연 시작 2시간 전부터 리허설에 돌입한 공연팀들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설레는 웃음이 깃들어 있었다.
전국 교정기관 교도관 음악동호인 연합회는 올해부터 음악회의 정식 명칭을 ‘전국 교정인 음악회’에서 ‘대한민국 교도관 음악회’로 변경했다. 교정인이라는 다소 모호한 표현을 교도관으로 명료하게 바꿈으로써 시민들에게 교정공무원의 존재와 중요성, 정복 안에 숨겨진 음악적 역량을 더욱 널리 알리고 싶었다는 게 김전수 연합회장의 이야기다.
음악회 시작 시간인 오후 4시가 되자 원주교도소 어울림 음악동호회 관악기팀이 무대에 올랐다. 플루트와 소프라노 색소폰의 감미로운 음색에 나들이를 즐기고 있던 시민들이 하나둘 수변무대 근처로 자리를 옮겼다. 유태오 전 대전지방교정청장, 화성직업훈련교도소 드러머 김진현, 강릉교도소 솔향의 보컬과 기타, 안동교도소 고타야의 민요메들리와 포크송, 수지 심포니 오케스트라 앙상블의 품격 높은 협연이 1부 공연을 풍성하게 채웠다.
1부 공연이 끝난 직후 2부 순서인 개회식이 이어졌다. 더 많은 관객에게 대한민국 교도관 음악회의 취지를 알리기 위해 1부와 3부 공연 사이에 개회식을 진행했다. 인사말에 나선 김전수 연합회장은 “이 자리는 수용자 교정교화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평소 음악으로 몸과 마음을 가다듬는 전국 교정기관 음악동호회가 만국의 공통어인 음악으로 시민들에게 즐거움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마련됐다”며 다 함께 끝까지 공연을 즐겨줄 것을 당부했다.
격려사를 위해 마이크를 잡은 유태오 전 대전지방교정청장이 “지금 이 순간에도 교도소에서 수용자들의 교정교화를 위해 힘쓰고 있는 전국 교도관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부탁드린다”고 말하자, 격려를 가득 담은 박수 소리가 청명한 가을 하늘을 타고 방방곡곡으로 퍼졌다. 마지막으로 축사를 위해 무대에 오른 원주교도소 교정협의회장 보광 스님은 바쁜 와중에도 음악회 준비를 위해 애쓴 공연팀에게 고마움을 전했으며, 아울러 의미 있는 음악회를 재개한 연합회에 격려금을 전달했다.
1부 공연이 오케스트라, 민요, 가곡, 드럼 솔로 등을 선보인 ‘음악종합선물세트’였다면, 2부 공연은 밴드 중심의 ‘록 페스티벌’이었다. 안양·동부·여주·대구 연합팀인 안동여대, 청주교도소, 춘천교도소의 사랑찾기, 여주교도소의 희망울림, 원주교도소의 어울림, 제주교도소의 모드락 등 6개 동호회의 밴드가 신나는 록 음악을 선사했으며, 관객들의 환호성이 연신 쏟아졌다. 중간중간 악기를 조율하는 시간을 활용해 호응이 좋은 관객들에게 무선청소기, 안마기, 약과, 호두과자 등을 선물하자 분위기가 한층 뜨겁게 달아올랐다.
1~3회 음악회를 주관하며 대한민국 교도관 음악회의 기틀을 잡는 데 일조한 춘천교도소의 사랑찾기는 회장의 입원으로 공연 준비에 차질이 생겼음에도 두 곡을 훌륭하게 소화했으며, 내년에는 더 멋진 모습으로 무대에 서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한편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제주교도소 음악동호회 모드락은 80년대 전통 록부터 랩 공연까지, 마지막 공연팀이라는 위상에 어울리는 다채로운 레퍼토리를 준비해 세대를 아우르는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어느새 12개 팀의 공연이 모두 끝났다. 저녁 8시가 넘었음에도 많은 관객이 끝까지 함께했다. 마침내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이들의 얼굴에는 공연을 준비하던 교정공무원과 같은 모양의 함박웃음이 자리 잡았다. 교정과 관객이 음악으로 하나 됐음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2019년 이후 4년 만에 열린 제13회 대한민국 교도관 음악회가 성황리에 막을 내려 무척 기쁩니다. 원주에서 음악회를 개최하기 위해 애써 주신 원주교도소 어울림 음악동호회와 음악회의 성공을 위해 아낌없이 지원해 주신 신용해 교정본부장님, 교정본부 교정기획과, 복지과 직원 여러분들에게 감사 인사드립니다. 또한 교정공무원의 음악 축제에 동참해 주신 관객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음악회는 매년 더욱 풍성해질 테니, 앞으로 더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이번 음악회는 시민들이 원주의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음악과 함께 마음껏 힐링을 느끼실 수 있도록 기획했는데요. 다행히 교정 가족들과 많은 시민이 음악회를 즐기면서 여유로운 한때를 보내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개최하는 음악회였기에 부담감이 상당했지만, 나름대로 첫발을 잘 뗀 것 같아 뿌듯합니다. 내년 음악회에서는 어울림 음악동호회의 일원으로서 더 멋진 무대를 보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