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라
서울지방교정청 보안과 교감
지난 2020년 1월 국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3년 반의 시간이 흘렀다. 정부는 작년 말부터 조금씩 단계적 일상 회복 조치를 시행하다 2023년 6월 일부 시설의 마스크 착용 의무 외에 방역 의무 수칙을 전면 해제함으로써, 국민들은 비로소 엔데믹을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
대한민국은 대략 7차에 걸친 대유행 시기를 거치면서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투명성과 개방성에 기초한 방역조치를 실시하였고, 이를 통해 유럽연합 일부 국가에서 실시한 국가 간 이동 금지와 같은 극단적 조치 없이도 낮은 사망률과 중증화율을 유지하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는 의무를 적절히 수행하였다고 평가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 투명한 정보공개를 위해 취해진 일부 조치들, 예컨대 확진자의 성별·연령대 등 인적 사항과 동선 공개, 카페·식당과 같은 일부 시설 이용 시 방문자 명단 작성 의무가 부과됨에 따라 사생활의 자유 및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의 희생이 뒤따랐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및 일부 지자체의 과태료 부과 행정명령, 백신 패스 도입 및 미접종자에 대한 편의시설 이용 제한 조치 등은 헌법상의 행복추구권에서 파생되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에 대한 커다란 제약을 불러왔다.
감염병의 발생 및 확산 방지라는 중대한 공공복리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기본권의 제한이 당연히 뒤따를 수밖에 없다. 특히 다중이용시설로서 감염병의 확산에 취약한 교정시설에서는 여타의 시설과 달리 더욱 강화된 조치들을 시행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는 자연히 수용자의 기본권 제한으로 이어졌으며 이 과정에서 수용자들이 자신의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였다.
2023년 8월 현재 코로나19가 다시금 큰 폭으로 재확산되고 있다. 추후에도 코로나19보다 위협적인 감염병은 언제든 다시 출현할 수도 있는 점에서, 그간의 교정시설 내에서 이루어졌던 각종 방역 조치들을 돌아볼 시점에 이르렀다고 판단된다. 그 조치들은 방역을 위한 효과적이고 적절한 수단이자 불가피한 것이었는지, 그 과정에서 수용자의 기본권에 불필요한 제한이 가해진 측면은 없는지, 또한 교정시설 차원에서 수용자를 감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충분한 조치를 제공하였는지 다시 한번 살펴봄으로써 다가올 또 다른 재난 상황을 대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코로나19와 관련된 헌법재판소 결정례 및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을 통해 지난 3년 반 동안 교정시설 내에서 이루어진 코로나19 관련 조치를 수용자의 기본권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보고, 이를 통해 향후 개선점을 모색하고자 한다.
대한민국 헌법은 제10조에서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선언함으로써, ‘모든 국민’이 존엄한 존재로서 존중받아야 함을 천명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열거된 모든 기본권 관련 조항에서는 조문의 주어가 ‘모든 국민’으로, 수용자도 ‘모든 국민’에 포함된다는 점에서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의 향유 주체에 해당한다는 점은 자명하다.
심지어 헌법재판소 결정을 통해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등 모든 인간에게 적용되어야 할 ‘인간의 권리’에 대해서는 외국인들도 권리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하여 그 범위를 확장시킨 바 있어(헌법재판소 99헌마494 결정 등), 참정권 등 상호주의가 적용되어야 할 기본권을 제외한 ‘인간의 권리’에 있어서는 외국인 수용자 또한 헌법상의 기본권의 주체가 된다.
그러나 수용자는 격리된 시설에서 강제적 공동생활을 하므로, 구금목적의 달성, 즉 도주 및 증거인멸 방지, 형의 집행, 규율 및 안전 유지를 위한 통제의 결과 헌법상의 신체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 통신의 자유 등과 같은 기본권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수용자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에도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할 수 있으며,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수형자의 기본권 제한은 형의 집행과 도망의 방지라는 구금의 목적과 관련된 기본권(신체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 통신의 자유 등)에 한정되어야 하고, 그 역시 형벌의 집행을 위하여 필요한 한도를 벗어날 수 없다(헌법재판소 2003헌마289, 2005헌마137 결정 등).
미결수용자의 경우 자유와 권리에 대한 제한은 도망, 증거인멸 방지 및 시설 내 규율 및 안전 유지를 위한 필요 최소한의 합리적 범위를 벗어날 수 없다(헌법재판소 97헌마137 결정 등). 또한 미결수용자의 형사절차상 방어권의 실질적 보장을 위해서는 규율 수단의 선택에 있어 충돌되는 이익들 간의 신중한 비교 교량을 요하며, 통제의 효율성에만 비중이 두어져서는 아니 되며, 기본권의 제한은 수형자보다 더 완화되어야 하며 가능한 한 더욱 기본권이 보호됨이 바람직하다(헌법재판소 2000헌마546 결정 등).
헌법 제10조 후단은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선언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의무가 국가에 있음을 밝히고 있다.
수용자 또한 국민이므로 이들의 기본권을 보호할 의무는 국가에 있다. 특히 교도소 등의 구금시설에 수용된 피구금자는 스스로 의사에 의하여 시설로부터 나갈 수 없고 행동의 자유도 박탈되어 있으므로, 그 시설의 관리자는 피구금자의 생명, 신체의 안전을 확보할 의무가 있다(헌법재판소 99다25136 결정 등).
코로나19는 2020년 1월 이후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감염병예방법’) 제2조 제2호가 정한 ‘생물테러감염병 또는 치명률이 높거나 집단 발생의 우려가 커서 발생 또는 유행 즉시 신고하여야 하고, 음압격리와 같은 높은 수준의 격리가 필요한 감염병’이고, ‘제1급감염병’ 중 ‘신종감염병증후군’(질병 코드 U07.1)으로 분류되어 관리되어 왔다.
코로나19는 유례없이 높은 전파력과 치사율을 지닌 감염병으로, 바이러스 배출 시기 등 전염과 관련된 특성이 인류가 지금껏 경험한 감염병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띄는 감염병에 해당하여, 학교, 요양병원 등 다중이용시설들은 코로나19의 발생 및 확산 방지를 위해 shut-down과 같이 감염병의 원천 차단을 위한 조치를 실시하였다.
한편 교정시설의 경우 수용자의 변호인 접견권, 재판청구권 등과 같이 절대적으로 보장되어야만 하는 권리로 인해 여타의 다중이용시설들이 취했던 shut-down과 같은 조치를 실시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매일 새롭게 발생하는 신규 입소자를 거부할 수 없었고, 수용자들의 검찰 조사, 출정 등을 위한 빈번한 외부 출입이 이루어졌으며, 변호인 및 접견인 등 외부인이 끊임없이 드나듦으로써 교정시설은 구조적으로 감염병에 매우 취약한 환경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국가는 수용자의 생명, 신체의 안전을 확보할 의무를 진다(대법원 99다25136). 따라서 교정시설은 수용자를 코로나19 감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짐과 동시에 그러한 조치가 수용자의 기본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떠안게 되었다. 특히 감염병 발생 및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는 수용자의 일반적 행동자유권,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등의 또 다른 기본권과 상충되는 관계에 있어, 어떠한 조치를 취함에 있어 상충되는 기본권들 중 어떠한 기본권을 우선할 것인지에 대한 보다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는 기본권의 제한은 ‘법률로써’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모든 기본권의 제한에 관한 조치는 법률상의 근거를 요한다. 코로나19의 발생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는 「감염병예방법」 및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이하 ‘형집행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① 감염병예방법② 질병관리청장,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제1급 감염병이 발생한 경우 해당 공무원으로 하여금 감염병의심자에게 다음 각호의 조치를 하게 할 수 있다. 이 경우 해당 공무원은 감염병 증상 유무를 확인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사나 진찰을 할 수 있다.
③ 질병관리청장,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제2항에 따른 조사나 진찰 결과 감염병환자등으로 인정된 사람에 대해서는 해당 공무원과 동행하여 치료받게 하거나 입원시킬 수 있다.
④ 질병관리청장,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제1항·제2항에 따른 조사·진찰이나 제13조제2항에 따른 검사를 거부하는 사람(이하 이 조에서 ‘조사거부자’라 한다)에 대해서는 해당 공무원으로 하여금 감염병관리기관에 동행하여 필요한 조사나 진찰을 받게 하여야 한다.
⑦ 질병관리청장,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조사거부자를 자가 또는 감염병관리시설에 격리할 수 있으며, 제4항에 따른 조사·진찰 결과 감염병환자등으로 인정될 때에는 감염병관리시설에서 치료받게 하거나 입원시켜야 한다.
제46조(건강진단 및 예방접종 등의 조치) 질병관리청장,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에게 건강진단을 받거나 감염병 예방에 필요한 예방접종을 받게 하는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
제47조(감염병 유행에 대한 방역 조치) 질병관리청장,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감염병이 유행하면 감염병 전파를 막기 위하여 다음 각호에 해당하는 모든 조치를 하거나 그에 필요한 일부 조치를 하여야 한다.
제49조(감염병의 예방 조치) ① 질병관리청장,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하여 다음 각호에 해당하는 모든 조치를 하거나 그에 필요한 일부 조치를 하여야 하며, 보건복지부장관은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하여 제2호, 제2호의2부터 제2호의4까지, 제12호 및 제12호의2에 해당하는 조치를 할 수 있다.
우선 「감염병예방법」은 제42조에서 감염병 의심자 및 감염병 환자에게 할 수 있는 강제처분을 규정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장,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해당 공무원으로 하여금 감염병 의심자에 대한 자가 또는 시설 격리, 격리자에 대한 위치정보 수집, 감염 여부 감사 등의 강제처분을 할 수 있으며, 감염병 환자에 대해서는 공무원과 동행하여 치료받게 하거나 입원시킬 수 있고, 조사 거부자에 대해서는 자가 또는 감염병 관리 시설에 격리시킬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46조에서는 감염병 환자 및 그 가족, 감염병 발생지역 거주자 등 감염병에 감염되었을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에 대한 건강진단 및 예방접종 조치를, 제47조에서는 감염병 유행에 대한 방역조치로서 감염병 병원체에 오염되었다고 인정되는 장소에 대한 방역, 감염병 의심자에 대한 입원 또는 격리, 감염병 병원체에 오염된 장소나 물건에 대한 소독 조치를 취할 권한, 제49조에서는 감염병 예방을 위한 조치로써 일반 공중에 대한 마스크 착용 등 방역지침 준수를 명하는 조치, 감염병 전파의 위험성이 있는 음식, 물건 등의 폐기처분, 감염병 의심자에 대한 입원 또는 격리를 시킬 권한을 규정하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교정시설 내에서 이루어진 조치 중 질병관리청 등의 지시에 따른 강제처분은 모두 「감염병예방법」에서 정하는 위 강제처분 관련 조항들에 그 근거를 두고 있는 것으로 불 수 있다.
① 소장은 다른 사람의 건강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감염병에 걸린 사람의 수용을 거절할 수 있다.
② 소장은 제1항에 따라 수용을 거절하였으면 그 사유를 지체 없이 수용지휘기관과 관할 보건소장에게 통보하고 법무부장관에게 보고하여야 한다.
제35조(감염병 등에 관한 조치) 소장은 감염병이나 그 밖에 감염의 우려가 있는 질병의 발생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수용자에 대하여 예방접종·격리수용·이송, 그 밖에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한편 「형집행법」에서 감염병 관련 강제처분을 규정한 것은 제18조와 제35조 단 두 개의 조문밖에 없는데, 제18조는 감염병에 걸린 사람에 대한 수용의 거절을 규정한 조문으로서 교정시설 내 수용자의 각종 처우 제한과 관련된 내용은 아니라는 점에서 결국 감염병 관련 강제처분에 관한 조문은 제35조가 유일한 것을 볼 수 있다.
제35조는 소장에게 감염병 등의 발생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수용자에 대한 예방접종, 격리 수용, 이송, 그 밖에 필요한 조치를 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강제처분의 내용은 예방접종, 격리 수용, 이송을 열거하고 있으며 그 밖에 열거하지 못 한 사항은 “그 밖에 필요한 조치”에 포함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위 조항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감염병예방법」에 근거를 둔 각종 강제처분 외에 교정시설에서 자체적으로 이루어진 처분, 예컨대 실외 운동 제한, 접견 제한 등의 조치에 대한 법적 근거가 되었다.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국가는 공공의 안전을 위해 기본권을 제한할 권한을 갖는 한편 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 헌법 제34조 제6항은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36조 제3항은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상 규정된 국가의 의무는 「감염병예방법」 및 「형집행법」상에도 이하와 같이 구체화되어 있다.
제44조(수감 중인 환자의 관리) 교도소장은 수감자로서 감염병에 감염된 자에게 감염병의 전파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와 적절한 의료를 제공하여야 한다.
「형집행법」제30조(위생·의료 조치의무) 소장은 수용자가 건강한 생활을 하는 데에 필요한 위생 및 의료상의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제35조(감염병 등에 관한 조치) 소장은 감염병이나 그 밖에 감염의 우려가 있는 질병의 발생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수용자에 대하여 예방접종·격리수용·이송, 그 밖에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감염병예방법」에서는 교도소장에게 감염병에 감염된 수용자에게 감염병의 전파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 및 적절한 의료를 제공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형집행법」 제30조는 소장이 수용자가 건강한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위생 및 의료상의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앞서 살펴본 제35조는 감염병의 확산 및 방지를 위한 각종 처분에 대해 수용자가 수인해야 할 의무를 부과한다는 측면에서 기본권의 제한을 위한 근거규정에 해당하는 한편, 이러한 처분을 소장에게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며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국가의 보호의무를 구체화한 조문에 해당한다고도 볼 수 있다.
이하에서는 코로나19와 관련된 헌법재판소와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을 중심으로 개별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수용자의 기본권이 제한된 사례와 국가의 보호 의무에 관련된 사례로 나누어 살펴본다.
【사건 내용】
청구인은 피청구인 ○○구치소장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기간(’21. 7. 12 ~ 25) 동안 수용자의 실외 운동을 전면적으로 중지하는 조치를 하였다가 ’21. 7. 26.부터 토요일 실외 운동을 중지하는 조치를 하자, 이러한 조치가 자신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
【결과】
청구기간 도과로 인해 각하.
위 사안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지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까지 올라갔던 시점에 실외 운동이 전면적으로 제한되자 이에 대해 수용자가 헌법소원을 청구한 사안이다. 실외 운동 제한과 관련하여서는 위 사건 외에도 확인되는 사건만 3건 더 있어 기본권 제한과 관련하여 가장 빈번하게 문제가 제기된 유형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확인된 사안 모두 청구 기간 도과 혹은 이미 종료된 행위로서 권리 보호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되어 처분 자체의 위헌성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 받은 바 없다. 그렇다면 만약 위 사안이 청구 요건을 갖추어 본안 판단으로 넘어갔다면 어땠을지 한 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형집행법」 제33조 제1항은 소장이 수용자가 건강 유지에 필요한 운동을 정기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할 것을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시행령 제49조는 공휴일을 제외한 매일 1시간 이내의 실외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은 원칙적으로 소장에게 수용자의 실외 운동을 시킬 의무를 부여하는 규정으로, 각호에서 정하는 예외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의무가 면제되며 이러한 예외 사유 중 코로나19와 관련되는 것으로는 제2호에서 규정하는 ‘질병 등으로 실외 운동이 수용자의 건강에 해롭다고 인정되는 때’가 있다.
위 사안의 실외 운동 제한 조치가 제2호의 예외 사유에 해당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판례를 통해 확립된 해석은 존재하지 아니한다. 다만 조문의 문언 및 취지, 기본권의 제한이라는 조문 내용의 성격상 확장 해석이 곤란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위 조문의 적용 대상은 질병 등을 앓고 있어 운동을 할 경우 도리어 건강에 해를 입게 되는 특정 수용자에 한정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며, 건강에 아무런 이상이 없는 수용자에게까지 ‘코로나19에 감염될 우려가 있다’는 가능성만으로 위 조문의 적용 대상으로 포섭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결국 위 사안, 즉 전체 수용자에 대한 실외 운동 제한 조치는 「형집행법 시행령」 제49조 제2호에서 정하는 예외 사유에 따른 것이 아닌 「형집행법」 제35조에 따른 “그 밖의 조치”의 일환으로 볼 수 있을 것이며, 이러한 실외 운동 제한 조치가 「헌법」 및 「형집행법」에 보장된 수용자의 건강권 등의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지에 따라, 위 조치의 위헌 여부가 가려질 것이다.
생각건대, 당시 코로나19의 확산 상태가 엄중하였고 실외 운동을 전면 중단시킨 기간이 단 2주에 불과하였으며, 운동장은 비록 실외로서 공기 중 감염 위험이 극히 낮다고는 하나 운동장으로 이동 중 실내 복도에서의 감염 가능성이 있다는 점, 그리고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라는 초유의 상황에서 전체 수용자를 감염으로부터 보호할 필요성이 더욱 중대하고 긴급해 보인다는 점에서, 위 사안의 실외 운동 제한 조치는 기본권의 적법한 제한으로서 합헌으로 판단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실외 운동 제한이 수반되는 징벌 처분에 관한 미국 ‘연방규칙’(Code of Federal Regulation) 및 일본 ‘형사수용시설 및 피수용자 등 처우에 관한 법률’ 등의 외국 입법례, 그리고 헌법재판소 결정례(2014헌마45)의 취지를 통해 살펴보건대, 일반적으로 최소 주 1회의 실외 운동이 보장되어야 수용자의 건강권이 지켜지는 것 인정되고 있다는 점에서, 실외 운동의 전면 제한 기간이 만약 2주를 넘어 더 길어졌다면 판단은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사건 내용】
진정인은 ○○교도소 수용 중 ’21. 12. 5. 모친상을 당하여 교정시설의 장에게 특별귀휴 여부를 문의하였으나 코로나19의 확산 상황을 이유로 불허되었고, 이로 인해 모친상을 치르지 못하게 되자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
【결과】
- 법무부장관에게, 가족 사망시 귀휴심사가 수형자의 가족생활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구체적인 판단기준 등을 마련 및 시행할 것 권고.
- 해당 교정시설의 장에게, 귀휴심사에 있어 코로나19를 사유로 불허하는 관행을 개선하고, 수용자의 귀휴와 방역을 조화롭게 실현할 수 있는 대안 모색 권고.
위 사안은 수도권이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지방자치단체는 1.5단계를 유지하던 당시, 모친이 사망하자 직계존속의 사망을 이유로 경기도에 소재한 장례식장으로 특별 귀휴를 신청한 수용자에 대해 코로나19 방역 등을 이유로 그 신청을 불허한 사안이다.
당시 특별귀휴심사위원회는 코로나19 방역 외에도 해당 수용자가 친족에 대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장례식장에서 친족 간 불편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 또한 고려하였으나,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당시 해당 기관에서 위 사례 외에도 다른 모든 귀휴 신청에 대해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불허하고 있었다는 점에 비추어 위 사례에서도 불허의 주된 사유는 코로나19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았다.
결정문에서는 「형집행법」 제77조 제2항은 가족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이 사망한 수용자에 대해 5일 이내의 특별 귀휴를 ‘허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 귀휴가 소장의 재량에 해당하며 반드시 허가해야만 하는 의무 사항은 아니라는 점은 인정하였다. 이하 결정 내용을 간략히 살펴본다.
「헌법」 제10조 전단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치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함으로써, 수용자를 포함한 모든 인간에게 행복추구권이 있음을 밝히고 있고, 유족이 장례를 통해 고인을 추모하고 기리는 것은 「헌법」 제10조에서 규정하는 행복추구권에서 파생되는 권리로 볼 수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1. 12. 선고 2021가단5333787).
가족관계는 인간이 맺는 가장 기본적이고 친밀한 관계이고, 가족의 죽음을 슬퍼하고 명복을 비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당연한 정서이며 이를 보호하는 것은 유족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을 보호하기 위해 중요한 사항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해당 수용자의 특별 귀휴를 불허한 처분이 사회통념상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였거나 남용하여 수용자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는지 여부는 처분 사유로 된 위반행위의 내용과 당해 처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공익목적 및 이에 따르는 제반 사정 등을 객관적으로 심리하여 공익 침해의 정도와 그 처분으로 인하여 개인이 입게 될 불이익을 비교 교량하여 판단해야 할 것이다(대법원 91누1097판결 등).
이 사안에서 피진정인은 진정인의 귀휴를 허가하더라도 복귀 시 일정 기간 격리 및 주기적인 검사를 통해 코로나19 유입을 차단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귀휴를 반드시 불허할 필요까지는 없었을 것으로 보이며, 진정인의 귀휴를 불허함으로써 진정인이 고인을 추모하고 명복을 빌 수 있는 기회를 원천 차단한 것은 진정인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 것으로서 기본권의 침해에 해당한다.
참고로 이와 관련하여 유럽인권법원에서도 정치범 수용자에게 중병으로 집중 치료 중인 딸에 대한 면회를 허용하지 않고 이후 딸이 사망하여도 장례식 참여를 허용하지 않은 사례에 대해 인권침해에 해당하며, 특별 귀휴는 수용자의 사적 및 가정생활이 존중받을 권리와 양립하여야 한다고 판시(Giszczak v. Poland)한 바 있다.
【사건 내용】
○○구치소의 장은 실내에서 방역용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경우 처벌한다는 내용의
구두 고지를 하였는바, 청구인들의 행복추구권 등이 침해되었다는 이유로 헌법소원 제기.
【결과】
청구인이 다른 구제 절차(행정심판, 행정소송)를 거치지 않아 보충성 요건 결여로 인해 각하.
위 사안은 ○○구치소에서 수용자들에게 ‘실내용 방역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경우 처벌한다’는 내용의 구두 고지(이하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명령’)를 하자, ○○구치소에 수용되어 있는 수용자 3인이 이러한 조치명령은 자신들의 건강권, 행복추구권 등이 침해되었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한 사안이다.
사안 자체는 심판 대상이 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명령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여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을 통해 다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구인들이 그러한 구제 절차를 거치지 않아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따라 각하되었다. 그렇다면, 만약 위 사안이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으로 제기되었다면 어떤 판단이 내려졌을까?
「형집행법」 제107조는 수용자의 규율 위반행위에 대해 징벌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시행규칙 제214조는 규율 위반행위의 유형을 규정하여 열거하고 있고, 소장은 열거된 사유에 해당하는 행위에 한해서만 징벌 처분을 부과할 수 있다. 따라서 사안의 경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명령에 대한 거부 행위가 형집행법령상 열거된 징벌 사유 중 하나에 해당해야만 징벌 처분을 부과할 수 있는데, 위 거부 행위는 「형집행법 시행규칙」 제214조 제17호에 따른 ‘정당한 사유 없이 교도관의 직무상 지시나 명령을 따르지 아니하는 행위’ 외에 다른 사유에는 해당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명령에 대한 거부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여부가 위 사안의 핵심으로 볼 수 있다. 만약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명령에 대해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위 조치명령은 그러한 정당한 사유를 고려하지 않은 채 예외 없이 일률적으로 징벌을 부과하겠다는 것으로서 부당한 징벌에 해당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수용자의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에 대한 침해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비슷한 시기 일부 지자체에서 실외 또는 공공시설 이용 시 마스크를 미착용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내리기도 하는 등 엄중했던 방역 상황에 비추어 보면 위 사안의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명령’은 당시로서는 당연한 판단이었을 수 있다. 특히 다중이용시설에서의 방역은 이용자들의 방역조치에 대한 협조가 있어야만 달성될 수 있으며, 심지어 수용자 측에서 먼저 교정시설에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는 분위기도 일부 존재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경우 해당 교정시설의 마스크 착용 강제 지시가 수용자들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불가피한 것이었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므로, 만약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으로 위 사안이 진행되었다면 기각 결정을 받게 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위 사안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으로 제기되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국가인권위원회라는 기관의 특성상 공공복리보다는 수용자의 기본권에 조금 더 방점을 둔 판단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예컨대 수용자의 경우 교정시설의 실내는 24시간 생활하는 공간이므로 실내 마스크 착용이 강제된다면 수용자는 24시간 내내 마스크를 착용해야만 했을 것이고, 이에 개인별 건강 상태에 따라 호흡에 불편이 일어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는 점, 따라서 전체 수용자에게 일률적으로 마스크 착용을 강제할 것이 아니라 연령, 건강 상태, 외부 출입 여부 등에 따라 세부적 기준을 마련한 후 마스크 착용에 선택권을 부여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점 등이 고려될 수 있었을 것이고, 결론적으로 위 조치에 대해 수용자의 건강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사건 내용】
진정인은 ○○구치소에 수용 중인 사람으로서 피진정기관에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여 같은 거실 수용자 2명과 함께 코로나 검사를 받았는데, 일주일이 지나도 본인 및 함께 검사한 수용자의 검사 결과를 통보해 주지 않고 “연락이 없으면 음성”이라는 답변만 들었고, 이로 인해 알권리를 침해받았다는 이유로 진정을 제기함.
【결과】
- 법무부장관에게,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개별적으로 통지할 것 권고.
- 같은 거실 수용자의 검사 결과 안내 거부 부분 기각.
위 사안은 ○○구치소에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였는데, 진정인과 같은 거실에 있는 수용자 2명이 확진자와 동선이 겹쳐 해당 거실의 수용자들이 코로나 검사를 받게 된 상황에서, 검사를 받은 지 일주일이 지나도 진정인 본인 및 같은 거실 수용자들의 검사 결과를 통보해 주지 않았고, 그로부터 약 3주 동안 해당 구치소에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여 같은 거실의 수용자들이 혹시 확진된 것은 아닌지 불안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자 자신의 알권리가 침해되었다고 주장한 사건이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진정인 자신의 검사 결과를 통보받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알권리의 침해를 인정해 기관에 권고를 내렸고, 타인의 검사 결과를 통보받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알권리가 침해되었다는 주장을 기각하였다. 결정의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면 이하와 같다.
코로나19 검사 결과는 ‘개인의 건강에 관한 정보’로서 「개인정보보호법」 제23조에서 정하는 민감정보에 해당한다. 따라서 정보 주체(코로나19 검사자, 진정인의 같은 거실 수용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보호할 것인지 주변인(진정인)의 ‘알권리’를 보호할 것인지 적절한 형량을 요한다.
해당 교정시설의 타인 검사 결과에 대한 미통보 조치는 수용자의 동요 방지 등 시설의 질서 및 안전을 이유로 하는데, 이는 당시 우리 사회와 방역 당국이 투명한 정보공개를 통한 감염병 관리를 내세웠던 것과는 현저히 다른 것으로서, 수용자의 인권 보호 의무가 있는 국가기관으로서 우려스러운 태도로 보인다.
다만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주변인의 알권리를 형량해 보면, ‘연락이 없으면 음성’이라는 답변 역시 일정 정보를 포함하고 있는 안내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주변인에게 같은 거실 수용자의 검사 결과를 알리지 않은 것이 위법한 정도에 이르렀다고는 평가하기 어려워 진정인의 주장을 기각한다.
위 사안은 코로나19 감염병 확산 초창기 시절, 확진자가 하루 1~2명꼴로 발생하여 누구인지 사실상 특정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감염병의 확산 방지라는 이유로 당사자의 성별·연령대와 같은 인적 사항과 방문했던 장소의 상호 및 방문 시간과 같은 동선을 낱낱이 공개했던 조치를 떠오르게 하는 부분이 있다. 사견으로, 당시 조치는 감염병의 확산 방지라는 목표에만 지나치게 매몰되어, 20대 여성이 속옷 가게에 방문했다는 사실, 모텔에 방문했다는 사실 등 매우 내밀한 정보까지 전 국민 앞에 진열되듯 공개되고 가십거리로 소모되도록 함으로써,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심각한 침해를 불러온 측면이 있다고 본다.
물론 당시 조치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서, 일반인 확진자가 공공시설을 다수 이용할 경우 동일 시간, 동일 장소에 머물러 밀접 접촉한 사람이 누구인지 정확히 특정할 수 없고, 이들을 특정해 격리 조치하지 못할 경우 감염병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불가피성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달리 위 사안에서는 교정시설의 특성상 수용자들은 불특정 다수가 아니며, 출정이나 접견 등으로 인해 정해진 수용 거실을 벗어난다 하더라도 수용자의 동선은 하나하나 기록되고 감시되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따라서 교정시설 내에서는 굳이 타인의 검사 결과를 진정인에게 알려주는 것이 방역 조치를 위한 불가피한 수단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도리어 교정시설이라는 좁은 사회 내에서 감염 사실이 알려질 경우 편견과 혐오, 낙인찍기 등으로 인해 수용자 간 불필요한 갈등만 심화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결정문 상에서 ‘당시 우리 사회와 방역 당국이 투명한 정보공개를 통한 감염병 관리를 내세웠다’는 이유로, 타인의 검사 결과를 알려주지 않은 교정시설 내 조치가 우려스러운 태도라고 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지적인지 의문이 든다. 물론 교정시설에서 해당 조치의 이유를 표면적으로 ‘수용자의 동요 방지 등 시설의 질서 및 안전’으로 내세웠을 수 있겠으나, 그 판단의 기저에는 개인정보자 기결정권과 알권리라는 사인과 사인 간의 기본권의 충돌 상황에서 어느 한 쪽의 불필요한 희생을 피하겠다는 인권적 관점이 작용한 것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건 내용】
코로나19 발생 시 확진자뿐만 아니라 밀접접촉자도 1인 격리수용하는 것이 원칙임에도 불구하고, 수용 거실 부족으로 인해 밀접접촉자들끼리 혼거수용시킴으로써 해당 수용 거실에서 추가 확진자 발생.
【결과】
법무부장관에게 해당 교정시설에 대한 기관경고 조치 권고.
위 사안은 과밀수용으로 인한 수용 거실 부족으로 인해 밀접접촉자까지 1인 격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이로 인해 부득이 밀접접촉자끼리 혼거수용을 시킨 결과 해당 거실에서 확진자가 나오게 된 사안이다.
과밀수용은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그 자체로 위헌임이 선고된 바 있는데(2013헌마142), 과밀수용 행위는 그 자체로 수용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은 다소 추상적인 기본권에 해당하여 그간 피부에 잘 와닿지 않는 측면이 있었으나, 위 사안에서는 과밀수용 문제가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 측면에 미치는 영향뿐만 아니라, 코로나19의 감염이라는 겉으로 드러나는 결과로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사건 내용】
청구인은 ○○교도소에 수용 중인 사람으로 피부병 증상으로 인해 격리수용되었는데,
○○교도소에서 코로나19의 예방 및 확산 방지에 필요한 일회용 마스크를 정기적으로 지급해야 함에도 피부병으로 인해 격리수용된 이후부터 이를 지급하지 않음.
【사건 내용】
청구인들은 ○○구치소에 수용 중인 사람으로, ○○구치소에서 일주일에 3개의 방역용 마스크만 지급하여 청구인들의 건강권, 행복추구권 등이 침해되었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심판 청구.
【결과】
두 사건 모두 일회용 마스크 미지급 또는 부족지급이라는 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으로서, 일회용 마스크 지급은 공권력의 주체에게 헌법에서 유래하는 작위의무가 특별히 규정되어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아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불행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하.
위 사안은 일회용 마스크의 미지급 및 부족지급에 관한 것으로, 두 사건 모두 부적법하여 각하되었다.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이하와 같다.
공권력의 불행사에 대한 헌법소원은 공권력의 주체에게 헌법에서 유래하는 작위 의무가 특별히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이에 의거하여 기본권의 주체가 행정행위 내지 공권력의 행사를 청구할 수 있음에도 공권력의 주체가 그 의무를 해태하는 경우에만 허용된다. 여기에서 ‘공권력의 주체에게 헌법에서 유래하는 작위의무가 특별히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다고 함은, 첫째, 헌법상 명문으로 공권력 주체의 작위의무가 규정되어 있는 경우, 둘째, 헌법의 해석상 공권력 주체의 작위의무가 도출되는 경우, 셋째, 공권력 주체의 작위의무가 법령에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경우 등을 말한다(헌재 2011. 8. 30. 2006헌마788 참조).
<사례 1>
그런데 코로나의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해 교도소장이 수용자에게 일회용 마스크를 정기적으로 지급할 의무가 헌법에서 유래하는 작위의무로서 특별히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다거나 헌법 해석상 도출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청구인이 다투는 피청구인의 부작위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불행사에 해당하지 않는다.
<사례 2>
그런데 교정시설의 장이 수용자에게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용 마스크를 일주일에 7개 이상 지급해야 할 작위의무는 헌법상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헌법 해석상으로도 그러한 작위의무가 바로 도출된다고 볼 수 없으며, 법령에도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이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불행사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청구인들의 이 부분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첫 번째 사안의 경우, 청구인은 피부질환으로 인해 이미 격리수용 되어 있는 상태이므로 수용 거실 내에서 일회용 마스크의 착용이 불필요하다는 점에서 적법요건을 갖추어 본안 판단으로 나아갔다 하더라도 위헌의 소지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두 번째 사안의 경우 조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데, 위 사안은 앞서 살펴본 마스크 착용 강제 사안과 동일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물론 일회용 마스크는 자비구매 물품으로서 반드시 국가에서 무상지급하지 않더라도 수용자 개인이 구매 가능하나, 일회용 마스크를 무상지급하지 않으면서 이를 착용할 것을 강제하게 될 경우 결국 일회용 마스크의 자비구매를 강제하는 것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 사건은 본안 판단으로 나아가지 않아 정확한 사실관계가 정리되지 않았기에 청구인의 주장만으로 판단하는 것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다만 제시된 사실관계가 옳다는 전제 하에 판단해 본다면, ‘일회용 마스크 부족 지급’ 및 ‘일회용 마스크 착용 강제’ 조치가 동시에 이루어진다면 적어도 둘 중 하나에 대해서는 위헌 또는 위법이라는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사건 내용】
청구인은 대한민국 정부가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하였으면서도 교정시설에 수용 중인 자들에게는 위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는바, 그로 인하여 교도소에 수감 중인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그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함
【결과】
위 정책으로 인해 청구인의 기본권이 현재, 직접적으로 침해되었다는 구체적인 사정을 발견할 수 없어 각하.
위 사안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를 해소하고 생계를 지원하며, 오랜 방역으로 인해 지친 국민들을 위로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전 국민에게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과 관련된 사안이다.
당시 수용자도 지급 대상에 해당하였으나 지급방식이 신용·체크카드, 지역사랑상품권, 선불카드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되어 있었고, 1인 가구의 세대주인 수용자, 즉 본인을 대신해 긴급재난지원금을 수령·사용할 사람이 없어 본인만이 수령·사용하여야 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특별한 지급 절차와 방식이 정해진 바 없는 상황이었다. 이후 수용자에 대해서는 온누리 상품권으로 지급하되, 특별보관품으로 취급하여 출소 시 돌려받는 방식으로 지급 절차와 방식이 정리되었다.
헌법재판소에서는 직접성 결여로 각하하였으나, 애초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교정시설에서 의·식·주를 모두 제공받는 수용자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이 필요한지 여부에 대해서부터 논란이 많았다.
생각건대, 긴급재난지원금의 지급 목적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생계가 어려워진 국민에 대한 생계 지원 측면 및 방역으로 인해 지친 국민들의 위로라는 측면이 존재하고, 교정시설의 수용자 역시 생계가 곤란한 수용자의 경우 작업장려금을 보관금으로 전환하여 각종 자비구매 물품 구매비용에 충당하기도 하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작업장이 운영되지 않아 작업장려금을 지급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은 수용자도 존재한다는 점, 그리고 실외 운동 제한·접견 제한 등 각종 방역 조치로 인한 불편은 수용자에게도 존재했다는 점에서, 수용자에게도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 것은 타당한 조치라 판단된다.
다만 지급방식에 있어서 보관금으로 지급하는 대신 온누리 상품권으로 지급하여 바로 사용할 수 없고 출소 시 수령하여 사용하도록 한 것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취지에 맞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어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까지 코로나19 상황 하에서의 교정시설 내 방역을 위한 각종 조치에 따른 수용자의 기본권 제한 및 국가의 보호 의무에 대해 살펴보았다. 3년 반 동안 코로나19라는 고되고 긴 터널을 지나며 겪고 배운 점 및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몇 가지 제언을 올리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첫째, 「형집행법」상 감염병과 관련하여 보다 다양하고 세밀한 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따라 기본권의 제한은 ‘법률로써’만 가능하다. 따라서 감염병 상황에서 효과적인 방역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수용자의 기본권 제한에 대한 「형집행법」상 근거 규정을 요한다. 그런데 현행 「형집행법」에는 기본권의 제한과 관련하여서는 제35조 단 하나의 조문만을 두고 있고, 위 규정이 결론적으로 실외 운동 제한, 접견권 제한 등과 같은 다양한 상황에서 일종의 만능 치트키와 같이 활용된 측면이 있었다.
제35조에서 정하는 ‘그 밖의 조치’와 같이 열린 규정은 코로나19처럼 예상치 못한 재난 상황에서 유연한 대체를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하다. 그렇지만 이를 달리 말하면, 위기 상황에서 모든 행정처분에 대한 판단과 결정 책임이 교도관 개인에게 미루어져 있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이미 겪어 잘 알게 된 상황에 대해서는 정리 및 매뉴얼화하여 법률에 규정을 두거나 혹은 법률에서 하위법령으로 위임하여 정할 수 있도록 근거를 두는 방식으로 개정이 필요할 것이다.
예컨대 감염병의 확산 방지를 위해 수용자의 실외 운동을 제한하더라도 그 제한의 한계(예컨대 제한 가능한 최장기간 설정)를 「형집행법」 제33조 또는 제35조에 규정할 경우, 이것이 직원들의 직무 집행에 있어 정확한 가이드라인으로 작동함과 동시에 혹시 모를 수용자의 기본권 침해 가능성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감염병 상황에서 국가의 보호 의무를 실현하기 위한 보다 강력한 정책적 의지가 필요하다.
우리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개방성에 기초하여 국경 봉쇄와 같은 극단적인 조치 없이도 성공적인 방역 성과를 이루어 낼 수 있었던 요인은 감염자 및 밀접접촉자에 대한 철저한 추적과 이를 통한 ‘격리’에 있었다고 평가된다. 즉 방역 조치의 핵심은 ‘격리’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과밀수용 상황에서는 애초에 격리할 공간 자체가 확보되지 않는다. 구치소 집단감염 사태의 원인을 방역 당국에서도 ‘3밀’이라는 구조적 요인에서 찾고 있다. 과밀수용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매뉴얼을 만들고 시스템을 구축하더라도 감염병의 대규모 확산 사태를 예방하기 어려울 것이다.
과밀수용 해소는 교정시설을 추가 증설해야 한다는 점에서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요구되며 지역주민의 반대 등 이익집단 간 심각한 갈등이 존재한다는 측면에서 중앙정부 차원의 강력한 해결 의지를 요하는 사안이다. 따라서 국가는 과밀수용을 중대한 인권 문제로 받아들이고 이를 해소하는 것을 법무부와 기획재정부 등 유관부처 및 지방정부의 공동 목표로 세우고 강력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
셋째, 직원에 대한 합당한 보상과 전반적 처우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비단 우리 교정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 그리고 어쩌면 전 인류가 생애 처음 겪어보는 코로나19라는 대사건 앞에 당황해했고 대처에 있어 미숙했다. 그럼에도 결국 오지 않을 것만 같던 그 끝을 맞이할 수 있게 된 것은 일선의 현장에서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직원들의 헌신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정작 교도관들의 희생과 노력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의료인들에 대한 감사와 존경을 담은 ‘덕분에 챌린지’와 같은 전 국민적 격려는 그들에게 큰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이를 지켜보며 느낀 부러움과 상대적 박탈감이 무척 컸던 것으로 기억한다.
감염병과 관련하여 아무리 완벽한 대처 매뉴얼을 만든다 하더라도 결국 이를 실행하는 것은 일선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이다. 따라서 재차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상황이 발생 시 성공적인 방역의 열쇠를 쥔 것은 우리 직원들이며, 과거 코로나19 상황에서 희생과 헌신에 따른 합당한 보상이 뒤따랐던 경험이 있다면 이후 재난생황에서도 직원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직원들의 재난 상황 시 피로도를 저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전반적 처우개선, 예컨대 완전한 4부제 근무제도 정착, 직원 확진자 및 격리자 다수 발생을 대비한 충분한 인력의 사전 확보, 코로나19 업무 관련 수당의 지급 대상 확대 등이 시급히 요구된다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를 함께 견뎌온 우리 모두에게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