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승모
법무법인 여백 변호사
본 연구는 수용자가 유해간행물에는 해당하지 않으나 청소년유해간행물로 지정된 선정적 내용을 담은 도서를 구입하고 교정기관에 반입하고자 한 사안에서, 교정기관은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47조 제2항에서 수용자가 구독을 신청한 도서가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에 따른 유해간행물이 아닐 경우에는 구독을 허가하여야 한다는 의무 규정으로 인해 위 도서의 교부신청에 대해 거부처분을 하는 것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에 해당한다는 판결에서 시작되었다.
수용자는 형 집행의 대상자로서 신체의 자유가 제한되어 교정기관에서 생활하게 되나 그 과정에서 기본권을 보장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점은 당연하다. 위 사안에서 수용자는 청소년유해간행물 교부가 불허되자 알 권리 및 소비자 권리 침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수용자의 기본권 보장·인권 보호 측면에서 알 권리의 충족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은 다툼의 여지가 없다 할 것이나 자극적인 내용을 통해 왜곡된 성인식을 심어 줄 여지가 있어 청소년유해간행물로 지정된 도서가 수용자의 알 권리의 대상에 포함되어 교정기관에 아무런 제재 없이 반입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이러한 맥락에서 수용자에게 음란한 도서를 포함한 범죄 관련 내용이 담긴 서적들을 교부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그런 도서들이 수용자의 건전한 사회 복귀 및 교정·교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해당 도서의 교부신청자가 왜곡된 성인식을 지닌 성범죄라면 이를 허가하는 것이 국민의 법 감정에 부합하지 않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관련하여 신문·잡지 또는 도서는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27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금품(돈과 물품을 아우르는 말)에 해당하기도 하므로, 수용자가 외부로부터 금품을 반입하려면 수형자의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복귀를 해칠 우려 및 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칠 우려가 없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그렇다면 음란한 내용이 포함된 도서는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복귀 등에 악영향을 준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므로 반입을 불허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 바 있으나 반입 대상 물품이 출판물이라는 점에서 구독은 허가하면서 교부를 불허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결국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47조가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에서 정한 유해간행물 외에는 그 구독 신청을 불허가할 수 없도록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는 이상, ‘수형자의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복귀를 해칠 우려’ 등과 같은 일반적인 목적만 내세워서 수용자의 알 권리를 제한할 수는 없다. 법률 규정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는다면 교정기관에서는 과도한 재량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고 이는 위법한 행정처분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궁극적으로는 교정행정 인력과 비용이 낭비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출판물 반입 등과 관련한 문제는 입법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고, 개정안을 통해 당면한 현실적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제어 : 수용자, 수용자의 알 권리, 형집행법, 구독, 반입, 교정기관, 유해간행물, 청소년유해간행물
범죄를 행한 자에게 선고된 형이 확정되면 형 집행이 시작된다. 형벌의 종류는 사형, 징역 등을 비롯하여 형법에서 정한 9가지의 형벌이 있으나 일반적으로 교정기관에서 언급되는 형 집행은 징역, 구금 등을 의미하는 자유형을 의미하고 이러한 자유형의 집행 과정에서 수용자의 인권 보호와 처우 문제는 언제나 존재한다. 1)
수용자2)는 신체의 자유, 거주 이전의 자유 등 일반적인 기본권들의 제한을 받으며 교정기관에서 생활하게 되므로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수용자의 인권을 포함한 기본권 보장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진다. 국가인권위원회 등 인권 보호 기관, 시민단체 등에서는 교정기관의 운영과 실질적 형 집행 과정에 대한 견제와 제도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수용자의 권리 보호 및 인권 개선, 교정·교화의 선진화 측면에서는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봄이 타당하나 일각에서는 수용자의 권리 보장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짐에 따라 교정·교화의 의미가 퇴색되는 등 국민의 법 감정과는 동떨어지는 수용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수용자의 의료, 운동, 접견 등에 관한 처우에 대해서는 수용자들이 행정심판, 행정소송 등을 통해 권리 확보를 위한 노력을 꾸준히 이어왔으나 출판물 구독·교부에 관해서는 정면으로 다루어진 적이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간첩 범죄 등을 이유로 사상·정치 이념 관련 도서 반입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나 최근에는 성인용 잡지, 즉 청소년유해간행물과 같은 선정적 내용을 담은 서적을 수용자가 구독하여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3)
2017년 성범죄로 수용 생활 중이던 수용자가 교정기관에 성인용 잡지를 반입해 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교정기관에서 이를 불허하면서 교정기관 내 출판물 구독 및 반입에 대한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졌고, 최근까지 해당 문제에 대한 명확한 해결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위 소송은 2심까지 이어졌고 해당 서적 교부 불허 처분을 취소한다는 취지의 판결이 내려졌으나 정책적 사유와 교정행정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교정기관이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는 것으로 소송은 확정되었다. 본 글에서는 위 소송에서 문제 되었던 수용자의 출판물 구독·교부 신청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수용자가 교정기관에 선정적 내용과 사진이 담긴 서적을 교부 신청할 경우 교정기관에서는 위 서적 반입을 허가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는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이하 ‘형집행법’이라 한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이하 ‘시행규칙’이라 한다)에서 다루고 있고,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아야 할 사안이다.
이를 바탕으로 수용자의 권리보호와 그 제한을 개괄적으로 살펴보고, 형집행법상의 출판물에 관한 규정들에 대한 검토, 관련 사례에 대한 연구, 끝으로 수용자의 출판물 교부·구독과 관련하여 입법적으로 보완해야 할 점 등에 대한 개선 방향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헌법 제21조는 언론·출판의 자유, 즉 표현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 자유는 전통적으로 사상 또는 의견의 자유로운 표명(발표의 자유)과 그것을 전파할 자유(전달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사상 또는 의견의 자유로운 표명은 자유로운 의사의 형성을 전제로 한다.4) 자유로운 의사의 형성은 정보에의 접근이 충분히 보장됨으로써 비로소 가능한 것이며, 그러한 의미에서 정보에의 접근·수집·처리의 자유, 즉 알 권리는 표현의 자유와 표리일체의 관계에 있으며 자유권적 성질과 청구권적 성질을 공유하는 것5)으로 해석되고 있다.
형집행법의 목적은 수형자의 교정교화와 건전한 사회복귀를 도모하고, 수용자의 처우와 권리 및 교정시설의 운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기 위함이라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면서(형집행법 제1조), 형집행법을 집행할 때는 수용자의 인권은 최대한으로 존중되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형집행법 제4조).
이러한 형집행법의 목적과 더불어 위와 같이 국민의 알 권리가 보장되기 위하여 그 전제로서 정보 접근성을 적극 보장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외부와의 접촉이 차단되고 한정적으로 소통이 이루어지는 교정기관에서 수용자의 알 권리는 어떻게 보장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형집행법은 교정기관에 수감된 자들 즉, 수형자·미결수용자·사형확정자 등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따라 교도소·구치소 및 그 지소에 수용된 자들에 대한 처우와 권리 및 교정시설 운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면으로 다루는 법률로써, 교정기관 내 수용자 처우에 관한 근거와 그 한계를 제시한다.
형집형법 및 시행규칙에서 도서, 잡지 등 출판물에 관한 규정 중 교정기관 내 도서 배치 등과 같은 내부 운영에 관한 내용 외 수용자의 요청 등으로 출판물의 반입과 보관과 관련된 주요한 규정은 다음과 같다.
형집행법6)
제26조(수용자가 지니는 물품 등) ① 수용자는 편지·도서, 그 밖에 수용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법무부장관이 정하는 범위에서 지닐 수 있다.
제27조(수용자에 대한 금품 전달) ① 수용자 외의 사람이 수용자에게 금품을 건네줄 것을 신청하는 때에는 소장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지 아니하면 허가하여야 한다.
1. 수형자의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복귀를 해칠 우려가 있는 때
제47조(신문등의 구독) ① 수용자는 자신의 비용으로 신문·잡지 또는 도서(이하 “신문등” 이라 한다)의 구독을 신청할 수 있다.
② 소장은 제1항에 따라 구독을 신청한 신문등이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에 따른 유해간행물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구독을 허가하여야 한다.
③ 제1항에 따라 구독을 신청할 수 있는 신문등의 범위 및 수량은 법무부령으로 정한다.
제92조(금지물품) ① 수용자는 다음 각 호의 물품을 지녀서는 아니 된다.
4. 음란물, 사행행위에 사용되는 물품, 그 밖에 수형자의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복귀를 해칠 우려가 있는 물품
형집행법 시행규칙7)
제22조(전달금품의 허가) ③ 소장은 수용자 외의 사람이 수용자에게 음식물 외의 물품을 건네줄 것을 신청하는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지 아니하면 법무부장관이 정하는 교정시설의 보관범위 및 수용자가 지닐 수 있는 범위에서 허가한다.
2. 음란하거나 현란한 그림·무늬가 포함된 물품
6. 그 밖에 수형자의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복귀를 해칠 우려가 있거나 교정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물품
위에서 살펴본 규정들을 통해 수용자가 교정기관 내에서 출판물을 소지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첫째는 구독 신청이다. 수용자는 자신의 비용으로 신문·잡지 또는 도서의 구독을 신청할 수 있고, 소장은 구독을 신청한 신문 등이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이하 ‘출판법’이라 한다)에 따른 유해간행물을 제외하고는 구독을 허가하여야 하므로 수용자의 입장에서는 유해간행물만 아니라면 교정기관 내에서 허용되는 수량 등 범위 내에서 출판물을 구독할 수 있는 것이다. 유해간행물은 출판법에 따라 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면 부정하거나 체제 전복 활동을 고무(鼓舞)하거나 선동하여 국가의 안전이나 공공질서를 뚜렷이 해치는 것, ② 음란한 내용을 노골적으로 묘사하여 사회의 건전한 성도덕을 뚜렷이 해치는 것, ③ 살인, 폭력, 전쟁, 마약 등 반사회적 또는 반인륜적 행위를 과도하게 묘사하거나 조장하여 인간의 존엄성과 건전한 사회질서를 뚜렷이 해치는 것에 해당한다고 판단된 간행물이다.8)
다음으로는 수용자 외의 사람이 수용자에게 도서 등 출판물을 교부하는 방법이다. 이는 일반유행간물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구독을 허가해야 하는 의무 규정과 달리 교부신청 도서가 수형자의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복귀를 해칠 우려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면 교부를 불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장의 재량이 개입할 여지가 발생한다.
위 두 규정은 구독과 교부(반입)라는 다른 형식으로 수용자들이 출판물을 소지하게 되는 방식이라 봄이 타당하고, 법률에 명시된 단어가 다르다면 그 의미는 명확히 구분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려할 때, 만약 수용자가 일반유해간행물이 아닌 청소년유해간행물을 ‘구독’ 신청한 경우와 ‘교부’ 신청한 경우를 교정기관에서는 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적법한 행정처분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 명확히 답을 내리기 어렵다. ‘구독’과 ‘교부’를 구분하여 본다면, 수용자가 청소년유해간행물을 교부 신청할 경우, 해당 도서가 교정·교화를 해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교부를 불허할 수도 있으나 구독 신청을 할 경우에는 사실상 구독을 불허할 마땅한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청소년유해간행물로 지정되었다는 의미는 출판법 및 「청소년보호법」에 의해 청소년에게 성적인 욕구를 자극하는 선정적인 것이거나 음란한 것, 청소년에게 포악성이나 범죄의 충동을 일으킬 수 있는 것, 성폭력을 포함한 각종 형태의 폭력 행위와 약물의 남용을 자극하거나 미화하는 것, 도박과 사행심을 조장하는 등 청소년의 건전한 생활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인정되었다는 것9)으로써, 성, 폭행, 도박, 마약 범죄를 저지른 수용자들에게도 충분히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수준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자극적인 묘사와 과장된 표현을 통해 성적 자극 유발이 최우선적 목적인 청소년유해간해물은 궁극적으로 수용자에게 건전한 인격과 시민의식의 형성을 저해하는 반사회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물론 수용자가 성인인 점, 자유형의 집행은 궁극적으로 신체의 자유 및 거주 이전의 자유를 제한함에 그쳐야 하는 점, 교정기관 생활 중에서는 수용자의 기본권 및 인권을 보장하여야 하는 점, 수용자의 법적 지위 및 권리 향상의 경향 그리고 수용자의 기본권 제한 역시 법에 근거할 때만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법률상 명확한 근거 없이 구독이 가능한 도서임에도 수용자 교정·교화에 도움이 되지 않고, 교정기관 내 질서유지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당위성만 앞세워 반입을 불허하는 것은 적법한 행정처분으로 평가될 여지는 적다. 수감된 자들에 대한 교정행정은 규제 행정의 최전선이므로 법률의 근거를 통해 이루어져야 하며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되어서는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헌법 제10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천명하고 있으며,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지닌다고 명확히 밝히고 있다. 헌법의 궁극적 목적이자 최고 이념은 기본권의 실질적 보장에 있고, 이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국가에게 기본권 보장을 요구할 수 있으며, 나아가 국가는 이를 적극적으로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10)
하지만 우리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무제한적으로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 또한 명시하고 있다.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르면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는 기본권이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그 본질적인 내용은 침해할 수 없다는 단서를 통해 기본권 제한 과정에서도 기본권 보장이라는 헌법의 궁극적 목적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점을 주지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기본권 관련 내용은 수용자에게도 당연히 적용된다. 수용자는 범죄를 행한 자로서 형이 확정되고 집행 중인 상황에 있는 것일 뿐 국민의 지위가 상실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정기관이라는 한정된 공간과 교정기관 운영에 관한 현실적 제약으로 인해 수용자에게 국민과 동일한 수준의 기본권이 일상적으로 행사되기는 어렵고, 더욱이 형집행의 본질적인 목적인 수용자의 교정·교화를 위해서는 형집행법에 근거하여 수용자의 기본권 제한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과거에는 수용자의 기본권 제한과 관련하여 특별권력관계이론이 논의되기도 하였는데, 특별권력관계이론은 19세기 후반 독일에서 군주의 지배권을 정당화하고 법치주의를 배제하기 위한 논리로서 성립·발전되었고, 구체적으로 관리(官吏)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정립되었다.11) 형집행의 특수 목적으로 인해 형집행의 목적 범위 내에서 일반적 권력관계보다 더욱 강하게 기본권을 제한한다거나 사법심사가 배제될 수 있다는 근거로써 작용하기도 하였으나 현재 수용자의 기본권 제한 과정에 대한 사법심사가 배제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12)이며 수용자 인권 보호 측면에서도 특별권력관계이론이 주류 학설로 자리매김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결국 수용자의 기본권 제한은 일반 국민의 기본권 제한과 같이 헌법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고, 수형자나 피보호감호자를 교도소나 보호감호소에 수용함에 있어서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외에 교화목적의 달성과 교정질서의 유지를 위하여 피구금자의 신체활동과 관련된 그 밖의 자유에 대하여 제한을 가하는 것도 수용 조치에 부수되는 제한으로서 허용된다고 할 것이나, 그 제한은 위 목적 달성을 위하여 꼭 필요한 경우에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만 허용되는 것이고, 그 제한이 필요하고 합리적인가의 여부는 제한의 필요성의 정도와 제한되는 권리 내지 자유의 내용, 이에 가해진 구체적 제한의 형태와의 비교 교량에 의하여 결정된다고 할 것이라 할 것이며 이 경우에도 법률에 의한 제한만 인정될 뿐 시행령 등의 규정은 수용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13)
그렇다면 수용자의 구체적인 기본권 중 알 권리의 보장 및 제한은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가. 수용자의 인권 존중에 포함되는 다양한 기본권 중 수용자의 알 권리 또한 교정기관에서 적극적으로 보장해 주어야 함은 마땅하고 외부와 단절되어 있는 상황에서 외부로부터 새로운 정보나 지식을 얻으려면 잡지, 서적 등과 같은 출판물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에서는 수용자의 일간지구독금지처분 등과 관련된 헌법소원심판에서 국민의 알 권리는 정보에의 접근·수집·처리의 자유를 뜻하며 그 자유권적 성질의 측면에서는 일반적으로 정보에 접근하고 수집·처리함에 있어서 국가권력의 방해를 받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므로, 개인은 일반적으로 접근 가능한 정보원, 특히 신문, 방송 등 매스미디어로부터 방해받음이 없이 알 권리를 보장받아야 할 것이다. 미결수용자에게 자비(自費)로 신문을 구독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일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정보에 대한 능동적 접근에 관한 개인의 행동으로서 이는 알 권리의 행사라고 판단하면서 교화상 또는 구금목적에 특히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기사, 조직범죄 등 수용자 관련 범죄기사에 대한 신문기사 삭제 행위는 구치소 내 질서유지와 보안을 위한 것으로, 신문기사 중 탈주에 관한 사항이나 집단단식, 선동 등 구치소 내 단체생활의 질서를 교란하는 내용이 미결수용자에게 전달될 때 과거의 예와 같이 동조단식이나 선동 등 수용의 내부 질서와 규율을 해하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고, 이는 수용자가 과밀하게 수용되어 있는 현 구치소의 실정과 과소한 교도 인력을 볼 때 구치소 내의 질서유지와 보안을 어렵게 할 우려가 있는 내용의 경우 해당 범위 내에서 삭제할 수 있다고 보며, 수용 질서와 관련되는 위 기사들에 대한 정보획득의 방해와 그러한 기사 삭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구치소의 질서유지와 보안에 대한 공익을 비교하여 수용자의 알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고 보았다.14)
원고(수용자)는 2017년 4월경 외부로부터 원고에게 배송된 누드스토리(이하 ‘이 사건 잡지’라고 한다)와 맥심 잡지의 교부 신청하였으나 피고(교정기관)는 원고에게 맥심 잡지만 교부하고 이 사건 잡지에 관하여는 형집행법 제26조 제1항, 제27조 제1항, 제92조, 시행규칙 제22조 제3항 등에 근거하여 이 사건 잡지에 수용자의 교정·교화에 적합하지 않은 음란한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로 원고의 위 신청을 불허(이 사건 처분)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잡지는 청소년유해간행물이므로 형집행법 제47조 제2항의 유해간행물에 해당하지 않고, 성인이면 누구나 구독이 가능하고, 타 도서 및 잡지 등과 이 사건 잡지를 달리 취급할 만한 이유가 없으며 교정·교화는 재범 방지 교육 등으로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피고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이 사건 잡지 교부를 불허하는 것은 원고의 알 권리 등을 침해하는 것으로 이 사건 처분은 피고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라 하였다.
피고는 이 사건 잡지에는 수형자들의 교정·교화에 적합하지 않은 음란한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고, 준법정신과 윤리 의식이 희박한 범죄자들을 수용하고 있는 교정시설에서 음란물에 대한 기준은 보다 엄격함이 요구된다 할 것이고, 구독과 교부는 엄연히 구분되는 개념으로 이 사건 처분은 출판물의 단순 교부신청에 대한 거부 처분으로써 구독과 달리 보아야 하며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한 수형자의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복귀와 시설의 안전과 질서 유지 등의 공익이 음란물을 통한 성에 대한 알 권리 충족 등 수형자의 사익보다 우선시 되어야 하므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고 하였다.
재판부는 이 사건 잡지는 한국출판물산업진흥원의 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유행성 심의를 거친 결과, 「청소년 보호법」 제9조 제1항 각호에서 정한 ‘청소년유해간행물’에는 해당하나 출판법 제2조 제8호에서 정한 ‘유해간행물’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전제로 하여, 형집행법상 수용자의 금품교부 신청에 대하여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교도소장의 재량행위라고 할 것이지만 그 불허가 결정에 비례의 원칙 등에 반한 재량권 일탈·남용의 위법이 있는지에 관하여는 형집행법이나 관계 법령의 다른 규정들과 조화로운 해석이 가능한 범위에서 엄격히 판단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기존의 확립된 법리인 수용 시설 내의 안전과 질서 유지를 위하여 수용자의 기본권의 일부 제한이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그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거나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17)
(2) 구독 신청이 가능한 출판물에 대한 반입불허처분의 위법성
대상 판결은 형집행법 제47조에는 수용자가 자신의 비용으로 출판물의 구독 신청을 할 수 있고, 소장은 수용자가 구독을 신청한 출판물이 출판법에 따른 유해간행물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구독을 허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형집행법에서 수용자가 구독을 신청할 수 있는 출판물의 범위와 수량을 시행규칙에 위임하였을 뿐, 구독을 신청할 수 있는 잡지 등의 범위와 수량을 법무부령에 위임한 바는 없으므로 하위 법령이나 지침 등으로 수용자가 구독 신청할 수 있는 잡지의 내용이나 종류를 제한하는 것은 상위 법령의 위임을 벗어나 무효라고 보았다.
위와 같은 점을 근거로, 대상 판결에서 이 사건 처분은 수용자의 잡지 교부신청에 대하여 동일 내용의 잡지 구독 신청의 경우보다 음란성의 범위를 폭넓게 인정함으로써, 교도소 내 질서유지 등의 공익과 비교해 원고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으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으로 판단했다.
교도소장은 출판법에 따른 유해간행물에 해당하지 않는 잡지에 대하여 음란성을 이유로 수용자의 잡지 구독 신청을 불허할 수는 없는 것은 마땅하고, 수용자의 금품(돈과 물품을 아우르는 말로, 이 사건 잡지는 물품에 해당한다) 교부신청에 대하여 형집행법 제26조, 제27조 등에 따라 이를 불허할 수 있다는 의미는 ‘교부신청된 출판물이 마약류 등 소지 금지물품의 반입을 위한 도구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는’ 등에 따라 이를 불허할 경우로 한정될 뿐, 형집행법 제47조와의 균형상 그 내용의 음란성을 이유로 하는 경우까지 그 허부 결정이 달라질 수는 없다고 보았다.
또한 피고의 선정성과 음란성이 심한 잡지의 경우 ‘수형자의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복귀를 해칠 우려가 있는 때’ 또는 ‘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때’에 해당하므로 교도소장은 형집행법 제27조 등에 따라 이를 규제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하여 선정성과 음란성은 시대의 문화, 윤리 등에 따라 상대적으로 변화하는 유동적 개념이어서 심의자의 주관적 의견이 개입될 여지가 많아 심의자마다 다른 기준에 의하여 그 교부 여부가 제각기 달리 결정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규제기준은 엄격히 해석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위 대상 판결은 교정기관이 이 사건 잡지 교부 불허처분이 위법하다고 판시한 바 거부처분의 취소판결이 나온 경우에 해당하여, 행정소송법 제30조 제2항에 따라 교정기관은 판결의 취지에 따라 다시 이전 신청에 대한 처분을 하여야 하는 사안이었다.
교정기관은 대상 판결을 상고하여 대법원에서 최종적 판단을 받아보는 방법도 있었으나 대상 판결에서 적용된 법률의 내용과 구조상 다른 판단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 및 수용자의 인권과 기본권 보호에 충실하여야 하는 교정기관의 행정 목적을 고려할 때 상고 진행 없이 소송을 종결하였다.18)
한편 소송의 결과와 별개로, 대상 판결에서 문제가 된 이 사건 처분에 이르게 된 교정기관의 사정은 이해가 가능하다. 구독과 교부와 같은 반입 경로를 막론하고 수용자가 교정기관에서 생활하며 선정성, 음란성이 강한 출판물을 보는 상황을 교정기관이 두고만 보기는 어려웠을 것이고, 성범죄를 저지른 수용자들도 아무런 제재 없이 그와 같은 출판물을 보는 것에 대한 행정적 제재가 작동하여야 한다는 고려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사소한 균열만으로도 교정기관 내 질서유지는 무너질 수 있고, 국민의 법 감정과도 연결되어 있는 교정행정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교정기관이 이 사건 처분을 행한 사정의 상당성과 필요성에 일응 수긍이 가는 측면이 있다.
대상 판결이 확정되었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이고 개별적 사안에 대한 판단은 새롭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교정기관은 교정행정의 특수성 및 국민의 법감정을 고려하여 수용자가 일반유해간행물이 아닌 청소년유해간행물에 대한 교부신청을 할 경우에 이를 일괄적으로 허용하기보다는 개별 사안별로 구체적 사정을 심사하여 반입 여부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대상 판결이 있은 후, 유사 사안에서 교정기관은 구독과 교부에 대한 개념을 달리 해석해야 한다는 점, 선정성과 음란성이 심한 잡지의 교정기관 내 반입은 형집행법 제27조 제1항에서 정한 ‘수형자의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복귀를 해칠 우려가 있는 때(제1호)’, ‘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때(제2호)’에 해당한다는 점 등과 같은 논리를 내세워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였으나 대상 판결과 같은 취지의 소송 결과가 있었다.19)
한편 법원에서도 성폭력범죄자들이 수용되어 있는 교정기관에 다소 선정적이고 음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출판물을 소지하는 경우 수형자의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복귀를 해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일부 인정하기도 한 것에 비추어 볼 때, 교정기관의 행정처분에 이르는 경위에 대한 재판부의 일부 이해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형집행법 제47조에서 출판법에서 정한 유해간행물 외에는 그 구독 신청을 불허할 수 없도록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는 이상, ‘수형자의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복귀를 해칠 우려’ 등과 같은 추상적이고 자의적인 필요성만을 내세워 수용자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없다는 점은 재차 확인되었다.
위 사례를 포함하여 양심수 등이 특정 출판물 우송을 통해 반입하고자 하였으나 교정기관에서 이를 거부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였고, 이러한 출판물과 관련된 지속적인 문제 사안을 해결하고자 법무부는 2019년 11월 수용자 수발대행업체 등을 통한 금지물품 및 음란서적 반입으로 교정시설의 질서유지와 수용자 교정교화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증가함에 따라 수용자 우송·차입 도서 합리화 방안을 마련하였다. 수발대행업체의 무분별한 도서 반입 및 대여(음란물 및 불법 제작물), 불법 제작 도서의 지속적 반입 시도, 우송·차입 물품 교부에 따른 금지물품 반입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영치금을 통한 도서 구매방식을 원칙으로 제시하였다.20)
다만 모든 수용자의 도서 반입을 제한하는 것은 행정 편의적 접근이라는 우려를 불식하고자 우송·차입도서 반입 제한 예외 사유를 폭넓게 인정하여 수용자 도서 접근권을 확보하기 위하여 법률도서 등 수용자 권리구제를 위한 도서, 외국인 수용자를 위한 외국어도서, 시각장애인 수용자를 위한 도서, 소장이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복귀를 위하여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도서(종교서적, 학습에 필요한 수험서 등) 등의 경우 수용자의 신청에 의한 상담을 통해 우송·차입도서 반입이 허용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법무부의 방안에 대하여 국가인권위원회는 위 법무부의 방안을 시행 중지할 것을 권고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수용자의 자유롭고 폭넓은 도서 열람은 수용 목적인 교정·교화에 도움을 주어 그 자체로 교정기관의 안전과 질서유지에 기여하는 바가 크고, 본질적으로 공익에 해가 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려운바, 원칙적으로 이를 최대한 보장해주는 것이 형집행법의 입법목적에도 부합한다고 밝히며 도서 구매비의 증가에 따라 구입할 수 있는 도서가 실질적으로 제한되는 등 수용자의 알 권리와 정보접근권 등이 침해된다는 점을 지적했다.21)
법무부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교도소 등 교정시설 수용자가 영치금만으로 도서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위 방안을 철회하고, 우송·차입 방식의 도서 반입을 허용하기로 하였다. 한편 법무부의 방안은 다소 극단적이고 적극적인 형태의 제재안이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당시 교정기관 내의 질서유지의 필요성이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었던 상황이었던 것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용민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교정시설 내 출판물 반입 현황(2017~2021년 7월)’을 제출받아 조사해 본 결과 교정시설 내 가장 많이 반입된 출판물은 총 277,214회 반입된 남성잡지 맥심(MAXIM)이었고, 지난 5년간 반입 출판물 상위 50위 중 90% 이상이 성적인 코드를 주로 다루는 남성잡지(발그레, 자이언트, 맥스큐 등)인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더욱이 미성년 수감자가 생활하는 청소년 교정시설에서도 남성잡지 맥심은 지속적으로 반입(5년간 총 3,784건)된 것에 비추어 볼 때, 당시 법무부 입장에서는 이러한 수용자들의 출판물 반입에 제동을 할 사정이 있었던 것이다.22)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수용자가 교정기관에 청소년유해간행물을 반입을 요청하는 경우에 그 반입 대상이 도서·잡지 등과 같은 출판물에 해당하는 이상 형집행법 제47조에서 출판법에 따른 유해간행물을 제외하고는 구독을 허가하도록 하는 의무 규정이 우선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사전적인 의미로도 ‘구독(購讀)’은 ‘책이나 신문, 잡지 따위를 구입하여 읽음’으로서 단순히 ‘읽는 것’뿐만 아니라 ‘사서 소지하는 것’까지 내재하는 개념이므로, 교도소장이 그 ‘구독’을 허가하여야 하는 반면에, ‘교부’를 불허가할 수 있다는 결론은 논리적으로 모순된다는 것이 법원의 일관된 입장이었고, 출판물에 관하여 구독과 교부를 구분하여 형집행법을 적용할 경우 사실상 형집행법 제47조가 형해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 역시 타당한 해석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수용자가 다소 선정성·음란성이 강한 출판물을 이용할 수 있는 상황을 유지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비판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수용자가 교정시설의 수용자들이 음란·폭력·마약 등의 중독성 있는 범죄들을 내용으로 한 출판물을 교정기관 내에서 형식적인 절차만 거친 후에 자유롭게 이용한다면 궁극적으로 수용자의 교정·교화와 건전한 사회복귀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에 수용자들의 재범 방지 및 시설의 안정과 질서 유지 등을 위하여 구독을 제한하여 허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성범죄자도 특별한 제한 없이 음란한 내용의 출판물을 수용 기간 동안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지속적으로 볼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그 비난 가능성이 더욱 높은 상황이다. 성관념이 왜곡되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성범죄자들에게 성에 관한 노골적이고 상세한 묘사·서술이 담긴 출판물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것이 과연 형집행 과정에서 인정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러한 지적은 국민의 법감정과 부합하는 것으로, ‘죗값을 치르러 간 사람들이 음란한 잡지를 보는 것이 과연 형벌의 의미와 부합한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과 맞닿아 있다. 수용자의 기본권 보호에 관한 관점에서도 음란성과 선정성 있는 서적을 교정기관에 반입하는 것이 수용자의 알 권리 충족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의견도 존재하므로 수용자의 출판물 관련 규정, 특히 청소년유해간행물과 같은 자극적 소재가 포함된 출판물 반입에 대한 교정기관의 규제는 필요해 보인다.
조경태 의원이 2021년 3월 18일 대표발의한 형집행법 일부개정법률안23)을 살펴보면 기존 형집행법 제47조 제2항에 “다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 제1항의 성폭력범죄로 형을 받아 수용된 수형자가 음란한 내용이 포함된 신문등을 구독 신청할 때에는 소장은 해당 신문 등이 수형자의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복귀를 해칠 것으로 판단하는 경우에는 그 구독을 허가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단서 조항을 추가하였다.
이는 성범죄자들의 출판물 구독에 관한 권리에 대한 제한을 법률을 마련함으로써 수용자의 권리 제한 근거를 명확히 마련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 특히 음란한 내용이 포함된 출판물을 한정하여 권리 제한 대상을 분명히 한 부분을 볼 때, 현재 국민의 교정기관에 대한 문제 지적 사항을 잘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해당 개정안은 음란한 내용에 대한 평가의 자의성 또는 통일된 기준 확보에 대한 문제 제기 여지는 여전히 남아있다. 신문 등이 수형자의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복귀를 해칠 것으로 판단하는 것에 있어 소장의 주관의 개입할 여지가 많고, 전국 각지의 교정기관에서 수용자가 교부 신청하는 다양한 서적에 대한 음란성 판단을 통일된 기준으로 처리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성범죄자에 대한 차별적 대우의 정당성 여부 또한 짚어보아야 할 부분이다. 저지른 범죄가 성범죄라는 사실로 인해 다른 수용자들에 비해 읽을 수 있는 책의 범위가 축소되는 문제가 있다. 알 권리에 보장 범위에 있어 성범죄자를 달리 취급할 수 있는지 여부는 보다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이러한 논점에서 볼 때, 설령 위와 같은 형태로 법률안이 일부 개정되더라도 추후 위헌법률심판, 헌법소원심판 등을 통해 위헌성 여부에 대한 다툼이 예상된다.
소병철 의원이 2021년 11월 23일 대표발의한 형집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살펴보면, 47조의 제목 중 “구독”을 “구독 등”으로 하고, 같은 조 제2항 중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에 따른 유해간행물인”을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으로 하며, 같은 항에 각호를 ‘1.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에 따른 유해간행물, 2. 폭력·음란·마약 등을 과도하게 묘사하는 등 범죄의 충동을 줄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어 수용자의 재범 방지와 건전한 사회복귀를 위하여 구독의 제한이 필요한 신문 등 3. 그 밖에 시설의 안전과 질서 유지를 위하여 구독의 제한이 필요한 신문 등’으로 신설하고, 제3항에 이의신청에 관한 내용을 신설하였고 그 내용은 제2항에 따른 허가의 거부에 이의가 있는 수용자는 처분이 있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소장에게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개정 전 제3항의 내용은 제4항으로 이동하되, 수량에 대해서만 명시하여 온 것을 ‘수량, 제3항에 따른 이의신청의 방법·결정 및 그 결정의 통지에 필요한 사항’을 추가 신설하였다.
기존의 법률안은 수용자가 구독 신청한 출판물이 유해간행물이 아니면 무조건적으로 구독을 허가해야 하는 내용이었으나 개정안은 수용자들의 재범 방지 및 건전한 사회복귀, 시설의 안전과 질서 유지를 위하여 구독을 제한하여 허가할 수 있게 된다. 나아가 구독에 대한 거부처분이 있을 경우, 수용자에게 이의신청권을 명시적으로 보장하여 수용자의 권리가 제한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권리구제책을 마련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평가된다.
수용자가 선정적이고 음란한 내용을 담은 출판물 등을 소지하는 경우, 교정·교화에 악영향을 주고, 건전한 사회복귀를 해칠 우려가 있다는 점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과 별개로 이를 적법하게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형집행법에는 사실상 없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형집행법 제47조에서 유해간행물을 제외하고는 구독 신청을 모두 허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현행 법률 구조 안에서는 교정기관이 청소년유해간행물이라 하더라도 이에 대한 구독이나 반입을 불허할 경우 위법한 처분으로 평가될 수밖에 없고, 위법한 처분에 대한 항고소송 등이 이루어질 경우 소송 대응에 대한 교정인력이 투입되고, 소송 관련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문제점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출판물과 관련하여 제기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입법을 통하여 해결할 수밖에 없다 할 것이므로 기존의 개정입법안을 포함하여 교정기관의 출판물 반입과 관련한 전반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우선 수용자들의 도서 구독 목록 현황 조사를 통해 수용자들이 실제로 음란하고 자극적 내용의 출판물 반입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고, 해당 도서들을 반입한 수용자들의 수용기록을 통해 생활 태도, 개전의 정 등을 살펴본 글에서 제기된 문제점을 실증적으로 입증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이에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도출된다면 출판물 구독에 대한 개정 입법은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특정 범죄자들에게 구독 제한 출판물의 범위가 늘어나는 것은 평등권 등의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많으므로 신중히 검토되어야 할 것으로 사료되고, 구독 제한 출판물과 별개로 법무부 교정본부 및 각 교정기관에서 구독 권장 출판물 목록을 관리하여 이에 대해서는 구독 수량이나 횟수를 상향하는 보상형 수단을 통해 알 권리를 확보해 주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외부와의 소통이 제한적인 교정기관에서 수용자가 정보에 대한 접근을 통해 알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도서, 잡지 등과 같은 출판물을 구독하는 것은 당연한 처사다. 알 권리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고, 수용자는 범죄를 행한 책임으로 교정기관에 수용되어 있는 것과 별개로 기본권 주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용자들에게 무분별하게 모든 도서에 대한 구독을 허가해 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필요하다. 가령 출판법 및 청소년보호법에서 지정하는 청소년유해간행물의 경우 상당히 자극적인 소재의 사진·내용 등이 담겨 있는데 이를 성폭행, 마약, 도박 등과 같은 범죄를 저지르고 사회와 격리되어 생활하고 있는 수용자들에게까지 허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널리 퍼져있다.
교정행정 및 형집행은 한 개인의 신체적 자유 등을 제한하는 규제 행정의 최전선이기에 기본권 제한의 일반적 법리를 충실히 따라야 한다. 그러므로 위와 같은 비판점을 수용하고 수용자들의 알 권리를 제한하고자 한다면 법률로써 그 제한 근거가 요구되고, 이를 토대로 적법한 제재적 처분이 이루어져야 한다.
마약·도박 등 범죄와 관련되어 있거나 다소 음란하고 선정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출판물이 알 권리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알 권리의 대상이 된다면 이를 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만으로 제한될 수 있는지와 같은 논의들은 별론으로 두고, 현실적인 교정행정 상황을 고려할 때, 수용자들에게 무분별하게 출판물이 반입되고 있는 점, 그로 인해 교정기관의 질서유지 등에 악영향을 주는 점, 관련 상황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의식이 상당한 점, 현업 근무자들이 출판물 반입과 관련하여 실무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형집행법 제47조 제2항의 ‘유해간행물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구독을 허가하여야 한다’는 의무적 규정에 대한 일부 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나아가 수용자의 출판물 구독, 반입에 대한 논의는 아직 전면적으로 다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바, 형집행법 제47조 등과 관련하여 수용자의 알 권리를 포함한 전반적인 논의가 진행된다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수용자의 기본권 제한 문제는 교정행정 선진성과 직결되어 있는 만큼 깊은 논의를 통해 기본권 보장과 그 제한의 균형을 형성할 수 있어야 함은 마땅하다.
[국내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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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2019), ‘법무부는 수용자 우송·차입 도서 합리화 방안을 통해 수용자 교정교화를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설명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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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자료]
•소병철, (2021),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소병철의원 대표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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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http://www.moj.go.kr/ (검색일 : 2023. 03. 21.)
•국가법령정보센터, http://law.go.kr (검색일 : 2023. 0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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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인권위원회, http://cathrights.go.kr (검색일 : 2023. 03.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