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칼럼

심리적 침몰을 막는 평형수, 회복탄력성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라는 용어만 보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내용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국내 최초로 회복탄력성이라는 개념을 제시한 연세대학교 언론홍보영상학부 김주환 교수는 회복탄력성을 ‘제자리로 돌아오는 힘’이라고 정의했다. 다시 말해 일상에서 어떠한 어려움에 맞닥뜨리거나 슬럼프에 빠졌을 때 원래의 안정된 심리적 상태를 되찾는 성질 혹은 능력이 바로 회복탄력성이다.
우리는 살면서 여러 고난에 직면한다. 나를 포함한 주변의 누군가 아플 수 있고, 어제까지만 해도 잘 진행되던 일이 어떤 원인으로 인해 한순간 어그러질 수 있다.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면 고통스러워하고, 억울한 일을 당하기도 하며, 종종 슬럼프에 빠져 일을 손에 잡지 못하기도 한다. 문제는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이다. 똑같은 역경에 처했더라도 A라는 사람은 웃어넘기며 다음 일을 준비하는 반면, B라는 사람은 어려움이 선사하는 괴로움에 빠져 한동안 일상을 회복하지 못한다. 이 경우 A가 B에 비해 회복탄력성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A와 B의 회복탄력성, 그 차이는 어디에서 발생하는 것일까. 김주환 교수는 저서 『회복탄력성』의 서문을 통해 ‘실패에 대한 어떤 두려움도 없는 상태가 곧 회복탄력성을 지닌 상태’라며 ‘회복탄력성을 약화시키는 가장 근본적인 부정적 정서는 두려움이다. 두려움에서 좌절감이 나오고 좌절감에서 분노가 싹튼다’고 말했다. 어떤 일이나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회복탄력성을 약화시키며, 우리의 일상을 병들게 만든다는 것이다.

긍정적으로, 거리를 두고, 교훈을 찾자

이처럼 중요한 회복탄력성은 어떻게 증진시킬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긍정적인 마음이 중요하다. 마음을 활짝 열고 세상과 당면한 상황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면 두려움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는데, 당장 긍정성을 갖기로 결심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기에 여러 방면에 걸친 훈련이 필요하다. 2020년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이 성인남녀 108명을 대상으로 호흡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깊게 한 번 들이쉬고 날숨을 30번으로 나눠서 내쉬는 이른바 ‘주기적인 한숨 호흡’을 매일 5분간 실행하면 부정적인 생각이 줄어들고 불안감도 완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긍정적인 감정에 집중하게 하는 ‘감사일기 쓰기’와, 스트레스 상황에서 잠시 벗어나 1~2분간 눈을 감고 신체의 느낌에 온전히 몰입하는 ‘마음 챙김 명상’도 두려움을 줄이고 긍정적인 마음을 끌어올리는 데 효과가 있다.
고통스러운 일이 발생했을 때 그 상황과 나 사이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불안감이나 두려움이 엄습하는 와중에 일을 해결하려고 상황 한가운데로 달려 들어가면 자칫 역경이 주는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할 수 있다. 미국의 저명한 정신과 의사 데이비드 호킨스는 저서 『놓아버림』에서 삶의 고통과 두려움에 대처하는 방법 중 하나로 ‘감정을 나와 동일시하지 말 것’을 제안했다. 상황에서 잠시 벗어나 고통과 아픔을 제삼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보다 객관적이고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겪고 있는 시련에서 교훈과 의미를 찾는 작업도 중요하다. 당장은 견디기 힘든 상황도 지나고 나면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으며, 비슷한 일이 발생했을 때 보다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될 수 있다. 마음이 어느 정도 가라앉았다면 상황의 면면을 천천히 들여다보며 밝은 미래와 희망의 단서를 찾아보자. 한결 강해진 회복탄력성을 토대로 빠르게 정상적인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다.

회복탄력성 증진을 위한 추천 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