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강진우 사진 홍승진
도심 주거지와 거대한 축구 경기장이 어우러진 수원시 팔달구 우만동을 거닐다 보면 문득 세련된 외관의 교정시설과 마주치게 된다. 우리나라 최초의 빌딩형 교정시설이라는 타이틀을 넘어, 최고의 교정시설로 나아가기 위해 24시간 교정교화에 힘쓰고 있는 수원구치소가 그 주인공이다.
국내 교정시설 건축의 권위자로 손꼽히는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백진 교수는 작년 월간 <교정>과의 인터뷰에서 “교정시설을 기피시설이 아닌 삶의 일부로서의 사회기반시설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정시설을 일상의 영역 안으로 포함시키면 시민들은 이를 바라보며 인생의 명암을 한층 깊이 고찰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검찰·법원과의 물리적 거리를 줄임으로써 형사사법 절차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1996년 6월에 개청한 수원구치소는 남다른 가치를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빌딩형 교정시설로서, 모나지 않은 모습으로 119만 인구를 자랑하는 수원시 도심에 잘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수용자들의 심신 안정을 위해 빌딩형 교정시설로서는 드물게 실외 운동장을 갖추고 있으며, 인문·철학·심리·종교 등 다양한 분야의 장서 4천여 권을 보유한 열린 도서관도 운영 중이다. 폭염이 기승을 부린 8월에는 보안과 직원으로부터 모범 거실을 추천받아 매주 2회씩 수용자 인성교육실에서 영화 상영을 실시, 더위에 지친 모범 수용자들에게 문화생활 향유의 기회를 한결 폭넓게 제공했다.
빌딩형 교정시설은 고층 건물에 많은 인원을 수용한다는 점 때문에 화재에 취약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하는데, 수원구치소는 화재 대응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각별히 노력하고 있다. 관할 소방서와 함께 화재 및 재난 대비계획 수립, 대피 경로 및 소방시설 점검 등을 진행하는 ‘화재대응방안 검토회의’를 주기적으로 개최함으로써 비상시 직원과 수용자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내실 있게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어려움이나 슬럼프를 빠르게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인 회복탄력성은 수많은 돌발 상황과 맞닥뜨리는 교정공무원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수원구치소는 직원들의 회복탄력성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직원들이 스스럼없이 다양한 이야기와 의견을 전할 수 있도록 부서별로 실시하던 기관장 간담회를 직급별·업무별 간담회로 전환했다. 수용자로부터 폭행 피해를 당했거나 근거 없는 진정·소송을 당한 직원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피소 직원 등 지원운영위원회’를 설치·운영하고 있으며, 심리치료 및 상담, 공상 절차 등을 통해 직원이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직원들을 위한 시설 확충에도 적극적이다. 기존의 보안과 휴게실과 별개로 장소변경접견실을 리모델링해 직원들이 간단히 음식을 먹고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싱크대·전자레인지·식탁 등을 구비한 탕비실을 조성했다. 직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주고자 안마의자 4대, 스트레스 측정기 등을 비치한 직원힐링센터를 마련했으며, 최근 전면 리모델링을 통해 외부 헬스클럽 부럽지 않은 최신 운동기구를 두루 들인 체력단련실을 갖췄다. 남서쪽 외곽으로 뻗어 있는 녹음 짙은 산책로 ‘소담길’은 직원들의 바쁜 일상에 여유와 힐링을 선사한다.
도심과 면을 대고 있는 만큼, 수원구치소는 지역사회와의 조화와 상생에도 힘쓴다. 2020년 2월 직장 어린이집인 ‘보드미 어린이집’을 개원했는데, 구치소 직원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도 문을 열었다. 현재 선생님 10명이 원생 33명을 돌보고 있는데, 이 중 6명이 지역사회 아동이다.
민원인 쉼터 외벽에는 아기자기한 포토존을 설치했다. 국가보안시설로서 정문 안쪽 사진 촬영이 금지돼 있다는 점을 감안해 민원인과 지역 주민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지역사회 대상 공헌 활동에도 힘쓰고 있는데, 부서별로 지역사회의 취약계층 또는 사회복지시설을 후원하는 ‘사랑의 손잡기’ 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한다. 매년 말 직원들이 직접 김장해 형편이 어려운 수용자 가족에게 김치를 지원하는 ‘사랑의 김장 나눔 행사’도 2005년부터 이어 오고 있다. 더불어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참관 행사를 올 상반기부터 재개하는 등 구치소와 지역사회의 접점을 늘릴 수 있는 계기를 지속적으로 확대, ‘수원과 함께하는 수원구치소’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최초’라는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무거운 수식어에 눌려 성장과 발전의 속도가 낮아지는 경우도 부지기수. 그러나 수원구치소는 다르다. 교정교화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분투, 직원들의 회복탄력성과 행복 향상을 위한 지원, 지역사회와의 진심 어린 동행을 하나하나 실천하며 ‘최고’에 다가서고 있다. 최초에 최고를 얹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 수원구치소의 뜨거운 노력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