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마약 중독의 재활에 있어 교정의 역할

이지연

한국외국어대학교 상담심리전공 교수

마약으로부터 벗어날 기회가 되는 교정

마약 중독은 최근 한국 사회에서 심각한 문제로 여겨지고 있으며 2016년에는 급기야 UN이 부여하는 마약 청정국의 지위를 잃었다. 또한 마약 사용자의 연령이 낮아지고 대상자의 분포가 넓어진 것이 큰 특징이다. 마약 중독은 본인에게도 생활고, 범죄, 자해, 자살 기도 등의 어려움을 겪게 하지만 가족과 주변인들 역시 그로 인한 고통을 받게 된다는 점에서 사회적 비용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마약 중독으로 치료받는 중독자의 90% 이상이 재발률을 보이는 만큼 극복하기 어려우나, 교정기관에서의 마약 재활 프로그램은 중독자에게 독립적이고 건강한 삶을 되찾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캐나다, 미국, 호주 등 여러 국가에서는 마약류 사범에 대한 치료 및 재활 프로그램에 집중하는 것이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킨다고 보며, 다양한 재발방지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재활 과정에서 교정은 필수적인 구성 요소로 작용한다.

마약 중독에 있어 교정의 필요성

우선 교정현장은 중독자의 태도 및 행동을 변화시킨다. 중독자는 종종 변명과 자기 정당화를 통해 중독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태도와 사고방식은 중독으로 인한 부정적인 행동을 유지하고 회복을 방해하는 요인이 된다. 그런데 교정현장은 약물 중독자가 자신의 삶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이상향과 현재의 삶에 대해 극심한 자기 불일치를 경험하게 하며, 자기 정당화에 도전하고 비판적인 사고와 책임감을 갖추도록 유도한다.
중독 연구 분야에서 ‘바닥 경험’(Hitting bottom)은 회복하고자 하는 동기를 고양시키거나 인식변화의 계기가 되는 심각하고 부정적인 사건으로 정의한다(Kirouac, Frohe & Witkiewitz, 2015). 바닥 경험은 항복(약물에 대한 무력함을 인정하는 것)으로, 항복은 병식(병에 대한 인식)을 높여 회복 단계에 긍정적 촉진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구금 중인 마약 사범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전숙고 단계(아직 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집단의 바닥 경험 강도가 다른 집단(변화에 대한 숙고, 변화 준비, 변화 실천)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낮았으며(최경찬 & 이지연, 2023), 이는 바닥 경험이 회복 동기뿐만 아니라 실제로 회복 행동으로까지 이어짐을 시사한다.
하지만 구금의 고통이 너무 큰 경우에는 바닥 경험에서 항복으로 가는 경로가 오히려 약화될 수 있다. 수용자들이 구금 기간에 경험하는 여러 가지 박탈(자유, 재화와 서비스, 이성과의 성적 관계, 자율성, 안전)을 구금의 고통이라고 한다(Sykes, 2004). 수용자들은 정해진 일과에 맞춰 명령을 따르며 복종하도록 강요됨으로써 자유의지를 박탈당하고 의존적이고 수동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밖에 없게 된다.
마약류 사범 200여 명을 대상으로 구금의 고통이 바닥 경험과 항복이 미치는 영향을 조절하는지 확인한 결과, 구금의 고통이 낮은 집단이 높은 집단보다 유의하게 항복의 정도가 더 높았다(최경찬, 2023). 구금의 고통을 높게 지각하는 경우 수용자의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고려할 때, 구금의 고통이 지나치게 높으면 바닥 경험을 토대로 항복과 이후 회복 행동으로 가는 과정에 소요할 정신적 에너지가 고갈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마약 사범의 회복을 돕기 위해 적절한 회복적인 환경 조성은 어떤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마약류 사범 치료를 위한 전문성 강화

마약 중독에서의 회복은 약물 투약을 중단했다는 결과로 한정 짓기보다는 한 개인이 성장하는 과정으로 보는 관점이 많아지고 있으며, 회복을 시작하고 회복 행동을 유지하는 요인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자신이 중독자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약물로 인한 폐해를 인정(항복)하게 되면 회복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결과를 바탕으로 교정기관에서 자조집단 방식으로 중독 회복 공동체를 운영한다거나 교정기관 내 회복 요인들을 구체화하는 실증적 연구들이 더 필요하다. 또한, 교정현장 내 회복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처벌 공동체보다는 치료 공동체로서 기능하도록 실제로 이들에게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전문가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현재 국내에는 마약 중독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 커리큘럼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으며 그로 인해 관련 전문가가 많지 않은 실정이다. 수감 중인 마약류 사범들에게 적합한 치료적 요인을 찾고 현장에서 이들의 회복을 조력할 전문가들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국소적인 전문가 풀을 넓혀 다학제적인 접근 및 전문가 양성에 있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