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옥경
경기대학교 범죄교정학전공 교수
교도관의 사고 경험이나 트라우마에 관한 국내의 연구는 주로 수용자에 의한 교도관 폭행을 중심으로 수행되었다. 윤옥경과 이수정(2004)은 전국의 교도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도관 420명을 대상으로 수용자에 의한 폭행 사건 및 피해 경험과 탈진감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그리고 직무만족도의 관계를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다양한 피해 경험이 만성적인 탈진을 야기하고 직무에 대한 만족도 역시 낮춘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뒤를 이어서 윤옥경, 이수정(2005)은 420명의 교도관을 대상으로 언어적 폭력, 심리적 폭력, 신체적 폭력 경험을 조사하고 이러한 폭력 피해 경험과 그들의 직업의식 간의 관계를 살펴보았다. 응답 교도관의 90% 이상이 정서적 폭력(불안감, 무력감, 교정사고 발생에 대한 두려움 등)을 경험하였다고 응답하였고, 80% 이상이 언어적 폭력을 경험하였으며, 신체적 폭력을 경험한 교도관은 폭력의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오물투척이나 침 뱉기 등을 경험한 교도관은 5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러한 피해 경험은 교도관들의 직업의식을 더 부정적인 것으로 만든다는 것도 밝혀졌다. 연구자들은 교도관들의 폭력 피해가 그들의 ‘정당한’ 직무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며, 이것은 공권력이 그만큼 약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하였다. 동일한 데이터를 가지고 교도관이 경험하는 스트레스의 원인 요인으로서 폭력 피해의 효과를 분석한 이수정 등(2005)의 연구는 교도관들의 정신건강에 수용자들의 폭력적 행동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하고자 하였는데, 수용자들로부터의 폭력 피해는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일으키고 나아가 만성적 탈진감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증명하였다.
교정공무원의 스트레스 요인에 대한 윤옥경(2006)의 연구에서도 수용자 폭력의 경험과 그로 인한 불안감, 그리고 수용자들의 지나친 요구와 괴롭힘이 교정공무원들의 중요한 스트레스 유발요인으로 거론되었다. 수용자들의 다양한 폭력과 괴롭힘으로부터 교도관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공권력의 확립과 심리적 위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심리상담 등의 지원을 제안하였다.
이처럼 2000년대 초반에 이루어졌던 교도관의 폭력 피해와 스트레스에 대한 관심은 그 이후 지속적으로 이어지지는 못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학술논문 데이터베이스인 디비피아(DBpia)에서 관련 핵심어를 이용하여 검색한 결과 교도관들이 경험하는 각종 피해의 양상과 직무위험성에 대한 새로운 연구물은 거의 검색되지 않았다.
보다 최근에 와서는 몇몇 연구자에 의해 교도관들의 직무소진과 스트레스 등 교도관의 정신건강과 행복에 대한 연구가 수행되었다. 먼저 양점미와 문승연(2016)은 교정공무원의 직무스트레스, 직무소진, 정신건강과 그들의 행복감과의 관계에 대해 관심을 갖고 분석하였다. 전국의 교정공무원 450명에 대한 서베이 응답을 자료로 하여 분석한 결과 직무소진이 높아지면 정신건강이 나빠지고 정신건강이 나빠지면 행복감도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최명희와 박현주(2018)는 교정공무원의 직무스트레스와 성격유형과 회복탄력성 수준에 따라 정신건강 상태가 달라지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3개 교정시설에 근무하는 180명의 교도관을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하였다. 분석 결과 직무스트레스는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주었고, 성격유형의 경우엔 신경증이 높은 성격에서 정신건강이 나쁘게 나타났다. 그리고 예상과는 다르게 회복탄력성은 교도관들의 정신건강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교정공무원의 역할스트레스가 직무소진에 미치는 영향과 긍정심리자본의 효과에 대해 분석한 김종배, 홍정순(2022)의 연구는 384명의 교도관으로부터 입수한 온라인 설문 결과를 분석하여 역할스트레스가 직무소진에 직접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주면서 동시에 긍정심리자본을 매개로 직무소진에 유의미한 부적 영향을 주는 것을 밝혀냈다.
최근의 이런 연구들은 교도관들의 스트레스와 소진의 근원적 유발 요인에 대해서까진 연구 범위를 가져가지는 않았고, 교도관들이 직무수행 과정에서 경험하는 각종 폭력 피해나 괴롭힘 등 수용자와 교도관 관계의 특수성에서 나오는 직무위험성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최근의 해외연구들을 살펴보면 교도관의 소진(burn-out)과 직무스트레스, 그리고 직무위험성에 대한 연구들이 지속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Lambert, Barton-Bellessa and Hogan(2015)은 이전의 많은 연구가 직무소진의 원인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많은 관심을 기울인 데 반해 교도관들의 직무소진의 결과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부족했다고 지적하면서 미국 중서부 중구금 교도소의 272명 교도관을 대상으로 정서적 소진이 삶의 만족, 치료에 대한 지지정도, 결근, 병가, 이직의사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하였다. 다중회귀 분석 결과 정서적 소진은 삶의 만족도와 치료에 대한 지지 수준을 낮추고 결근과 병가, 그리고 이직의사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Lambert, Minor, Gordon, Wells, Hogan(2018)은 교도관의 직무스트레스와 직무위험성(perceived danger from the job)에 대한 연구가 가장 부족하다고 주장하면서 교도관들의 직무위험성 인식이 교도관 개인의 특성이나 직무 환경적 특성에 의해 얼마나 설명되는 지를 분석해 보고자 하였다. 그들은 앞에서 언급한 미국 중서부 중구금 교도소 교도관 272명의 데이터를 가지고 직무위험성을 측정하기 위해 ‘나는 위험한 곳에서 일한다’, ‘일하는 과정에서 상해를 입을 수 있다’, ‘내 직무가 다른 직종보다 더 위험하다’라는 문항들을 사용하였다. 교도관들의 직무위험 경험을 직접적으로 측정하지 않았지만 개인적 특성보다는 직무위험성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을수록 교도관의 스트레스 수준이 높아진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입증하였다.
Lambert, Keena, Haynes, May and Leone(2020)는 요구-자원 모델(demands -resource model)을 가지고 교도관들의 직무스트레스의 원인을 탐구하고자 하였다. 이 모델에 따르면 직무상 의무나 수행해야 할 업무가 많을수록 직무스트레스는 높아지고 직무만족도는 떨어지며, 이와 반대로 직무 관련 지원체계나 자원이 많으면 긍정적 효과가 높아지고 스트레스와 같은 부정적 효과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남부의 한 교도소에서 322명의 교도관을 대상으로 한 서베이 결과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거나 관리감독의 질이 높으면 직무스트레스가 줄고, 과중한 업무나 폭력 피해에 대한 두려움(fear of victimization)이 클수록 직무스트레스를 높이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북부 이탈리아의 한 교도소에 근무하는 50명의 교도관을 대상으로 한 Rania, Migloirini, and Coppola(2020)의 질적 연구에서는 소진(burn-out)이 두 가지 수준에서 영향을 받는다고 보았다. 그 하나는 조직적 요인으로 낡고 오래된 건물, 소음 등의 문제와 함께 과밀수용, 불충분한 인력, 과도한 업무 등을 말한다. 다른 하나는 심리사회적 요인으로 수용자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여러 가지 측면을 말한다. 수용자들의 민원처리와 상담, 지나친 요구와 고소고발, 신체적 정신적 안전에 대한 위협 등이다. 연구자들은 반구조화된 심층면접(semi-structured in-depth interview)에서 얻어진 인터뷰 자료를 분석하여 교도관들의 소진이 이 두 가지 차원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한편 Ferdik and Smith(2017)은 교도관이라는 직업이 본질적으로 신체적 상해와 정신적 스트레스의 위험을 가지고 있으며 점차 폭력적이고 정신질환을 앓는 범죄자가 증가하는 위험한 상황에서 그 상태는 훨씬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면서 교도관의 안전과 복지를 위한 정책적 고려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아직 교도관의 안전과 복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정책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면서 이 문제를 간과하게 되면 교도소의 운영이 위험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경고도 함께 하고 있다. 교도소에서 직무수행 중 사고가 나거나 안전에 위협이 되는 일들이 자주 발생하면서 교도관의 직무스트레스 수준은 높아지고 이것은 교도관의 업무 수행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이어서 이러한 상황은 교도소 질서 확립을 방해하고, 결과적으로 다시 교정사고가 발생하거나 교도관들의 안전이 위험하게 되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요약하건대 교도관이 직무수행과정에서 경험하는 각종 사건과 사고, 그리고 수용자의 지속적인 고소, 고발과 괴롭힘, 또 폭력 피해나 괴롭힘에 대한 두려움 등이 교도관의 직무스트레스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그들의 직무수행의 질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선행연구들이 말해주고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교도관의 사고 경험 정도와 스트레스 수준, 그리고 직무만족도의 관계를 밝혀보고자 한다.
본 연구의 대상은 전국 53개 교정시설(교도소와 구치소, 지소)에 근무하는 교정직 공무원들이다. 2020년 9월 기준으로 교정공무원은 16,072명이다. 53개 교정시설은 수용정원과 건립 연도, 직원의 수, 수용자의 등급 등에서 다양하다. 전국적으로 분포한 다양한 교정시설을 선정하기 위해 먼저 4개 지방교정청별로 소속기관을 확인한 후 서울지방교정청 산하와 대구지방교정청, 대전지방교정청 산하는 각 4개 기관, 광주지방교정청은 3개 기관을 선정하여 총 15개 교정시설에 근무하는 교도관들을 대상으로 하였다.
특정 교정시설에 응답자가 집중되지 않도록 각 교정시설에서 남성 직원 25명, 여성 직원 5명씩을 할당하였다. 조사대상자로 총 385명이 선정되었다.
조사는 법무부 교정본부에 협조공문을 발송하여 승인을 얻은 후 경기대학교 기관생명윤리위원회에 연구계획 심의신청서를 제출하고 승인받은 후 진행되었다(IRB 승인번호 KGU-20201022-HR-061-01). 설문조사는 2020. 11. 3.~2021. 2. 8.까지 진행되었다.
본 연구에서 측정하고자 하는 주요 변수는 조사 당시를 기준으로 지난 1년간 교도관들이 경험한 교정사고와 폭력 피해 빈도, 직무만족도, 직무스트레스다.
교정사고의 유형과 빈도를 알아보기 위해 교정본부에서 공식적으로 분류하고 있는 교정사고 유형과 함께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일선 교정시설에서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진 여러 가지 형태의 수용관리 전반에 걸친 사고유형을 추가하여 문항을 구성하였다. 수용자 자살 및 자해 시도, 소란과 난동, 기물파손, 수용자끼리의 욕설, 지속적 괴롭힘과 신체적 폭력, 교도관에 대한 욕설과 무시, 고소고발, 정보공개청구 인권위 진정 등의 정서적 폭력, 교도관에 대한 신체적 폭력, 병사 등 사망사고, 부상 등 안전사고, 금지물품 소지 및 반입 등 총 12문항을 사용하였다. 근무 기간에 따른 피해 경험의 치우침을 방지하기 위해서 조사일시 기준으로 지난 1년간 수용자를 만나면서 경험하였던 사건사고를 바탕으로 설문에 응답하도록 하였다. 응답은 경험 빈도의 구간을 설정하고 각 구간에 부여된 점수의 총합을 계산하였다. 또한 교정사고 유형 중 교도관에 대한 수용자들의 언어적, 정서적, 신체적 폭력을 별도로 점수화하여 ‘교도관 폭력 피해’라는 변수를 만들어 분석하였다.
직무스트레스와 직무만족도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연구에서 많이 활용되고 그 타당성을 인정받은 기존 도구들을 활용하였다. 직무스트레스를 측정하는 도구로는 Maslach, C., & Jackson(1981)의 문항들을 사용하였다. 17문항 간의 신뢰도는 크론바하 알파 값이 .955로 높은 신뢰도를 보였다. 직무만족도 문항은 Hackman and Oldham(1975)의 척도를 번안하여 사용하였는데 23문항 간의 신뢰도 값은(cronbach‘s alpha) .897로 나타났다.
본 연구를 통해 알아보고자 하는 연구 문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교정공무원이 경험하는 교정사고와 폭력 피해 실태는 어떠한 양상을 보이는가?
2) 교정공무원이 경험하는 교정사고와 폭력 피해는 그들의 직무스트레스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3) 직무스트레스는 교정사고와 폭력 피해가 직무만족도에 주는 영향을
매개하는가?
위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빈도분석과 상관관계 분석, 그리고 위계적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조사대상자의 기본적 특징은 위의 <표 1>과 같다. 남성 직원이 77%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연령은 40대가 가장 많고 그다음이 30대의 순으로 나타났다. 학력은 대졸이 86%로 응답자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근무 경력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었으며, 20년 이상 근속한 경우의 비율도 높았다. 현 직급의 분포를 보면 7급이 가장 많고, 그다음 8급, 9급, 6급의 순으로 나타났다.
교도관들이 수용자 처우와 관리과정에서 경험한 교정사고 유형에 대한 응답 결과가 <표 2>에 제시되어 있다.
수용자 자살의 경우 58%가 경험이 없다고 하였으나 42%는 자살사고를 목격하였다고 응답하였다. 전체 근무 기간이 아니라 단지 1년 동안의 경험임에도 불구하고 42%가 수용자 자살사고를 보았다고 하는 것은 결코 낮은 비율이 아니다. 수용자 자해 경험은 67%가 경험하였다.
수용자에 의한 언어적 폭력은 68%가 경험하였다고 응답하였다. 정서적 폭력 경험 비율도 유사한 정도로 높다. 정서적 폭력이란 지나친 고소고발과 정보공개 요구뿐 아니라 밤길 조심하라는 등의 심리적 협박도 포함한다. 욕설과 협박을 경험하는 교도관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병사 등 사망사고를 경험한 교도관의 비율은 46.8%, 부상 등 안전사고를 경험한 교도관의 비율은 74.5%에 이른다. 금지물품 소지나 반입은 66.3%의 교도관이 경험하였다고 응답하였다.
교정사고 중 교도관이 가장 많이 경험하는 유형을 순서대로 나열하면 수용자 간 언어폭력, 수용자 간 정서적 폭력 다음이 교도관에 대한 언어적 폭력과 정서적 폭력이다. 수용자 간에 발생하는 언어적, 정서적 폭력만큼이나 수용자에 의한 언어적, 정서적 폭력을 교도관들이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은 교도관들의 직무 위험과 피해 두려움의 정도가 심각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교정사고와 폭력 피해와 관련하여 설문조사가 다 담아내지 못하는 구체적인 내용을 일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1) 구체적 사례를 통해서 교도관들이 가질 수 있는 심리적 고통과 스트레스, 그리고 피해에 대한 두려움의 정도에 대해 보다 깊은 이해가 가능해 질 것이라 생각한다.
(1) 신체적 폭력이러한 교도관에 대한 수용자의 폭력의 이유는 다양하다. 구금의 고통이나 정신질환 때문이기도 하지만 수용자들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거나 수용자들 사이에서 권력을 획득하고 수용 생활의 편의를 위해 교도관의 공권력 행사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도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바로 이 점이 교도관들의 직무스트레스를 악화시키는 부분이다.
본 연구가 고려하는 핵심 변수들의 기술통계는 <표 3>과 같다. 교정사고 빈도의 최솟값은 12, 최댓값은 79이다. 이 중 교도관 폭력의 최솟값은 3, 최댓값은 21이었다. 직무스트레스는 최솟값은 17이고 최댓값은 83이다. 직무만족도의 최솟값은 31이고 최댓값은 106으로 나타났다. 각 변수의 평균값과 표준편차도 함께 제시되어 있다.
그리고 이들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한 회귀분석에서 고려될 변수들의 상관관계는 <표 4>에 제시되어 있다.
본 연구의 독립변수인 교정사고 경험과 교도관 폭력 피해, 매개변수인 직무스트레스, 종속변수인 직무만족도 사이의 상관관계 계수가 높지 않아 다중공선성의 염려는 없으며, 상관관계의 방향을 미루어 볼 때 우리가 기대하는 방향과 같이, 교정사고와 폭력 피해는 직무스트레스와 정적인 관계를 보이고 있고, 직무만족도와는 부적인 관계를 보이고 있다. 이들 간의 관계를 더 확인하기 위해 다중회귀분석(multiple regression)을 시행하였고 그 결과는 아래에서 설명될 것이다.
회귀분석은 세 단계로 시행되었다. 첫 번째, 직급과 근무 기간, 소속 부서를 통제변수로 하고, 교정사고 경험과 교도관 폭력 피해를 각각 독립변수로 하여 이들 변수가 교도관들의 직무스트레스에 유의미한 인과적 영향을 주는 지를 살펴보았다. 두 번째는 관련 변수를 통제한 후 교정사고 경험과 교도관 폭력 피해가 직무만족도에 주는 영향을 각각 측정하였다. 마지막으로 교정사고의 경험, 폭력 피해 경험이 직무스트레스를 매개로 하여 직무만족도에 주는 영향력을 분석하였다.
(1) 교정사고와 폭력 피해 경험이 직무스트레스에 주는 영향
<표 5>에 교정사고 경험과 폭력 피해의 경험이 교도관의 직무스트레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 결과가 제시되어 있다. 먼저 모델 1은 교정사고의 경험이 직무스트레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 결과이다. 통제변수로 모델에 들어간 직급, 근무 기간, 소속 부서가 직무스트레스에 대한 영향력을 먼저 보면, 직급이 높을수록 직무스트레스는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 근무 기간이 길수록 직무스트레스 수준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보안과 소속 여부는 예상과는 달리 직무스트레스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급이 높을수록 직무스트레스가 낮게 나타나는 이유는 직급이 낮을수록 수용자와의 면대면 접촉시간과 빈도가 늘어나고 그로 인해 스트레스가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이 된다. 근무 기간이 길어질수록 쌓이는 스트레스 양이 많아진다는 것은 교도관 업무의 스트레스가 개선되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쌓인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교정사고 경험 빈도는 직무스트레스에 유의미한 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나 수용자의 여러 가지 사고를 목격하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결과를 보여준다.
모델 2는 교도관이 수용자로부터 받은 각종 폭력 피해가 직무스트레스에 주는 영향을 보여준다. 직급이 높을수록 직무스트레스는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나 모델 1과 유사한 결과를 보이고 있지만 근무 기간과 소속 부서는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교도관 폭력 피해 경험이 많을수록 직무스트레스가 높아진다는 결과는 예상한 바와 일치한다. 또한 다른 통제변수들과의 영향력 비교를 통해서 볼 때(모델 2) 폭력 피해 경험의 베타값이 상대적으로 가장 커서 폭력 피해가 직무스트레스를 올리는 데 매우 핵심적이고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표 6>의 모델 3은 독립변수인 교정사고 경험이 직무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고 있고, 모델 4는 직무스트레스가 회귀식에 포함되어 분석되었을 때의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모델 3에서 보듯이 교정사고 경험은 직급, 근무 기간, 소속 부서 등을 통제한 후에도 직무만족도에 부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다시 말해 교정사고 경험이 많을수록 직무만족도는 감소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직무스트레스 변인을 포함하여 직무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을 한 결과(모델 4), 관계의 방향은 예상한 대로 유지되었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던 교정사고 경험은 그 능력을 상실하였고, 직무스트레스는 직무만족도에 기대한 대로 상당히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결과를 보면 직무스트레스가 교정사고 경험과 직무만족도의 관계를 완전히 매개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교도관들의 교정사고 경험이 많아질수록 직무스트레스 수준을 높이고, 높아진 직무스트레스는 결과적으로 직무만족도를 감소시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 교도관 폭력 피해와 직무스트레스가 직무만족도에 미치는 영향다양한 교정사고가 일상적으로 발생하지만 교도관에 대한 수용자들의 직접적인 위해와 폭력은 교정사고 중에서도 교도관들이 느끼는 심리적 상해가 클 것으로 보인다. 이런 관점에서 수용자들의 교도관 폭력(언어적, 심리적, 신체적)이 직무만족도에 미치는 직접 영향과 직무스트레스를 통한 영향을 분석한 결과가 <표 7>에 제시되어 있다.
모델 5와 모델 6의 결과를 보면 앞에서 제시한 교정사고 경험의 분석 결과와 거의 동일하다. 교도관의 폭력 피해는 근무 기간이나 직급, 소속 부서를 통제한 후에 직무만족에 직접적인 부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되었으나 직무스트레스가 회귀식에 추가가 된 후에는 그 영향의 크기도 줄고, 통계적 유의미성도 상실하게 되어 교도관들의 폭력 피해 경험은 그들의 직무스트레스 수준을 높이고 이어서 높은 직무스트레스는 직무만족도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해석이 된다. 직무스트레스가 교도관 폭력 피해의 직무만족도에 대한 영향을 매개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이 연구는 교정시설 수용자 처우를 위한 직무수행 과정에서 교도관들이 경험하는 교정사고와 폭력 피해의 양태와 규모를 측정하고, 교정사고와 폭력 피해의 경험이 교도관들의 직무스트레스와 직무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보고자 하는 목적으로 진행되었으며, 예상한 바와 같이 사고 경험과 폭력 피해 경험은 직무스트레스의 수준을 높이고 이어서 높아진 직무스트레스는 직무만족도를 낮추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본 연구의 결과를 2004년도에 수행되었던 윤옥경, 이수정의 교정공무원의 폭력 피해에 대한 연구와 비교해 보면, 그 당시 조사 결과 욕설과 비속어 등 언어적 폭력과 정서적 폭력을 경험한 비율이 약 70~80%였고, 신체적 폭력은 심각한 폭력의 경우 13%, 가벼운 폭력의 경우는 20%로 측정되었는데, 20년이 지난 현재 교도관들의 폭력 피해 정도는 증가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본 연구에서 교정사고의 경험과 폭력 피해에 대해 조사한 결과 언어적 폭력과 정서적 폭력을 경험한 교도관의 비율은 85% 정도이고 신체적 폭력을 경험한 교도관의 비율은 67%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분석 결과 이러한 폭력 피해는 직무스트레스 수준을 의미 있게 높이며, 이렇게 높아진 직무스트레스는 직무만족도를 상당히 감소시킨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입증하였다.
교정사고, 특히 교도관에 대한 수용자의 폭력은 교도관들의 심리적 스트레스와 직무에 대한 불안을 초래할 뿐 아니라 교도소 내에서의 수용관리를 위한 공무집행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수용자로부터의 위협과 폭력에 대한 불안은 교도관들이 적극적으로 수용 관리와 수용 질서를 확립하는 것을 방해할 수 있고, 이러한 상황은 수용자로 하여금 더더욱 자신들의 요구와 편의를 위한 행동을 하도록 여지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물론 교정사고의 발생을 줄이고, 이어서 교도관들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방안의 강구가 쉬운 것은 아니다. 교정사고의 발생과 교도관에 대한 폭력으로 인한 직무스트레스와 직무만족도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여러 가지 요인들이 중첩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다차원적으로 접근을 해야 한다.
가장 직접적으로는 교도관들의 직무상 위험에 대한 관심이 지금보다 더 높아져야 한다. Ferdik과 Smith(2017:15)는 교도관들이 일상에서 직무상 위험(occupational dangers)에 직면하고 있지만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학술적인 연구도, 실질적인 정책적 관심도 약하다고 지적하였는데, 우리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직원들의 직무 중 사고 경험 실태를 파악하고, 교도관들이 직무수행과정에서 느끼는 위험에 대한 인식 수준과 직무수행에 따른 위험에 대한 인식 수준을 측정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피해 경험을 가진 교도관에 대한 지원책을 적극적으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마음나래’ 심리상담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지만 예산의 부족 등으로 적극적으로 이용하지는 못하는 상황인바 보다 적극적 예산 확보가 이루어져야 한다. 더불어서 피해를 경험한 동료들이 정서적, 심리적 지원을 해줄 수 있는 동료 지원 프로그램과 같은 다양한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을 시도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교도소 내의 폭력(prison violence)에 대한 학문적, 정책적 관심이 필요하다. 수용자 간 폭력이건 수용자의 교도관 폭력이던, 자살, 자해이던 교도소 내의 폭력의 원인은 단순하지 않다. 이런 관점에서 사고 경험을 했거나 폭력 피해를 당한 교도관들에게 심리상담을 지원해 주는 것만으로는 근원적인 해결이 어렵다. 교정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 과밀수용, 낙후된 시설, 일부 수용자들의 과잉된 인권 의식, 정신질환 수용자의 증가, 조직문화의 경직성 등 교도소 폭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에 대한 분석이 중요하다.
본 연구는 지금의 현실이 20년 전 교도관이 경험하였던 폭력 피해보다 더 심각하고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며, 보다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표면에 나타나는 증상에 대한 대증적 방안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교도소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안전감을 높이고 교도관들의 직무위험을 감소할 방안을 입체적으로 분석해야 함을 제안한다. 많은 연구 결과의 축적과 그것을 바탕으로 증거 기반의 정책 수립과 실행이 의지를 가지고 병행되어야 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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