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강진우 사진 홍승진
무언가를 새로 시작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이는 거창구치소 총무과 직원들도 마찬가지. 하지만 그들은 교정의 지평을 넓히겠다는 굳은 마음으로 용기를 냈고,성공적인 개청을 위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심정으로 매일을 보내고 있다. ‘개청의 개척자들’이라 표현해도 무리 없는 행보다.
모든 교정기관의 총무과가 그렇듯, 거창구치소 총무과도 살림꾼 역할을 도맡는다. 물론 개청이라는 특수 상황에 놓여 있는 만큼 이들에게는 하나의 임무가 더 주어져 있다. 살림꾼 역할을 온전하게 수행할 수 있는 밑바탕을 마련하는 일이다. 어머니가 집안 살림에 빈틈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 가계부·계산기 등을 마련하고 나름의 정리법을 만드는 것처럼, 거창구치소 총무과 직원들도 원활한 업무 진행을 위한 양식과 체계를 정립하기 위해 하루하루를 누구보다도 바쁘게 살아간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힘든 나날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 최근동 과장을 비롯한 총무과 직원 16명은 모두 자원해서 거창구치소에 왔다. 다시 말해 성공적인 개청을 위해 힘을 보태겠다는 각오가 돼 있는 교정공무원들이 한데 모인 것. 그래서인지 월간 <교정>이 선물한 커피 머신으로 내린 커피를 손에 들고 인터뷰에 임하는 총무과 직원들의 표정은 거창의 푸르른 자연처럼 싱그러웠다.
“아무래도 개청 준비를 경험한 직원이 거의 없는 데다가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하다 보니 업무가 여러모로 힘든 건 사실인데요. 오히려 이런 상황이 우리 직원들을 끈끈하게 엮어 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동료가 어려움을 호소하거나 일을 도와달라고 하면 누구 하나 빼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섭니다. 이런 와중에도 웃음소리를 잃지 않고 업무에 임해 좋은 분위기로 업무 효율을 높이는 직원들에게 고마울 따름입니다.”
업무의 기본 틀을 짜는 것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창구치소 총무과의 두 번째 과업은 ‘지역사회와의 소통과 상생’이다. 이를 위해 거창구치소와 교정공무원, 지역사회와 주민들 사이의 접점 역할을 하는 행사를 다수 추진하고 있다. 지금의 구치소 자리에 살았던 성산마을 어르신들을 모시고 점심 식사 대접과 교정시설 참관을 겸하는 어버이날 행사를 진행했는가 하면, 군민 600여 명을 대상으로 교정의 업무와 교정시설을 소개하는 참관 행사도 시행했다. 이와 함께 거창구치소 직원들이 거창군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도 마련했으니, ‘거창군과 함께하는 문화탐방 행사’가 바로 그것이다.
“지난 3월 14일과 15일, 이틀에 걸쳐 소장님을 포함한 개청 준비 직원 37명이 거창사건추모공원·정온고택·수승대 등을 둘러보며 거창군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주민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는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파악하고 업무를 수행하면 지역사회와의 소통력을 높일 수 있는 동시에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으니까요. 실제로 직원들과 주민들의 반응이 좋아서 크게 만족했던 행사였는데요. 앞으로도 기회와 시간이 허락할 때마다 거창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직원 참여 행사를 마련할 생각입니다.”
총무과 직원들은 일상생활 속에서도 타의 모범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밖에서도 교정공무원이라는 신분을 자각하며 지역과 주민에게 폐가 되지 않도록 행동하는 것은 기본, 행사와 회식을 위해 식당을 예약할 때도 교정공무원임을 밝혀 거창구치소가 거창군과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모르게 퍼트리고 있다.
낯선 곳에서 새로운 일을 잡다 보니 이런저런 어려움도 있었다. 작년 11월 개청 준비 요원으로서 이곳에 온 변승규 교감은 공사현장사무소의 감리실을 빌려 업무를 봐야 했고, 올 4월 부임한 직후 민원실에 배치된 배은이 교위는 동료들과 함께 입주 청소를 하며 민원실 구석구석을 하나하나 구성해 나가야 했다. 하지만 직원들은 그간의 고생을 “다 좋은 추억”이라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주체적으로 업무를 해 나갈 수 있었으며, 덕분에 거창구치소가 빠르게 안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변승규 교감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무언가 만드는 일은 무척 어렵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기에 한결 주도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고, 그렇게 노력한 만큼 성과가 곧바로 눈에 들어오죠. 저뿐만 아니라 총무과 직원들, 나아가 개청에 동참하겠다며 거창구치소에 지원한 모든 교정공무원이 이 같은 마음과 보람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을 겁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우리 직원들과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감사와 존경을 표하고 싶습니다.”
총무과의 올 하반기는 지난 상반기 이상으로 바쁠 전망이다. 총무과 본연의 업무에 더해 9월 말에 있을 개청식 준비,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의 장 마련 등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것. 그 과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일에 진심을 다한다면 지난날처럼 고생도 좋은 추억이 될 터. 이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총무과 직원들은 주저하지 않고 더욱 적극적으로 구슬땀을 흘릴 예정이다. 콜럼버스와 같은 개척자 정신으로 성공적인 개청을 향해 달리고 있는 총무과 직원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개청 업무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교정에 대한 열정과 새로움에 도전하는 용기가 있어야 비로소 개청이라는 신대륙에 닿을 수 있는데요. 기꺼이 거창구치소라는 배에 탑승한 우리 직원들에게 무한한 고마움을 전합니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이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됐듯, 거창구치소 개청을 위한 우리의 노력도 교정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을 것입니다!”
총무과 최근동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