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강진우 사진 홍승모
꾸밈없는 담장 안 이야기가 다시 한번 전파를 탄다. 올해 초 성공적인 파일럿 방송 이후 6월에 정규 편성된 SBS ‘관계자 외 출입금지’가 이번에는 청주여자교도소를 찾았다. 제작진과 출연진, 방송 지원에 나선 교정공무원들은 영화나 드라마 속 교도소가 아닌 교정의 ‘진짜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올 1월 방송된 SBS 공익 예능 프로그램 ‘관계자 외 출입금지’ 서울남부구치소와 서울남부교도소 편은 국민들에게 큰 화젯거리였다. 쉽게 접할 수 없는 미지의 공간이었던 교정시설의 실제 모습과 교정공무원의 진솔한 이야기를 두루 담아냈기 때문이다. 그 덕분일까. 정규 편성 후 올 6월 1일부터 방영 중인 이 프로그램의 제작진과 출연진이 다시 한번 교정시설에 방문했다. 전국 유일의 여자교도소인 청주여자교도소가 이번 촬영 장소로 낙점됐다.
청주여자교도소와 제작진 및 출연진은 촬영 당일 아침 일찍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실제로 교도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을 체험하고 전달하기 위해 가수 김종국·개그맨 양세형·배우 이이경 등 남자 출연자는 교정공무원으로, 개그맨 신봉선과 가수 미미는 수용자로 변신했다. 교정공무원의 역할에 대한 교육, 신입 수용자 입소 절차, 수용동 거실 체험 및 식사 등이 오전 내내 진행됐으며, 오후 1시 보안과 정문에서 ‘관계자 외 출입금지’ 온라인 제작 발표회를 열어 추후 방송될 청주여자교도소 편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뒤이어 수용동 독거실·휴게실 등 교도소 내부 시설에 대한 소개와 탐방도 이어졌다.
이번 촬영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교정공무원들과의 인터뷰는 오후부터 진행됐다. 출연진은 2개 조로 나뉘어 특별사법경찰조사팀·심리치료팀·기동순찰팀, 보안과·직업훈련과·총무과·사회복귀과에서 근무하는 교정공무원들을 차례로 만나며 업무에 대한 소개, 다양한 에피소드, 업무 간 고충 등의 대화를 나눴다.
인터뷰에 나선 교정공무원들은 자부심 및 사명감과 더불어 전국 교도소의 과밀 수용 문제, 미디어를 통해 잘못 알려진 교정시설의 실제 모습 등을 자세히 설명하며 교정시설과 교정의 현안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는 동시에 교정교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동순찰팀은 교도소에서 일어나는 각종 돌발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상황별 대응 및 제압 요령 시범을 몸소 선보였다. 제작진과 출연자들의 감탄 섞인 박수가 터져 나왔음은 물론이다.
이후에도 출연진은 스마트 접견 체험, 작업장 및 조리장 탐방 등을 이어 나가며 교정에 대한 앎의 폭을 넓혔다. 해가 산 너머로 들어갈 무렵, 출연진은 하루 종일 진행된 촬영을 마친 뒤 옷을 갈아입고 보안과 정문에 섰다. 이들을 두 팔 벌려 맞이한 이규성 청주여자교도소장은 “교정본부와 교정시설, 교정공무원들은 높아진 인권 감수성과 시대 흐름에 맞춰 교정교화 효과를 높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며 “과밀 수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쓰고 있지만 절대적 공간이 부족한 만큼 교정시설의 확충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에 대해 국민들의 깊은 관심과 따뜻한 응원을 부탁드린다”는 말을 전했다.
이날 진행된 녹화분은 7월 13일 오후 9시에 방송됐으며, 서울남부구치소와 서울남부교도소 편 못지않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교정본부는 앞으로도 교정교화에 대한 국민의 올바른 이해를 도울 수 있는 계기와 자리를 꾸준히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사실 우리는 맨날 마주하는 환경이어서 처음에는 ‘방송에 내보낼 게 있을까?’ 싶었는데, 이번에 이야기를 나누면서 교정시설과 교정공무원에 대한 호기심이 생각보다 크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엄정한 법 집행과 더불어 수용자를 교화시키는 것이 우리의 존재 이유라는 점을 강조하려고 노력했는데, 잘 표현이 됐는지 모르겠네요. 교정교화의 현장을 두루 소개할 수 있어 뿌듯한 시간이었습니다!”
심리치료팀 교감 노지현
“그간 교정에 대한 왜곡과 편견이 상당하다 보니 교정공무원으로서 많이 속상했는데요. 오늘 출연자들이 교정공무원의 힘든 부분과 고충, 수용 과밀 문제 등을 질문해 주시고 교정교화의 가치를 알아봐 주셔서 부쩍 힘이 났습니다. 제가 한 이야기가 혹시나 다른 교정공무원들에게 누가 될까 두려워 처음에는 출연을 망설였는데, 막상 촬영하고 나니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동순찰팀 교위 최윤형
“교정공무원의 역할과 업무가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 교정공무원을 ‘무서운 사람’ 정도로 생각하는 인식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사실 교정공무원도 다른 직군의 공무원들처럼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똑같은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데 말이죠. 그래서 이번 출연 목표를 ‘교정공무원의 사명감을 보여주자’로 잡았는데, 열심히 촬영에 임한 덕분에 어느 정도 목표를 달성한 것 같아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기동순찰팀 교사 신도희
“방송 출연이라는 게 일반인들에게는 평생 한 번조차 경험하기 힘든 일인데, 제가 업무를 보는 일터에서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이야기를 들려드리면서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어 좋았어요. 아울러 교정공무원의 인권과 처우 개선에 대해서도 많은 대화를 나눴는데요. 이 프로그램의 취지에 맞게 있는 그대로의 교정시설과 교정공무원을 보여드린 만큼, 더 많은 국민들이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특별사법경찰조사팀 교위 강승연
“교정시설은 죄를 지은 사람들이 벌을 받는 곳이기도 하지만, 출소 후 사회 복귀를 위해 열심히 준비하는 장소이기도 하잖아요. 제가 지금 직업훈련과 소속이다 보니 죄를 씻고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수용자들의 희망과 그 노력을 여러 측면으로 지원하는 교정공무원들의 노고에 대해 특히 강조했던 것 같아요. 시청자들이 ‘교도소도 사람이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곳’이라는 생각을 가진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직업훈련과 교위 홍은의
“출연을 결정하고 긴장을 많이 했는데, 제작진과 출연자들이 편안하게 진행해 주셔서 마음을 잘 다스리며 행복하게 촬영할 수 있었어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교정공무원의 노고와 헌신이 잘 알려지지 않은 측면이 있었는데, 최근 법무부와 교정본부에서 많이 신경 써 주셔서 교정공무원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는 걸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좋은 시간 마련해 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드립니다!”
총무과 교사 유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