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교도소 중독심리사의 도전과 기회

서보경

한국중독심리학회장

중독 수용자 치유를 위해 헌신하는 중독심리사

학생 중에 교정공무원이 되고 싶어 하는 학생이 있었다. 대학생들은 뚜렷한 목표가 없어 진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데 이 친구는 진로가 확고했다. 교정공무원인 아버지의 모습이 존경스럽고 그 길을 따라가고 싶다고 했다. 반대로 마약을 하는 자식이 걱정돼 부모가 자식을 경찰에 신고해 교도소에 집어넣는 경우가 있다. 교도소는 부모가 마약중독 자식을 그나마 마음 놓고 맡길 수 있는 곳이라는 발상이 우리나라의 마약중독 정책에 대한 많은 시사점을 준다. 자유를 통제하는 행정 권력에 자식을 맡기는 것이 자식을 마약으로부터 분리하고 자식의 목숨을 구하기 위한 선택이라니, 그만큼 우리나라 마약중독 치료 체계가 확립되지 않은 것이다.
교정공무원, 중독심리사는 인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없이는 할 수 없다. 교정공무원, 심리사, 상담사, 사회복지사들은 모두 누군가의 삶에 들어가 그 사람들의 행복과 복지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그만큼 인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인간 군상이 다양하기에 배울 것들도 무한하다. 기술자는 하나의 기술로 계속 살면 될 터인데 심리사, 상담사는 기술 하나로 사람을 계속 상담할 수 없다. 기계처럼 사람이 단순하지 않고 복잡하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중독심리사 자격증을 따고 나면 마약중독자들을 쉽게 다룰 수 있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렸을 것이다. 이제 중독 상담을 하기 위한 기초를 다진 것이다.
교도소 중독심리사로서 가장 어려운 점은 다양한 도전과 복잡성이다. 중독자들을 대하는 중독심리사들은 교도소의 자원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혼자서 많은 일을 해내야 한다. 다양한 중독 유형과 심리 문제에 대처해야 한다. 중독심리사들은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활용해 중독자들에게 변화와 치유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맞나, 다르게 했다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일까 등을 고민하면서 책도 찾아보고 교육도 받고 끊임없이 해답을 찾아가고 있다. 중독심리사는 종종 중독자들의 회복 과정에서 반복되는 실패와 재발을 목격하며, 좌절감과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 중독심리사는 사명감과 헌신으로 중독 수용자의 교정, 치유를 위해 매번 도전하고 있다.

사회 안전과 질서 강화에 기여하는 중독예방

중독자들은 감옥 환경에서 종종 복잡한 심리 문제를 겪는다. 중독자들은 자신의 중독으로 인해 자존감이 낮아지고, 죄책감과 자괴감에 시달릴 수 있다. 중독자들은 금단증상에 고통스러워하며, 종종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한다. 중독자들은 중독심리사의 도움으로 자신의 문제를 이해하고 극복할 수 있는 도구를 얻고 재활과 사회복귀를 위해 매진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중독심리사는 중독자들의 변화와 긍정적인 성과를 함께 경험하며 힘을 얻는다. 중독심리사는 중독예방 프로그램으로 교도소 내외의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독예방 프로그램은 수용자들에게 중독의 위험성을 인식하도록 하고, 중독예방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중독자 수를 줄일 수 있다. 이는 다시 교도소 시스템과 사회의 안전과 질서를 강화하는 데에 기여한다.
수용자들과 직접 접촉하는 교도관이 심리 상담을 하는 것이 효율적이지만, 교도관들에게는 큰 부담일 수 있다. 교도소 내에서 교도관으로 역할을 하는 것도 긴장과 집중이 필요한데, 교도관과 상담사라는 두 가지 역할을 하는 것은 더 많은 헌신과 사명이 필요한 일이다. 부디 이 헌신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지 않기를 교도소 및 법무부 관계자들에게 바랄 뿐이다.
내가 마약중독으로 교도소에서 지내는 것을 상상해 봤다. 끔찍하다. 마약도 없이 자유를 통제당한다는 것은 가장 심한 형벌이 아닌가. 그래도 내가 교도소에 들어가게 된다면 나는 좋은 교도관을 만나고 싶고, 좋은 거실 동기를 만나고 싶고, 마약에서 회복해 건강하게 형기를 마치고 싶다. 단순히 내가 편하게 생활하려고 좋은 교도소에 가고 싶은 건 아니다. 이왕 갔으니 나의 죄를 반성하고 좋은 사람이 되어 나와서 다시 사회에 잘 융화하고 싶기 때문이다. 교도관이 중독을 알고 나를 상담해 준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내가 죄를 지어 교화하는 과정에서 누군가가 나의 마음을 공감하고 위로하고 치유해 준다면 나는 큰 행운을 만난 것이다. 그 행운을 주는 교도관, 중독심리사들이 여러 난관 속에서도 영롱한 빛을 잃지 않고 더욱 반짝반짝 빛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