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오늘

수용자 교정교화라는 하늘의 뜻에 따르다

순천교도소

강진우 사진 홍승진

수용자 대부분은 죄의 경중에 따라 죗값을 치른 뒤 사회로 복귀한다. 따라서 이들이 교정시설을 나온 뒤 건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교정교화하는 일은 하늘의 순리. ‘하늘의 뜻을 따른다’는 의미를 지닌 순천(順天)에 자리한 순천교도소는 그 이치에 따라 수용자 교정교화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1 57년간 한결같이 펼친 교정교화의 뜻

순천교도소는 1967년 개청 후 지금까지 묵묵히 한자리를 지켜 왔다. 2004년 건물을 증‧개축하고 한센병 수용자 전담 교도소인 소록도지소가 2005년 직제상 폐지되는 등 세월의 흐름에 따라 이런저런 변화를 겪어 왔지만, 뿌리 깊은 나무처럼 수용자 교정교화라는 뜻을 사방으로 뻗치며 건강하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그 덕분일까. 오늘날 순천교도소는 수용자 교정교화의 효과를 끌어올리는 다양한 제도 및 시설을 두루 갖추고 있다.
지난해 모범 수용자 자율처우제 시범기관으로 선정된 순천교도소는 작년 9월 보안과 기결3팀이 맡고 있던 6개 수용동을 자율처우 수용동으로 리모델링했으며, 현재 250여 명의 수용자가 그 혜택을 누리고 있다. 일반 수용동과 달리 자율처우제 수용동에서는 공동 식사와 자율 보행이 가능하며, 평일 일과 후와 주말에 시청각실‧체육실‧도서관‧공중전화 등 부대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보안과 직원들의 계호 부담을 줄이면서도 모범 수용자들의 출소 후 사회 적응력을 높일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순천교도소는 중간처우시설인 소망의 집도 운영 중이다. 소망의 집에서 지내는 중간처우 수용자들은 바로 옆에 붙어 있는 개방지역작업장에서 장갑을 생산한다. 일과 후에는 TV 및 인터넷 등을 통해 세상이 변화하는 흐름을 살펴보며 사회 복귀 이후의 계획과 목표를 착실하게 세우고 있다.

#2 내실 있게 조성한 ‘수용자 배움터’

순천교도소에는 전국 최초‧유일의 교육과정도 존재한다. 2003년부터 운영 중인 순천제일대학교 위탁교육 과정이 바로 그것. 총 2년간, 각 학년당 25명씩 진행되는 이 교육과정을 통해 수용자들은 교도소로 출강 온 대학교수에게 요식업과 관련한 전문적 수업을 수강할 수 있다. 1학년은 한식‧제빵, 2학년은 양식‧제과‧바리스타 과정을 거쳐 졸업하게 되며, 각 분야의 기능사 및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도 가능하다. 올 6월 기준 총 졸업생은 410명으로, 이들이 위탁교육을 통해 취득한 자격증 수는 총 1,525개에 이른다. 수용자들을 준비된 사회인으로 거듭나게 하려는 순천교도소의 각별한 노력이 돋보이는 지점이다.
순천교도소는 다양한 직업훈련과정도 운영한다. 6월 현재 건축목공‧실내장식‧배관‧에너지관리‧식품조리 등 총 10공과에 걸쳐 150여 명의 수용자가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갖춰 나가고 있다. 이곳 직업훈련 과정의 효과성은 기능경기대회를 통해 여러 차례 입증됐다. 올해는 수용자 6명이 전남기능경기대회 실내장식‧배관 부문에 참가해 금‧은‧동메달을 ‘싹쓸이’했으며, 금메달을 수상한 2명은 오는 10월 충남에서 개최되는 전국기능경기대회에 출전해 뛰어난 실력을 다시 한번 뽐낸다. ‘배움에 힘쓰라. 세월은 기다리지 않는다.’ 직업훈련 작업동 복도에 붙어 있는 문구처럼, 이곳 수용자들은 기다리지 않는 세월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하루하루 배움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3 다채롭게 실현한 ‘상생의 교정’

광주‧전남 지역은 지난겨울부터 최근까지 심각한 가뭄을 겪었다. 이에 따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절수 캠페인에 동참하고 지자체에서는 비상 대체 수원을 개발하는 등 지역사회의 다양한 노력이 이어진 가운데, 순천교도소도 여기에 힘을 보태기로 하고 올 2월부터 자체적으로 물 절약 사업을 진행했다. 국민 1인 평균 대비 4배에 달하는 수용자 물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수용자 모포 및 개인 의류 세탁 방법 변경, 상수도 수압 조절, 수용자 물 낭비 단속 등을 집중적으로 시행한 것. 덕분에 순천교도소는 작년 대비 3~5월 상‧하수도 요금 납부액을 5천만 원 줄일 수 있었으며, 물 사용량 20% 감축이라는 목표도 달성할 수 있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중지됐던 외부 참관 행사를 재개, 지역사회와의 소통과 교류의 장도 마련했다. 직원 가족을 시작으로 지역기관, 대학생 등 190여 명이 올 2월부터 6월 사이에 다녀갔으며, 이를 통해 교정시설과 교정공무원의 필요성과 노고를 널리 알릴 수 있었다.
이렇듯 다방면으로 ‘함께하는 교정’을 추구한 덕분일까. 순천교도소에는 부모와 아들이 한 교도소에 근무하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보안과 접견실 소속 김봉관 교감과 보안4부에서 근무 중인 박미라 교위, 김성운 교도가 그 주인공. 올 1월 김성운 교도가 이곳으로 신규 발령나면서 시작된 6개월간의 화목한 동행은 7월 김봉관 교감이 교정관으로 승진, 타 교정시설로 발령받으면서 마무리됐다. 그렇지만 세 식구가 한곳에서 근무한 보기 드문 광경은 순천교도소의 따뜻한 상생 정신을 대표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