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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June + Vol. 565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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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오늘

대구 한가운데 터놓은 ‘사람답게 사는 길’

대구구치소

강진우 사진 홍승진

수용자의 성공적인 사회 복귀를 위해서는 편견에 따른 격리 대신 사회와의 소통과 교류를 늘려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대구구치소가 대구의 도심에 자리해 있다는 점은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대구구치소 초입에 서 있는 ‘사람답게 사는 길’ 비석에 유난히 눈길이 가는 이유다.

#1 사람다운 삶을 안내하는 대도심 속 구치소

대구 지하철 2호선 담티역에서 동쪽으로 방향을 잡고 5분 남짓 걸으면 도심에 잘 어울리는 빌딩형 교정시설이 금세 모습을 드러낸다. 1999년 개청한 대구구치소가 그 주인공이다. 직원 공모전을 통해 선정됐다는 정문 슬로건 ‘정의가 실현되는 대구구치소’를 지나니 모봉산의 초여름 녹음이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너그러움 담긴 자연의 마사지에 뭉친 어깨가 풀어질 무렵, 청사와 종합민원실의 갈림길에 우뚝 선 비석이 눈길을 끈다. ‘사람답게 사는 길’. 한편에 쓰인 간결한 문장이 뇌리에 깊이 새겨진다. 수용자 교정교화를 향한 직원들의 진심이 그 안에 가득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정면에서 바라본 대구구치소는 여느 교정시설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지상 4층의 청사 뒤편으로 지하 1층, 지상 10층 규모의 거대한 수용동이 좌우로 넓게 펼쳐져 있는데, 언뜻 봐서는 리조트로 착각할 정도로 정갈한 외관을 자랑한다. 취재진 안내 및 계호에 나선 총무과 김수곤 교위가 5월 말부터 외벽 도장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귀띔한다. 덕분에 직원과 수용자, 민원인의 일상이 더욱 산뜻해질 것으로 보인다.
청사 로비에 들어서자 대형 디스플레이에서 긴장이 절로 풀리는 클래식이 흘러나온다. 진정한 자유를 꿈꾼 미국의 시인이자 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남긴 격언이 화면 정중앙을 장식하고 있다. ‘사물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변할 뿐이다.’ 대구구치소가 인자한 자태와 음색으로 수용자가 사람답게 사는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2 교정교화에 더한 최선과 진심

온 세상이 길고 길었던 코로나19 국면을 넘어 일상으로의 복귀에 속도를 내고 있는 지금, 대구구치소도 인권 친화적 수용 환경 조성의 일환으로 발 빠르게 일상 회복을 도모하고 있다. 가족 만남의 집 등 수용자 가족 관계 회복 프로그램을 재개했으며, 미디어 영상 및 영화 감상과 토론회를 중심으로 하는 수용자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11월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맞춤형 개별 처우를 위한 심리치료 프로그램, 허그 일자리 프로그램을 통한 실질적 취업 지원에도 힘쓰고 있다.
붕어빵을 파는 가게 인근의 주거지역을 일컫는 ‘붕세권’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붕어빵이 귀했던 지난겨울, 대구구치소는 올 2월 직원과 수용자에게 갓 구운 붕어빵을 개인당 2개씩 제공했다. 팬데믹 상황을 무사히 이겨 낸 대구구치소의 모든 이들에게 전하는 작지만 귀한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였다. 대구구치소가 직원 복지와 수용자 처우 개선에 얼마나 진심인지를 실감할 수 있는 일화다.
아울러 대구구치소는 국민의 상식에 부합하는 엄정한 법 집행을 향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오후 2시에는 진정실에서 난동진압훈련이 진행됐다. 기동순찰대가 난동 수용자를 신속하고도 안전하게 제압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 한구석에서 든든함이 샘솟았다.

#3 직원과 지역사회를 아우르는 행복의 발걸음

대구구치소는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교정공무원 처우 개선에도 힘을 쏟고 있다. 최근 안마의자·안마침대·인바디·혈압계·커피머신을 한데 모은 심신치유실을 조성한 데 이어 보안과 휴게실 한편에 재즈를 고음질로 들으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재즈카페를 개설, 직원들의 커다란 호응을 얻고 있다. 조직 문화 개선을 위한 직원 설문조사도 지속적으로 시행해 그 결과를 행정에 적용함으로써 변화하는 교정을 몸소 선보이고 있다.
그간 감염병 사태로 인해 미뤄졌던 직원 행사도 속속 이뤄지고 있다. 부서원 간 화합 및 직원 체력 증진을 위한 대구구치소 교정공무원 족구대회가 4월 13일부터 한 달여간 개최됐다. 또한, 모봉산 자락을 따라 뻗은 외곽 순찰로도 새롭게 정비해 직원들이 틈틈이 자연 속에서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도심에 자리한 교정시설인 만큼, 대구구치소는 지역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 일에도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매년 명절마다 지역 아동보호시설에 기부금을 전달하고 있으며, 인근 중학교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범죄 피해자 가정과 한부모 가정에 매달 기부금을 전하는 등 지역사회의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의 밝은 내일을 위해 노력한다. 이렇듯 대구구치소는 직원과 수용자, 지역사회 모두를 위한 행복의 길을 뚜벅뚜벅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