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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교정

한 번쯤 카메라 앞에서
멋진 패션왕처럼 ‘찰칵’

원주교도소 교위 권혁진

평범한 일과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일은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다.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거절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변화’는 시작된다. 하루하루 비슷하게 돌아가던 권혁진 교위의 일상에, ‘나도 패션왕’이라는 작은 도전이 찾아왔다.

정라희 사진 이정도
스타일링 박송이 헤어&메이크업 김연주

익숙한 스타일은 잠시 안녕, 새로운 도전으로 기분 업

익숙하다는 이유로 손이 자주 가는 옷이 있다. 권혁진 교위 역시 마찬가지다. 야구점퍼와 야구모자, 야구티셔츠 등 편하면서도 캐주얼한 스타일을 즐겨 입었다. 대한민국의 많은 기혼 남성이 그렇듯 최근에는 아내가 골라온 옷을 주로 입는 편이다.
“‘나도 패션왕’ 촬영 날짜가 정해지고 나서는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맞는 옷 구하느라 스타일리스트 분이 힘드시겠다’ 같은 별의별 생각이 다 들더라고요. 그래도 전문가들이 도와주시니까 어떻게든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듭니다.”
2008년 12월 경북북부제2교도소에 임용돼 여주교도소를 거쳐 2011년 교사로 승진하며 원주교도소로 오게 됐다는 권혁진 교위. 이후로는 아내 그리고 초등학생 딸과 함께 원주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날도 귀여운 딸이 동행하려고 했지만, 아쉽게도 시험이 겹쳐 나중에 화보를 보여주기로 했다.
“딸이 ‘잘하고 오라’고 응원해 주더라고요. 웃는 걸 잘하는 편이 아니어서 조금 쑥스럽기도 합니다.”
권혁진 교위가 ‘나도 패션왕’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영월교도소 김승현 교감의 추천이 컸다. 김승현 교감과는 원주교도소 보안과 고충처리팀과 총무과에서 함께 근무하며 오랫동안 정을 쌓은 사이다.
“김승현 교감님은 업무적으로도 저에게 많은 도움을 주셨고, 인간관계에 고민이 있을 때나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할 때 이모저모 조언을 아끼지 않고 해주시는 고마운 분이십니다. 승진 후 다른 곳으로 가셔서 아쉬웠는데, 인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는 이런 기회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겨울 댄디룩

코지한 브라운 컬러의 더블 버튼 울 코트와 함께 아이보리 니트, 그레이 셔츠를 레이어드하고, 다크 그레이 팬츠로 무게감을 준 스타일링. 톤을 맞춘 클래식한 슈즈로 댄디함을 더했다.

스트릿 패션

독특한 벨벳 터치감의 진 브라운 숏 패딩과 베이지 후드, 청바지, 베이지 스니커즈로 캐주얼하고 영한 느낌을 전달하며, 한겨울에도 따뜻하면서 활동성이 좋도록 스타일링 했다.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보람을 찾으며 일하다

권혁진 교위는 원주교도소에서 총무과에 근무하면서 봉급과 정보공개, 민원 업무 등을 담당하고 있다. 직원과 수용자, 민원인을 모두 상대하는 몇 안 되는 보직이다. 행정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더라도 사람에 따라 이의신청하거나 민원을 제기하는 일도 어쩔 수 없이 생긴다. 하지만 그는 문의에 답하거나 민원을 접수하고 처리하면서 그 자신이 원주교도소의 이미지에 영향을 미치는 얼굴이 된다는 생각으로 고민하며 업무에 임하고 있다.
“원주교도소는 큰 규모는 아니지만 경비처우급 S3, S4급 수용자를 주로 수용하고 있어 서울지방교정청 안에서도 업무가 쉽지 않은 기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직원들이 마음을 합해 잘 꾸려가고 있죠. 또 다른 기관보다 젊은 직원 비율이 높아서 동아리 활동도 활발합니다. 캠핑 동호회, 반려동물 동호회, 음악 동호회처럼 독특한 동호회도 여럿 있고요. 어느 지역에서 원주로 온 직원이든 원래 원주교도소에서 근무하던 사람처럼 잘 적응할 수 있게 모든 직원이 따뜻하게 도움을 주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가 교정공무원에 된 데에는 아내의 영향이 컸다. 지금의 아내와 연애하던 시절, 행정직 공무원을 준비하던 그는 당시 여자친구였던 아내로부터 ‘교정학’을 처음 접했다.
“당시 아내가 늦은 나이에 다시 공부를 시작해 경기대학교 교정학과에 입학을 했어요. 그때만 해도 처음 들어보는 학과여서 처음에는 치과와 관련한 곳인 줄 오해하기도 했습니다.(웃음) 아내가 ‘범죄자를 바른길로 인도하는 학문’이라고 해서 관심이 갔고, 데이트하면서 가끔 학교에 들렀을 때 교정학 관련 수업을 청강하기도 했어요. 은근히 매력 있는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럴 바에 학교를 같이 다니는 게 낫겠다’ 싶어 저도 교정학과에 편입했습니다. 그 일이 계기가 되어 교정공무원의 길을 걷게 됐죠.”
처음 교정직에 입문했을 때만 해도,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강인한 이미지가 그에게도 남아있었다. 하지만 첫 발령 후 기동순찰팀에서 접한 교도관의 권위는 강한 행동이 아닌 위임된 권한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한, 때에 따라서는 상담자의 덕목도 교도관에게 필요하다는 것도 알았다.

모던한 스튜디오에서 모델처럼 포즈 잡기

한편으로 교정공무원으로서 권혁진 교위의 목표는 ‘진정한 교도관’이 되는 것이다. 어렵지만 이상적인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예전부터 그는 적극적으로 다양한 업무를 경험해왔다. 고충처리팀에서 근무할 때는 송무와 인권 담당을 맡아 법정에도 나가보는 등 업무적으로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는 경험도 해왔다. 총무과에서 근무하는 지금도 직원들의 궁금증을 조금 더 빠르게 풀어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날 촬영 역시 그에게는 새로운 도전이다. 평소 즐겨 입는 캐주얼을 중심으로 기존에 시도해 보지 않은 컬러와 코디를 시도하고, 단정한 느낌이 나는 캐주얼 정장도 입어본다.
“깔끔하게 하얀 면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했어요. 그러자니 다이어트를 해야 할 것 같아 ‘로망’으로만 남겨두고 있지만요. 덩치가 있는 편이어서 코디를 하려고 해도 선택지가 많지 않습니다. 옷 색깔을 다르게 선택하거나, 코트만 입어도 한결 인상이 밝아 보이는 효과가 있네요.”
웨딩촬영 이후 본격적으로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잡아보는 것은 무척 오랜만이라는 권혁진 교위. 초반에는 어색한 듯 미소를 짓지만, 차츰차츰 촬영이 이어질수록 자연스레 모델 포즈가 나온다.
“스튜디오에서 전문가분들과 촬영을 하는 것만으로도 색다른 즐거움이 있네요. 제가 MBTI 검사를 하면 항상 I가 나오는 내향적인 사람이어서 처음에는 ‘쑥스러워서 못 하겠다’는 망설임도 컸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좋은 기회가 생겨 인생에 남을 만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몸을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조금은 꿈같은 이야기지만, 언젠가는 체력 단련에 집중해 운동을 열심히 하는 동료들과 함께 ‘몸짱 달력’을 만들어 그 수익금으로 범죄피해자를 돕는 일에 동참해 보고 싶습니다.”

원주에서 사진 찍기 좋은 포토 스폿을 알려주세요.

원주 반계리에 있는 은행나무는 800년 된 천연기념물입니다.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웅장하고 아름다운 나무여서 가을에 들르면 특히 좋습니다. 광고와 드라마에서 자주 소개된 문화명소인 ‘뮤지엄 산’도 원주에 있으니 시간 나실 때 원주에서 인생 샷을 남기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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