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완성하는 언어
수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다
경북북부제3교도소 교도 홍성호 & 수어통역사 신명순
배움은 몰입을 이끌고 사유를 확장시킨다. 경북북부제3교도소 보안과 홍성호 교도가 평소 관심을 기울이던 수어를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신명순 수어통역사를 만나 수어의 ‘한 수’를 익힌 풍경을 담았다.
글 김주희 사진 홍승진
배움은 몰입을 이끌고 사유를 확장시킨다. 경북북부제3교도소 보안과 홍성호 교도가 평소 관심을 기울이던 수어를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신명순 수어통역사를 만나 수어의 ‘한 수’를 익힌 풍경을 담았다.
글 김주희 사진 홍승진
수어는 청각장애인 중에서도 한국수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는 농인을 위한 언어다. 아직까지 수화로 부르는 사람이 많지만 2016년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되면서 국어와 동등한 언어인 수어로 불리는 중이다. 수어는 목소리 대신 손동작 외에도 몸짓, 표정 등 다양한 요소를 사용해 의사를 전달하는 독립적인 언어다. TV 속 뉴스 앵커가 내용을 전달할 때 화면의 오른쪽 아래 수어로 내용을 전달하는 사람을 볼 수 있는데, 이들이 바로 수어통역사다. 홍성호 교도는 수어통역사를 만나 수어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참이다.
“TV나 유튜브 등에서 수어통역가를 보면서 호기심이 생겼어요.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전문가에게 묻다’를 기회로 입문자에게 필요한 기초를 배우고자 합니다. 또한 제가 평소 표현을 잘 못하는 편인데 얼굴 표정이나 제스처 등을 자주 사용하면서 표현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요. 수어를 열심히 배워서 훗날 기회가 된다면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늘 전문가로 활약할 이는 신명순 수어통역사다. 시립서대문농아인복지관에서 사회복지사로 재직하는 동시에 수어통역사로 활발히 활동 중인 그는 20년 넘게 수어를 해온 베테랑이다.
“장애 유형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각 장애에 맞춘 편의시설이나 보조기 등이 있습니다. 시각 장애인을 위한 문자가 점자라면, 수어는 청각장애인이 세상과 연결하는 시각 언어입니다.”
홍성호 교도는 신명순 수어통역사에게 질문을 하나하나 이어가고, 간단한 수어를 배우는 등 수어에 대해 더 깊이 알아갈 수 있었다.
Q 수어통역사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대학교 1학년 때 수어동아리를 통해 처음 접했어요. 당시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있던 터라 수어를 익히면 훗날 업무와 연계해 도움이 될 거란 생각도 했습니다. 그 후로 일하면서도 꾸준히 수어를 사용했고, 국가공인 수화통역사시험에 합격해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Q 입문자가 처음 수어를 배울 때 도움이 될 만한 노하우를 알려주신다면요.
A 수어 클래스는 보통 단어를 배우는 기초반에서 시작해 단어를 활용하는 중급반, 통역의 기초를 익히는 고급반, 자격시험에 대비하는 통역사시험대비반까지 구성돼 있는데요. 좋아하는 분야와 연계해 시작한다면 실력이 더욱 빨리 늘 수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음악을 좋아한다면, 가사에 맞춰 수어를 구사해도 좋습니다. 공연을 좋아한다면 극본의 일부를 수어로 해보는 것도 방법 중 하나죠. 자신의 관심사와 접목해 수어를 익힌다면 더욱 즐겁게 배울 수 있을 거예요. 청각장애인과의 만남을 통해 자연스럽게 익히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청각장애인과의 소통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종교 활동을 하는 경우에는 수어로 진행되는 미사나 예배 등에 참여하면서 청각장애인과 소통할 기회를 가지는 것도 좋습니다.
Q 수어를 배우는 과정과 활용에 있어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A 청각장애인은 개개인별로, 연령대별로 수어 구사 수준이 다릅니다. 여러 가지 환경적 요인이나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죠. 또한 농아인 중에서도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들은 문맹률이 높습니다. 비장애인이 문장 기반으로 소통을 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Q 수어를 구사할 때 유의할 점이 있을까요?
A 청각장애인에 대한 에티켓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 2명 이상이 함께 있을 경우, 비장애인들끼리 대화할 때도 수어로 소통해야 합니다. 또한 귓속말을 하는 것도 예의에 어긋날 수 있어요. 청각장애인은 고집이 세다는 말이 있는데 상대적으로 정보 전달이 잘 안되고 기존에 알고 있는 정보의 양이 부족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점을 고려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충분히 반복해서 자세히 설명한다면 정보 전달에 있어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Q 수도권 지역이 아닌 지방에서 수어를 꾸준히 배우거나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곳이 있을까요?
A 한국농아인협회의 각 시도협회와 시군지회에서 수어를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또한 청각장애인을 위한 전문 복지관이 전국적으로 6곳이 있는데, 경북에는 대구광역시 청각·언어장애인복지관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분기별로 수어 교육 수강생을 모집하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수어는 청각장애인과 사회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합니다. 비장애인이 수어를 배우는 것이 흔치 않은데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꾸준한 관심으로 청각장애인의 소통 창구가 되어주시길 바랍니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수어가 조금 더 가깝게 다가온 것 같아요. 교육 기관이나 프로그램을 찾아서 더욱 적극적으로 배우고 싶습니다. 앞으로의 계획들이 단계별로 그려진 계기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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