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복 덕분에 연결된 두 사람의 인연
서덕순 교감 김 교도가 통영구치소에 온 지도 벌써 두 달이 다 돼 가고 있네요. 한창 적응에 정신없을 시기일 텐데, 행정직에서 교정직으로 넘어온 뒤 지금까지 생활해 보니 어떤가요? 일은 적성에 잘 맞나요?
김지현 교도 제복을 입고 활동적으로 일하는 교정공무원이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 없어서 큰 마음먹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는데요. 출근을 위해 잠옷에서 제복으로 갈아입는 매일이 설레고 행복할 정도로 만족스럽습니다! 고향인 통영에서 교정공무원으로서 첫발을 내디뎠다는 사실도 저에게는 무척 의미가 깊네요. 교감님은 1986년에 입직하셨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교정공무원이 되기로 결심하셨나요?
서덕순 교감 사실 나도 제복 때문에 교정직에 발을 들였어요. 36년 전 창원교도소 인근에 살았는데, 한 부부 교정공무원이 제복을 입고 나란히 출퇴근하더군요. 그 모습이 어찌나 멋있어 보였던지 곧바로 교정직에 지원해서 들어오게 됐죠. 입직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 창원교도소로 발령을 받았는데, 첫 출근 때 정문 앞에서 당시의 부부 교정공무원을 떠올리며 감격스러워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답니다. 함께 여성 수용동에서 근무하면서 왠지 김 교도와 손발이 잘 맞는다 싶었는데, 이런 공통점이 있었군요.(웃음)
김지현 교도저도 교감님과 함께 일할 때마다 가족과 함께 있을 때와 비슷한 따스함을 느끼곤 했습니다! 여성 수용동 직원들이 각자 임무에 몰입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만들어 주셨고,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다과를 나누면서 마음속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풀어낼 수 있는 자리도 마련해 주셨죠. 그런가 하면 일할 때는 누구보다 깊은 지식과 경험, 노하우로 그야말로 ‘프로’의 모습을 보여주시잖아요. 이런 교감님 곁에서 교정공무원 생활을 시작하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보듬을수록 커지는 사명감과 만족감
김지현 교도기세 좋게 교정공무원이 됐고 두 달 동안 통영구치소에서 만족하며 일하고 있지만, 확실히 수용자를 대하고 수용 생활을 관리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수용자가 알차게 수용 생활을 하고 나아가 사회에 성공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교정교화하려면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할까요?
서덕순 교감사람 관리에는 사실 정답이 없어요. 같은 꽃이라도 각각 생김새와 향기가 다르듯, 사람도 성격이나 취향이 천차만별이죠. 우리는 수용자를 대할 때 이 점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해요. ‘이 수용자는 이런데 저 수용자는 왜 저럴까?’라고 생각하며 수용자를 대하면, 수용자는 금세 그 마음을 알아차리고 더 엇나갈 수 있어요. 모든 사람은 자기를 있는 그대로 봐 주고 이해해 주기를 바라는데, 내가 이런 성격을 갖고 있다고 해서 나를 못마땅하게 바라보고 대하면 당연히 협조해 주기 싫겠죠. 반면 수용자 개개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장점을 살려 줄 수 있는 맞춤형 수용 관리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수용자도 그 노력을 알아채고 보다 협조적인 언행을 보여주기 마련입니다.
물론 이런 와중에도 법과 규칙을 무시하거나 어긴다면 엄정하게 잘못을 고쳐 줘야 합니다. 그런데 이때에도 평소에 수용자를 어떻게 대했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태도가 달라져요. 수용자에게 애정을 갖고 생활을 세심하게 돌봐왔다면 ‘저 교도관은 나에게 애정이 있어서 잘못을 짚어 주는구나’라며 수긍하고 행동을 고치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별것도 아닌데 지적한다면서 투덜대고 트집을 잡을 수 있어요. 수용자들은 죄를 짓고 교정시설에 들어왔기에 기댈 곳이 거의 없는 사람들입니다. 세상 모두가 다 돌을 던져도 이들을 교정교화해야 하는 우리만큼은 그 돌을 온몸으로 막고 수용자가 앞으로 새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보듬고 용기를 줘야 해요. 김지현 교도를 포함한 후배 교정공무원들도 이 점을 마음에 새기고 앞으로의 교정공무원 생활을 꾸려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수용자들의 삶과 더불어 우리 자신의 직업적 사명감과 자부심, 일에 대한 만족감도 한층 나아질 겁니다.
새해에도 이어질 선후배의 진한 우정
김지현 교도정말 말씀 하나하나가 앞으로의 교정공무원 생활에 있어 뼈와 살이 되는 값진 조언입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후배들에게 더욱 생생하게 전하기 위해 공로연수도 포기하시고 정년퇴직 때까지 현장에 남아 있기로 하셨다고 들었어요.
서덕순 교감 1년 동안의 공로연수를 포기하고 현직에서 자리를 지키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고 듣긴 했어요. 하지만 제가 공로연수를 받는 분들보다 특별히 더 뛰어나거나 일에 대한 애정이 높아서 이곳에 남아서 일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단지 후배 직원들과 함께 손발을 맞추면서 지금껏 쌓아 온 지식, 경험, 노하우를 세심하게 전수해 주는 게 저의 성격과 더 맞는다고 판단했을 뿐이죠. 내년 6월 30일 퇴직인데, 하루 전인 29일까지 정상 근무를 하고 제 나름대로 멋지게 교정공무원 생활을 마무리하는 게 새해의 목표예요.
김지현 교도 교감님과 함께할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나는 셈이라서 후배들이야 행복하지만, 정작 교감님이 힘드시지는 않을까 내심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물론 지금까지 교감님이 보여주신 자기관리 능력을 생각하면 후배들의 걱정이 기우에 불과할 것 같긴 합니다.(웃음) 교감님은 어떻게 체력과 건강을 관리해 오셨나요? 이번 기회에 자기관리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
서덕순 교감 교정공무원의 업무 특성상 규칙적으로 운동하기가 쉽지 않은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럴수록 더 운동과 건강에 신경 써야 합니다. 구치소를 나서면 바닷가와 맞닿아 있는 아주 좋은 산책로가 출퇴근길로 쓰이잖아요? 신선한 바닷바람을 맞고 햇살을 느끼며 그 길을 틈틈이 걷고 뛰는 것만으로도 체력과 기분이 한결 나아질 겁니다. 그리고 김 교도가 오기 며칠 전에 볼링 동호회를 만들었고, 김 교도도 열심히 활동하고 있잖아요? 함께 볼링을 치면서 동료들과 어울리면 개개인의 건강과 더불어 우리 소의 분위기도 한결 건강해질 거라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조만간 또 볼링 치러 가 볼까요?
김지현 교도안 그래도 볼링의 재미에 빠져 몸이 근질근질했는데, 당장 내일 가실까요? 교감님과 함께 볼링 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설레네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