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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이 필요해?
오은영 박사 전성시대의 명과 암

쏟아지는 오은영 박사 상담 프로그램, 어떻게 봐야할까

바야흐로 오은영 박사의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종편에서부터 지상파까지 오은영 박사가 출연하는 상담 프로그램들이 부쩍 늘었다. 무엇이 이런 전성시대를 만들었고, 이러한 상담 프로그램이 가진 순기능과 역기능은 무엇이 있을까.

정덕현 문화평론가

ⓒ 채널A

다시 도래한 오은영 박사 전성시대

오은영 박사 방송가에서 이름을 알린 건 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서였다. 도무지 부모 입장에서 통제가 어려운 아이가 신기하게도 오은영 박사의 솔루션을 통해 극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줬던 프로그램. 자식 키우는 부모들이라면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2006년부터 2015년까지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이 프로그램이 종영한 후, 잠시 방송에서 보기 어려웠던 오은영 박사는 지난 2020년 채널A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로 화려한 복귀 신고를 했다. 관찰카메라로 ‘금쪽이’들이 처한 문제들을 들여다보고 그 이유를 분석해 솔루션을 주는 오은영 박사에 대한 반응은 여전히 뜨거웠다. 특히 육아 문제가 시대적 화두가 되고 있던 차에 이 프로그램과 함께 오은영 박사에 대한 주목도는 훨씬 높아졌다.
그 후로 오은영 박사는 상담 영역을 육아에서 부부, 청년, 가족 관계 문제 등등으로 넓혀나갔다. SBS <써클하우스>에서 청춘들을 위한 상담을 했고, MBC <다큐플렉스>에서 한 아이템으로 시도했던 <오은영 리포트>는 ‘결혼지옥’이라는 부제를 달고 10회 분의 부부 상담 프로그램으로 확장되더니, 이제 정규 방송으로 자리했다. 또 종영했지만 KBS <오케이? 오케이!>는 전국 곳곳을 직접 찾아가 다양한 사례들에 대한 ‘출장 상담’을 시도하기도 했다. 육아 전문가로 시작했던 오은영 박사는 이제 모든 영역을 상담하는 ‘국민 멘토’로 떠올랐다.
오은영 박사가 다양한 상담 프로그램들을 통해 국민 멘토가 된 데는 갈수록 쉽지 않아진 삶이 한몫을 차지했다. 경제 불황과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시대까지 겹치며, 청년들은 취업 문제에, 워킹맘들은 육아 문제에, 또 부부와 가족 관계 속에서도 다양한 갈등들이 첨예해졌다. 이런 문제들에 위로를 주고 때론 솔루션을 줄 수 있는 전문가에 대한 갈증이 커졌다. 오은영 박사는 때론 예리하고 냉철한 분석으로 아파도 직시해야 할 것들을 직시하게 만들면서도 동시에 문제를 일으키는 대상 또한 공감의 시선으로 바라봐 주는 따뜻한 솔루션으로 이러한 갈증을 채워줬다. 이건 전문적인 역량만 갖고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방송 프로그램으로서 시청자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능력 또한 필요했다. 오은영 박사는 이 두 역량을 모두 가진 인물이었다. 오은영 박사 전성시대가 열린 이유다.

ⓒ 채널A

쏟아지는 오은영 프로그램이 만든 피로감

하지만 오은영 박사를 세워 만들어지는 프로그램들이 급증하면서 시청자들의 피로감도 높아졌다. 이러한 반응은 방송인 혹은 연예인들에게도 똑같이 벌어지는 일들이다. 제아무리 재밌어도 여기저기 비슷비슷한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다 보면 해당 출연자의 소비가 빨라지고 그만큼 식상해지기 마련이다. 지상파에서 몇 개의 프로그램들을 동시에 하게 되면서 오은영 박사도 이러한 문제에 직면했다.
또 그의 전문 분야라고 할 수 있는 육아나 부부 갈등 관련 내용들은 여전히 새로운 내용도 많고 깊이 있는 분석과 솔루션이 가능했지만, 그 외의 분야에서는 어딘가 약한 면도 드러냈다. 대표적으로 <오케이? 오케이!>는 대국민 출장 상담이라는 기치를 내걸었지만 즉석에서 만나 바로 내놓는 솔루션은 약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2개월 만에 12회를 마지막으로 종영됐다. <써클 하우스>도 마찬가지였다. 애초 10부작으로 편성해 제작된 프로그램이었지만 이 프로그램에서 오은영 박사의 역할은 다소 애매했다. 청춘이 마주한 현실의 어려움이 개인적 차원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 시스템의 문제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오은영 박사의 상담으로 풀어줄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하지만 ‘다작’이 야기하는 가장 큰 문제는 오은영 박사를 국민 멘토에서 자꾸 ‘방송인’으로 보이게 만든다는 지점이다. 오은영 박사도 일을 통해 돈을 버는 생활인이 맞지만 ‘방송 욕심’으로 비치기 시작하면 상담의 진정성이 흐트러지는 상황이 생겨난다.

ⓒ MBC

과연 효과는 있나, 부작용은 없을까

또한 과연 이러한 상담 프로그램이 실제로 효과가 있는가 하는 의구심도 고개를 들었다. 오은영 박사의 상담 프로그램은 결국 특정 사례를 소재로 하는 방송 프로그램이다. 즉 상담이란 어떤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1대1로 그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제각각의 솔루션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를 보여주는 방송 프로그램은 그 사례의 솔루션일 뿐, 일반화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시청자들은 이 부분을 착각해 자신의 상황을 투영하고 그 솔루션을 받는 느낌을 받지만, 실제로는 방송 프로그램을 보는 것 그 이상의 효과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점은 문제라기보다는 방송이 갖는 한계라고 봐야 한다. 다만 방송에 그 이상의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고 과몰입하는 것이 문제를 발생시킬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오은영 박사의 상담 프로그램 상당수가 취하고 있는 사생활 공개 부분이다. 관찰 카메라가 일상화된 요즘이지만, 오은영 박사의 상담 프로그램들 속에 등장하는 관찰 영상은 출연자들의 부정적인 모습들이 담기기 마련이다. 그래야 문제의식을 갖게 되고 솔루션의 필요성이 정당화되기 때문이다. 물론 선을 넘지 않는 균형 잡힌 관찰 카메라가 없는 건 아니지만, 요즘처럼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 속에서 때론 관찰 영상의 자극성이 상담 프로그램을 압도하는 경향도 생기고 있다.
즉 자극적인 관찰 영상을 내보내기 위해 일종의 포장으로서 상담을 넣는 듯한 본말의 전도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결국 누군가의 사생활이 그 치부까지 드러내게 되면 그건 출연자의 삶에도 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솔루션이 무색해지는 상황이다. 가장 큰 문제는 육아를 소재로 하는 상담 프로그램에서 과연 이 아이들이 자신들의 사생활을 공개하는 것에 동의를 했는가 하는 점이다. 부모가 요청해 방송을 하고 솔루션을 받는 것이지만 이것은 아이들의 인격권에 상당한 침해가 될 수 있다.
방송들이 앞다퉈 특정 인물을 찾는다는 건 그만한 사회적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오은영 박사를 대중들이 ‘국민 멘토’로 소환한 건 그만큼 우리 사회가 가진 심리적 어려움들이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지켜야 할 선은 분명히 존재한다. 방송이 주는 위로만큼 결코 작지 않은 부작용들을 들여다봐야 할 때다.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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