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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마무리를 아름답게 빛낼 빛의 명소
반짝반짝 빛나는 두근두근 설레는

자꾸만 뒤돌아보게 되는 시간들이 있다. 아쉬워서 혹은 그리워서. 어느 쪽이건 뒤돌아보는 시간은 사람을 자주 멈칫거리게 한다. 그래서일까. 누군가는 매년 연말이 되면 앞만 보고 걷기를 주문하고, ‘지나간 시간은 애써 잊자’ 권한다. 모퉁이가 없는 삶은 없다. 삶에서 모퉁이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는 시간이다. 어쩌면 연말은 직선으로만 흐르던 시간이 한 굽이 꺾여 돌아가는 시간의 모퉁이가 아닐지. 그 모퉁이가 반짝반짝 빛난다면 지난 시간이 한결 포근할 테다. 눈부신 그 빛의 모퉁이로 떠나보자.

글. 사진 이시목 여행 작가

오후 5시, 빛에 빠져들 시간
경기 가평 아침고요수목원

이 무렵 아침고요수목원은 ‘빛의 정원’이다. 13만㎡ 규모의 정원이 온통 조명으로 반짝거려 휘황하다. 더욱이 이곳은 본래 있던 정원을 밑그림 삼아 그린 오색의 빛 세계. 크고 작은 수목과 화단, 산책로 등이 빨갛고 파란 별빛으로 고저장단을 이루며 별처럼 흩뿌려진다. 심지어 그 빛들은 땅에 그린 그림인 듯 제 형태대로 도드라져 환하다. 특히 능수버들 동그랗게 늘어진 가지가 돋보인다. 봄날 연둣빛으로 치렁치렁 늘어졌던 가지가 주황빛으로 쭉쭉 쏟아져 내려, 그 아래 서면 마치 유성 쇼가 펼쳐지는 듯 화려하다. 잠시 그 아래 벤치에 앉아 지난 한 해를 돌아보자. 슬펐던 일은 가슴에 묻고, 기뻤던 일은 회상하며 한 번 더 기뻐하는 일이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내일의 나’는 이처럼 빛날 것이란 희망도 가져보면 좋겠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점등시간도 챙겨볼 일이다. 이곳에선 매일 오후 5시 조명이 켜진다. 추천 감상 지점은 하경정원 전망대. 수목원을 통틀어 가장 빼어난 풍경을 선보이는 하경정원이 ‘전등 켜지듯’ 발아래서 툭 켜지는 자리다. 이토록 화려한 정원이 어디에 또 있을까 싶도록 빛들의 잔치가 현란하다. 울창한 낙엽송 길 끝자락에 있는 달빛정원도 필수 감상 포인트다. 그곳 어디쯤에서 펄펄 내리는 함박눈을 맞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테다.

로맨틱 동화마을, 쁘띠프랑스

어린왕자를 테마로 한 곳으로, 밤이면 건물 전체가 환해진다. 채도 높은 6동의 건물을 프랑스 산 LED 조명으로 꾸며 반짝반짝 빛나게 한 것. 설치한 조명 대부분이 크고 화려한 공중조명이라 한층 로맨틱하다. 일테면 별빛 모양의 대형 그물 조명이 건물과 건물 사이를 가로지르거나, 형형색색의 커다란 전구들이 하늘에 둥실 뜬 형태다. 그래서일까, 공간 전체가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동화책 같다.

하늘도 강도 억새도 도시도 붉더라
서울 하늘공원

세밑이면 늘 ‘먼 곳’의 낙조가 궁금했다. 아니, 해 지는 풍경 안에서 한 해를 정리하고 또 계획하고 싶었다. 그래서 서해로 남해로 분주하게 다녔다. 하지만 서울에도 제법 멋진 낙조 여행지가 있다. 하늘공원이다. 서울이란 도시 안에 있으니 ‘먼 길’일 턱이 없고, 그 풍경 또한 ‘먼 곳’에 뒤지지 않으니 안성맞춤이다.
상상해 보시라. 하늘과 맞닿은 듯 땅과 하늘이 서로 입술을 맞대고 있는 하늘공원의 일몰 풍광을. 그 땅을 무성하게 채운 억새는 저녁마다 햇살을 품은 화톳불이 되고, 도시를 혈관처럼 흐르는 한강은 그보다 더 붉은 얼굴인 채로 도시를 흐른다. 여기에 한강 가로는 맞춤한 듯 어화(漁火)를 닮은 불빛이 날마다 수만 가지 색으로 솟으니, 말 그대로 그건 아무렇지도 않게 펼쳐지는 ‘삽시간의 황홀’이다. 어디 ‘먼 곳’과는 견주기 힘든 마력의 풍경. 그러니 올겨울엔 ‘먼 곳’ 대신 ‘가까운 곳’에 있는 하늘공원부터 찾아보자. 찾아 일상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펼쳐지는 그 황홀감에 젖어볼 일이다.
낙조 감상 포인트는 하늘공원의 제1전망대인 ‘하늘을 담는 그릇’과 난지캠핑장이 바로 보이는 서남쪽 전망대. 억새와 도시의 불빛과 한강이 어울려 빚어내는 일몰 풍광은 전국에서 오직 한 곳 하늘공원만의 것이니, 부디 그 감동을 누리시라.

이곳은 석유탱크인가 문화공간인가, 문화비축기지

하늘공원에서 1.4km 거리에 있다. 원래 석유비축기지였던 곳으로, 지난 2002년 폐쇄되면서 문화공간으로 변신했다. ‘석유 대신 문화가 가득 찬다’는 뜻으로, 5개의 석유탱크 그대로가 T1~T5까지의 문화공간이 됐다. 이 중 T5는 석유비축기지의 시작과 끝을 보여주고, 문화비축기지의 시작을 보여준다. T2는 하늘이 뻥 뚫린 야외공연장이 됐으며, T1은 하늘이 보이는 화사한 파빌리온이 됐다.

그래, 강은 끝에서 짙붉은 바다를 만나지
부산 다대포

강은 늘 끝에서 바다를 만난다. 부산은 낙동강 유장한 물줄기가 1,300리를 겨우겨우 흘러 바다를 만나는 곳이다. 그 끝에 한 점 꽃처럼 핀 곳이 몰운대고 다대포다. 몰운대는 원래 섬이었지만 모래톱이 쌓이며 육지와 붙어 뭍이 된 곳. 다대포는 그 곁으로 넓게 모래밭이 만들어지며 형성된 해변이다. 굳이 연말에 이곳을 찾으시라 권하는 이유는 일몰 때문이다.
다대포를 붉게 물들이는 일몰은 ‘외로움도 눈부실 수 있다는 것’(권정일의 <몰운대> 중에서)을 새삼 깨닫게 한다. 어쩌면 사는 동안 도시와 강과 바다가 만나는 모퉁이, 그 언저리 모래밭에 머무는 유일한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다대포에서는 그 외로움의 시간 위로 해가 지고 해가 뜬다. 일몰과 일출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것. 덕분에 연말과 새해를 연속하는 시간 속에서 맞을 수 있다.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바다의 무언가가 문득 그리워지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땐 주저 말고 다대포의 모래해변에 서 보시라. 백사장을 붉은 노을로 물들인 일몰에 반할 테니 말이다. 우유니소금사막처럼 말개 온 하늘을 다 껴안는 모래밭에 서서, 바다인 듯 강인 듯한 풍경을 오래오래 바라보아도 좋을 일이다. 한 해를 보내고 또 한 해를 살아가게 하는 힘, 그 따뜻한 에너지를 충천할 수 있을 테다.

찬바람 불면 생각나는 뜨끈한 돼지국밥

겨울철 부산에서는 돼지국밥이 필수다. 뜨끈한 국물이 속을 확 풀어주는 매력이 있다. 진한 돼지 뼈 육수에 돼지 수육을 넣고 다진 양념과 새우젓을 더해 끓인 뒤 밥을 말아 먹는 돼지국밥은, 부산의 대표적인 향토음식이다. 6.25전쟁 중 피난민들이 비교적 구하기 쉬운 돼지 부산물로 설렁탕을 끓여 먹은 것에서 유래한 음식으로, 동구 범일동과 진구 부전동의 서면 등지에 돼지국밥 골목이 형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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