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이면 들려오는 셔틀콕 치는 소리
점심시간이 되자, 청주여자교도소 연무관에 배드민턴 동호회원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활동하기 좋게 티셔츠를 갈아입은 후 라켓을 들고 네트 앞에 서니, 누군가 특별히 신호를 주지 않아도 자연스레 네트 사이로 셔틀콕이 오간다. 10년 이상 배드민턴을 친 베테랑도, 이제 갓 배드민턴을 시작하는 입문자도 동호회 안에서는 모두가 동등한 회원이다.
“연습하자고 따로 약속을 잡지 않아도 점심시간에 연무장을 오면 다들 운동을 하고 있어요. 배드민턴은 보통 네 명이 함께 치기 때문에 같이 운동하면서 웃고 움직이다 보면 스트레스도 자연히 풀려요. 그런 점들이 배드민턴 동호회의 매력이죠.”
어느덧 12년째 회원으로 활동 중인 정윤희 훈련교사의 말이다. 청주여자교도소 배드민턴 동호회의 정식 명칭은 다름 아닌 ‘하이클리어’다. ‘하이클리어’는 배드민턴 기술 중 하나로, 체육학대사전에 따르면 “급히 쳐올려진 셔틀콕이 상대편 머리 위를 높이 날아가서 상대편 백코트에 떨어질 때”를 일컫는다. 이 용어를 차용해 지은 동호회 이름에는 ‘하나로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자’는 뜻을 담았다.
“동호회가 처음 결성된 것은 2010년입니다. 당시 복지과장이었던 박준희 과장님과 배드민턴에 관심 있던 몇몇 직원들이 의기투합해서 동호회를 만들었어요. 저는 2013년에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는 정윤희 훈련교사의 권유로 동호회에 가입했어요.”
현재 회장으로서 동호회를 이끄는 석영준 훈련교사가 하이클리어의 결성 배경을 설명해 줬다. 여자교도소라는 근무지 특성상 동호회원들도 여성 회원 비율이 높다. 연령대는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하다. 한편으로, 한창 육아에 바쁜 회원들에게 배드민턴은 일상에 에너지를 더해주는 활력소다. 동료들과 운동하는 재미도 있지만, 자녀를 돌보느라 따로 운동할 시간이 없는 워킹맘·워킹대디들은 ‘점심 배드민턴’을 통해 틈틈이 체력을 보충한다. 홍은의 교사 역시 점심시간을 이용해 운동을 할 겸 최근 배드민턴 동호회에 가입했다.
“지금 아이들이 한창 엄마 손이 필요해서 퇴근하면 바로 집에 가야 할 때가 대부분이에요. 그래도 운동은 해야겠다 싶어서,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배드민턴을 하고 있습니다. 전문적으로 배운 적은 없지만 어린 시절에 부모님과 가볍게 배드민턴을 쳤던 기억이 있어요. 그래서 더 부담 없이 운동을 즐기고 있습니다.”
배드민턴을 통해 성장의 기쁨을 느끼며
가벼운 운동과 동료 간 친교를 목적으로 모인 하이클리어 회원들 대다수는 구력이 길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배드민턴을 향한 열정만큼은 베테랑 못지않다. 점심시간에는 시간 맞는 회원들끼리 가볍게 운동을 즐기지만, 실력 향상에 의욕적인 회원들은 일주일에 두 차례씩 근무 시간 이후에 전문 강사에게서 별도로 레슨을 받기도 한다.
“요즘 들어 활동적인 운동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동료들과 게임을 하면서 겨루는 재미도 있고, 실력이 점점 늘어서 어느 순간 셔틀콕의 움직임이 더 잘 보일 때면 쾌감도 느껴요. 알게 모르게 실력이 향상하고 있다는 자신감도 생기고요. 그래서 치면 칠수록 더 잘하고 싶은 운동입니다.”
요즘 한창 배드민턴의 매력에 빠졌다는 하이클리어 총무 김정아 교사가 이렇게 말한다. 지난 몇 년간 코로나19로 인해 동호회 활동이 활발하지 못했지만,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차츰 활동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한동안 중단했던 월례회도 조만간 다시 시작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대회 출전도 목표로 하고 있다.
“회원들이 개인 자격으로 법무부장관기 배드민턴 대회에 출전하고 있어요. 실력에 따라 D급부터 A급까지 차례로 승급하는데, 차근차근 목표를 잡고 배워 나가면 좋으니까요. 욕심내지 않고 A급 우승까지 20년을 내다보고 있습니다.(웃음)”
김정아 교사의 야심 찬 포부에 주변 회원들이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이미 하이클리어는 몇 해 전 법무부장관기 배드민턴대회에서 B급 준우승과 D급 준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건강관리와 동료 간 친교를 위해 시작한 운동이어도, 전국 각지에서 동호인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낼 때마다 운동하는 즐거움이 커진다.
함께해서 더 좋은 운동, 모두 즐겨요
배드민턴은 달리고 치는 동작이 많은 운동이다. 수용자 대면 업무가 많은 교정공무원에게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밝은 정서를 유지해 주는 장점도 있다. 네트를 사이에 두고 신체 접촉 없이 행하는 운동인 까닭에, 교정기관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 동호회에서도 취미 스포츠로 주목받고 있다.
하이클리어 회원들이 꼽는 배드민턴의 가장 큰 장점은 ‘함께하는 운동’이라는 점이다. 혼자서도 기초 훈련은 할 수 있겠지만, 경기를 하려면 짝이 맞아야 한다. 둘 혹은 넷이 함께 어우러져 운동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잡념은 사라지고 얼굴 가득 하하호호 웃음이 넘쳐난다. 회원들 사이 남다른 동료애에 동호회 가입을 결심한 회원도 있다. 조용호 주임은 “배드민턴 동호회 분들이 활동하는 모습을 한 달 정도 지켜봤다”며, “함께 재미있게 배드민턴을 즐기는 모습을 보고 가입했다”고 전한다.
“이제 막 배드민턴에 입문해서 한창 배워가는 단계입니다. 그런데도 타고난 운동감각으로 빠르게 실력이 느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다른 회원들이 운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동기부여도 하게 됩니다.”
한편으로, 황선애 주임은 청주교도소에서 근무하는 배우자와 함께 배드민턴을 하고 있다. 부부가 나란히 맹활약을 펼치는 모습에 긍정적인 자극을 받는 회원들도 적지 않다. 현재 하이클리어의 회원 수는 약 20여 명. 하지만 이들은 청주여자교도소에서 근무 중인 더 많은 직원이 배드민턴의 매력에 빠지길 바란다.
“배드민턴은 자기계발과 팀워크를 함께 배양할 수 있고, 키나 체급의 제약이 없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운동입니다. 주위에서 배드민턴을 하는 분들을 쉽게 볼 수 있는 이유도 접근성이 좋은 운동이기 때문입니다. 청주여자교도소의 직원 여러분의 몸과 마음이 배드민턴을 통해서 더욱더 튼튼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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