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으로 인간성 회복을 이끌다
어려웠던 가정 형편을 이겨내고 법학과와 행정대학원 석사 과정을 마친 뒤 전주의 한 법무법인에서 상담실장으로 일하고 있는 양현섭 교정협의회장은 오랫동안 다양한 지역사회 봉사에 힘써 왔다. 그중 법원에서 처분을 받은 청소년들을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고 탈선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전주지방법원 소년자원보호위원 활동은 그에게 ‘주변의 도움이 있다면 죄를 지은 사람도 과거를 뉘우치고 선한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 준 좋은 계기가 됐다.
“이런 와중에 2003년, 전주교도소 교정협의회장을 거쳐 지금은 광주지방교정청 교정연합회장으로 활동하고 계시는 승천스님과 함께 전주교도소 불교법회에 올 기회가 있었는데요. 수용자들이 진심을 다해 법문을 외우고 찬불가를 부르던 모습이 뇌리에 깊이 박혔습니다. 이후 스님과 함께 전주교도소를 자주 찾았고, 약 1년 뒤인 2004년 9월 종교분과 교정위원으로 위촉돼 지금껏 열심히 교정교화 활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20년 가까이 교정위원으로 있다 보니 인간성 회복을 실감한 사례도 여럿 있다. 한국방송통신대학 전북지역대학 전주교도소분교에서 열심히 공부하던 한 수용자가 장학금을 받지 못해 학업을 포기할 위기에 처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학자금을 지원했다. 덕분에 그 수용자는 무사히 학업을 마칠 수 있었으며, 성실하게 제2의 인생을 살아 나가고 있다. 난폭하게 굴던 수용자를 여러 차례 상담하며 그의 착한 본성을 되살리고 모범 수용자로 탈바꿈시킨 경우도 있다. 양현섭 교정협의회장은 이러한 교정교화의 비결로 ‘경청’을 꼽았다.
“누구에게나 마음을 답답하게 하는 사연 한두 가지쯤은 있는 법입니다. 수용자도 마찬가지인데, 이들은 상대적으로 이야기를 들어 줄 사람이 적습니다. 누군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고 새로운 삶을 꿈꾸고 살아갈 수 있도록 다독여야 하는데요. 저는 교정위원이 그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봅니다. 실제로 수용자들과 상담하다 보면 열심히 이야기를 들어 줬다는 것만으로도 후련해 하고 이후 언행이 부드러워지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경청의 힘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순간이죠.”
성공적 사회 복귀를 위한 남다른 노력
양현섭 교정협의회장은 수용자 교정교화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출소자의 성공적인 사회 복귀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취업과 경제 활동은 출소자의 재범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그는 최근 사비로 전주 인근의 토지를 구입했다. 당장 갈 곳이 없는 출소자들에게 일터와 거처를 제공하는 사단법인을 설립하기 위한 첫 번째 발걸음이다.
“먹고 살 수 있는 직장과 안정적으로 머무를 수 있는 주거가 마련된다면 기댈 곳 없는 출소자들의 삶이 나아질 것입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도 안전해지겠죠. 출소 후 사회 복귀 시스템을 구축하는 좋은 선례를 남기기 위해, 앞으로 제가 준비한 토지를 바탕으로 출소자를 지원하는 사단법인을 설립하려 합니다. 이 도전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전국으로 퍼져 나가서 출소자의 성공적인 사회 복귀의 밀알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
한편 양현섭 교정협의회장은 전주지방검찰청 범죄피해자지원센터 위원 활동도 겸하고 있다. 수용자들의 교정교화만큼이나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도 중요하다는 그의 생각이 반영된 결과다. 더불어 광주지방교정청 교정연합회 사무총장으로도 활동하며 보다 효과적인 교정교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 중인 그는 전주교도소 교정협의회장으로서 남은 1년 6개월 임기 동안 교정위원들의 다채로운 활동을 굳건히 뒷받침할 계획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멈춰 있었던 대면 교정교화 활동을 대폭 활성화시킬 생각입니다. 비대면 활동도 좋지만, 직접 만나서 수용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진심으로 조언을 건네는 것만큼 효과적인 교정교화는 없다고 확신합니다. 아울러 출소자들이 다시 교정시설에 들어오지 않도록 사회적 기반을 다질 수 있는 활동도 병행하려고 하는데요. 우리 사회가 더욱 넓은 아량과 많은 관심을 보내 주신다면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모두 함께 힘을 모아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나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