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습니다
허승민 교감 최 교도가 작년 11월에 입직했으니, 이번 달이 지나면 2년차 교정공무원이 되네요! 미리 축하합니다.(웃음) 난 송무팀에서 일하느라 최 교도와 이렇다 할 추억을 쌓지는 못했지만, 보안과 야근부에서 적극적인 자세로 열심히 일한다는 소식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어요. 1년 동안 교정공무원으로 일해 본 소감은 어떤가요?
최동수 교도송무팀장으로 일하시느라 무척 바쁘실 텐데 까마득한 후배까지 챙겨 주시니 마음이 뭉클합니다, 교감님! 3년 동안 열심히 공부한 끝에 교정공무원으로 일할 수 있게 돼서인지 제 예상보다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3개월차에 코로나19 확산을 막느라 D급 방호복을 입고 일했을 때는 정말 힘들었지만, 그 외에는 나름대로 보람차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물론 가끔씩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기도 하는데요. 혹시 베테랑이신 교감님도 이런 생각을 하시나요?
허승민 교감 물론이죠. 사람의 일 중 정답이 있는 경우는 시험을 빼놓고는 그리 많지 않아요.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기에 내 자리에서 가장 후회를 덜할 수 있는 선택지를 고르기 위해 최선을 다해 왔습니다. 교정공무원으로서 스스로 자긍심을 높이고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자기계발에 매달리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교정공무원 생활 27년차인 나도 송무 업무를 더 잘하기 위해 최근 판례를 꾸준히 살펴보고 있고, 누가 봐도 합당한 소송 결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 관련 지식을 열심히 공부하고 있죠. 최 교도도 요즘 일을 열심히 배우고 있죠?
최동수 교도아무래도 이제 막 2년차에 접어들고 있으니 모르는 것도 많고 이것저것 익혀야 할 것도 많습니다. 주어진 일을 능숙하게 처리할 수 없다 보니 종종 조급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세월이 약이라는 생각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습니다.
허승민 교감 평생 교정공무원을 한 선배들도 교도소의 모든 업무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그러니 너무 조급해하거나 무리하지 않아도 돼요.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지금처럼만 열심히 일하면 자연스럽게 많은 것들을 잘 처리할 수 있게 될 겁니다.
도전하기 가장 좋은 날, ‘오늘’
최동수 교도생각해 보면 인생은 도전과 배움의 연속인 것 같습니다. 수험생 시절에는 입직만 하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는데, 막상 들어와 보니 ‘이제부터가 진짜 도전’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습니다. 열심히 일하다가도 계속 도전하고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 이따금씩 속이 답답해지기도 하고, 언행이 소극적으로 변하기도 하는데요. 교감님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 오셨나요?
허승민 교감 우리는 살면서 가장 중요한 사실 하나를 거의 잊고 지냅니다. 바로 ‘오늘이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을 때’라는 것인데요. 흔히 사람들이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하면서 어릴 때 열심히 도전해 보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나는 지금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인 오늘을 살고 있으니, 결국 우리는 매 순간 도전하기 가장 좋은 때를 살고 있는 셈입니다. 나도 도전하기를 주저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지만, 이런 생각을 갖고 있기에 금세 정신을 차리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어요. 최 교도가 더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내가 직접 겪은 예를 하나 들어 볼게요. 나는 원래 오래달리기에 재능이 없던 사람이었어요. 오죽하면 군대에서 아침마다 구보를 할 때 항상 1번 낙오자 자리를 차지할 정도였죠. 그런데 2007년 우연히 선배를 따라 마라톤동호회에 가입했고, 그해 봄 5km 코스를 완주했어요. 젊을 때도 달리지 못하던 거리를 주파하니 재미가 붙더군요. 그래서 그 뒤로 꾸준히 달리기에 매달렸더니 어느새 마라톤 풀코스도 완주할 수 있게 됐어요. 지금은 하루에 1시간 정도 꾸준히 조깅을 즐기고 있죠. 만약 내가 군대 시절만 생각하고 마라톤 동호회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동호회에 가입한 뒤 5km 코스 완주에만 만족했다면 지금 같은 달리기 실력을 갖출 수 있었을까요? 도전은 젊을 때 하기 좋고, 우리는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오늘을 살고 있습니다. 결국 도전은 인간의 숙명과도 같은 존재죠. 최 교도를 포함한 후배들에게도 앞으로 닥칠 일을 걱정하기보다는 일단 배우고 도전해 보라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앞으로의 도전에 용기를 더하다
최동수 교도교감님의 생생한 체험담을 듣고 나니 도전과 배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서서히 걷히는 것 같습니다! 요즘 조사징벌사동에서 다소 거친 수용자들을 상대하면서 난감하고 힘들 때가 많았는데, 매일 하나씩 도전 과제를 정하고 실천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지금껏 선배님들에게 많은 것들을 여쭤보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갔는데, 혹시 교감님은 선배로서 이런 후배가 귀찮게 느껴지지는 않으신가요?
허승민 교감 선배들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다가오고 물어보는 후배를 좋아합니다. 예의 바르게 인사 잘하고 일 배우느라 이것저것 열심히 질문하는 후배를 왜 귀찮아하겠어요? 그런 의미에서 나의 대답을 듣고 싶은 질문이 또 있나요? 서로 일에 바빠서 잘 만나지 못하는데, 이번 기회에 모두 해결해 봅시다.
최동수 교도 교감님이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요즘 최대 고민거리를 하나 털어놓겠습니다. 수용동 근무를 서다 보면 때때로 통제하기가 힘든 수용자를 마주하게 되는데요. 이럴 때는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허승민 교감 수용자 사례가 워낙 다양해서 ‘이렇게 해라’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법과 규칙의 테두리 안에서 맺고 끊음을 분명히 해야 수용 질서가 확립됩니다. 예전에 수용 도우미의 발소리가 거슬린다면서 저 멀리 돌아서 다니도록 조치해 달라고 요구한 수용자가 있었는데요. 나는 그 수용자에게 이렇게 답했습니다. ‘수용 도우미들은 우리 교도소에서 정해진 규칙에 따라 수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열심히 봉사하고 있는 것이니 그럴 수 없다.’ 그러고는 또 다시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을 수 없도록 ‘지금 이런 말도 안 되는 요구로 나를 계속 붙잡는 일은 일종의 업무 방해가 될 수 있다’고 딱 잘라 말했죠. 교정교화를 위해 수용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좋지만, 끊어야 할 때는 법과 규칙에 따라 냉철하게 끊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최동수 교도과연 교감님이십니다! 앞으로 돌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감이 잡히네요. 오늘 전해 주신 말씀과 조언을 잊지 않고 실천해서 늘 도전과 배움에 나서는 용기 있는 후배로 발돋움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저의 여러 도전을 애정 어린 눈길로 지켜봐 주세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