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 K팝 걸그룹이 연 새로운 세계
K팝 걸그룹 최초 빌보드 앨범 차트 1위 차지한 블랙핑크
블랙핑크가 K팝 걸그룹 최초로 빌보드의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 1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방탄소년단, 슈퍼엠, 스트레이 키즈에 이어 블랙핑크가 네 번째로 이 차트 1위에 올랐고, 앞선 세 보이그룹에 이은 첫 번째 걸그룹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글 정덕현 문화평론가 사진 YG엔터테인먼트
블랙핑크가 K팝 걸그룹 최초로 빌보드의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 1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방탄소년단, 슈퍼엠, 스트레이 키즈에 이어 블랙핑크가 네 번째로 이 차트 1위에 올랐고, 앞선 세 보이그룹에 이은 첫 번째 걸그룹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글 정덕현 문화평론가 사진 YG엔터테인먼트
블랙핑크는 정규 2집 ‘본 핑크(BORN PINK)’를 내기 전 ‘핑크 베놈(Pink Venom)’을 선공개한 바 있다. ‘핑크’라는 색깔과 ‘베놈(독)’이라는 치명적이고 자극적인 단어는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곡을 담은 뮤직비디오를 보면 그것이 얼마나 잘 어우러지는가를 실감하게 된다. 치명적일 정도로 아름답고 사랑스럽지만 위험한 유혹이랄까. 그런데 이것은 블랙핑크라는 걸그룹의 정체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블랙핑크는 걸크러시의 당당하고 멋진 면면(블랙)을 갖고 있으면서도 여성으로서의 아름다움(핑크) 또한 ‘천상계’의 비주얼을 동시에 갖고 있는 걸 그룹이다. 그래서 어쩌면 가녀리게까지 느껴지는 여성적인 면들을 가진 이들이 저토록 강렬하고 때론 소름 끼치는 에너지를 폭발적으로 쏟아낼 때 누구나 그 반전에 놀라움을 느낄 수밖에 없게 만드는 그룹이다.
2016년 데뷔한 블랙핑크는 지수, 제니, 로제 그리고 리사를 멤버로 하는 K팝 3세대 아이돌 걸그룹으로 통한다. YG 소속 걸 그룹답게 특유의 힙합 베이스를 기반으로 하는 흑인 음악의 색깔을 갖고 있고 무엇보다 걸크러시를 이미지로 삼고 있어 초창기에는 역시 4인조 YG 걸그룹이었던 2NE1과 그 음악적 색깔이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2NE1이 활동을 종료하면서 블랙핑크는 본격적으로 자신들의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무엇보다 탄탄한 실력으로 국내는 물론이고 전 세계에 팬덤을 확장하게 됐다. ‘휘파람’과 ‘붐바야’ 그리고 ‘킬 디스 러브(Kill This Love)’를 히트시키며 세계 팝 시장에 존재감을 드러낸 블랙핑크는 ‘뚜두뚜두’ 같은 곡을 통해 자신들이 가진 ‘걸스힙합’과 ‘걸크러시’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이 부분은 특히 중요한데, 그것은 걸그룹이 보이그룹들처럼 글로벌 팬덤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 바로 이 지점에 있기 때문이다. 그간 방탄소년단, 슈퍼엠, 스트레이 키즈 같은 보이그룹들이 더 빨리 글로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던 기반은 팬덤 활동이 주로 여성 팬층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어서였다. 즉 팬덤을 가지기 위해서는 여성 팬들에게 어필하는 것이 중요했다는 것. 과거 소녀시대나 원더걸스 같은 걸그룹들은 물론 소녀 팬들을 갖고 있었지만 여성스러움과 섹시함을 강조하며 남성 팬 나아가 ‘삼촌 팬’을 겨냥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팬덤이 중요해지면서 블랙핑크 같은 걸그룹도 이제 여성 팬덤을 중심축으로 갖는 새로운 전략이 대세가 됐다. ‘여성들의 워너비’는 그래서 걸그룹들이 추구하는 새로운 경향이 됐고, 블랙핑크는 단연 그걸 맨 앞에서 보여주는 걸그룹이었다.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싶지만 동시에 그것만으로 오판했다간 큰일 나는 당당함과 뾰족함을 가진 그런 존재. ‘본 핑크’는 바로 그 블랙핑크의 본색을 보여준 앨범이고, 그런 점에서 전 세계 팬덤이 호응해 빌보드 200 1위라는 결과를 낸 것이었다.
블랙핑크의 인기는 유튜브의 압도적인 수치를 통해 분명히 드러난다. 콘텐츠 누적 조회 수는 250억 회에 육박하고, 채널 구독자는 현재 8,230만 명 이상이다. 이 수치는 전 세계 남녀 아티스트들을 통틀어 가장 많다. 따라서 블랙핑크가 정규 앨범과 함께 올리는 뮤직비디오는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엄청난 조회 수를 기록하곤 한다. 단 20초 안팎의 ‘핑크 베놈’ 티저 영상이 나왔을 때도 순식간에 조회 수가 무려 1억 3천만 뷰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건 팬덤이 형성돼 있고 그래서 늘 블랙핑크의 새 활동을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다. 이번 정규 2집의 예약 판매가 일주일 만에 선 주문량 150만 장을 돌파했던 것도 이러한 팬덤 덕분이다.
즉 지금의 글로벌 팝시장은 글로벌 팬덤을 얼마나 많이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있느냐가 판세를 가르는 상황이다. 방탄소년단이 일찍이 유튜브를 통해 글로벌 팬덤 아미와 소통하며 거대하게 성장했던 그 길을 블랙핑크 또한 똑같이 걷고 있다. 방탄소년단이 전혀 어떤 미래가 있을지 모른 채 그 길을 걸었다면 블랙핑크는 이제 이미 나 있는 길 위에서 더 좋은 선택들을 하며 걸어간다는 점이 훨씬 더 유리한 위치를 말해준다. 뮤직비디오가 나오고 그 음악을 위해 준비했던 연습 과정이 녹아있는 퍼포먼스 비디오가 따라 나오며 일상적인 대화를 담은 브이로그 영상들이 덧붙여지면서 블랙핑크의 글로벌 팬덤 블링크는 기묘한 경험을 공유하게 된다. 그건 뮤직비디오를 통해 도무지 사람이라고는 볼 수 없을 만큼 아우라와 카리스마가 넘치는 블랙핑크의 면면을 접하며 감탄하다, 너무나 소녀 같은 일상의 그들을 만나면서 갖게 되는 경외감과 친밀감의 결합에서 나오는 경험이다.
이제 블랙핑크는 방탄소년단이 빌보드의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 1위를 기록한 후 도전했던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를 향해 나갈 차례가 됐다. 앨범 차트가 팬덤의 힘에 의한 것이라면, ‘핫 100 차트’는 일반 대중들의 인기차트라는 점에서 블랙핑크가 명실공히 글로벌 팝스타로 공인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본 핑크’에 수록된 ‘핑크 베놈’은 22위, ‘셧다운’은 25위를 차지했다. 한때는 상상하기도 어려웠던 빌보드 차트에 보이그룹 방탄소년단에 이어 걸그룹 블랙핑크까지 우뚝 서는 그 길 뒤편으로 K팝의 미래가 보인다. 이미 형성된 K팝 팬덤에 의해 또다시 빌보드 차트에 서게 될 K팝 그룹들이 이끌어갈 미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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