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천탕 너머까지 붉고 따뜻한
인천 강화 석모도미네랄온천
노천탕 위로 김이 뽀얗게 올랐다. 몽글몽글 피어오르다 이내 찬바람에 사라지고, 다시 몽글몽글 피어올라 뿌옇게 퍼지기를 반복한다. 해가 지는 바다 너머의 풍경은 찬란해지고, 몸은 살짝 뜨겁다 싶게 따뜻했으며, 머리는 적당하게 차 개운하다.
석모도는 2017년 강화 본섬과 연결돼 뭍이 됐다. 이후 가장 먼저 주목받은 곳이 바로 석모도미네랄온천이다. 석모도미네랄온천은 해안가에 바투 선 노천 온천탕이다. 낮 동안엔 해풍을 맞으며, 또 해질녘엔 노을 아래에서 온천욕을 즐길 수 있어 사철 찾는 이들이 많다. 여기에 전망까지 탁월하다. 건물 옥상에 올라 바다를 등지고 서면 보문사 눈썹바위가 한눈에 들어오고, 바다 쪽을 향해 서면 15개의 노천탕 너머로 윤슬이 반짝거린다.
무엇보다 탕치(湯治)의 즐거움이 크다. 탕치는 온천에서 목욕하며 병을 고친다는 뜻이다. 실제 이곳의 온천수에는 칼슘과 칼륨을 비롯한 마그네슘, 염화나트륨 등이 풍부해 관절염과 근육통, 아토피피부염 등에 효과가 탁월하다고 한다. 지하 460m 화강암에서 용출하는 원수의 온도는 51℃. 뜨거운 편이지만 걱정 마시라. 찬 해풍에 노천탕의 온도는 늘 43~45℃ 정도로 맞춰지니, 당신은 가만히 앉아 주위 풍광을 즐기며 온천욕만 즐기시면 된다.
기원의 절, 보문사
먼 바다에서 불어온 해풍이 온천을 지나 닿는 곳은 ‘기원의 절’ 보문사다. 보문사는 남해 보리암, 양양 홍련암, 여수 향일암과 함께 우리나라 4대 해수관음 성지로 알려진 곳이다. 나한전과 와불전, 대웅전을 지나 눈썹바위로 오르면, 20여 분이 채 안 돼 서해바다가 발아래로 깔린다. “나무관세음보살, 나무관세음보살….” 합장한 손 위로 ‘숨 같은’ 기원들이 스민다.
뜨끈뜨끈하고 후끈후끈한
경기 여주 여주참숯마을
몸에 한기가 들기 시작하면 숯가마를 찾는 것이 좋다. 숯 굽는 구경도 하고, 숯을 구워낸 뒤에는 남아 있는 가마의 열기로 후끈한 찜질까지 즐길 수 있다. 목적지는 경기도 여주에 있는 참숯마을. 캠핑장과 수영장까지 갖춰 겨울철 캠퍼들에게 인기가 많은 이곳은 숯가마 중 유일하게 한국관광공사 추천 관광지로 등록된 곳이다. 관광공사 추천 관광지라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지만, 이곳의 숯은 강원도에서 자란 30~40년 수령의 참나무를 가공해 만들어 질이 좋다고 한다. 그 좋은 숯이 만들어지는 가마에서 찜질을 하니 몸에도 한결 이로운 것이 당연할 터.
찜질은 대부분 공장 견학 후 시작한다. 남한강가의 고운 황토와 원주 문막의 단단한 돌로 만든 10여 개의 가마가 찜질용으로 개방돼 손님을 맞는다. 개방 초기의 숯가마 온도는 무려 150~200℃. 들어갔다 나오면 피부가 꽃처럼 빨갛게 익어 일명 ‘꽃탕’이라 불리는데, 이 가마는 매우 뜨거워 수건으로 온몸을 감싼 뒤 들어가야 한다. 숨이 콱콱 막히는 꽃탕이 힘들다면, 80℃의 고온탕이나 50℃의 중온탕 등을 찾아도 된다. 음이온과 원적외선의 양은 꽃탕에 비해 적지만 몸은 훨씬 편하다. 숯가마는 땀이 비 오듯 흘러도 숯의 제습 작용으로 인해 끈적이지 않고 개운하니, 찜질 후 바로 숙면에 들어도 좋다.
이한치한의 맛, 천서리막국수
혀가 얼얼해질 정도로 매운 양념이 듬뿍 들어간 막국수를 먹고 싶다면 여주 천서리로 가자. 천서리는 춘천막국수와 더불어 막국수의 양대 산맥으로 통하는 천서리막국수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매운맛 양념에 시원한 동치미 국물의 감칠맛이 어우러져 찜질 후의 열기가 싹 잊힌다. 식사 후엔 인근의 파사성에도 올라볼 일이다. 남한강 조망대로 통할 만큼 풍경이 좋다.
따뜻한 기운이 오래 깊이 남는
전남 함평 신흥해수약찜
뼈마디가 시릴 땐 ‘몸을 지지는 것’이 제일이다. 집에서 가까운 찜질방도 좋지만 하루 종일 몸이 찌뿌듯하다면, 전남 함평으로 길을 잡자. 이곳에는 케케묵어 오래된 만성질환에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해수찜 집들이 있다. 그중 신흥해수약찜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20여 개의 찜방이 있고, 각 찜방에는 네모로 파인 탕이 하나씩 갖춰져 있다. 탕 안엔 따뜻한 물이 찰랑찰랑하고, 쑥·솔잎 등 약초자루 2~3개가 들어있다. 해수찜질은 이 탕 안에 소나무 장작으로 가열한 유황돌을 넣는 순간 시작되는데, 유황돌을 집어넣으면 ‘치~잇’하는 소리와 함께 거침없이 수증기가 피어오른다.
하지만 수증기 속을 겁 없이 덥석, 들어가면 큰일 난다. 돌을 넣은 직후의 물 온도가 무려 70~80℃다. 함평식 찜질은 이 뜨거운 물을 바가지로 뜬 다음 수건에 적셔 몸을 ‘찜질’하는 방식이다. 입고 있는 옷이 흠뻑 젖을 만큼 수건으로 아픈 부위를 반복해 치대면, 아프고 결린 부분만 따뜻하게 풀어줘 치료 효과가 좋다는 것. 그렇게 1시간 30여 분을 치댄 후엔, 식어 따뜻해진 탕 안으로 들어가자. 온몸을 감싸는 온기로 무장해제 되는 피로. 민물로 헹구지 않고 그대로 말리면 숙면은 기본, 그 가뿐함과 상쾌함이 더 오래 지속된다.
일몰 명소, 돌머리해수욕장
해수찜 집에서 불과 5분여 거리에 있는 해수욕장으로, 육지의 끝이 바위로 되어 있어 ‘돌머리’란 이름이 붙었다. 함평에서 첫손에 꼽히는 일몰 명소로, 해변을 둘러싼 곰솔 숲이 뷰포인트다.
좀 더 색다른 포토존을 찾는다면, 바다 바로 곁에 둑을 쌓아 만든 인공풀장을 찾자. 해질 무렵 이 둑 위에 올라서면 바다 가운데에 서서 사진을 찍은 듯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