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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감으로 완성하는
안정적 일상

홍성교도소 교감 남관우 & 교도 김성수

많은 사람들이 반복되는 일상을 별일 아닌 것처럼 여기지만, 사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안정적인 일상은 업무와 여가, 몸과 마음의 균형이 적절하게 잡혀 있어야 비로소 누릴 수 있는 소중한 보물이다. 그 균형감의 비결이 궁금했던 경력 2년차의 김성수 교도는 고심 끝에 평소 존경해 온 25년차 베테랑 선배 남관우 교감에게 대화를 청했다.

강진우 사진 홍승진

‘원칙’으로 이루는 수용자와의 균형감

김성수 교도 교감님, 안녕하세요! 매일 같이 뵙는데도 바쁜 업무 때문에 차 한 잔 나누기가 쉽지 않네요. 이렇게 마음을 굳게 먹고 난 뒤에야 커피를 타 드리다니, 저도 참 염치가 없습니다.(웃음)

남관우 교감 그렇게 생각할 필요 전혀 없어요. 수용동 팀장으로서 기동순찰팀인 김 교도가 이리저리 바쁘게 다니며 업무 처리에 매진한다는 걸 잘 알고 있는데, 선배가 돼서 한가롭게 커피나 타 달라고 할 수야 없죠.(웃음) 마음을 굳게 먹고 왔다고 말하는 걸 보니 뭔가 고민이 있는 모양이죠? 자, 한 번 마음 편히 털어놔 봐요.

김성수 교도 교감님이 그렇게 말씀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고민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 같네요! 사실 오늘은 여러 가지 균형감에 대해 질문드리고 싶어요. 첫 번째 고민은 수용자를 대하는 태도입니다. 선배님들이 수용자를 대하는 모습을 살펴보면 어떤 때는 엄격하다가도 또 어떤 때는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기도 하는데요. 이제 막 2년차에 접어든 저로서는 그 기준을 잘 모르겠어요.

남관우 교감 신입 교정공무원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할 법한 고민이죠. 나도 신입 시절 그런 고민을 많이 했어요. 물론 수용자를 대할 때 저마다의 기준이 있겠지만, 나는 법과 규칙을 가장 먼저 떠올려요. 수용자의 행동이 법과 규칙에 어긋나면 어떤 상황에서든 엄정하게 원칙을 사수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수용 질서를 확립하기 어렵고, 착한 수용자들만 피해를 보죠. 이런 가운데에도 수용자를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죄를 짓고 교정시설에 들어왔지만 언젠가는 출소해서 우리의 이웃이 돼야 하는 사람들이니까요. 따라서 법과 규칙을 잘 준수하는 수용자라면 우리 사회의 안전과 모두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부드러운 교정교화에 나서야 합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격언이 있는데 이 말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전달되기 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수용 관리에 있어 방향 설정이 어려울 땐 항상 이 말을 떠올리며 규칙의 테두리 안에서 어느 정도 관용을 베풀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있어요. 어쨌든 엄격한 법 집행과 부드러운 교정교화를 나누는 기준은 원칙이라는 점을 기억해 두면 좋겠어요.

음악으로 실천하는 두 사람의 ‘워라밸’

김성수 교도 말씀을 듣고 보니 앞으로 수용자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알 것 같습니다. 수용자와의 관계에 있어 적절한 균형감을 유지하는 비결은 바로 ‘원칙’이었군요. 정년퇴직할 때까지 오늘 교감님의 가르침을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이 기운을 그대로 살려서 두 번째 균형감에 대해 여쭙고 싶은데요. 바로 일과 생활 사이의 균형감입니다. 요즘 흔히들 ‘워라밸’이라고 하는데, 저는 제 생활을 무조건 최우선으로 두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단지 일과 생활을 잘 병행하면서 오래도록 스트레스 없이 살아가고 싶을 뿐인데요. 교감님은 퇴근 후 어떻게 시간을 보내시나요?

남관우 교감 올해 봄부터 관사 앞 텃밭에 여러 가지 채소를 기르고 있어요. 여름에는 상추, 고추, 치커리 등을 알차게 수확해서 한동안 웰빙 식단을 즐기기도 했죠. 김 교도의 말처럼 오래도록 무리 없이 일하려면 일로 인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나름의 방법을 갖고 있어야 해요. 그런데 우리는 이미 좋은 취미생활을 공유하고 있잖아요, 그렇죠?

김성수 교도 작년에 창단한 음악동호회 말씀이시군요! 맞아요, 음악은 일상의 시름을 단숨에 잊게 만드는 훌륭한 취미죠. 전임 소장님을 포함한 선배님들이 음악동호회를 결성하려고 할 때 저도 내심 함께하고 싶었는데, 좋은 기회를 주셔서 졸지에 창단 멤버가 됐습니다. 작년 말 창단식 겸 연주회 때 두 시간 정도만 연습했는데도 불구하고 저의 베이스 기타와 교감님의 색소폰 소리가 잘 어우러져서 무척 기뻤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남관우 교감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그 이후로 한 번도 합주를 하지 못한 게 참 아쉬워요. 이제 상황이 조금씩 나아지는 만큼 조만간 정기 모임을 시작할 계획이에요. 연말을 맞아 버스킹 공연도 준비하고 있는데, 그때도 김 교도가 적극적으로 나서 줄 거라고 굳게 믿고 있어요. 사실 베이시스트 구하기가 왼손 강속구 투수 영입하기만큼 어려운데, 열여덟 살 때부터 꾸준히 베이스 기타를 연주해 온 김 교도가 있어서 음악동호회 회장으로서 무척 든든합니다!(웃음)

세상과의 균형감으로 시야를 넓히다

김성수 교도 교감님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역시 선배님 찾아뵙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어두웠던 등잔 밑이 환하게 밝혀지는 기분입니다.

남관우 교감 오히려 저야말로 김 교도와의 담소가 무척 즐겁고 유익하네요.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과 앞으로도 잘 간직하고 실천해야 할 균형감에 대해 다시금 깨닫는 계기가 됐어요. 먼저 선배에게 다가오기 쉽지 않았을 텐데, 용기 내 줘서 고마워요. 균형감에 대한 대화를 나누다 보니 김 교도에게 전하고 싶은 또 하나의 균형감이 떠올랐는데, 이 기회에 이야기를 좀 더 이어 나가 볼까요?

김성수 교도 좋습니다, 교감님! 이번에는 어떤 균형감에 대해 이야기해 주실지 벌써부터 기대되네요!

남관우 교감 교정공무원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말투가 지시형으로 변하고 딱딱해질 수 있어요. 수용자를 대상으로 엄격하게 법을 집행하다 보니 생기는 일종의 습관인데, 자칫 바깥에서 주변 사람들을 대할 때도 튀어나올 수 있죠. 그래서 나는 퇴근 후 일부러 다른 직업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과 만남을 자주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교도소 담장 밖의 이야기를 듣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딱딱해진 마음을 부들부들하게 만드는 거죠. 이런 시간은 현실 감각을 유지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그러다 보면 수용자들에 대한 편견이 조금씩 사라지고, 어떤 방식으로 교정교화에 나서야겠다는 나름의 철학도 생기게 되죠. 교도소 안과 밖의 적절한 밸런스, 이것이 내가 김 교도에게 전해 줄 마지막 균형감입니다.

김성수 교도 이야기를 듣고 나니 교감님 특유의 인자함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습니다. 교감님 말씀대로 앞으로 세상과의 균형감도 놓치지 않는 자랑스러운 후배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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