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바다의 깊은 맛
꽃게와 대하
붉은색이 빛을 내며 가을이 도래했음을 알린다. 비단 만산홍엽 단풍만이 붉은 것은 아니다. 불에 닿으면 선홍색을 내는 새우와 꽃게가 가을 바닷속에 있다. 한반도의 가을은 단풍뿐만이 아니라 갑각류 축제도 열린다.
글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
붉은색이 빛을 내며 가을이 도래했음을 알린다. 비단 만산홍엽 단풍만이 붉은 것은 아니다. 불에 닿으면 선홍색을 내는 새우와 꽃게가 가을 바닷속에 있다. 한반도의 가을은 단풍뿐만이 아니라 갑각류 축제도 열린다.
글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
꽃게는 먹기 다소 번거롭지만 그 맛이 훌륭해 ‘국민 갑각류’로 불린다. 익으면 꽃처럼 빨갛지만, 그 이유로 붙은 이름이 아니다. 꽃게는 사실 곶(串)게에서 나온 말로 끄트머리가 가시처럼 뾰족하게 돋아나 있다. 희고 부드러운 살을 머금으면 당장 맛이 피어나니 이름에 꽃을 붙이기에 모자람이 없다.
꽃게는 연평도 등 서해안 모래에 주로 서식한다. 기어 다니는 것이 아니라, 물속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유영을 한다. 네 번째 다리가 마치 노처럼 생긴 유영지(游泳肢)인데 이를 휘저으며 물고기를 잡아먹기 위해 달려든다. 사냥할 때는 세고 단단한 집게발을 이용한다.
대게와는 달리 알까지 먹을 수 있고 향이 매우 진해 다양한 요리에 쓰인다. 찜으로 먹기도 하고 국물 재료로도 쓰인다. 된장국에 넣으면 진한 풍미를 느낄 수 있으며 아예 꽃게만 넣고 시원하게 끓여 내는 꽃게탕도 있다.
간장게장은 역사가 오랜 음식이다. 원래는 게젓, 또는 동난지라 불렀다. 《청구영언(靑丘永言)》에는 게장(동난지)을 파는 장사꾼을 다룬 시가 등장한다. ‘겉은 뼈요 속은 고기, 두 눈은 하늘을 향하고, 앞으로 가고 뒤고 가고 작은 다리 여덟 큰 다리 둘, 간장 맛이 아스슥한 동난지 사시오’ 교과서에도 실릴 정도로 유명한 이 시는 게의 특징에 대해 묘사하고 있다. 밥도둑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짭짤하고 감칠맛이 도니 밥 한두 공기는 그냥 들어간다. 게다가 게딱지에 든 내장은 어떤 젓갈보다 감칠맛이 뛰어나다. 게장 내장을 싹싹 긁어 밥을 비비면 다시 한 공기의 밥이 필요해진다.
요즘은 대하 역시 감칠맛이 터져 나올 때다. 긴 수염, 굽은 허리 탓에 바다의 늙은이, 중국과 일본에서 새우를 일컬어 해로(海老)라 불렀다. 우리에겐 누천년 입맛을 함께 한 밥상의 벗이다. 새우로 젓을 담아 팔면 바다와 멀리 떨어진 내륙까지 입맛을 돌게 했다. 젓새우가 아닌 대하는 구워 먹는다. 10월이 맛의 절정으로 굵은소금 깔아 불을 지피고 생새우를 넣으면 팔딱팔딱 뛰다 어느새 탱글탱글한 새우구이가 된다.
보리새우과에 속하는 대하는 연회색 몸에 진회색 작은 점들이 총총 박혀있다. 하늘로 솟구친 뿔과 수염이 길다. 늦봄부터 서남해안 연근해에서 어린 조개 따위를 먹고살다가 11월이면 떠난다. 양식이 되지 않는 대하의 대체품으로 들여온 흰다리새우는 사실 소비자들에게 더욱 익숙하다. 이름처럼 다리가 하얗고, 대가리 뿔과 수염이 대하보다 짧다. 주로 양식이지만 살집이 튼실하고 수조에서도 오래 살아 새우구이와 새우회를 파는 가게에서 주로 쓰는 종류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새우가 강장식품이라 ‘혼자 여행할 때 새우를 먹지 말라’고 썼다. 실제 새우에는 열에 의해 붉은 색소로 변화하는 단백질(아스타크산틴)이 있는데 노화방지와 항산화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타우린 성분도 많아 피로회복과 자양강장에 좋으며, 아르기닌도 풍부해 스태미나 향상에 도움이 된다. 콜레스테롤이 많아 혈압에 좋지 않다는 오명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이야기다. 몸에 좋은 콜레스테롤을 더 많이 함유돼 있고, 대가리와 껍질 부위에는 키토산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혈중 콜레스테롤을 저감시키는 작용을 한다.
분홍빛에 달달한 맛으로 유명한 도화새우는 횟감이나 초밥용 재료로 많이 사용한다. 동해안 깊은 물에서 주로 잡히며 선어 상태로 차가운 곳에서 숙성시키면 찰떡처럼 차지고 깊은 단맛을 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방한 때 유명세를 치른 ‘독도새우’ 역시 도화새우의 한 종류다. 독도 인근 심해에 사는 독도새우는 성체 크기가 무척 커서 음료수 병 정도의 크기도 쉽게 볼 수 있다.
제주도에서 즐겨먹는 닭새우(가시배새우)는 범배아목의 생물로 분류상 새우에 들지 않는다. 먹어보면 맛도 다르다. 닭새우와 가시발새우 등이 있는데 특유의 향과 쫄깃한 식감이 우리가 아는 새우와는 좀 거리가 있다. 하지만 우린 새우라 부르고 있다.
붉은빛 새우와 꽃게에 살이 차오르면 이제 가을도 완연히 익어간다. 식욕의 계절, 제철 맞은 새우와 꽃게가 뛰니 입맛 또한 덩달아 펄펄 뛰기 시작한다. 제철의 맛 좋은 식재료인 새우와 꽃게를 탐닉하러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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