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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속 교도소 이미지,
이대로 괜찮을까

비현실적 이미지로 소비되는 드라마 속 교정시설

우리네 드라마나 영화에서 교도소는 현재 어떻게 그려지고 있을까. 지나치게 부정적이거나 비현실적으로 그려지고 있는 건 아닐까. 그리고 이러한 이미지는 과연 실제 현실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정덕현 문화평론가

<인사이더>와 <빅마우스>의 비현실적인 교도소

최근 종영한 드라마 <인사이더>는 교도소에 수감된 인물에 접근하기 위해 언더커버가 되어 그곳에 들어가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게 되는 요한(강하늘)이라는 인물의 이야기를 다뤘다. 그런데 여기서 그려지는 감옥의 풍경이 너무나 낯설다. 놀랍게도 이 감옥에서는 교도소장부터 모든 교도관들이 공모해 수용자들의 도박판을 돕는다. 거기에는 판의 규모에 따라 레벨까지 나눠져 있는데, 이른바 VIP들은 마치 호텔 카지노 같은 곳에서 도박을 한다. 또 이 교도소에는 이들 VIP들만 지내는 특별 공간이 마련돼 있는데, 그곳은 어마어마하게 화려한 호텔처럼 꾸며져 있다. 주인공 요한은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도박을 배우고 최고 레벨 도박판까지 들어가 결국에는 교도소를 접수한다. 수용자들을 교정교화하는 공간인 교도소에서 오히려 범법 행위인 도박판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여기에 교도소장과 교도관들 그리고 정재계 인물들까지 간여한다는 이야기. 도무지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는 교도소의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개연성 없는 교도소의 풍경은 <인사이더>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빅마우스>도 마찬가지다. 이곳에도 <인사이더>처럼 VIP 수용자들을 위한 지하 비밀 공간이 존재하고 그곳은 마치 호텔 바처럼 꾸며져 있다. 게다가 이 수용자들은 교도소장과 교도관들의 묵인 하에 살인까지도 벌이는 범법 행위를 자행한다. 이 드라마는 마약왕이자 희대의 사기꾼으로 알려진 빅마우스라는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들어간 변호사 박창호(이종석)가 그곳에서 생존해 자신을 그렇게 만든 이들에 대한 처절한 복수를 해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사이더>와 <빅마우스>가 그리는 비현실적인 교도소는 모두 주인공의 생존기나 성장 서사를 위해 현실성과 상관없이 소비된다는 공통된 특징을 갖는다. 범법자가 아닌 바에야 실제 현실을 경험할 수 없는 교도소라는 세계. 그래서 이 공간은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다소 과장되고 드라마틱하게 허구화되곤 해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이러한 비현실적인 과장은 선을 넘는 느낌이다. <닥터 프리즈너(2019)> 같은 작품에서 교도소는 권력 있는 자들이라면 언제든 들락날락할 수 있는 공간이 되고 누구든 쉽게 죽이거나 복수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그려졌고, 영화 <프리즌>이나 <샤크:더 비기닝>에서는 계급구조를 갖는 또 하나의 왕국으로서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때론 자기 성장을 이루는 판타지 공간으로 그려지기도 했다. 과연 이런 과장된 이미지화는 문제가 없는 걸까.

<백패커>가 담은 교도관들의 고충

물론 모든 콘텐츠들이 교도소를 그런 비현실적이거나 극악한 범죄와 비리가 벌어지는 공간으로 그린 건 아니다. 정반대로 교도소를 인간적인 정과 사랑의 교화가 이뤄지는 공간으로 그려낸 작품들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하모니>는 합창이라는 소재를 통해 수용자들이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며 과거로부터 벗어나 현재로 빠져나오는 교화의 과정을 잘 담아낸 작품이었고, <7번방의 선물>은 교도소에 들어오게 된 딸 바보 용구(류승룡)와 그가 몰래 반입한(?) 딸 예승이(갈소원)로 인해 수용자들이 벌이는 따뜻한 인간애를 다룬 작품이었다. 또 <슬기로운 감빵생활> 같은 작품 또한 어쩌다 교도소에 오게 된 프로야구 선수가 그곳에서 다시 삶을 살아가게 되는 과정을 여러 수용자들과의 갈등과 교류를 통해 그린 작품이었다. 물론 이 작품들의 설정은 다소 비현실적인 판타지가 담겨 있지만, 콘텐츠적 허용이 충분히 가능할 정도의 허구였다. 최근 <인사이더>나 <빅마우스> 같은 작품들의 과도한 과장과는 사뭇 다른 ‘선 안의 허구’였다는 것이다.
흔히들 작품은 작품으로만 보자고 말하지만, 콘텐츠가 현실과 맞물려 오해와 편견을 만들어내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최근 방영됐던 tvN <백패커>가 찾았던 경북북부제2교도소에서 한 교도관이 꺼내놓은 이야기는 이런 현실이 얼마나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을 힘겹게 만드는가를 잘 보여준 바 있다. 전국 오지를 찾아가 특정한 사연을 가진 분들에게 그들이 요청한 방식대로 식사를 대접하는 콘셉트를 가진 이 프로그램에서 백종원이 교도관에게 가장 힘든 점이 뭐냐는 질문에 그들은 ‘고립감’이나 ‘위험’만큼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춰지는 것이라고 했다.
어찌 보면 우리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일을 하고 있는 분들이고, 그들이 있어 우리가 보다 안전하고 편안한 삶을 살고 있는 게 사실이다. 또 교도소 같은 교정시설이 존재해야 수용자들이 단지 사회와의 격리만이 아니라, 교화를 통한 새로운 삶도 가능해질 수 있다. 물론 드라마나 영화가 장르화되고 그래서 갈수록 드라마틱하게 극적으로 교도소를 그려내게 된 것이지만 이러한 선을 넘는 과장들이 야기한 비현실적인 이미지가 실제 현실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결코 적지 않다. “우리 교도관 나쁜 사람들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교도관이 남긴 이 말의 여운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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